2023년 10월 6일 금요일

민주노조와 자판기 노조의 경계는 무엇일까? - 공공운수노조 경기문화예술지부의 사례

 


제7호, 노동

민주노조와 자판기 노조의 경계는 무엇일까?

- 공공운수노조 경기문화예술지부의 사례

 

경기도와 하위 31개 기초자치단체에는 공립예술단이 약 20여 개 존재한다. 합창교향악뮤지컬국악풍물무용연극 등 다양한 예술노동자 2,000여 명이 소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립예술단은 1972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설치 근거가 있지만, 단체 설립과 운영의 구체적 내용은 모두 지방정부 의회가 각자 조례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일관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문화예술지부가 설립된 2020년을 기준으로 보면 소정근로시간은 주 6시간~20시간이고, 임금은 월 53만 원으로 정한 단체부터 평균 연봉 4,500여만 원인 단체까지 다양하다. 크게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에 설립된 단체들은 상임이라 불리는 노동시간임금조건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곳이지만, 2000년대 들어서 만들어진 단체들은 비상임이라 불리며 초단시간 노동과 월 100만 원 미만의 저임금이 흔했다. 상임과 비상임을 가리지 않고 공통된 점은 기량 유지라는 명목으로 실시하는 평정이란 제도다. 예술노동자의 임금차별에 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일반해고의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2017년 지부 설립 준비에 착수할 당시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5개 단체에 불과했으나, 2020년 지부 설립 시점에는 12, 2022년에는 16개 단체와 1천 명의 조합원을 조직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 사이 공립예술단원의 노동자성 인정, 고용불안 해소,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폭력 등 사용자 횡포의 완화, 비상임 단체의 상임화 등 여러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5, 갑작스럽게 초창기 지부 설립을 주도한 상임단체들이 공공운수노조를 탈퇴하고 국공립예술단노동조합이란 것을 설립했다. 이유는 과도한 조합비였다. 게다가 자신들은 산별노조에서 획득한 단체협약과 교섭권을 노동조합 조직변경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승계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용자의 개입과 관계없이 지부의 1대 임원들이 주축이 되어 벌인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산별노조 규약 위반을 사유로 소명을 요구했을 때, 탈퇴를 주도한 지회장들 중 한 명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민주노조라면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양보할 줄 알아야하는 것 아닌가?”

민주노조 운동의 목적과 방향성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면 이런 촌극은 계속 반복될 우려가 있다.

이상배(공공운수노조 경기본부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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