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9일 월요일

[과학칼럼] 과학지식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2)

 

[과학칼럼] 

과학지식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2)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


우리는 앞서 과학과 기술의 지식 생산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 있어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지식을 생산하는 행위자들의 집합인 과학 공동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 과학 공동체를 보다 엄밀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문제 해결 결과를 누구에게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행위자 집합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과학 공동체는 분과 학문별 공동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구성원은 공통의 지식 데이터베이스’ (학문과 지식의 총체)를 참조한다. 그리고 과학 공동체는 많은 경우 1)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인가? 문제는 어떻게 공식화되어야 하는가? (정의), 2)현 단계의 지식수준에서 그 문제에 대한 답이 있는가? (해결 가능성), 3)그 문제는 어떻게 풀릴 수 있는가? (해결 방법), 4)어떤 지식이 유효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문제 해결에 적용될 수 있는가? (지식의 유효성과 신뢰성), 5)누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해결 주체) 등과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제해결 행위를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과학 공동체는 지식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생산할 수 없으므로 사회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공급받아야 한다. 모 사회는 과학 공동체가 지적/물질적 복리에 기여하기 때문에 자원을 제공한다. 모 사회와 과학 공동체 간의 가상의 사회적 계약이 바로 과학 공동체의 존재론적 필수 조건이자 근거가 된다. 사회로부터 지원을 유지하고 공공복리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과학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수용하고 관리하는 사회와 과학 공동체 간의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이 인터페이스는 크게 과학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수용하고 그들에게 연구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대학과 출연연 등을 포함한 연구조직과, 펀딩 에이전시와 같이 자원 배분을 담당하기도 하고 연구와 연구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을 담당하기도 하는 매개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에 대한 사회적 기대, 연구를 위해 제공되는 자원, 연구를 통한 공공복리에의 기여 등은 이러한 조직과 그 조직을 지배하는 제도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조직과 제도를 통칭하여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이라 한다

과학 공동체와 모 사회는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구조적으로 결합하고, 필요 자원과 지적/물질적 복리를 교환하는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과학 공동체와 근대 사회는 특정한 형태의 구조적 결합과 상호작용을 발전시켰다. 과학 공동체와 사회와의 구조적 결합과 상호작용으로서의 각국의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은 역사성과 특수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본주의 국가의 보편성과 일반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국가 R&D 총예산 중 정부 R&D 예산이 20~30%, 기업과 민간이 70~80%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과학지식 생산에 있어서 총자본과 개별자본들의 역할 분담이 그 정도 수준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이 수치들로부터 간단한 질문이 나온다. 개별자본이 노동계급에 필요한 과학 지식은 자본을 투여해 개발할 리 만무하고, 그렇다면 총자본은 노동계급에 필요한 과학 지식을 어떻게 얼마만큼 생산하는 것일까, 과연 생산하기는 할까? 과학 지식의 보편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노동계급이 필요로 하는 과학 지식은 어떻게 생산되는 것일까? 노동계급이 필요한 과학 지식을 스스로 생산해낼 수는 없는 것일까?


2023년 10월 8일 일요일

《노동자신문》 제10호 (2023.10.9)★★★

 


윤석열 자본독재의 폭주 기관차, 어떻게 멈춰 세울 것인가?

9.16. 윤석열 퇴진운동본부(), 집담회 열어

 

편집국


지난 916, 윤석열정권 퇴진운동본부(), “윤석열 정부, 어떻게 퇴진시킬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집담회를 열었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발제에 나섰다. 그 내용을 대략 소개한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우선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공세 내용을 소개했는데, 눈에 띄는 신종 탄압은, 근로시간 면제제도 근로감독 결과 발표로 노조활동 위축을 시도하고, 세액공제와 연계한 조합비 회계공시 제도라는 교활한 정치공세다. 민주노총은 회계 공시 전면 거부 방침을 명확히 했다. 1111. 15만 전국노동자대회, 20만 민중총궐기 성사를 위한 계획을 제출했다. 사업 기조는 ··빈의 제안으로 시작된 <정권퇴진>투쟁을, 연대확장 노력과 더불어 퇴진투쟁의 주체역량을 지속해 강화하고, 퇴진운동본부()의 지휘력 강화 (퇴진투쟁에서 조직대중의 태세와 기세를 강화하고, 선도적인 완강한 투쟁 전개)”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급 노동조합 사업계획을 한편으로, 제주부터 서울까지 윤석열 정권 퇴진 노동자민중 전국 대행진, 전국 지역별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한마당 윤석열이 퇴진해야 할 백 가지 이유 전 등의 사업계획을 소개했다.

이근혁 전국농민회 정책위원장은, 상반기 투쟁을 평가하며 하반기 투쟁계획을 제출했다. 전 회원 결심으로 1만 농민대회ㆍ20만 민중총궐기 성사하여 윤석열정권 퇴진시키자!”라는 기조 아래, 11월 민중총궐기 투쟁을 조직하면서 내년 총선까지의 사업방향을 소개했다. 전선을 확대하는 농민대회, 농업의제를 폭발시키는 농민대회, 지역에서 흐름을 만들고 중앙에 집결하는 대규모 농민대회를 목표와 상으로 제시하며 시·군 단위 결의대회를 조직하고 있다.

이도흠 민교협 사회개혁특위장은, 세계적ㆍ한국의 객관 조건과 주체의 상태를 소상히 분석하여 제시했다. 이로부터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는 자본주의 체제라는 점을 도출했다. 퇴진 운동의 전략적 방향으로 탄핵이 아니라 퇴진투쟁, 신자유주의 체제와 기득권 카르텔을 해체하는 운동+사회대개혁+광장의 확보 및 유지, ··빈이 주도하고 자유주의 세력과는 전술적 연대, 전략적 목표는 6대 복합위기를 극복한 노동중심의 대안 사회상을 제시했다.

정영훈 촛불혁명완성연대 상임대표는, “모든 단위와 기관들이 연대하고 결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이제 윤석열정권 퇴진 및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같은 걸 출범시키고 합동집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오세중 노동전선 선전편집위원장은, 정세와 윤석열 정권의 성격을 요약하면서 전국민중행동, 윤석열정권 퇴진운동본부() 등과 같은 통일전선체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대중적인 조직적 결합력을 높여내고 내용적인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것, 박근혜 퇴진투쟁의 한계를 언급하며 노동자 민중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 투쟁과정에서 민중의 정치의식 고양과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진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노동자 민중 권력의 맹아로서 투쟁 속에서 건설되는 노동자 민중 투쟁의 지도부 구축하는 모든 사업이 진정한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황정규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사무처장은, “윤석열정권 퇴진투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자본주의, 반민주당 기조를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정타는 경제파탄, 민생파탄에서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체적인 역량을 강화하며 내년 총선 이후 전개될 본격적인 투쟁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것, “투쟁과정에서 정치적ㆍ조직적 독자성을 유지하며 퇴진투쟁의 기조와 내용을 분명히 세우는 것”, 이를 위해 노동자 민중의 정치의식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적극 배치하는 것, 투쟁 의제도 민생 파탄 등 민중들의 절박한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도 일반 민중의 다양한 참여가 가능하도록 기획해야 한다는 것,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해 정치총파업을 준비·전개해야 한다는 점 등을 제기했다.

주제준 전국민중행동 정책기획위원장은, 정세를 개괄하면서 퇴진운동본부 상반기 평가(경과)로부터 과제를 제출했다. “20만 총궐기에 대한 상과 이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투쟁계획 등이 입체적으로 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퇴진 투쟁을 기세 있게 발전시키고, 대중투쟁을 촉발해내야 할 과제”, “퇴진운동본부 확대 과제, 퇴진 중앙전선 구축 과제, 민중총궐기 투쟁 성사 과제등을 제시했다. 총력 집중과 한 점 돌파가 필요한 상황에서 1011일 강서 선거(정당), 10.21 민주노총 지역본부ㆍ각 연맹 선거 돌입 등의 상황도 넘어야 할 조건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민중행동은 노··빈의 역할을 높여내고 퇴진운동본부가 구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 지난 9월 16일 민주노총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어떻게 퇴진시킬 것인가?" 집담회 모습. 둥근 사진 죄측부터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이근혁 전농 정책위원장, 이도흠 민교협 교수, 정영훈 촛불혁명완성연대 대표, 황정규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사무처장, 오세중 노동전선 선전편집위원장, 주제준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정책팀장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 3만 명이 참가한 시민 축제



제10호 [기후·환경]

 

923일 기후정의행진 3만 명이 참가한 시민 축제


편집국


서울시청 앞 광장 일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은 다채로운 피켓들을 든 시민들의 많은 참여로 즐거운 축제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 집회를 이끄는 주최 측은 기후위기를 단지 환경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퇴보와 경제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종래의 환경운동과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세종대로에 모인 참가자들은 기후재난의 심각성을 호소하고 대기업과 부유층등이 주요한 원인 제공자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외쳤다. 저비용 고이윤 추구의 생산과정과 소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만연한 사회에서 환경의 문제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 하층에게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 올 수 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기후 참사는 저개발국에 더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

기후정의운동이 환경과 사회라는 측면에서 기후위기에 접근하는 관점은 노동운동단체, 빈민운동단체등 다양한 사회운동세력을 포괄 할 수 있게 해주며 기후위기의 해결이 현재의 사회체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해주었다.

집회가 끝난 뒤 용산 대통령집무실, 일본대사관, 정부서울청사를 지나는 행진이 진행됐고 다양한 퍼포먼스들은 주변 시민들의 많은 호응과 관심을 자아냈다.




[문화칼럼] 그럼에도 아름다우신가?

 


제10호 [문화]

그럼에도 아름다우신가?

박현욱


전태일 정신은 풀빵(나눔)이다.” “민주노총은 노동 안의 특권이다. 차비를 아껴서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주던 전태일 정신은 온데간데 없다마치 한 사람의 말인 듯하다. 그러나 앞은 2020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위원장(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한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 기사의 첫 마디이고, 뒤는 현 국토부 장관인 원희룡이 2021년 서울시의회에서 한 말이다. 요즘 말로 웃프다고 해야하나... 굳이 설명할 것도 없이 한 사람은 노동운동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고 다른 한 사람은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최선봉에 서 있는 자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대척점에서 가장 적대적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말이 마치 한 사람의 말인 듯 들리는 이 기묘한 현상 말이다. 두 사람은 전태일 정신과 그것이 풀빵정신임을 동일하게 말한다. 전태일 정신... 너무 익숙해서 정작 그게 뭔지 깊이 생각해보진 않은 말. 곧 있으면 전태일 열사가 분신 한 날이고 민주노총은 매년 그랬듯 전태일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를 진행할 거다. 앞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임금인상을 위해 투쟁하는 민주노총이 전태일 정신을 말하는 것 또한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보려나? 새삼 그 정신을 다시 생각하다 보니 이 기묘한 현상이 주는 불편함과 비슷한 불편함을 꽤나 느꼈던 듯하다.

전태일 열사와 풀빵, 그 아름다운 이야기야 사실일 테고 그 정신을 새겨 마땅할 일인데... 그래서 전태일 정신 계승이라 함은, 없을수록 더 아끼고 서로 나누자는 정신이란 말인가? 매년 수만의 노동자가 11월 둘째 주만 되면 그 나눔의 정신을 계승하자고 결의하고 최루탄, 물대포 맞아가며 투쟁해 온 거라고? 왜 그리 불편했는지 알 거 같다. 20여년 넘게 내가 그 대회에 참여한 이유는, 차비가 없어 집까지 걸어가면서도 저임금에 배고파하는 같은 노동자에게 풀빵을 베푸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했기 때문이 아니다. 돈 때문에 걸어서 출퇴근 하지 않는 세상, 풀빵 따위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했기 때문이다. 없는 이들끼리 나누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세상이 아니라 없는 이들이 없어지는 진짜 아름다운 세상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전태일 정신은 그런 게 아니란다. 없어도 나누는 정신이란다. 그걸 계승하란다... 누구 좋으라고? 한번 물어 보자. 그렇게 없이 살아도 풀빵 한 조각 나눌 줄 알았던 아름다운 청년이 자신의 몸에 불은 왜 지른 건데? 풀빵 나눔이 전태일 정신이라면 풀빵을 나눠 준 날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를 하지 왜 분신한 날 하는 건데?

 이제 전태일 하면 누구나 자동으로 아름다운 청년을 떠올린다. 그 시작은 1995년에 개봉한 한 편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로부터이다. 그 영화를 기대와 걱정이 섞인 마음으로 기다렸던 나는 제목을 접한 순간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답다니... 아름답다니... 아름다운 사람... 맞지... 그럼에도 아름답다니...아직 나는 도대체 얼마나 처절해야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를 수 있는지 감히 상상도 못하는데 22살의 나이에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며 절규했던 그 청년을 규정한 한 마디가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라니.

올해도 난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자는 그 노동자대회에 있을 거고, 결코 아름답지 않을 준비과정을 거칠 거다. 온통 불에 타들어간 자식의 몸뚱이를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에게 내가 못 다 이룬 일 어머니가 이뤄달라는 말을 남기며 죽어가도 아름다운청년이고, 그가 어머니에게 남긴 못 다 이룬 일이 풀빵과 나눔이 되어 있을 노동자대회. 그런 한, 앞에 말한 기묘한 현상은 전혀 기묘하지 않을 그 대회 말이다. 





 


 

 

 

 

[문화] 나는 사장님이 아니로소이다

  박현욱   ( 노동예술단 선언 ) 어제도 들었다 . “ 사장님 ,  이 제품 한번 써보세요 ”  마음속 깊은 곳에서  “ 저 사장 아닌데요 .  초면에 왜 그런 험한 말씀을 하시죠 ?” 라는 말이 올라와 목구멍을 간지럽히지만 ,  그저 웃으며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