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요일

[문화] 노동자문화 그 자체에 대하여 (1)

 

박현욱(노동예술단선언)

노동자신문의 문화면 글을 몇 회째 쓰고 있으니 응당 그 내용은 노동자 문화에 대한 이야기일 텐데정작 노동자 문화 그 자체에 대해서는 다룬 적이 없다예컨대 노동자 문화란 무엇인가?’ ‘다른 문화와는 어떻게 변별되는가?’ 심지어 그런 것이 존재하긴 하는가?’ 등등사실 상당히 논쟁이 될 법한 주제들일뿐더러 지면의 성격상 학술적 쟁점을 심도 있게 논하기엔 부적절하여 다루지 않았다그럼에도 기초공사를 하지 않고 건물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다소 개인적인 생각일지라도 노동자 문화’ 그 자체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연재하기보다는 지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나가려 하니 읽으시는 동지들의 양해를 구한다.

우선 노동자 문화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는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그런 말 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의아해하실 분들도 있겠으나꽤나 들어온 말일뿐더러 그 존재를 증명하라고 하면 딱히 이거다라고 답하기 어려워들 하는 게 현실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그와 관련한 연구나 논의 들이 더러 있었지만지금은 제기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관심 밖(흔히 하는 말로 아웃 오브 안중’)이라 할 수 있다물론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2019(이 또한 5년 전이다한국의 한 레거시 미디어에 한국 노동자 문화대중문화에 포섭 독자성 빈약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리기도 했는데박 모 교수의 한국 노동자문화의 성격이라는 논문을 바탕으로 쓴 기사였다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566)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썼다는 그 논문을 통해 기사는 다소 충격적이라며 한국에 노동자 문화는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실태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노동자들이 대중문화에 저항하며 독자적 문화를 만들어 내기보다 대중문화와 공모하면서 그 부정적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거다.

뭐 좋게 보자면 있는가?’라고 질문하고 빈약이라고 답하고 있으니 아예 없지는 않다는 의미로 봐줄 수도 있겠으나아무튼 충격적일 만큼 존재 여부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내용이다물론 나는 이러한 실증주의적 접근 방식이 과학적이라고 보지 않는다해서 논문과 이 기사가 말하는 바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어쨌든 수량적 데이터 분석 그 자체는 눈여겨볼 일인데그나마이 실태조사가 무려 2002년에 이루어진 결과라는 거다. 2002신자유주의 광풍에 노동자들은 여전히 짱돌과 화염병으로 맞서며 투쟁하던 때이다. 11월 노동자 대회를 앞두고 수만 명이 거의 밤을 새워 전야제를 할 만큼 지금과는 노동자 문화가 (적어도 양적으로는비교조차 안 될 때이니그때조차 빈약이라면 지금은 아예 없다라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또한 이 기사는 노동자 문화와 관련하여 그 주요한 요소로 소위 민중가요를 예로 든다노동자 문화에 대한 정의를 본격적으로 하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노동자 문화에서 민중가요를 추상하는 것에 반기를 들 수는 없지 않을까그런 면에서 2020년 민중가요 소환콘서트의 준비과정에서 있었던 많은 사건은 꽤나 주목할 만하다소위 민중가요 판 나는 가수다로 불리며 ‘The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준비되던 이 콘서트와 관련하여 출연자였던 배우 권해효 씨는 한 인터뷰에서 ‘(민중가요가용도가 끝났다고 폐기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어쨌든 용도는 끝났다는 말이다그런데 폐기를 하지 않는다라면 떠오르는 건 한가지이다박물관에 모셔 놓고 가끔 꺼내 추억하자아니면 무형문화재 정도로 전승하며 유산으로 삼자정도.

아무튼 앞서 말한 기사와 이 콘서트와 관련한 일련의 논란(?)들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여전히 나는 내가 하는 활동이 노동자 문화와 관련한 활동이고 내가 창작하는 노래가 민중가요라고 여기고 있다위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보자면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을 부여잡고 용도가 끝난 일에 용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심지어 꽤나 쓸모에 집착하는 편인 내가 당장 필요한 밥그릇이 아닌 고려청자나 빗살무늬 토기를 만드는 헛짓(내 기준에서)을 하고 있는 셈이다정말 그런가?

말 나온 김에 민중가요라는 추상을 통해 노동자 문화의 실재성에 대한 구체로 접근해 보자내가 만든 노래 중에 이 돈으로 살아봐라는 노래가 있다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임금투쟁에 관한 노래다집회 현장이나 노동조합 교육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 이거 완전 우리 얘기인데 세상에 우리 얘기가 노래로 존재한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정말 이 돈으로 못 살겠어요우리 조합원들이 꼭 이 노래를 알아야 해요라고 말하는 동지들이 있다아니 꽤 많다.

민중은 계급적 개념이고 노동자계급은 당연히 민중이다어느 시대나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의 계급적 독자성을 부정하고 은폐하려 한다그리고 지배계급은 그럴 수 있는 수단(이데올로기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다앞서 말한 실태조사 결과가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것은, ‘우리 얘기가 노래로 존재한다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다라던 노동자들의 말에 그 이유가 있기 때문이며난 매일 같이 그런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다즉 노동자 문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위력적인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은폐되어 있을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동자 문화에 대한 인식이 빈약으로 나오지 않는 정도라면 아마도 이미 자본주의는 뒤집히고 노동자들의 세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해서 용도가 끝나긴커녕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그 용도는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이 꼭 이 노래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던 그 동지의 말처럼 우리 노동자들이 꼭 그 노래를 모두 알 수 있을 때까지. (이어짐)



[詩] 깔따구

  

조창익

모내기 끝난

논둑길을 걷는다

깔따구가 길을 막아선다

눈코입 할 것 없이

옷소매 바지 속 가리지

아니하고

온몸을 에워싸며

떼로 덤벼든다

팔을 휘젓고

눈을 감고 코를 막고

귀를 막아도 종횡무진

사방팔방에서 공격하는

깔따구 떼

참으로

괴로운 싸움 상대다

 

다 해도 눈은 감지 마라

잠시

코는 막고 귀는 막아도

눈을 감으면

갈 길을 잃는다

얼굴을 수건으로

뒤집어쓰고

눈을 똑바로 뜨고

몸을 곧추 세워

내 길을 가야한다

그래야 논둑길에서

넘어지지 않는다

 

채널을 돌리지 마라

그 놈이 그 놈이라며

깔따구같은 정치집단들의

환멸과 배신의 정치 앞에

자본독재

기울어진 운동장

거듭되는 농단 앞에서

그 놈들

보기 싫다고

야구로 축구로 골프로

스포츠로

트롯트로 채널을 돌리지 마라

 

똑바로 응시해라

무시로 덮쳐오는 깔따구떼

내 삶을 흔들고

앞길을 막아서도

사시장철 샛푸르른 소나무

대나무 숲길 사이로

싱그런 바람 한 자락

몰고오는

오월의 언덕에 서면

깔따구떼 스멀스멀

달아난다

 

하ㅡ

맞다

노동자들이

바람이다

영육을 빨아먹는

깔따구 떼

노동계급의 입을 한데 모아

투쟁으로

훅 불어버리자

 

해방의 언덕에 서서

다시

내일을 노래하자

혁명을 환호하자

 

 *깔따구

ㅡ각다귀의 전라도 방언

ㅡ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노동자의 삶] 노동자는 힘이 세다? (1)



한형식 (교육활동가)

노동자(계급)의 힘은 무엇인가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정당이 얻은 득표사회 전체의 생산에 기여한 노동자의 몫노조 가입률복지 제도의 가입과 수혜자 수 혹은 혁명적 상황에서 분출되는 노동자 투쟁의 강렬함의 정도 등등어떤 하나로 환원되지는 않을 것이다그럼에도 노동자의 정치적 영향력 그것도 제도 정치 내에서 치르는 선거에서 자칭 진보 정당이 합법적 조직 노동으로부터 얻는 지지의 정도가 높아질수록 노동자의 힘이 세진다는 생각이 만연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이건 노동자를 특정 정치 세력이 동원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관점에 불과하다노동자(계급)의 힘이 세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려 한다.

노동자는 위에서 열거한 것들처럼 추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굳고 잘 다져진 대지 위에 서서 모든 자연적 힘들을 호흡하는 현실적이고 신체를 지닌 인간이 노동자다자연의 힘들을 호흡하는 것이 노동자의 힘의 일차적 원천이다. “자연 생산물들이 식료품난방의복주거 등등의 어느 형식으로 나타나든 간에, 인간이 육체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은 오직 이러한 자연 생산물들에 의해서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연에 의해 생활한다는 것은 다음을 의미한다 자연은, 인간이 죽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과의 지속적인 교호〕 과정에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의 몸이다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생활이 자연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자연이 자기 자신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 이외에 어떠한 의미도 없는데왜냐하면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자연만이 아니다. “사회 자체가 인간을 인간으로서 생산하듯이 사회는 인간에 의해 생산된다활동과 향유는 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실존 방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회적 활동이며 사회적 향유이다자연의 인간적 본질은 사회적 인간에게 있어서 비로소 존재한다사회는 인간과 자연의 완전한 삼위일체 Weseneinheit (또는 본질 일체성, 합일이다.‘사회를 또다시 추상으로서 개인에 대립시켜 고정시키는 일을 무엇보다 더 삼가야 한다개인은 사회적 존재이다.”

마르크스가 1844년 경제학 철학 초고에서 말한 이런 생각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산업 혁명기에 등장한 엄청난 수의 노동자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자본가들이 필요로 한 노동자의 수가 몇 명이든노동자 남녀가 사랑 때문이든 경제적 계산에서든 낳았던 자녀의 수가 몇이든 간에 노동하고 재생산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가공된 자연의 재료가 있어야 한다근육과 뼈와 뇌를 만들 음식과 물과 공기와 햇빛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노동자는 존재할 수 없었다영국의 자본가들이 곡물법을 폐지했더라도 수입할 곡물이 있어야 했다식민지의 자연을 황폐화시키고 수천만의 노예를 갈아 넣은 플랜테이션이 그 역할을 했다인도 식민지에서 재배한 싸구려 차에카리브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아프리카에서 잡혀 온 노예들이 재배하고 가공한 설탕을 잔뜩 넣어북아프리카의 밀림을 밀어버리고 만든 밀밭에서 대규모로 재배한 밀로 만든 딱딱한 빵을 적셔 먹는 노동자 음식 즉 단시간에 에너지를 공급할 값싼 식재료가 없었다면 산업 혁명도 없었다노동자의 몸과 정신에는 단일 작물의 산업적 재배가 초래한 생태적 재앙과 식민주의가 저지른 아프리카 사람들의 비극이 직접 결부되어 있었다이처럼 노동자의 힘은 살아있는 인간인 노동자가 자연 및 사회와 상호 작용한 결과다그러나 불행히도 그 결과가 노동자의 무력함일 수도 있다.

노동자가 더 많이 창조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더 적게 소비해야만 한다는 것, 그가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더 무가치해지고 더욱더 값어치 없게 된다는 것, 그의 생산물이 더 정형화되면 될수록 노동자는 더욱더 기형화된다는 것그의 대상이 더 문명화될수록 그는 더욱더 야만화 된다는 것, 노동이 더 강력해질수록 노동자는 더욱더 무력해진다는 것, 노동이 더 똑똑해질수록 노동자는 더욱더 어리석어지고 자연의 노예로 된다는 것으로.” 즉 소외된 노동이 초래될 수도 있는데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대체로 이런 것이었다그래서 노동자는 몸마음경제정치 모두에서 힘을 잃어 갔다아팠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노동자가 노동하는 조건과 노동하지 않는 생활의 조건 두 측면에서 노동자의 힘 문제에 접근하려 한다먼저 노동자의 생활 조건을 특히 대도시에서의 삶을 중심으로 보려 한다구체적으로는 부동산(주거), 음식문화와 여가교육과 의료 그리고 돌봄 제도들생태적 조건 등을 차례로 공부해야 한다엥겔스가 19세기 중엽 영국 산업 대도시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제기한 문제들을 되짚으면서 현재의 대도시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참조하는 것이 다음 호의 내용이다. 

[국제] 미국 일극에서 다극화 체제로 –중국, 러시아 정상회담


전원배

지난 5월 16일 중국의 시진핑과 러시아의 푸틴이 정상회담을 가졌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연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대한 견제를 강하게 드러냈다또한 북··러 3국 접근 움직임도 도드라진다.

·러 정상은 이날 발표한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수교 75주년에 즈음해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조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것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적었다지난해 3월 시 주석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뒤 내놓은 양국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 당사국들이 침착하고 자제하며 상황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대북제재와 압박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실현될 수도 없으며대화도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적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데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지난 328일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에 대해 반대해 연장안을 무산시켰다당시 중국은 기권했다결국 지난달 30일 유엔 전문가 패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24.5.16. 한겨레에서 인용)

2024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나토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를 내세운 미국의 침공 유도 전략이었다즉 바이든은 푸틴을 우크라이나 진흙탕에 처박아 소진 시키려 한 것이다그러나 미국의 러시아 경제봉쇄나토와 미국 등 서방세계의 군사적 총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전쟁 패배는 거의 확정적이다.

장담했던 미국의 러시아 봉쇄는 두 경제대국중국과 인도의 비협조로 사실상 실패하였다그러던 중 이 약점을 하마스가 파고들었다하마스의 전격 기습작전에 이스라엘은 혼비백산최악의 수를 서슴없이 휘두르고 있다.

바이든은 현란한 이중 플레이를 시전하고 잔악한 이스라엘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인명 살상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그러나 이는 명분을 상실한 군사작전이고 전투에 기고 전쟁에서는 지는 제2의 베트남 전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이로써 1991년 소련 붕괴 후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다극화 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

일극체제가 다극화 체제로 변화된 것은 한 걸음 전진이 분명하다하지만 단지 일 보 전진임을 깊이 각인하여야만 한다일각이지만 미국 중심의 서방은 악이고 중국러시아 집단은 선이라는 안이한 정세판단이 부쩍 늘고 있다일극이 다극으로 분산된다고 해서 세계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근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 전야에 망가지지 않은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다미증유의 경제 공황이 1870년대 이후 주기적으로 덮쳐오면서 사회는 계급적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나락으로 떨어졌고 자본가 지배계급이 택한 것은 전쟁이었다.

제국주의 간 전쟁은 내부의 계급적 모순을 타개하기 위해서 외부의 적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관심을 밖으로 돌린 것이었다이 전쟁놀음에 당시 국제사회주의 당의 결집체인 제2인터내셔널은 지도자격인 독일사회민주당을 필두로 보기 좋게 말려들었다지금도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 자본가 지배계급은 전쟁을 꿈꾸고 있다그러나 가공할 핵무기와 효과적인 운반수단은 강대국 간 전면전을 지연시키고 있다.

전쟁의 확산과 인공지능의 생산에 도입함으로써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음으로써 생산 과잉 상태지만 글로벌 불균형은 소비력을 앗아갔다미국 연준의 양적완화를 통한 압력 분산은 한계에 다다르고 세계적 규모의 동시 공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강대국 간의 패권투쟁 중심의 사유를 넘어서서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에 관심을 집중하고 그것이 불러올 파장에 대비하자현재의 지난한 상황이 반복되리라 믿지 말고 급격한 격변에 대비하는 것그것이 우리의 자세이다.

[적이 오지 않을 것을 믿지 말고적이 언제 오더라도 대비되어 있음을 믿으라.]

손자병법 구변편(九變篇) 



[국제] 사우디, 미국과 맺은 ‘페트로 달러’ 협정 만료선언


편집국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간 페트로 달러’ 협정이 공식적으로 만료선언 했다는 소식이다사우디아라비아 측이 협정을 갱신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이로써 페트로 달러 시대는 50년 만에 (Petrodollar) 막을 내렸다페트로 달러 체제는 1971년 미국의 고정환율제 붕괴한 이후, 1975년부터 원유대금을 미국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한 시스템이다세계 각국에 원유를 판 중동 산유국은 달러를 미 국채와 금융시장 등에 다시 투자하는 이른바 페트로 달러 리사이클링을 구축했다이런 과정을 거쳐 페트로 달러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졌다이를 통해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세계 원유시장을 통제하는 힘을 확보했다.

화폐는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교환의 매개이기 때문에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실물 자산과의 연동이 필요하다대표적인 실물 자산이 금과 은이다세계 대전을 치르며 미국은 대량의 무기 수출과 파괴된 유럽과 아시아 인프라건설 등으로 독보적인 경제적 지위를 확보했다각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에 금을 보관하게 되는데미국은 전 세계 금의 70%를 보유하게 된다미국은 이처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금 1온스를 35달러의 금 태환 제도를 만들고 다른 화폐들을 달러에 고정했다이것이 브레턴우즈 시스템이고 이로써 달러가 국제 결제통화가 되었다.

그런데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경기부양과 베트남전쟁 등의 이유로 큰 재정적자에 처하면서 달러의 공급을 늘리기로 한다그러나 달러의 공급이 보유한 금을 넘어 늘어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여러 국가는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금으로 바꾸기 시작했다결국 미국의 금 보유량은 급격하게 줄게 되면서 1971년에 닉슨 쇼크라고도 불리는 금태환제도의 끝을 선언하게 된다달러가 금의 보증을 받지 못하는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이 때문에새롭게 시도한 통화 시스템이 바로 페트로 달러 시스템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974년에 중요한 경제협약을 맺는데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력을 제공해 주는 대신에사우디는 석유 결제를 달러로 한다는 것이다달러 표시 석유 결제는 산유국으로 확대되었다이로써 각국은 석유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달러가 필요하고달러 수요는 계속 이어지게 된 것이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미국은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운용해 왔고이는 대외순자산의 악화와 미국의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이는 미국 내부에 불평등의 심화와 부채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지배계급 내부에 갈등이 이미 심화되었다빈곤의 심화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폭발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미국은 장기 부채 끝에 와 있기 때문에공황구제를 위해돈을 찍어내면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달러 수요는 감소하고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금리 상승미국 채권 시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강대국들 위주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달러유로화엔화위안화 등이 기축통화의 지위를 두고 경쟁하는 다극 체제로 진입했다그렇다고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당장 사라지지는 않지만 약화될 수밖에 없다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신흥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IRICS)가 부상하고 있고세계 결제통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세계 정세는출구를 찾을 수 없는 자본주의자본의 축적위기는다극화된 제국주의 간 경쟁과 대립ㆍ전쟁 확대 양상 치닫고 있다핵전쟁을 통한 인류 절멸이냐혁명을 통한 역사 발전이냐의 귀로에 선 정세를 체감한다.

 

[노동정세일지] 민주노총 중앙위원회가 2024년 하반기 투쟁계획을 확정 外


■ 5/28. 부산 국제금융센터에서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파업출정식

정부가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폐쇄하겠다고 발표석탄화력발전소 설비를 점검 정비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인 발전HPS지부는 고용불안의 위기에 처함발전HPS지부 노동자들은 공공부문이 책임지고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늘리고 노동자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일방적인 인사이동 반대한다복지수당 인상하라!” 등의 요구안을 발표정의로운 산업전환을 통한 일자리 보장 요구를 전면에 건 첫 파업투쟁. 


■ 5.30,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앞 기본권보장 입법 촉구 집회

노조법 2.3,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초기업 교섭 제도화 3대 입법을 요구민주노총은 개원과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조법 2.3조를 포함한 모든 법안을 재발의해야 한다고 강조민주노총은 노조탄압 중단사회공공성 강화와 함께 윤석열 정권하에서 심화된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하고 평등세상노동존중사회실현을 위해 3대 과제의 시급한 입법을 촉구.

 
■ 6/3. 양대노총과 최저임금 운동본부국회본관 앞 기자회견

이날 양대노총 조합원 1000여 명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저지하고임금 대폭 인상하라고 촉구최저임금 차별금지법(최저임금법 개정안)에는 최저임금에 대한 차등적용을 명시한 항목을 삭제하고최저임금액에 대한 감액적용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명시한 항목을 삭제한다는 내용현행 최저임금법에는 최근 문제가 불거진 '업종별 차별 적용(차등적용)' 뿐 아니라 수습 노동자 감액 적용장애인 노동자는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차별적 조항이 존재.

 
■ 6/3.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 간부 결의대회

우정사업본부가 위탁 택배노동자에게 약속한 적정 배달물량을 못 지킨 것과 더해새 단체협약에마저 쉬운 해고를 위한 독소조항을 추가한 것이 확인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가 우정사업본부가 택배노동자에게 노예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며 강력히 규탄하는 간부 결의대회서울 보신각 앞에서 개최우정사업본부가 제시한 새 단협안 초안에는 계약 주체를 이사장에서 지사장으로 변경 배달증 생성 미이행역물류겸배의무 미이행 시 계약해지 사유 추가 등 사측의 책임은 줄이고 노동자에 대한 감시는 촘촘히 하는’ 내용이 추가. ‘우체국 및 위탁자의 정당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조항까지 추가. 


■ 5/29. 공공운수노조서울교통공사노조 집단해고 원직복직판결 촉구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초 노조전임자 36명을 해고서울교통공사에서 노동조합 활동은 그간 노사합의로 근로시간면제 관행을 인정해 옴그러나 공사는 이런 노사 합의 사항을 어기고 작년 고용노동부의 타임오프 운영현황 조사와 서울시 감사결과를 이유로 서울교통공사 내 두 개 노조의 전임자 36명을 해고공사 인사위원회에서 해고자 중 일부에 대해 감경 의결을 하였으나 재해고 처분노조는 재해고 처분 배경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

 

■ 5/28. 민주노총 경기와 경북본부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 평화적 해결 촉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민주노총 경북본부는 한국옵티칼 노동자 11명에 대한 고용승계와 평택시의 행정대집행 중단그리고 평택시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고용승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평택시청 청사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 5월 19일 밤경북 구미시 4공단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들이 평택 청북 한국니토옵티칼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경찰이 농성장 주변에 병력을 배치평택시가 계고장을 전달해 행정대집행을 예고. 2022년 10월 한국옵티칼에 화재가 발생해 공장동이 전소되자 회사는 한 달 만에 폐업을 통보한국옵티칼 물량을 한국니토옵티칼로 물량 이전매출액이 17% 증가구미공장 물량의 대체생산을 위해 신규채용까지 했지만한국옵티칼 노동자 11명의 고용승계 요구는 철저히 묵살. 


■ 5/23. 공공성-노동권 확대와 국가책임 예산-일자리 쟁취를 요구 집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한 세종시에서 3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공공성-노동권 확대와 국가책임 예산-일자리 쟁취를 요구하며 5.23 정부세종청사 포위의 날을 개최공공운수노조는 22대 총선이 치러진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총선 참패 뒤 대통령의 노동조합에 대한 몰이해와 적대적 태도는 여전하고 시장주의 기조 역시 여전하다고 비판공공운수노조는 이런 정권의 태도에 항의하고 공공성 노동권 확대로의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기 위해 정부의 사업이 기획되고 집행되는 세종시에 모인 것. 


■ 5/21. 민주노총 중앙위원회가 2024년 하반기 투쟁계획을 확정

6월 모든 노동자 임금인상노동권 쟁취 전국노동자대회와 9월 윤석열 퇴진 민중대회를 거쳐 11월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윤석열정권 퇴진 전국노동자대회로 간다는 계획민주노총 2024년 제1차 중앙위원회 강서구 국제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 국제회의장배정 중앙위원 368명 중 미선출 15명을 제외한 재적인원은 353재적인원 과반(177)을 넘긴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가 선언. ‘모두를 위한 임금인상노동기본권 쟁취사회공공성 강화윤석열 정권 퇴진이 하반기 주요 투쟁과제민위력적인 광장투쟁과 광범위한 연대전선을 형성하고 여론전·정치전을 강화할 방침.


[노동] 민주노조가 지향하는 '민주'의 성격

 

이상배 (공공운수노조 경기본부 조직국장)

민주노총을 가리켜 민노총이라 줄여 쓰거나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정부와 언론이 자주 쓰다 보니 민주노총의 조합원마저 이렇게 부르는 경우가 잦다이런 경우 엄격하게 정정을 요구하는 것이 민주노총이란 단체의 기본 방침이다이유는 민노총이란 단어가 탄생부터 불리는 대상의 비하를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한국의 문화에 한정하여개인의 성만 따서 김씨라고 부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보통은 지위적 우위에 있는 쪽이 격식을 무시하고 상대를 낮춰 부르는 행동으로 본다단체나 집단도 마찬가지다비록 약칭이라 하여도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름을 임의로 줄이거나 바꿔 부르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함이 일반적이다. ‘민노총은 이렇게 단체의 사회적 지위를 낮추고자 일부러 쓰이는 이름이다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이 있다, ‘민주노조’, 즉 자본과 정부로부터 독립된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춘 노동조합 집단의 역사와 대표성을 부정하기 위함이다.

민주노총의 설립에 이르기까지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뿐 아니라그것과 궤도를 함께하는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는 크고 작은 사건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정치·경제·사회·문화의 민주화를 위해 벌어진 다양한 투쟁과헤아리기 어려운 희생자의 수가 이 단어에 무게를 더한다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다과거부터 이어진 민주화()는 대체 언제 마무리되는가투쟁의 결과로 도달할 더 높은 수준의 민주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런 물음을 던지면 답을 두고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벌어지기 십상이다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주성의 확보에 관한 관점도 이와 비슷하다쓰는 단어가 같은데그것과 얽힌 내용은 말하는 사람마다 다르다수없이 많은 회의에서 민주성을 지키라 요구하지만무엇을 기준에 두어야 할지 아리송한 경우가 태반이다.

간단하게 단어부터 다시 확인해 보자. ‘민주주의를 영한사전에서 찾으면 ‘democracy’가 나온다반대의 순서로 찾아도 마찬가지다이상한 점은 원어가 사상의 한 갈래를 뜻하는 ~ism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심지어 democratism이란 단어는 멀쩡하게 따로 존재한다정치 제도나 사상과 관련한 다른 단어와 비교하면 더 명확해진다. republic은 공화국공화제이지 공화주의와 다르다. monarchy도 군주제지 군주주의로 번역하지 않는다이렇게 연관을 지으면 democracy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제여야 한다통치 형식을 구분하는 제도의 한 종류로 말이다이런 간단한 수정으로 그동안 간과했던 고민 지점이 잇따라 나타난다.

언어는 사용자가 속한 사회의 문화와 관점을 포함한다그래서 단어 하나를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의 본질을 바꿀 수도 있다앞서 민주노총을 민노총으로 바꿔 부르는 경우는명확하게 이것을 아는 자들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일이다마찬가지로 민주제’ 대신 민주주의란 단어가 일반형으로 사용되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란 의심이 생긴다하나의 정치 제도가 사상의 한 부류 오해되면 무슨 문제가 일어날까바로 객관적이고 완결할 수 있는 과제의 상실결과 없는 노력의 반복으로 인한 사회집단이 가진 동력의 낭비마지막으로 제도 자체의 그릇된 사용이다.

제도는 목적한 기능의 수행을 위한 하부 구조와 조건이 주어져야 한다당연히 충족 여부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객관화할 수 있는 기준이 드러난다이와 달리 사상은 개념의 집합이다논리에 의존하여 주관적인 해석과 주장이 먼저 제시되고객관성을 보완할 근거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미래의 일로 넘겨지기 일쑤다이런 차이를 이용하여 소수 계급인 자본가가 다수 계급인 노동자를 민주적으로 지배할 길이 열린다.

한국 노동자계급이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 우선 민주제를 앞에 두고 민주주의라 읽는 버릇부터 바꿔보자민주제는 집단 의사결정의 성원 범위와 결정 방식을 다투는 것부터 시작된다자본을 상대하는 단체교섭과 정부를 상대하는 노정교섭은 노동자를 민주제 정치의 주체로 성장시키는 과정이다민주노조는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을 통해 노동자가 민주제를 습득하고나아가 전 사회의 운영을 자본가에게서 넘겨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기르는 훈련소이다.

 

[과학칼럼] 과학의 당파성

 

신명호(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핵심에 바로 이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구분이 있다또한 느리게 변하는 것과 빠르게 변하는 것을 나누고 변화의 속도가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알아내는 것도 역시 과학이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이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이 과학의 핵심이 아니라바로 이 상수와 변수속도와 변화율을 파악하는 것이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다우리가 이야기하는 내용과 형식은 변해왔지만인간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않고서는 미지의 것들을 다루기 위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다루는 개념과 생각들은 변해왔지만현실을 다루기 위해 개념과 생각을 창조해 내는 것은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죽음의 양상은 달라졌지만 죽음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과학의 역사는 끊임없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변하는 것으로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바꾸어 간 역사이며변하지 않는 것 속에서 변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변하는 것들 사이에서 느리게 변하는 것과 빠르게 변하는 것들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다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의 논문들이 수많은 숫자와 데이터사례들로 주장하고 있는 것들도 이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들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명백하고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기로 일관한다죽음과 삶에 관련된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과학은 마치 죽음과 삶을 초월한 불멸자처럼 죽음과 삶을 다루지 않는다그래서 과학은 이데올로기적인 요소를 그 자체에 갖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과학적 세계관이라고 논해보아야 아는 것이 모르는 것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에서증명하지 못하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가설들을 신줏단지처럼 모시고서 세계와 자신을 스스로 모델링하게 된다학자들은 항상 수많은 변수와 외란이 존재하고 서로가 서로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비선형적이고 복잡한 자연계와 인간사회를 단순화하고 자기들의 주장을 일반화시켜 버리지만사실은 그 주장은 특정한 조건과 환경에서 국소적으로 작동할 뿐 신화보다도 더 못한 것이 되어 오히려 필요한 과학적 인식을 방해하기 일쑤이다.

가치와 권력의 문제가 기본 전제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과학은 그 출발점에서부터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두고 투쟁과 갈등이 벌어지게 된다경제학사회학정치학인류학 등 모든 사회과학이 그러한 전장이다주류라고 하는 것들은 그들의 주장을 객관적인 결과와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힘으로 주류를 만든 것이고그렇게 함으로써 주류에 편입되고자 하는 이들을 계속해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드러눕게 된 행인들은 자기 키가 침대보다 작다고 혹은 크다고 이야기해 보아야 소용이 없다프로크루스테스를 제압하지 못한다면 결국 늘여지거나 절단이 되어 죽을 운명이기 때문이다오로지 프로크루스테스를 때려잡을 수 있을 만큼의 힘과 기술을 가진 테세우스와 같은 이가 나타나 그를 해치워야만 그 침대가 사라지는 것이다그래서 노동계급의 과학은 당파성을 갖는데침대가 행인의 키에 비해 짧고 길다는 것을 논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침대 밖에 있는 악행의 프로크루스테스를 확인하고 그를 때려잡을 힘과 기술을 갖추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침대와 행인의 길이를 재고 비교하는 과학자들은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으나우리의 과학은 곧 죽음과 삶을 가르는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다우리는 침대의 길이나 키를 재고 있을 시간이 없다프로크루스테스를 때려잡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과학적 사회주의를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여기가 로도스다여기서 뛰어라!”

 

[문화] 99%인 ‘우리’라는 집단의 실체와 정체

  박현욱 ( 노동예술단 선언 ) (20 호에서 이어짐 ) 99% 인  ‘ 우리 ’ 라는 집단의 실체와 정체에 대해 문화적으로 답해보자고 했다 .  해서 좀 철지나긴 했지만 옛 드라마 얘기 좀 해보련다 . 2009 년도에 방영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