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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경제] 한국경제의 위기와 대안

 

신재길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제조업의 위기이다. 한국 제조업의 문제는 중화학공업 최종재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으며 비수렴 함정에 빠졌다는 점이다. 비수렴 함정(non-convergence trap)이란 선진국 진입의 잠재력을 가진 후진국 경제가 구조조정 실패 등의 요인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낮은 기술 수준에 정체되어 저기술, 저혁신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비수렴 함정에 빠진 한국경제는 점차 수출 경쟁력을 잃어가고 제조업의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한계기업들이 더 늘어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취약한 중견 기업들 위주로 도산하는 기업 집단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한국 제조업 성공 방식 자체의 위기이다. 한국경제의 발전은 수출을 중심으로 한 모방형 성장을 특징으로 한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 모방형 성장 방식은 1990년대까지 한국경제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 왔고, 그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은 가격경쟁력 위주의 범용재 생산과 공정혁신에 특화하게 되었다. 97년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에도 한국경제는 중국 특수와 IT산업 특수로 인해 2010년대까지 높은 성장을 하였고 결국 한국은 선진국으로 평가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가 두드려지고 있다. 국제독점자본 분업체계 가치사슬에서 미국이 산업의 미래를 설계ㆍ선도한다면, 일본ㆍ독일ㆍ북유럽 국가들은 자국 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중간재 및 고부가가치 특수재를 생산하는 쪽으로 산업구조를 변화시켰고, 범용재 사업은 축소하거나 국외 이전하여 이윤율 하락에 대응했다. 하지만 한국의 제조업은 장치산업 중심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중간재나 특수재 산업으로의 구조변화에 실패하고 있다.

2000년대에 한국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중국의 부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IT 혁명이다.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와 최종재를 계속 수출하며 중국 성장에 의한 특수를 누렸다. 또한 IT산업, 휴대폰, 컴퓨터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전자산업 중심으로 수출 수요가 증가하게 되어 호황기를 보낼 수 있었다. 자동차 산업도 현대자동차의 하청기업 단가 후려치기에 기초한 가격경쟁력 우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독점자본 체제의 위기에 직면하여 국제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 수혜를 보던, 한국의 수출을 중심으로 한 모방형 성장 체계의 문제점이 전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 성장률은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았는데, 2010년대 들어오면서 제조업 성장률과 경제성장률이 비슷해진 것이다. 즉, 그동안 경제를 견인해 온 제조업이 힘을 잃은 것이다.

2010년대 초반에 이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조선, 스마트폰 등 주력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2019년부터는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높다. 2019년 기준 제조업이 GDP의 25.2%를 차지한다. 일본이나 독일의 제조업이 자국 GDP의 20% 정도이고, 미국과 영국의 경우 각각 11%와 9% 정도이다. 한국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까지 계속 커지다가 그 이후 다시 줄어들어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성장의 중심에 제조업이 있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독점자본 체제가 흔들리자, 그 여파는 한국에 미치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 접어들자,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급속히 감소하여 OECD 평균보다도 떨어지게 되었다. 한국의 수출 중심 성장에 제조업이 있었는데, 수출 증가율이 감소하는 것은 제조업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는 제조업 가동률의 저하에서도 알 수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가동률은 80%가 넘었는데 2010년 이후에는 7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한국경제의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IT산업을 중심으로 AI를 발전시키고 소재산업과 전장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혁신을 주장하기도 한다. AI는 막대한 데이터를 전제로 한다, 데이터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 있어야 확보할 수 있다. 한국에는 그런 기업이 빈약하다. 그리고 고부가가치의 중간재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육성은 한국 재벌의 ‘하청에 재하청’의 수직계열화된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하나뿐이다. 주요 재벌기업과 은행을 국유화하여 한국의 자원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하도급식 산업구조를 개편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이 ‘붕괴’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 이에 국제독점자본의 저항이 있을 것이다. 무역 거래에서 달러는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에너지와 식량 봉쇄로 수입이 차단될 것이다. 이러한 제재는 러시아나 북, 이란 등에서 쉽게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들 제재받는 나라들과 연대하고, 브릭스의 일부 국가들과도 연대하면 제재를 극복할 활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9월 1일 일요일

[경제] 일본 기준금리 인상 발 금융발작 통화거품 취약성 보여줘

 

  

신재길

8월 초 일본은행(일본 중앙은행, JOB)의 정책 변경과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시장과 환율시장이 급등락을 촉발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대량으로 풀린 통화 거품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통화 거품의 취약성은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정책 변경을 시사하자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요동친 탓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경제 거품 붕괴로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일본은행은 경제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렸다. 이에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 외화를 사두거나 금리가 높은 나라의 예금·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소위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투자자들은 ‘와타나베 부인(Mrs. Watanabe)’이라고도 불렸다. 와타나베라는 성(姓)이 흔하고 투자자 중에 주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거래는 외환·금리·세금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만큼 금리나 화폐가치의 방향이 바뀔 때 급격히 청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검은 금요일’ ‘검은 월요일’로 불린 최근의 아시아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일본은 올리고 미국은 9월 인하를 시사하면서 엔화 강세 전환이 예상되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대거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엔 캐리 규모 추산은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유비에스(UBS) 일본법인은 지난 7일 글로벌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5천억 달러에 이르렀다가 최근 2~3주 사이 50%가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도이체방크 추산은 무려 20조 달러(약 2경 7천조 원)다. 엔 캐리 자금 규모가 추정 기관에 따라 5천억 달러에서 20조 달러로 널을 뛰고 있는 셈이다. 엔화는 30년 넘게 이어진 일본 중앙은행(BOJ)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대표적인 캐리 트레이드 수단으로 활용 되어왔다. 전문가들은 2021년 말 미국이 양적완화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그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의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0.1%에서 0.25%로 인상하고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 엔-달러 환율이 3거래일 사이 3.9% 급락(엔화 가치 급등)하여서 한 달 전만 해도 달러당 162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세계 금융시장에 쇼크를 발생시켰다. 이에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8월7일 오전 “금융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시장 안정에 나섰다.

규모와 자금 흐름이 손에 잡히지 않다 보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부나 그 규모와 무관하게 청산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투매를 불러왔을 거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본질은 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2000년 닷컴의 주식거품 붕괴, 2008년 파생상품 거풍 붕괴에 이은 총체적 거품을 만들고 있는 통화 거품 붕괴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통화 거품의 붕괴는 아마도 전 세계 통화 거품의 가장 약한 고리인 엔화에서 터지지 않을까 생각 든다.

2008년 위기와 팬데믹 시기에 엄청난 통화가 풀였다. 이에 인플레이션이 폭발하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고 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일본만은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5%까지 인상하였는데도 일본 기준금리는 0.1%에 머물러 있었다. 달러 강세 엔화 약세의 기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꾸고 이 달러로 미 국채나 다른 달러 표시 자산을 구매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엄청난 규모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긴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엔화를 통해 달러를 전 세계에 계속 공급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일본은 일본 GDP의 14배 정도의 통화를 발행했다고 한다. 이는 미 달러가 미국 GDP의 2.5배 정도 발행한 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너무 많이 발행한 것이다. 이러한 상대적 발행량의 차이는 달러 대 엔화 약세의 기본적 요인이다. 일본은 일본은행이 일본 장기국채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일본재정을 일본은행이 엔화를 찍어 감당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중앙은행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일본은행은 10여 년 해오고 있었다. 엔화가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것이다. 엔화 폭락을 막기 위해서는 너무 많이 풀린 엔화를 축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국채는 발행하지 않고 금리는 올려야 한다. 그래서 일본은행은 7월 말에 국채 매입을 줄이고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겨우 0.25% 금리 인상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쇼크가 일어났다. 결국 일본은행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긴축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금 일본은 금리를 현상 유지하자니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고 금리를 올리자니 세계 금융시장이 발작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통화 거품의 붕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거나, 긴축으로 모든 자산의 가격 폭락이 일어나가나이다.



2024년 7월 23일 화요일

[경제] 페트로 달러 협정 만료가 상징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서막

 

신재길

일부 미디어에 “‘페트로(석유) 달러’ 체제가 막을 내렸다”며,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50년짜리 페트로 달러 협정이 만료됐다”며, “이제 사우디는 미국 달러로만 석유를 판매하는 대신 위안화나 유로화, 엔화 등 다양한 통화로 석유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페트로 달러 협정 혹은 체제는 사우디가 원유 수출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는 대신,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해 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1971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고 금 태환 정지 선언을 하며 달러 위상이 추락하자, 1차 오일쇼크가 일어났다. 원유가격은 4배가 올라가고, 물가가 치솟고 스태그플레이션이 벌어졌다. 이에 헨리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의 파이살 국왕을 접견해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이 사우디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해 달러의 위상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취지였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동에 군사개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이 협정 자체가 공식 문건으로 공개된 적은 없다. 이 협정의 계약 기간이 존재하는지, 계약 기간이 있다면 50년이 맞는지 등도 불확실한 상태다. 이 협정이 미국과 사우디 사이 ‘신사협정’ 수준이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협정이 공식적이든 관행이었든 간에 그동안 페트로 달러 체제가 유지되어 왔고, 미국은 이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에게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응징하고자 했던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리고 페트로 달러 협정 만료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반세기 가까이 작동했던 페트로 달러 체제가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긴 하다. 오건영 신한은행 WM 사업부 팀장은 “페트로 달러 체제는 반세기 동안 굳어져 각국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라며 “달러 영향력도 굳건해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 지배 체제의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우디 원유 생산량은 최근 5년간 적게는 일일 1,100만 배럴에서, 많게는 1,240만 배럴까지 분포해 있다. 배럴당 80달러로 계산하면 일일 생산량이 거의 10억 달러에 달한다. 원화로 1조 4,000억 원 정도이다. 사우디는 이렇게 들어온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거나 미국의 금융시장에 투자하고 미국의 무기를 구매한다. 세계에 뿌려진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환류되는 시스템이다. 달러 환류 시스템의 또 다른 예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관계이다. 미국이 중국의 공산품을 사고 달러를 지급하면 중국은 상품 판매 대금인 달러로 미 국채를 매입하여 달러를 다시 미국에 돌아가게 한다. 이렇게 달러 지배 체제는 곧 달러 환류 체제인 것이다. 따라서 페트로 달러 협정 문제는 달러 지배 체제 즉 달러 환류 시스템의 위기 징후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렇게 달러 환류 시스템의 위기로 볼 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미·중 대립과 미·러 대립 그리고 브릭스의 확대와 연결되는 글로벌 정치경제 지형의 변화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러·우전쟁으로 스위프트 결제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배제하였다. 이로써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달러화로 거래되지 않는다, 러시아는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다. 러시아를 달러 체제에서 배제하여 미국은 스스로 달러 체제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과의 밸류체인 분리에 나섰다. 중국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고 반도체 등 중국에 대한 수출도 제한하였다. 중국은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밸류체인 분리 정책으로 달러 환류 시스템의 유지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달러 지배 체제의 가장 큰 위험은 브릭스의 확대이다. 2024년 1월 1일 사우디, UAE,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의 신규가입을 통해 기존 5개국에서 10개국으로 회원국 확대가 이루어졌다. 브릭스는 전 세계 GDP의 27%, 인구 45%, 영토 31%, 원유생산 42%, 상품수출 25% 등의 막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평균 5% 내외의 고성장세를 지속하며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브릭스는 궁극적으로 금과 원자재에 기초한 브릭스 통화를 계획하고 있다. 일단 과도적으로 위안화를 중심으로 각국이 자국 통화 결제를 점차 확대해 달러 비중을 줄여나가려 한다. 브릭스 가입국들의 면면을 보면 원유 등 자원 강국들과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인 제조업 강국이 포함되어 있다. 즉 브릭스는 자원국과 제조국으로 이뤄져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달러 지배 경제를 대체할 실물 경제 중심의 브릭스 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점이다. 제조업 국가는 자원국에서 자원을 사 오고 자원국은 이렇게 들어온 제조국의 통화로 제조업 국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달러 지배 체제는 자원국과 제조국의 상품을 미국이 소비하는 체제였다. 제조국과 자원국은 사용가치가 없는 달러를 보유하는 것이다. 결국 제조국의 노동력과 자원국의 자원이 미국을 비롯한 소비국의 소비를 위해 쓰인 꼴이다.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불균형의 상태이다. 이에 반해 브릭스 경제가 구축된다면 이는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는 균형적인 경제가 될 것이다. 달러 지배 체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소비국에 자원국과 제조국이 종속적 지위에 있으면서 잉여가치를 착취당하는 체제였다면, 브릭스 체제는 자원국과 제조국이 등가교환을 통해 상호 이익을 보는 체제를 염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 관계가 민주적이고 평등한 국가 간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세계는 새로운 사회로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브릭스 경제 질서가 구축될 수 있다면, 미국 중심의 서방 경제 질서는 급격히 몰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부를 수탈하여 성장해 왔다. 그 수탈체제가 달러 지배 체제이다. 가치는 하나도 없는 달러를 찍어 자원과 노동력이 들어간 상품과 교환하여 소비하고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이는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불균형의 시스템으로 그 모순이 2008년 금융위기로 나타났다. 그 후 미국의 대응은 미국도 제조업이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중국과의 밸류체인 분리 정책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제조업 유치를 위한 보조금이라는 것이 달러를 찍어내는 것인데 이는 달러 환류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달러는 미국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제조업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주는 것은 미국 내에 달러를 머물게 한다. 처음에는 효과를 볼 수도 있겠으나 결국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자극하여 달러가치의 폭락을 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하는데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 자산시장과 제조업이 붕괴한다. 결국 미국의 달러 지배 체제의 유지와 제조업 부활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적 목표인 것이다.

브릭스에 사우디가 가입한 상태에서 페트로 달러 협정이 만료되었다는 뉴스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서막을 알리는 의미로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브릭스 경제의 구축은 달러 지배 체제에서는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24년 6월 16일 일요일

[경제] 옐런의 바이든 재선전략 - 무제한 돈풀기

 

신재길

미국은 대선을 석 달 앞두고 주가가 오르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될 확률이 83%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대선을 6개월 앞둔 현재 주가를 올리는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증시뿐만 아니라 11월 대선 직전 실물경제도 호황으로 이끌어야 한다. 미국은 주식을 소유한 가구 비율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해도 50% 정도이다, 미국민의 절반 정도는 증시가 좋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체감을 하지 못한다. 미국 대선 전략에서는 이에 대한 전략도 필요한 것이다.

증시는 올리고 실물경기도 호황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제한 돈 풀기이다. 돈 풀기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심각하게 올 수 있지만, 당장 대선에서는 확실한 승리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여론은 비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전망이 많다. 이는 6개 경합 주(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에서 바이든이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 선거, 주(州)별 승자독식이 미국 대선의 특성상 지지여론보다 한주에서라도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경합 주가 중요한 것인데 이 경합 주들에서 바이든이 열세에 있다. 바이든이 전체 득표에서 우세하더라도 대선에서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6개 경합 주는 모두 트럼프 우세지역이었다. 그런데 미시간 주가 바이든 우세로 돌아섰다. 미시간 주가 바이든 지지로 돌아선 이유는 바이든 정부가 미시간주에 엄청난 신재생 에너지 산업 보조금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보조금은 유권자들이 바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전기요금 감면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되면 보조금 지원이 중단될 수 있어서 미시간주에서 트럼프 지지에서 바이든 지지도 여론이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재정지출을 통해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바이든의 대선 전략은 금리를 안정시켜 증시를 부양하고, 대규모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경합 주에 유리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전략은 상호 모순적이다.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재정지출을 늘린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것으로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올려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에서 미 재무부 장관 옐런의 천재적 꼼수가 나온다. 옐런은 재정지출의 부작용이 6개월 후에 나타나는 간격을 이용하여 재선 6개월 전인 5월부터 재무부 곳간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재무부 일반회계(TGA) 잔고가 4월 말 9,300억 수준에서 5월 말 7,3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2,000억 달러를 시중에 푼 것이다. 이게 한화로 270조 원이 넘는 규모이다. 이런 대규모 자금을 한 달 사이에 시중 푼 것이다. 이런 막대한 자금은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어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증시를 떠받치게 된다.

두 번째로 5월 29일부터 2개월간 미 국채 ‘바이백’(Buy Back, 조기상환)을 실시하는 것이다. 바이백은 재무부 자신이 발행한 국채를 자신이 다시 사서 소각하는 것이다. 바이백은 의회의 동의 없이 재무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5월 29일 시작해 7월 말까지 매주 1회씩 총 9회 바이백을 실시한다. 미국의 국채 바이백은 24년 만이다. 미국 정부는 2000년 3월부터 2002년 4월까지 총 675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매입한 바 있다. 당시 이례적인 재정 흑자를 기록하면서 여유분의 현금을 활용해 이자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번 바이백은 연방정부가 적자를 보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목표 자체가 다르다. 이번 바이백의 취지는 국채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에 있다. 장기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실물경기에 영향을 주는 금리는 장기 금리이다. 장기 금리를 낮추어 실질 금리를 낮게 만들면 시중의 자금은 자산시장이나 실물경제에 투자하게 되어 자산 가격을 올리고 경기를 부양하게 된다. 그래서 단기 국채를 발행하여 마련한 돈으로 장기 국채를 사는 바이백을 하는 것이다.

돈 살포의 세 번째는 양적긴축(QT)을 줄이는 것이다. QT는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 등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재매입하지 않고 연준의 장부에서 털어내는 방식의 긴축 정책 도구다. 연준의 QT 속도 조절도 채권 유동성을 지원하는 요인이다. 연중은 6월 1일부터 보유 국채 경감 규모를 월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이는 시중에 매달 350억 달러씩 푸는 효과가 있다.

이런 바이든 재선 돈 풀기 전략에 미 재무부를 필두로 미 연준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까지 합세하고 있다. 미국이 재정적자 상태이기 때문에 재정을 쓰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것도 2008년 금융공황이나 코로나 상황 때만큼 많은 국채를 발해하고 있다. 당연히 국채 수요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 등 미국과 갈등 중인 나라들은 보유 중인 미 국채를 팔고 금은을 사 모으고 있는 상태이다. 미 국채 수요의 가장 큰 손이었던 일본마저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를 팔고 있다. 그런데 자국 재정도 어려운 영국과 프랑스가 미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재선을 지원하는 정치적 의도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재선을 위한 이런 전방위적 돈풍기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인플레이션율이 그 성공을 좌우할 것이고, 설령 바이든 정부가 대선을 성공으로 이끈다고 해도, 대선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이 무모한 돈풍기에 화답할 것이다.

 


2024년 5월 16일 목요일

[경제] 노동자 생활은 더 힘들어지는 한국경제의 회복

 

신재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주요 20개국 중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함께 가장 높은 수치이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물가 전망도 개선됐다. 현재 3% 근처에서 움직이는 물가가 연말로 가면서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 내년에는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성장률 상승은 올해 1분기 성장률 발표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이 1.3%로 집계됐다고 4월 25일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0.5~0.9%)를 웃도는 수치로,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1분기 성장률을 4분기까지 이어간다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5.2%도 가능하다.

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은 순 수출이었다. 순 수출의 증가율 기여도는 0.6%포인트로 분석됐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0.4%포인트로 같았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로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반면 정부소비의 기여도는 0.1%포인트에 그쳤다. 정부투자는 0.1%포인트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정부소비와 투자를 합치면 정부의 1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0%였다.

한국은 수출이 성장을 이끌었다. 수출은 대미 수출의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한국은행이 4월18일 공개한 '대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계속 커져 올해 1분기에는 대미국 수출비중(18.9%)이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국 수출비중(18.8%)을 앞질렀다.

다음으로 수출에 기여한 요소는 환율이다. 1년 전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였다. 얼마 전 환율이 1,400원까지 올랐고 1,300원대를 유지한 지도 근 일년이 되었다. 즉 수출증가는 달러표시 수출가격이 하락한 효과이다. 그러나 이는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과 소비자인 노동자들의 부를 수출 대기업에 이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고물가를 초래한다. 고물가는 고금리의 원인이다. 결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비용증가, 매출액 감소로 더 어려워지고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하락으로 생활이 힘들어진다. 수출 대기업은 좋지만, 우리 생활은 더 나빠진 것이다. 이는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실질임금 하락이라는 지표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그래도 사정이 낳은 편이나 노동자의 대다수인 중소기업 노동자는 실질임금 하락 폭이 크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더 벌리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정말 회복되는 걸까?

통계청은 4.30.(화) 2024년 3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였다. 전산업 생산은 광공업(-3.2%), 서비스업(-0.8%) 등에서 모두 생산이 줄어 전월대비 2.1%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음식료품, 승용차 등에서 판매가 늘어 전월대비 1.6%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줄어 전월대비 6.6% 감소했고, 건설은 건축 및 토목 공사 실적이 줄어 전월대비 8.7% 감소했다. 생산 투자가 큰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경제가 회복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소비도 1.6% 증가에 그쳐 잠재성장률 2%에 미치지 못해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수출 증가도 사실 작년의 수출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지 절대 금액차원에서는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24년 1분기는 월평균 500억 달러 수준으로 600억 달러 수준의 평년에 미치지 못한다.

물가는 정말 잡히는 것인가? 물가상승률의 하락은 물가에 대한 착시를 일으킨다. 상승률이 떨어진다고 해서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1,000원짜리 상품이 1,500원이 되면 50%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물가가 올라 2,000원이 되었다가 다시 2,500원으로 상승하면 같은 500원 상승이지만 25% 상승으로 상승률은 낮아진다. 결국 이런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서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의 차이를 21년 이후 점점 더 커지게 하고 있다.

결국 1분기 성장률 상승은 반도체 수출의 호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고, 더욱이 노동자들의 생활은 성장과는 반대로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문화] 99%인 ‘우리’라는 집단의 실체와 정체

  박현욱 ( 노동예술단 선언 ) (20 호에서 이어짐 ) 99% 인  ‘ 우리 ’ 라는 집단의 실체와 정체에 대해 문화적으로 답해보자고 했다 .  해서 좀 철지나긴 했지만 옛 드라마 얘기 좀 해보련다 . 2009 년도에 방영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