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8일 월요일

《노동자신문》제12호 (2023.12.19) ★★★


 


이미 반토막 난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연금개악 시동,  기금 고갈론은 사기
 연금개악의 본질은 임금 삭감과 같아

 편집국

국민연금은 이미 반토막 났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당시에는 소득의 3%를 내고 평균소득의 70% 연금액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1998년 소득의 9%로 인상하고 평균소득 60% 지급률을 대폭 낮췄다. 2007년에는 또다시 평균소득의 40%로 지급률을 낮춰 거의 반 토막을 냈다. 이러할 진데, 윤석열 정권은 또다시 기금 고갈운운하며 국민연금 개악 프로젝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더 내고, 늦게 받고, 적게 받는연금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65세 이상 455만 명이 연금 수급자다. 전체 900만 노인인구 중의 51%에 해당한다.(2022년 기준) 평균 60만원 이하가 78%. 한국은 고령자소득에서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10%를 간신이 넘는 형편이다. 연금 소득이 노후 소득보장 역할이 아니라 용돈 수준이다 보니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0년간 매월 연금보험료를 내면 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평균소득 280만 원 받는 사람은 월 85만 원을 받는다. 평균소득 583만 원 받는 경우 월 126원을 받는다. 국민연금 지급 액수가 너무 적다. 현재 추세로 보면 이후에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턱없이 부족하다. 부족분은 사적연금에 가입하라고 부추겨 왔다. 그러나 사적연금은 노후보장을 못 한다는 것이 이미 판명 났다. 사적연금은 노후보장이 불가능하다. 우선 소득이 낮은 사람은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가입자 절반이 10년 이내에 해지한다. 보장기간도 대부분 10년으로 노후보장이 가능하지 않다. 국민연금보험 강화가 답이다.

'기금 고갈론'은 사기다. 노동자는 이 사회에 필요한 부를 생산한다. 전체 사회적 부의 일부분을 퇴직 후 노후 연금으로 지출할 뿐이다. 그러므로 청년세대의 연금기금은 그 당시에 생산한 부의 일부를 지출하는 것이다

공적연금 기금운용 재정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부과방식과 적립방식 있다. 부과방식은 적립기금 없이 당해 연도에 필요한 재원을 당해 연도 가입자에게 부과하는 방식이다. (건강보험, 유럽의 공적연금) 적립방식은 가입자가 나중에 연금을 받기 위해 미리 적립하는 제도다대부분의 나라에서 쌓아둔 기금없이 연금을 지급한다. 그해 걷힌 보험료로 연금을 지급한다. 부족분은 국가재정에서 지원한다.

(부분)적립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다섯 개 나라뿐이다. 정립액도 한국은 30, 일본은 3, 미국은 5년 치다. 한국이 이렇게 많은 기금을 쌓아두는 것은 오직 금융기관이나 자본의 투자자금으로 사용할 기금이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더 내라고 한다. 반면에, 퇴직한 노동자는 그들에게 산업폐기물일 뿐이다. 임금삭감을 하려는 것과 똑같이 지급할 연금을 더 늦게’, ‘더 적게받게 하겠다는 것이 연금개혁의 본질이다.

노동자는 평생 노동하며 그 사회의 부를 생산한다. 생산한 부의 일부를 노후에 받는 것은 권리다. 노후에 최소한의 삶이 유지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공적연금은 OECD 평균 GDP 7.7%를 사용한다. 한국은 3% 미만이다. 이를 위해 국가가 더 부담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국고 지원이 거의 없다. (1년에 100억 수준, 연금공단 운영비 연간 6천억도 기금운용 수익으로 운영)

공적연금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실업자,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 플레폼 노동, 다단계 하청 등 연금 등 연금으로부터 소외된 영역이 너무 많다. 모두 국민연금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사회보험료 노동자 부담을 줄이고 사용자 부담을 늘려야 한다. 한국은 노동자 보험료 절반을 부담한다. OECD 34개국 공적 기여율은 사용자 9.9% 노동자 6.2%.(2020년 기준) 노동자가 부담하는 금액을 낮춰야 한다. 고소득자는 더 내야 한다. 590만 원 넘어가는 소득에는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경제]

 

기재부 공화국을 극복해야 나라가 산다

신재길

지난 11월 주택담보대출이 5조 원 넘게 증가하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은행의 ‘11월 중 가계대출 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919,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54,000억 원 증가해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구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58,000억 원 증가해 전월(+57,000억 원)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 갔다. 다만 10월에 1조 원 증가했던 기타 대출이 한 달 만에 다시 감소(-3,000억 원)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67,000억 원) 보다. 줄었다고 한은은 밝혔다. 전체 금융권으로 넓혀 봐도 가계대출은 여전히 증가세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11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26,000억 원 늘었다.

국회 기재위 소속 양경숙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시중은행 등 19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주택담보대출 연체액과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0.24%1년 전(0.12%)의 두 배 수준이다. 연체액도 같은 기간 76백억 원에서 15,6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이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섰다.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 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빚을 못 갚는 차주가 늘어나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증가는 김대중 정권 때부터 증가하기 시작해서 2000년대 이후 지속해서 증가해 왔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구조의 문제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신자유주의를 적극 수용하면서 한국 경제도 부채 중심의 경제가 되어 국제금융독점자본의 놀이터로 변했다. 그 중심에 가계부채 문제가 있다. 한국경제는 김대중 정권 이후 지속해서 성장률이 저하했다. 이윤율 저하가 지속된 것이다. 독점자본가들은 이를 금융투기를 이용해 보충한다. 금융투기를 위한 기반이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격상승은 가계부채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

한국경제의 국내총생산(GDP)1995년 약 437조 원에서 2022년 약 2,162조 원으로 1,725조 원 정도 증가하였다. 그 기간 부동산자산은 2,204조 원에서 14,710조 원으로 12,506조 원이 증가했다. GDP 성장률보다 부동산자산 증가율이 더 높았다. 증가액 기준으로 볼 때 약 7배 정도 부동산자산 증가액이 GDP 증가액보다 많다. 돈이 부동산에 몰렸다는 의미이다. 이런 경향은 지난 정권인 문재인 정권 때에는 더욱 심화하여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액 대비 가계 부동산자산 증가액이 15배 이상 커졌다. 돈이 실물경제보다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줄을 쥔 사람이 주인이고 대장이다. 나라 돈줄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이 나라의 주인이다. 그리고 그 돈줄은 가계부채에서 나온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정책이 나올 수 없는 이유이다. 한국의 기재부는 예산과 금융 그리고 재정을 한 손에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이런 기재부를 중심으로 소위 부동산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 기재부를 중심으로 기재부의 직간접 영향력 아래 있는 국토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이 건설재벌 자본과 금융자본의 이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언론은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 주고, 검찰과 대형 로펌들은 법적 방어막 및 지원 역할을 한다. 그 대가로 퇴임 후 재벌기업과 대형 로펌, 금융회사 등을 비롯해 유관기관의 자리를 꿰차 로비하다가 다시 공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또한 재벌 건설회사와 금융회사는 언론과 대형 로펌의 주요 수입원이자 고객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재벌과 건설회사는 언론을 직접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부동산 카르텔이 권력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부동산 카르텔의 공적 대변인인 모피아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넘나든다. 이들은 국내외 독점자본의 앞잡이들이고 국내외 독점자본은 국가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본주의도 부채 중심의 약탈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그 중심에 기재부가 있다. 가계부채를 증가시켜 유지 시키는 부동산 공화국도 이제 막판에 다다르고 있다.

부동산 폭탄이 터지면 기재부를 해체하여, 기재부의 예산과 금융 그리고 재정에 대한 권한을 국회에 완전히 넘기고 국회는 기속위임제와 직능대표제로 바꿔야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약탈적 성격을 극복할 수 있다.



 

[뉴스해설]

 

? “미치광이가 대통령이 되었네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 격화의 소산이다

 

진상은(陳祥殷)

 미치광이가 대통령이 되었다? 저 멀리 아르헨티나의 이야기다. 지난 1119일의 결선투표에서 페론주의의 마싸(Sergio Massa)12% 정도의 득표 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달 10일에 취임하는, 극우 신자유주의 선동정치가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의 별명이 미치광이(El Loco)”라서 하는 말이다. 풍만한 머리칼(가발?)이 언제나 헝클어져 있어, 본인은 사자(獅子)’를 자처하고, 그의 지지자들은 미치광이라고 애칭한다지만, 정부지출을 잘라버리겠다며 벌목용 체인톱을 휘두르고 다니는 등 선거운동 중에 그가 보여준 기괴한 행태들은 그가 간데없는 미치광이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표만 된다면 되는 말 안 되는 말 가리지 않고 마구 떠들어대는 것도 물론 미치광이 증세다.

주지하는 바이지만, 아르헨티나는 지금, 예컨대, 인플레이션률이 140%를 넘고, 인민의 40% 가량이 극빈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경제ㆍ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다. 바로 이 심각한 위기야말로 저 미치광이가 대통령에 당선된 배경인데, 그 때문에 그의 핵심 공약은 돈을 마구 찍어내는 중앙은행을 폐쇄, 자국의 통화 페소(peso)를 폐기하고 미국의 달러를 자국의 법정통화로 사용할 것이며, 이런저런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등의 조치들을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여 인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맨 먼저 천명한 것은, 국유 에너지 기업의 사유화 등, 팔 수 있는 모든 국ㆍ공유 기업들을 모두 시장에, 즉 재벌들과 제국주의 다국적 기업들에 판매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우선, 저 극우 밀레이 정부는 자신들의 공약혹은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까? 국ㆍ공유 기업의 사유화야, 노동자ㆍ인민의 저항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실현하지 못할 결정적인 장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핵심적 조치’(?)일 중앙은행의 폐쇄-페소화 폐기-달러화() 등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여러 부르주아 언론조차 밀레이는 자신의 그러한 정책들을 뒷받침해 줄 의회의 기반도 없고, 법원이 그러한 조치를 인가해 줄 것인가도 불분명하며, 통화의 달러화를 위해 필요한 달러 자체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고, 그리고 인민대중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지출의 대폭 삭감문제에 이르면, 노동자ㆍ인민대중의 저항은 더욱 거세게 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삭감의 주요 내용인즉슨 실은 페론주의 정부가 그간 실시해 온 여러 형태의 사민주의적ㆍ포퓰리즘적 생활보조금의 삭감ㆍ폐지여서, 이는 인민의 생활을 곧바로 옥죄고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르주아 정파 간의 어떤 야합, 대중 기만ㆍ억압을 통해서는 밀레이 정부가 자신들이 공약한 정책들을 모두 실현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되면 과연 아르헨티나 노동자ㆍ인민대중의 생활이 안정되고 풍요로워질 것인가? 결단코 그럴 수 없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진단에 의한 근본적으로 잘못된 처방이기 때문이다. 밀레이의 처방들은 분명, 아르헨티나의 현 위기는 소위 좌익포퓰리즘이라는 페론주의, 즉 그 페론주의적 정책들이 초래했다는 진단에 근거해 있다. 부르주아 언론들도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과연 진실인가?

아니다. 저들의 그러한 진단은, 문제의 근본ㆍ본질을 보지 못하는, 그리고 보려고 하지 않는 저들의 계급적 한계, 계급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진단이며, 원인과 결과를 정반대로 파악한 진단이다. 위기가 페론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페론주의가 아르헨티나의 저 심각한 경제적ㆍ사회적 위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위기 그 자체는 직접적으로는 미제국주의의 지배, 즉 미제에의 종속으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특히 현대 자본주의에 고유한 전반적 위기의 격화로 인한 것이다. 페론주의가 아르헨티나의 현 위기, 그 심각한 위기에 책임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페론주의는, 그 위기 자체의 원인은 아니지만, 그 위기를 심화ㆍ증폭시켜온 주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페론주의는 왜 위기를 심화ㆍ증폭시키는 것일까

이른바 좌익포퓰리스트들 즉 민중주의자들인 페론주의자들 역시 (독점)자본가 계급의 이데올로기에 강하게 지배당하고 있어서, 저들 극우 밀레이 무리들과 마찬가지로 위기의 원인을 자본주의 그 자체, 즉 자본주의적 생산의 운동법칙 속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또한 거기에서 파악하려 하지 않은 채, 소부르주아적 선의(!)로만 그 위기를 해결하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제의 뒷마당이라는 그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다소 일찍 닥치기는 했지만, 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위기는 조만간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닥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그것의 운동법칙의 관철인데도,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지와 환상에 기초한 자신들의 소망과 의지가 자본주의의 운동법칙을 제어ㆍ수정할 수 있다는 듯이 덤벼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좌ㆍ우익 포퓰리즘은 모두 자본주의의 격화된 전반적 위기의 자식들이다.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에서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도, 그리고 트럼프 무리의 득세마냥 미국 등에서도 좌ㆍ우익 포퓰리즘이 권력을 장악하고 극성을 부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두 자본주의적 생산ㆍ사회 체제의 전면적 위기가 다시금 급격히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는 미치광이가 집권했지만, 그 기괴한 행태를 별도로 하면, 극우 파씨스트의 집권은 결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노동자ㆍ인민이 현시대 위기의 근본 원인과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는 한, 그리하여 그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 그 자체를 극복하지 않는 한, 어느 나라에서나 어떤 미치광이 극우 정권, 어떤 파씨스트 정권이 등장하여 노동자ㆍ인민을 전쟁의 재단에 바치고, 끝내는 인류의 공멸을 초래할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우리가 처해 있는 심상치 않은 국내ㆍ외 정세에서 많은 사람이, 막연히든 조금은 진하게든, 그러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 아닌가?

그러면 우리 사회의 노동자ㆍ인민 운동은, 특히 선진노동자들은 이러한 불길한 정세 전개에 정확히 대응하고 있는가? 누구도,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많은 사람이 국가보안법을 위시한, 이 나라의 파쑈적 억압에서 그 정확하지 못한 대응의 원인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른바 진보정치진보정당진보연합등에서부터 그 정확한 대응을 찾고 싶을 것이다. 예컨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연합정당이니, ‘정책연합당이니, 등등을 운운하는 것처럼.

그런데, 이 사회에서는 사실은 그럴 전망조차 없지만, 설령 그러한 소위 진보적정치가 가장 좌익적으로 실현되어 그들이 집권하고 이 사회를 경영한다고 해서 과연 이 사회의 노동자ㆍ인민이 겪고 있는 광범한 빈곤과 고통, 연간 2천 수백 명에 달하는 산재 사망, 연간 1만 수천 명에 이르는 자살의 문제 그러한 빈곤ㆍ산재ㆍ자살 천국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다름 아니라, ‘핑크 타이드의 저 남미 국가들, 예컨대,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 룰라 정권 등 브라질 노동당의 치적, 그리고 붸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등이 그 답을 줄 것이다. “결코 아니다라고!

자신들의 선의의 주관과 상관없이 독점자본과 제국주의에 봉사하는 몰과학적인 소부르주아 정치로서의 소위 진보정치, 오늘날 저 남미 국가들이 여실히 보여주는 것처럼 위기를 심화시키는 길이지, 그것을 해결하는 길이 결코 아니다. 노동자계급은, 선진노동자들은, ‘진보정치라는 망상을 버리고, 문제의 근원 그것과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근원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늘허리 매어 못쓴다!


[정치]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홍승용(현대사상연구소 소장)

1. 매직넘버 29

전두환은 통치자금이라는 이름으로 기업들에서 천문학적 뇌물을 갈취하여 법원의 추징명령을 받고도 환수를 피하려 자신의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고 사기 쳤다. 윤석열은 부산 엑스포 유치를 호언장담하며 수천억의 혈세를 낭비하고도 전두환의 저주 때문인지 겨우 29표를 얻어 만인의 비웃음을 사고 만천하에 자신의 무능을 자랑했다.

언론카르텔은 11929의 참패를 석패라고 뻔뻔하게 사기 친다. 양두구육과 후안무치는 무능하고 부패한 반민중 파쇼집단의 불치병인가 보다. 해명도 변명도 없는 온갖 어불성설의 행태들을 목격하고도 아직 긴가민가 판단이 서지 않는 분들이 있다면, 언론의 타락 수준만 아니라 자신의 윤리감각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돌아보시라. 그리고 오늘의 인간다운 삶과 내일의 풍요로운 평등사회를 위해 파쇼정권 타도 대오에 망설임 없이 동참해, 저 낯 두꺼운 사기꾼들을 향해 욕설이라도 난사하시라.


 2. 선거의 블랙홀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선거 관련 이슈들이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에너지를 모두 빨아먹을 기세다. 자본독재의 양대 분파인 국힘당과 민주당은 물론이고 군소 진보정당들까지 의석 하나라도 더 늘이기 위한 계산에 골몰하고, 이 셈법을 정치개혁이니 정치교체니 하는 공허하고 진부한 상투어로 포장하면서 이합집산과 몸집 키우기의 묘수 찾기에 여념 없다. 연동형과 병립형, 연합과 창당, 그리고 지지율 관련 간교한 혐오의 목소리들이 정치판에 난무하는 가운데, 한국사회의 근본문제들을 정치적으로 어찌 해결할 것이냐 하는 문제의식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본독재가 불가피하게 초래하는 난제들, 증식의 구조적 한계로 인한 경쟁 격화와 주기적 위기, 대량실업과 절대빈곤 양산, 위기의 전가를 위한 제국주의 전쟁, 2, 3의 후쿠시마를 잉태하고 있는 환경재앙 문제 등은 그 극복 주체세력 형성 및 극복 방법에 대한 논의와 함께 선거판의 블랙홀 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조직에 몸담고 있는 분이라면, 조직 몸집 키우기가 아니라 이 근본문제를 타개하고 대안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벽돌 한 장이라도 더 얹으시라.

 

3. ‘저들만의 잔치

자본독재 극복을 소명으로 삼는 우리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테두리 안에 머무는 선거를 저들만의 잔치로 단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소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소수파에서 다수파로 발전하는 것, 노동자민중의 광범한 지지를 얻고 다지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를 위한 객관적 조건은 명확하다. 노동자민중이 한국사회의 압도적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도 국가권력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모순적 현실, 노동자민중과 자본독재 사이의 모순, 나아가 전지구적 차원에서 제국주의 자본독재가 엄청난 생산력 자체를 통해 초래할 총체적 문명파괴의 위협이 그것이다.

이 조건을 발판으로 민주주의의 실질적 구현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다. 저들의 형식적 민주주의가 아닌 노동자민중이 국가권력과 생산수단의 주인이 되는 실질적 민주주의 구현! 이를 위한 최대 관문인 노동자국가 건설의 전략 전술을 감안할 때, ‘저들만의 잔치를 우리 일로 다룰 비법을 만드는 것도 우리가 떠맡을 일이다.

 

4. 노동자계급 헤게모니

헤게모니의 고전적 의미에는 자발적 동의라는 요소가 포함된다. 지배계급의 사상이 지배적인 사상으로서 피지배자들을 알아서 기도록만드는 것이 그 요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폭력 및 물적 조건과 함께 지배자들의 지적 도덕적 우위도 전제된다.

자본 헤게모니가 전지구를 뒤덮고 있지만, 저들의 지적 도덕적 우위는 물론이고 그 물적 조건 자체가 붕괴되어 가는 오늘날, 노동자계급 헤게모니의 확장공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넓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지배관계 자체가 사멸하게 될 평등사회에서는 노동자계급 헤게모니도 필요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자본독재 극복을 위한 해방전쟁이 불가피한 단계에서 소수파가 다수파로 성장하는 과정은 곧 노동자계급 헤게모니의 확장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자본독재의 근본문제들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현실적 대안이론 생산, 그 성과의 대중적 공유를 위한 조직적 투쟁, 이 과정에 따르는 희생과 노고의 누적으로 질적 도약을 만드는 과정이다. 노동자국가 건설은 이 질적 도약의 주요 이정표다. 선거든, 현장이든, 광장이든, 아니면 일상이든 어디서 불거지는 문제라도 노동자국가 건설의 전략 속에 녹여낼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앞장서서 떠맡을 일 아니겠는가.


[노동자 논평]

 

9.19 군사합의 파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해졌다

외교, 경제, 민생, 군사위기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윤석열 정부

 

이건수

이북이 1123일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하였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9.19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북의 9.19군사합의 파기 선언은 윤석열 정부가 북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이유로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의 효력을 정지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윤석열 정부는 22일 국무회의를 열어 9·19 남북 군사합의 1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 정지를 의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남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공중 감시·정찰 활동을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22일 조치에 대해서는 이북 역시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훈련 및 무력시위로 대응함으로써 남북 간의 긴장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처럼 실효성도 없이 남북 간의 충돌 위험만 고조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막무가내로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의 효력을 정지함으로써 북으로 하여금 9.19 군사합의 파기의 빌미를 준 것이다.

2018년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후속 조치로 그해 9월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지상·해상·공중 모든 공간에서 남북의 적대적 군사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9·19 군사합의는 체결 이후, 북의 군사행동이 줄어들면서 남북의 우발적·국지적 충돌을 예방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소위 가치외교를 일삼으며 윤석열 정부가 국제적 고립은 물론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의 패권적 대외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며 러시아와 중국을 적대시하다가 국가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안보위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중국경제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중국을 적대시하다가 코로나 이후 중국경제가 회복될 때, 그 긍정적인 영향을 전혀 받지 못했다. 최근 APEC에서도 시진핑과 3분간 대화하는데 그치는 등 홀대를 받아도, 제 밥그릇을 제 발로 찬 형국이라서 대응할 방법이 마땅찮다.

최근 러시아와 북이 관계 회복을 하면서 군사교류도 강화되고 있다. 22일 북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도, 러시아의 발전한 우주기술에 도움받은 바 클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면서 러시아를 적대시한 결과다.

이 모든 것이 막무가내 윤석열 정권의 자업자득이다. 외교도, 경제도, 민생도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졸속 대응,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 적극 호응, 남북 간의 군사긴장 등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생명과 안전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기본이 안 된 정권은 존립의 이유가 없다.

 

[정치]


"노동자민중세상 쟁취", 어떻게 할 것인가?

 

오세중

지난 1127일 민주노총 선거에서 양경수 위원장이 선출되었다. 민주노총 역사에서 첫 번째 연임 위원장이 되었다. 이번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과정에서 두 후보가 서로의 공약을 홍보했는데, 두 후보가 내건 공통의 내용은 윤석열 정권 퇴진! 노동자 민중 세상 쟁취!’이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 세상을 쟁취하는 방법에 있어 두 후보는 서로 다른 듯하다. 양경수 후보는 본인 스스로 진보당 소속임을 밝히며, 내년 총선에서 진보정당들의 원내 진출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한편 박희은 후보는 노동자 민중 세상 쟁취를 위한 민중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재 보수 양당이 총선 관련 선거제도 논의가 진행 중인데, 병립형 선거제도로 회귀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 역시나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개량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는 시기이다. ‘노동자민중세상 쟁취는 개량의 방식이 아니라 혁명적 투쟁을 통해서 가능하다. 내년 총선에서 원내 진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전면적인 윤석열 퇴진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또한 윤석열 퇴진 투쟁 이후에 노동자 민중이 건설할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보수양당의 기득권 싸움을 보면서 노동자 민중은 패배감과 좌절감을 겪고 있으며, 체제전환 투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투쟁의 지도부가 전망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투쟁을 조직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의 선거에서 조직력이 약했던 후보가 1위로 당선된 것은 무엇보다 활동가들의 헌신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당면 투쟁을 방기한 채 총선에 허망한 기대를 하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단위 사업장의 투쟁을 윤석열 퇴진투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한다. 국회뿐만 아니라 사법, 행정 등 모든 국가권력 기관의 기득권과 관료를 몰아내고, 노동자 민중의 민주주의가 관철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노동자의 생존권보다 개별 기업의 경쟁과 생존이 우선시되는 이 사회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여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생산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노동자 민중 세상은 노동자 민중의 전면적인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정치]


거부권 행사 남발하는 윤석열을 거부한다!

  

편집국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조 및 3조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12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거부건 행사하라는 의결을 하고 윤석열은 시나리오대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간호사법을 거부하더니 이번에는 방송 3법과 노동법 개정안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권은 일제 전범 기업 강제 동원 배상책임 면제하여 대법원판결도 무시한 바 있다. 입법부에서 만든 법도 소수 기득권 세력과 자본의 이해에 반하면 어김없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교묘하게 시행령을 만들어 입맛에 맞는 정책을 추진한다. 막가파식 자본독재 정권의 민낯이다.

노조법 2조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 삼권 행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3조는 교섭조차 할 수 없었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진짜 사장과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노조법 제2조 제2항의 사용자의 정의를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또 제3조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에서는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문장이 추가되었다. 이 조항은 손해 발생의 영향을 미친 만큼만 책임을 지게 한다는 취지인데, 악용의 소지가 매우 많은 불완전한 개정안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하청 등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지나치게 열악하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결정권이 있는 원청 대기업과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용역하청바지사장이 아니라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다소라도 완화할 수 있다. 국가와 자본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투쟁을 불법으로 몰아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단체행동권을 파괴하는 데 사용해 왔다. 지난 20여 년간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대우조선, 철도노조 등 수많은 노조와 노동자들이 가혹한 손해배상으로 고통과 죽임을 당했다. 노동법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 삼권을 온전히 보장해야 하고 민법을 끌고 와서 노조를 탄압하는 노동 삼권을 짓밟는 행태는 반드시 근절시켜야 한다.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적 가치를 어기고 무리한 입법을 할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대법원이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판결을 했고, 법원행정처는 무리한 개정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출한 개정 노조법은 헌법적 가치를 위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자본가 단체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요구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물며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하여 20231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2%가 노조법 2조 개정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 16일 전국 18세 이상 113명을 상대로 실시한 노란봉투법 개정 관련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63.4%부적절하다’, 28.6%적절하다

헌법이 노동 삼권을 보장하는 것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불평등한 힘의 관계 속에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선배 노동자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투쟁을 통해 확보한 권리다. 그것은 노동자의 최소 삶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장치이자 기본권이다. 그러나 자본독재 권력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 삼권을 노동법에서 온전히 보장하지 않고 온갖 제한을 두었다. 거기다가 민법(손배소)까지 끌고 와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공격해 왔다.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확보를 위해 목숨 바쳐 투쟁해 온 역사는, 노동자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정치]

국민연금을 "사적연금"으로, 
윤석열의 최대 사기극이 시작됐다

 

이 열

1027일 정부는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연금개혁안에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에 대한 확정적인 수치가 포함되지 않고 개혁 방향 정도만 제시했다. 소득대체율 조정은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층노후소득보장 틀 속에서 구조개혁 논의와 연계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낼 돈ㆍ받을 돈제시하지 않고 총선 의식 빈수레를 냅다 국회에 던져버린 셈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구체안 없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것은 특히 청년세대에게 보험료만 더 내라는 의미로 다가와 국민연금을 불신하게 만들 수 있다.

왜 정부와 여당은 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노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의 단체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 빈수례지만 현재의 덜 내고 더 받는부과식에서 낸 만큼 돌려받는적립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방향을 설정한 것일까? 왜 지금까지 정부는 기금고갈론으로 국민의 불안만을 고조시키는 것인가?

이는 사실상 국민건강보험을 미국식 민간보험으로 바꿔치기를 시도하듯이, 국민연금 역시 사적연금으로 바꿔치기하려는 사기 행각에 다르지 않다. 현재의 물가, 수익률 변동 등 제도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따른 손실위험을 국가가 책임지는 부과형을 사적연금식의 적립식으로 전환하면 손실위험은 국가가 아닌 가입자 개인이 부담하게 되며, 그렇지 않아도 노후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피하지 못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반의 반토막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연금 개혁 정책은 총선이 끝난 이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문재인 정부 때 4차 추계 때 민주당이 국민연금에 대해 개혁과제를 밝히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로 국민연금에 쌓여있는 엄청난 기금을 자본가의 손에 고스란히 넘겨주려는 욕심만 가득 부리고 있다.

 


[편지]

 

함께 싸우는 2019년 입사자 동지들에게

 

강혜지 (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

안녕하세요

저는 22년도 4월 입사한 강혜지 상담사이자 서울지회의 귀여운 재간둥이 부장입니다저는 7년 경력을 가진 호텔 셰프였습니다.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속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몸이 망가지고 위험하여서 그 경력을 과감히 버리고 선택했던 첫 고객센터 일이 여기입니다. 제 고향은 제주도입니다. 제주도에서 혼자 올라와 타지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낯선 환경 낯선 업무 속에 적응할 수 있었던 건 노동조합에 가입했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은 19년도 이후 입사자들은 하루하루 고용불안으로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뒤숭숭하여 밤잠을 설치며 때론 혹시 예고 없는 해고를 당할까 두려워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쟁대위들이 함께 단식을 시작하여 하루하루 쓰러져 나가고 마지막 저희 지부장님께서 곡기를 끊으신 지는 벌써 한 달이 되었습니다.

저희 지회장님도 그리고 전국의 대표자 동지들, 그리고 지부장님도 하나같이 저희를 한 명도 놓고 갈 수 없다는 말씀에 용기를 가지다가도 저 때문에 이분들이 너무 큰 무리를 하시는 게 아닌지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마 동지 여러분도 같은 맘 아실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그리고 저와 같은 19년도 2월 이후 입사한 동지들은 이력서-면접-교육-시험까지 치러 당당하게 입사하였습니다. 그러고 저는 이제 새로운 신입 상담사 동지들에게 여느 선배 상담사님들처럼 저도 상담스킬을 제법 알려주는 2년차 상담사가 되었습니다. 19년도 228일 이후 입사자들은 지금 이미 저에게는 까마득한 4, 5년차 선배들입니다.

그런데, 공단은 다시 한번 더 공개채용을 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처음 노동조합에 가입할 때만 해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험 보라면 봐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신입을 지나서 숙련된 상담사가 될 때까지도 소속기관 문턱도 못 밟게 한 공단의 태도에 답답함과 분노스럽습니다.

이사장님은 도대체 어떠한 능력을 원하시는 건지 납득이 안 됩니다. 저와 선배동지들의 경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리란 말일까요? 저와 저의 동지들은 고객이 어떤 질문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매일 공부하고 CKMS 검색을 하여 찾아보고 공부해야만 상담할 수 있습니다. 지사 담당자 연결 요청을 해도 최대한 민원이 가지 않게 욕받이를 자처하여 마다하지 않고 일하는 상담사입니다. 이사장님, 더 이상 저희의 능력을 폄하하지 말아 주세요. 저의 노고와 건강보험과 함께했던 시간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저는 상담사로서 미래를 꿈꾸며 일하고 싶습니다.

동지 여러분, 저에게 있어 노동조합은 버팀목이자 선배들과 동기와 후배까지 함께 한뜻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고 기회였습니다. 지부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혼자는 약하다, 그러나 뭉치면 강하다!” 우리 모두 함께 그 말에 맞게끔 우리 다 같이 뭉쳐 꼭 소속기관 전환도 하고, 공개채용이라는 헛된 꿈을 가지고 있는 공단컨설팅 결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립시다!

저는 과거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미래가 더욱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 총파업 투쟁에 열을 다할 것이고 다 같이 싸워 이겨내고 싶습니다! 추운 겨울 함께 뭉쳐서 뜨거운 마음으로 이겨냅시다!! 투쟁! 



[노동]


방영환 열사 탄압했던 해성운수 정승오 대표 구속


김장민 

방영환 열사를 탄압했던 해성운수 정승오 대표가 1211일 구속됐다. 정승오가 구속된 것은 유가족과 관련 대책위원회들이 구속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해 왔고, 정승오가 다른 노동자도 폭행하는 등 다수의 범죄를 자행했음에도 반성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재판에서 정승오의 엄벌을 요구하는 법정투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승오가 사과나 배상을 거부하고 있어 노동당, 공공운수노조(택시지부 포함)가 주도하는 대책위원회는 해성운수의 모회사인 동훈그룹에 대한 압박투쟁을 확대하고 있다. 대책위는 정승오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이후 고용노동청 앞 농성을 접고 감독행정청인 강서구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유가족은 대책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방영환 열사에 대한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과거 사측의 괴롭힘과 범죄로 인해 분신자살한 경우에도 산재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정승오 구속 이후 대책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강성심병원 분향소와 노동당 노동위원회가 담당하는 해성운수 앞 분향소는 이후 주기적인 집회를 하지 않지만, 장례식을 할 때까지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원회는 택시 완전월급제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시청과 협상하고 있으며, 강서구청에 대한 압박투쟁도 시작했다. 서울시는 동훈그룹뿐만 아니라 전체 택시 회사에 대해 전액관리제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며, 내년에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방영환 열사 생전에 해성운수 투쟁을 했던 방영환 열사 투쟁에 함께 하는 사람들역시 해성운수 앞 투쟁을 최소화하고 서울시청 앞에서 주기적인 집회를 열기로 했다. 특히 이들은 방영환 열사와 생전에 같이 활동했던 동지들이 만든 공공택시실천단과 함께 택시 자본을 타도하고 공영제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택시월급제를 쟁취하자!”는 장기적인 목표를 내걸고 택시 바로 알기 신문’ 3만 부를 배포 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e4XjQJSBUU (MBC뉴스 영상)


 

[노동정세 일지]


중대재해처벌법 중단 촉구 긴급 결의대회 


편집국

1. 노조법 2·3조 개정입법안의 조속한 공포를 촉구

1113,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동주최 노조법 2·3조 개정입법안의 조속한 공포를 촉구하는 운동본부-양대노총 공동기자회견. 용산 대통령실 앞. 남재영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이날부터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단식 돌입. 119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국민의힘은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 고용노동부장관이 노조법 개정안 통과 직후 대통령 거부권 건의 시사 (121일 임시 국무위에서 거부권 의견 의결, 윤석열 시나리오대로 거부권 행사)

측은 통상임금 관련 노사간 합의사항은 철저히 무시한 채, 직무급제 도입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음. 정부는 총인건비 가이드라인을 통한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임금교섭권 침해 이외에도 노조 회계공시 압박,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노동시간 개악, 노조법 개악 시도 등을 통해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마저도 박탈. 정부는 사적연금 활성화를 신속히 하면서, 국민연금은 고사시키고 있음.


2. 대통령을 거부한다!

11월 20일, 민주노총 조합원 5000명의 참여, 노조법·방송법 즉각 공포! 거부권 저지! 민주노총 총파업·총력 투쟁대회’. 동화면세점 앞. 동화면세점 앞은 개정 노조법의 즉각 공포를 요구하며 노조법 2, 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인 남재영 목사의 단식과 함께 대통령거부권 저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곳. 노조법 개정안 즉각 공포를 요구하는 노동, 시민, 사회, 법률, 인권 등 민주노총 조합원을 포함한 다양한 단체와 개인이 저녁 문화제와 노숙 농성 등을 진행.


3. 국민연금 개악, 실질임금 인상, 직무급제 도입 분쇄, 국민연금 총파업

11월 28일,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는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2023년 국민연금 노동자 총파업대회를 개최. 주요 요구는 실질임금 인상, 직무급제도입 분쇄, 연금민영화-사적연금 활성화 저지. 총파업 대회 이후에도 상황의 개선이 없는 경우 12월 중 2차 총파업을 추진할 예정. 국민연금 사측은 통상임금 관련 노사간 합의사항은 철저히 무시한 채, 직무급제 도입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음. 정부는 총인건비 가이드라인을 통한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임금교섭권 침해 이외에도 노조 회계공시 압박,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노동시간 개악, 노조법 개악 시도 등을 통해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마저도 박탈. 정부는 사적연금 활성화를 신속히 하면서, 국민연금은 고사시키고 있음.



4.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해고없는 전원 전환 촉구 단식투쟁

11월 30일, 공공운수노조는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이은영 지부장의 단식 30일 차를 맞는 11월 30일 원주 건강보험공단 앞에서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해고 없는전원전환을 촉구하는 노조 집중 결의대회. 지난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단의 소속기관으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정규직 전환을 합의했지만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들에 대해서 공개경쟁채용을 주장하는 등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1,693명 중 7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노조는 지부장의 단식 상황이 더 길어지지 않도록,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에게 대화를 촉구. 


5.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고용승계를 촉구하며 2차 일본 원정투쟁에 돌입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가 122일부터 6일까지 일본 자본 닛토덴코에 구미공장 먹튀 중단,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2차 일본 원정투쟁에 돌입. 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지난 4일 도쿄 닛토그룹 영업본사를 방문. 지회는 닛토그룹에 ·사 합의한 단체협약에 따라 긴박한 경영 악화 또는 사업양도 등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는 노조와 고용안정 관련 사항을 심의, 결정해야 한다”, “닛토덴코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이를 거부하면서, 부당한 청산을 강행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해 사회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일본 본사가 일방적으로 청산한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물량을 평택 한국닛토옵티칼로 빼돌렸다라며 물량 따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고용도 당연히 승계해야 한다. 닛토덴코는 대화에 즉각 나오라라고  촉구. 


6.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긴급 결의대회

12월 5일 오후 2시 국회 앞,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긴급 결의대회. 전국의 400명의 조합원들이 참가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을 촉구.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지난 3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내년 1월 시행예정인 50인 미만 기업(공사규모 50억 미만 현장)에 대한 법 적용을 2년 더 미루는 법을 발의하겠다고 전함. 이에 민주당은 원내대표는 조건부 동의가 가능하다고 밝히는 등, 정확한 적용 유예 반대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음.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반복되는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 책임자를 엄청 처벌하기 위해 투쟁으로 쟁취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이 총선을 앞두고 보수양당 정치적 셈법에 의해 개악될 처지에 놓여있다이 개악은 단순히 중소영세 사업장 법 적용 시기를 조정하는 문제를 넘어서는 일이다. 노골적인 친기업 정책으로 일관하며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노동부와 검찰의 봐주기 수사, 솜방망이 처벌을 확대하고 결국 법 자체를 사문화 시키는 전략이라고 지적.


[기획]


국가보안법 철폐 없이 노동해방은 없다


조명제

1925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의 모체 일본 치안유지법은 제1조에 국체(國體)를 변혁하고 또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결사를 조직하거나 또는 그 정()을 알고서 이에 가입한 자는 십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함이라고 명시하며 이 악법 본래의 목적이 노동자계급과 사회주의 세력의 저항을 잠재우기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하에 악명을 떨치고 1948121일 이승만정권에 의해 거듭난 국가보안법은 그 목적을 그대로 하고 폭력을 극대화하여 여타 파쇼악법과 함께 노동자 인민에 대한 탄압과 살인에 앞장서 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이다. 박정희정권 초기, 특히 한국(조선)전쟁을 전후하여 무법천지의 국가 폭력이 자행되고 변혁세력에 대한 인적 청산작업이 벌어져 이후 30년간 이남에서 변혁운동의 씨를 말리는 역할을 하였다.

희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지금껏 당당하게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독점자본(재벌)과 파쇼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 인민의 무기 즉, 정치사상의 자유를 봉쇄하는 그들의 목적이 사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노동자 인민의 처지에서는 정치사상의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 사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악법과의 투쟁 과정에서 잘못된 인식이 나타나기도 한다.

민족적 통일을 지향하는 세력 중에는 국가보안법의 반통일적 성격에 집착해, 노동자 인민을 위한 통일이냐, 자본주의적 통일이냐의 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의 칼을 휘두르는 지배세력, 즉 정권과 미제가 결탁하여 벌이고 있는 이북에 대한 경제제재와 때에 따라서 과감하게 내뱉는 이북정권의 몰락은 이후 통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는가? 독점자본의 지배와 미제가 작동하는 통일 말이다.

일부는 사상과 언론 결사의 자유가 봉쇄된 지금의 상황에서, 반혁명적 이론과 이북에 대한 왜곡된 정보에 물들어, 결론적으로 지배계급의 반공주의에 일익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것은 우파에 대한 뿌리 깊은 정서적 반감과 결합해 국가보안법의 반노동자성을 간과하거나, 그 투쟁에 적극성을 띠지 않는 경향을 낳기도 했다.

이 같은 편향과 오류는 국가독점자본주의 시대 즉 제국주의시대의 모순에 대한 몰이해에서도 비롯되는데, 한반도에서의 분단과 통일의 문제가 노동과 자본 간의 모순의 현상 형태로서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본질과 현상에 대한 변증법적 인식을 통해 파악하고 있지 못함에 따른 것이다.

자본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노동자 인민에게 그 위기를 고통으로 전가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에서는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모순이기에 체제의 극복이 없다면 고통의 끝도 없을 뿐이다. 더구나 노동자가 체제에 저항하고 그 극복을 위한 투쟁에 나서지 않는다면 당근은 사라지고 채찍을 휘두르는 자본의 공격은 더욱 가혹해진다. 자본의 위기가 갈수록 깊어짐에 따라 당근의 여유조차도 가질 수 없게 된 독점자본은 오로지 착취에만 매달리게 된다. 사회주의 쏘련의 붕괴 이후 신자유주의의 득세와 함께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수탈의 역사가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무인생산 단계에 이를 정도로 발달한 생산력은 그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이기에 노동자 인민에게 풍요를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생존권을 경각으로 내모는 역할을 할 뿐이다.

한층 심화된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소유의 사적 성격 간의 모순은 새로운 생산관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독점자본은 생산력을 파괴하여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억지로 꿰맞추려 한다. 독점자본의 모순은 날로 깊어져 가고 그들과 국가가 결탁한 제국주의 전쟁은 시시때때로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사상적 자유는 체제 극복을 위한 자본과의 전쟁에서 필수적인 무기이다. 정치사상의 자유,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는, 평등세상을 향한 정치의식의 고양과 더불어 현시기 노동자계급의 우선적 과제이고 반드시 확보해야 할 과제인 정치 참모부의 건설을 앞당길 것이다. 그래서 자유주의 소부르주아에게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목표일 수 있지만 노동자에게 그것은 노동자 인민의 권력쟁취를 위한 수단이 된다.

우리의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법으로 독일의 사회주의 탄압법이 있었다. 독일사회주의노동당(독일사회민주당 전신)은 이에 굴하지 않고 열정적인 활동을 통해 법을 폐지 시키고 조직적으로 급성장했으며 수많은 노동자 인민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윤석열 정권은 임기 내내 공안탄압과 함께 국가보안법을 그 유력한 무기로 휘두르려 할 것이다. 이미 노동자 인민의 고통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 분노를 투쟁의 확대로 이어가야 한다. 지배계급이 75년간 고수하고 있는 이유, 즉 노동자를 정치적 무권리 무기력 상태에 빠뜨려 체제에 대한 저항의지를 버리기를 바라는, 그 이유와 목적을 깨부수지 않고 운동은 나아갈 수 없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대중의 역동적 분위기를 만들고, 주요한 인민적 요구와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의 슬로건으로 대중을 결집해 내자! 지금도 간첩단 조작사건을 획책하며 노동자 인민 탄압의 선두에 서 있는 국정원 해체 투쟁에 나서자! 민주주의 사수에 절절한 모든 노동자와 인민이 단결하여 희대의 악법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새 세상을 향해 진일보하자! 


 [영화 단상]


민주주의를 선동하는 영화와 피하고 싶은 자들

 - 영화 서울의 봄(2023)


박찬웅

영화 서울의 봄열기가 뜨겁다. 12. 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 12일째(123일 기준) 관객 425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는 이미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쿠데타 주도세력인 하나회와 우유부단하며 보신주의에 가득 찬 군부의 상층관료들, 그리고 쿠데타를 저지하려는 소수 장교 간의 대비를 통해서 긴장감 있게 표현하였다. 영화는 과도한 설정이나 감정을 자극하는 애국주의적 서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간의 대비만으로도 상영시간 2시간 2115초 내내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쿠데타 저지 측에 서 있던 8공수(영화와는 달리 실제로는 9공수이다. 특전사에 근무했던 공공운수노조 양규서에 따르면 공수부대 여단의 부대표기는 홀수로만 표기된다고 한다.)여단이 쿠데타군 수뇌부들이 모여 있던 수도사령부 경비단을 타격하기 위해 서울로 진입하려는 순간 관객들의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기대와는 달리 육군본부 벙커에 모여 있던 군부 상층관료들은 다 같은 국군 아니냐는 타협과 절충을 앞세운 채 쿠데타군과 신사협정을 맺고 8공수를 회군시켰다.

그 사이 전방에 있던 노태건의 3사단과 2공수여단이 서울로 진입할 수 있었다. 전두광의 합수부에 의해서 언론과 모든 정보가 차단되고 통제되어 있었던 상황에서 그 늦은 밤, 거리의 사람들은 서울로 진입하는 한강 다리가 통제되면서 영문도 모른 채, 오도 가지도 못하는 차량에서 쿠데타군의 진입을 늦추는 바리케이드 역할밖에는 할 수 없었다. 대세가 기울자,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한 채 숨어 있던 국방장관, 군부 상층관료들은 쿠데타의 사후적 승인을 위한 병풍이 되었다. 영화 내내 보여준 그들의 기회주의적이며 국민에 대한 배신적 행태는 관객들의 분통을 터지게 했고 혹시나 관객들이 기대했을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영화적 배반에 대한 기대감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다음 날 새벽, 전두광과 하나회 장성들은 참모총장 정상호 체포 건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결재서류를 내밀었다. 사태의 진정한 정치적 의미도 모른 채, 긴박했던 밤을 보냈던 대통령은 자신이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민주주의자임을 보여주는 소극적 저항을 보여주는데 멈추어 섰다. 결재서류에 ‘12·13 05:10 AM’이라는 승인 일자와 시각이 클로즈업되며 12·12 사태의 계기가 되었던 참모총장의 체포가 사후적 승인임을 보여주었다. 쿠데타 저지군의 희생과 노력이 좌절로 끝나고 자기 체면이나 세우려는 소심한 저항을 보는 관객이 느끼는 기분은 쿼바디스(우리를 놔두고 어디로 가시나이까.)였을 것이다.

서울의 봄은 영화가 가지는 편집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동 시간대의 쿠데타군과 반란 저지군의 공간을 짧게 교차시켜 보여줌으로써 쿠데타군과 저지군 간에 상호 충돌하는 대치과정의 긴박감을 높여주었다. 12.12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루어진 짧은 시간대와 쿠데타군과 저지군이라는 대립 구도가 명확한 사건에 걸맞은 빠른 교차편집은 관객들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속도감을 느끼게 했다. 영화의 편집은 시대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핵심적 메시지를 중심적으로 보여주는 쇼츠(15초 이내의 짧은 영상) 영상의 연속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영화 관람객들의 반응도 다른 영화들과는 달라 보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쿠데타에 성공한 하나회 장교들이 보안사령부 앞에 모여서 촬영한 쿠데타 성공 기념사진을 보여주었고 쿠데타 이후 개개인의 출세 이력이 그 사진 위에 자막으로 겹쳐 흘렀다. 전두광과 노태건은 대통령이 되었고 나머지들도 장관이며 국회의원 한 자리씩을 차지했다. 이어지는 장면은 검정 배경화면에 배우들 소개 자막이 흘러나왔고 전선을 간다.’라는 군가가 배경음악으로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전선을 간다.‘는 합창곡이 끝나갈 동안 관람객 아무도 일어서지 않았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간 그때 그 자리군가의 노랫말처럼 당시 쿠데타군을 저지하던 몇 명의 젊은 군인들은 쿠데타군에 의해서 사살당했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 군가의 가사는 이렇게 끝맺음 된다. ‘전선을 간다.’는 군가의 마지막 후렴구는 쿠데타를 저지하려 했지만, 패배한 그 전선으로 우리들을 나오라고 손짓한다. 관객들은 영화의 마지막 끝까지 대통령과 상층 군부관료들이 이탈해 갔던 그 전선을 지켰다.

영화가 끝나고 이어지는 장면과 합창곡으로 인해서 서울의 봄은 정치적이며 선동적인 영화가 되었다. 보수우익의 준동으로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이 영화의 단체관람이 무산되었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른 수많은 영화 관람평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전직 대통령 문재인도 분노가 불의한 현실 바꾸는 힘 되길를 바란다며 본인의 영화 관람평을 덧붙였다. 마치 그날의 대통령이 쿠테타의 합법성을 치장하기 위한 형식적 서류에 사후승인임을 소심하게 새겨 넣었던 것처럼 그도 현재의 역사적 책임으로부터 피하고 싶은 자이다.


영화와 역사적 사실, 현재와의 대화

코로나 사태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자본주의가 가져다주는 개인화 경향을 가속화시켜 대면 모임은 적어지고 사회의 집단성은 약화되었다. 임기 초반부터 반수를 넘는 견고한 부정적 여론에 힘입어 현 정권에 대한 퇴진운동이 연일 계속되었지만, 퇴진 시위의 대중적 결합은 좀처럼 형성되지 않았다. 영화 관람료가 인상되었고 흥미를 끌 만한 영화가 개봉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영화 관람객들도 줄어들었다. 영화 관람은 사람들에게는 친목의 수단이자 작은 모임의 계기였다. 이 영화는 사람들이 좀처럼 모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다시 사람들로 하여금 집단성을 만들어 내었다.

관람객들은 자발적으로 영화 서울의 봄 보고 스트레스 챌린지라는 영화 외적 놀이까지 만들어 냈다. 영화 상영시간 내 스트레스 지수의 변화를 스마트 워치로 측정하고 SNS에 인증하는 릴레이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12.07)는 스트레스 지수가 얼마나 위험한지, 심근경색이 4.7배 더 증가할 수 있다며 관람객들의 건강을 염려해 준다. 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지 말라는 충고로 들리는 이 기사는 무척이나 친절하다.

보수우익들과 친절한 동아일보가 나서서 관람객이 늘어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서울의 봄은 개봉 18일 만에 관람객 600만을 넘어섰다.(12.09) 지금 추세라면 1,000만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재미가 흥행을 이끄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단지 과거 사실에 대한 흥미와 그것에 대한 영화적 장치들의 정교함으로만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격언이 있다.(에드워드카,1961)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치고 있는 민주주의 퇴행 과정, 소수 검찰 집단의 공권력을 이용한 국가권력의 장악과정과 이를 막지 못한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권의 탄생과 이후의 행태에서 겪는 기시감이 사람들에게 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 배경이다. 그래서 보수언론과 우익 정치세력까지 나서서 이 영화의 성공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들의 마지노선은 영화 인천상륙작전’ (705) ‘연평도 해전’(600)일 것이지만 서울의 봄관람 추세는 그들의 바람을 넘어섰다. 거리의 집회에서 폭발되지 못했던 정치적 사회적 대중의식은 영화 상영관으로 전장이 옮겨진 채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대중 정치의식의 발전과 상승의 과정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지난 시기 윤석열 검찰 집단의 정치권력 장악과정에서 보여준 집권 민주당 세력의 우유부단한 태도와 반개혁적 대응은 쿠데타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군부 상층관료들을 떠올리게 한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정치 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직 대통령의 발언은(2021.06.18) 제도와 절차를 중시하는 자신의 인품을 드러내 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군부 상층관료들의 신사협정이 하나회 쿠데타군의 성공에 기여했던 것처럼 검찰집단의 발을 묶어 두지도 못했고 오히려 검찰 집단의 정치적 힘이 강하다는 그것과 집권 민주당의 나약함과 무능력을 대중적으로 각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검찰 집단의 수사와 기소권은 협치와 타협을 부르짖는 형식적 민주주의자들의 눈을 찔러대었고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다시 거리의 몫으로 돌려졌다. 그래서 서울의 봄영화는 오늘날 정치 검찰 집단에 맞서 싸우지도 못한 이들을 다시 지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관람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이 영화가 대중의 정치의식에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영향과는 별도로 영화를 통해 강조된 역사적 사실 중 하나는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쿠데타 주도세력은 군사행동의 비합법적 수단을 통한 권력 장악 과정에서 군사행동에 합법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체포를 시도하면서 당시 보안사 사령관이자 합동 수사 본부장이었던 전두환은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 위한 시도를 했으나 대통령에 의해 거절당했고 긴박했던 대치국면이 끝난 다음 날이 되고서야 사후 재가를 받을 수 있었다. 제도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자들은 이 점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지만, 사후이든 사전이든 절차적 승인은 참모총장의 체포와 그날의 대치 상황을 합법적으로 승인해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쿠데타 주도세력은 박정희 군부독재의 후계자들이었고 대통령은 바로 그 독재가 만들어 낸 특정인들이 참가한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서 선출되었다. 쿠데타 주도세력에게는 그 당시 국가체제는 자신들의 권력 장악을 위해서 유리한 체제였다. 따라서 그 체제의 연장선에 서 있던 쿠데타 저지세력들의 동요와 실패는 예정된 결과였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현재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 민주주의 제도에 의해서 선출된 집권 민주당은 권력을 차지했지만 민주주의의 틈 속에서 공권력을 사유화 해온 검찰 집단의 쿠데타를 막을 수 없었다. 이미 주어진 제도 아래에서 선출된 권력이 그 제도의 산물인 검찰 집단을 제거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헛된 기대였다. 법률에 정한 바에 따른 공정한 행사라는 공권력, 부정. 부패와 사회적 범죄에 대해 처벌하는 이 정의에 대해서 이미 낡아버린 기득권 정치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공정이 무엇인지 민변의 해석과 대한변호사협회의 해석을 둘러싼 법률적 논쟁일 뿐이다. 또한 지금의 반정부 투쟁에서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정치의 한계점은 여야 협치의 복원, 각 정당이 참여하는 거국 내각 정도일 것이다.

진지하게 혁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합법적 제도의 순응 속에서 자기 길을 찾을 수 없다. 기득권 세력에게는 자신들의 자리와 그것을 보전해 줄 권력의 재편과 분점이 최선의 길이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자가 가져야 할 합법성은 끊임없이 상승 발전하는 대중의 정치의식, 오늘날 사회적 발전을 퇴행시키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원하는 대중적 요구에 있다.


[세계관과 노동운동-5]

 

 인간은 원인과 결과 관계와 무관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

 

문영찬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장)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와 같은 속담은 민중들이 소박하게 원인과 결과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유인원에서 인간으로의 발전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노동인데, 노동 과정에서 인간 상호 간의 협력 필요성으로 인해 언어가 발생했고, 또 도구를 만들어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고대인들은 초보적인 과학적 인식을 발전시켜 갔다.

어떤 현상이 있을 때 그것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초보적인 과학의 탄생을 의미했다. 왜 눈이 내리는가? 작물을 재배하려면 어떤 재료와 어떤 작업이 필요한가? 등등 인간은 생활 속에서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면서 원인 개념을 사고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노동 속에서 사물을 변형시키려면 어떤 작용이 가해져야 하는가에 대해 탐구하고 그것들을 원인이라는 개념, 결과라는 개념으로 파악했다.

원인과 결과 관계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호 관계 중의 하나이다. 자연은 수많은 상호 연관으로 얽혀 있는데, 원인과 결과 이외에 필연과 우연, 가능성과 현실성, 현상과 본질 등등 수많은 연관이 존재하는데, 원인과 결과는 여타의 더 높은 수준의 연관을 인식하는 데 있어 토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되고 이를 반영하여 철학에서 당파적 대립이 시작되면서 인간은 원인과 결과에 근거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살아간다는 주장이 등장하였다. 심지어 이 세계에는 원인과 결과 관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을 하는 사람은 원인과 결과 관계에 근거하지 않고는 노동하여 먹고 살 자료를 생산할 수 없다. 물론 인간은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때의 자유는 원인과 결과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그 관계를 활용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인간의 노동은 원인과 결과 관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생산하는 것이다. 사회의 발전 또한 무수한 원인과 결과 관계의 연쇄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겪는 착취와 억압, 빈곤과 몰락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가?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자본가와 노동자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러한 계급적 분열은 모든 부의 생산의 토대가 되는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원인과 결과 개념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보다 깊이 인식하여 본질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서 과학적 인식의 초석이 되는 것이다.

 




[과학칼럼] 


 과학지식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3)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

우리는 앞에서 과학 공동체와 사회와의 구조적 결합과 상호작용임과 동시에 과학기술 지식을 생산하는 체계로서 일국 단위의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을 설명했고,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과학지식 생산을 총자본과 개별자본들의 역할 분담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살펴보았다. 과학기술 지식 생산 메커니즘은 사회인식론적인 관점과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분석되어야 한다. 사회적이고 인식론적인 관점에서 과학기술 지식 생산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것은 추후로 미루고, 우리는 정치·경제적이고 조직적제도적 관점에서 과학기술 지식 생산 메커니즘의 작동 방식과 형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네덜란드의 과학철학자이자 과학사회학자인 Arie Rip은 과학이 일정 정도 발전한 현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과학은 3중의 신용 순환을 통해 작동한다고 주장하였다. 1단계는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평판을 위한 경쟁으로 과학 공동체 내 구성원들 간의 신용 순환이고, 2단계는 “R&D 예산을 위한 경쟁으로 연구개발 예산을 배분하는 정부 부처와 연구관리전문기관에서의 신용 순환, 3단계는 상관성과 정당성을 위한 경쟁으로 과학과 사회, 국가 간의 신용 순환이다.

먼저, 1단계인 과학 공동체 내부에서의 신용 순환을 살펴보자. 과학기술 보고서와 논문을 생산하는 과학기술자는 과학적 평판과 신용을 획득하게 된다. 그는 그 평판과 신용에 기반하여 연구개발 사업비와 정보에의 접근성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생산적인 연구로 이어지고, 그 연구를 통해 새로운 과학 보고서와 논문이 다시 생산됨으로써 순환된다. 1단계 신용 순환에서 보고서/논문, 평판/신용, 사업비/정보 간의 각 교환과 전환들은 과학 공동체 내에서의 평판과 신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2단계로 펀딩 에이전시 기능을 수행하는 정부 부처와 연구관리전문기관들은 제안서를 받고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그래야만 적어도 차기 연도를 위한 예산을 유지할 수 있다. 국가의 펀딩 에이전시 기능과 신용 순환은 과학 공동체 내부의 신용 순환과 결합되어 있다. 과학기술자들은 연구개발 예산을 필요로 하며 동시에 연구 제안서를 검토하고 정부 부처와 연구관리전문기관들의 판단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 조직은 스스로 정부와 국민에게 예산을 받을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소속 공무원이나 위원회 구성원은 언론을 비롯한 대중적인 평가에 민감하다. 정부의 펀딩 에이전시 조직은 다른 정부 부처나 후원자들과 공식적, 비공식적 연결 및 대중을 대상으로 한 확산 등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게 된다. 국가의 펀딩 에이전시 조직과 과학기술자 간의 상호의존은 최근에 나타나서 안정화된 현재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의 특징이다. R&D 예산을 위한 경쟁은 제도화되었다. 정부 부처와 연구관리전문기관들로부터 예산을 받기 위해 프로젝트 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관 단위의 R&D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그 제안서들은 과학기술자들 간의 동료평가를 통해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3단계에 해당하는 상관성에 대한 압력은 정부 부처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그럼으로써 과학 공동체 내부의 신용 순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학기술 지식의 결과물과 생산, 과학기술자의 지위는 사회적 맥락에 결합되어 있고, R&D 예산의 배분은 과학적 결과물에 의해 정당화된다. R&D 예산을 위한 경쟁의 가장 위층에 상관성과 정당성에 대한 경쟁이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지나면서 과학기술에 대해 사회적 맥락과 경제발전을 위한 기술혁신 등에의 상관성이 요구되었다. 명시적으로 임무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적 사업단이나 중간 조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자들과 정부의 펀딩 에이전시 조직들이 연계하여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과학기술에서 확립된 통제된 자율성을 만들어 냈다. 상관성과 정당성을 위한 경쟁은 아직 규칙들이 명확하지 않고 주요 주체들에 의해 인정받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신용 순환 자체가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거나 결여되어 있는 상태이다. 최상위 단계의 신용 순환은 아직 확립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2024R&D 예산을 위법적이고 졸속으로 대폭 삭감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과학기술 지식 생산을 위한 3중의 신용 순환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고, 과학기술 전반이 정치화되었다. 한국을 성공한 산업국가로 이끌었던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의 위기는 한국 자본주의의 자본 축적양식과 조절양식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칼럼] 


축구가 인기 없으니, 공을 손으로 던지자고요?


박현욱 (노동예술단 '선언')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줄 수가 없나. 나의 모나리자 그런 표정은 싫어노래방 애창곡 조용필의 모나리자라는 대중가요 한 소절이다. 노래 등 예술작품을 접하면 특정 장소나 경험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무엇이 연상되시는지? 노래방? 좋아하던 TV 예능 프로? 혹시 이 노래에 노동자들의 집회 현장 혹은 거리 시위장면이 떠오른다면 어떠신지?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않다고 여기시는 분들이 아직은 많을 거다. 그러나 실제로 민주노총의 집회, 가두시위 현장에서 대중가요들이 종종 울려 퍼진다. 얼마 전 윤석열 퇴진을 위한 민주노총의 가두시위 현장에서도 선두방송차에 한 무리의 밴드가 등장해 이 노래를 불렀다. 같이 걷던 한 동지는 뭐야? 지금 윤석열이 우리 사랑을 안 받아준다고 항의 시위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집회나 투쟁 현장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전반에 있어서 문화는 그다지 중요한 의제나 고민거리가 되지 못한다. 수많은 민주노조에서 문화국이 사라진 상황이 단적인 증거이다. 집회공간에서의 대중가요, 혹은 대중문화 패러디에 대한 문제의식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기보다 보다는 그저 찬반양론, 혹은 그러거나 말거나식의 인식이 대부분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 민주노총 임원 선거 과정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의미 있는 제기가 있었는데, 지난 11월 수도권 합동유세 과정에서 오고 간 질문과 대답을 요약·정리해 봤다.

노동자 계급의식을 대변하는 노동자 문화가 많이 퇴색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대중성 확보, 즐거운 집회 문화 등의 이유를 대지만, 투쟁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대중가요가 행진할 때 방송차서 흘러나오면 내가 왜 이 집회에 참여했는지 자괴감이 든다. 즐겁기만 하면 의미도 없는 자본의 문화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노동자 계급의식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동자 문화를 지켜내고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이 있는지?’

이에 대해 현 당선인인 당시 기호 1번 쪽 후보는 이렇게 답변했다. ‘투쟁가만 틀고 딱딱하게 집회하는 게 힘들다는 조합원도 있고, 대중가요를 틀면 비판하는 조합원도 있고 해서 어렵다. 형식이 가볍다고 해서 내용마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중가요는 자본의 문화이고 노동가요는 노동의 문화라고 이분법적으로 사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는 아침이슬이 저항가요로 불려 졌고 최근에는 이런 것이 없다 보니까 점점 더 투쟁가요 민중가요 이런 것만 집중해서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에서부터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정신이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면 방법은 (대중가요 등도)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고충이 느껴지기도 하고 공감이 되는 동지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답은 문화활동을 하는 나로서는 매우 유감스럽다. 우선 본인이 자본의 문화와 노동의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지 말자고 하면서 스스로는 형식과 내용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고 있다. 형식이 가볍다고 내용마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은 노래, 몸짓, 연극 등 다양한 문화를 창작하는 내 입장에선 위원장 발언이라고 느끼기엔 새털처럼 가볍다. 형식과 내용은 형이상학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통합되어 있다. 음악에 왜 메이저 코드와 마이너 코드가 있는지는 아시는지? 톤 앤 매너라는 게 왜 중요한지는 아시는지? 수많은 창작자가 왜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위해 숱한 고민을 하는지 따위는 내 알바임?’이라는 말씀인지? 그래서 투쟁하기 위해 엄청난 조합비를 쓰며 새벽밥 먹고 달려온 조합원들에게 울려 퍼진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줄 수가 없나?’라는 노랫말 어디에 내용의 가볍지 않음이 있다는 건지? 또한 당선인의 이 대답은 마치 조합원들을 앞세우고 그 뒤에 숨는 것처럼 느껴진다.

120만이 넘는 조합원들의 취향과 생각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지도부로서 역할을 할 이들의 철학을 묻는 것인데, 그에 대해 이런 조합원도 있고 저런 조합원도 있어서 어렵다라고 말씀하셔야 했는지? 심지어 이 말조차도 진심으로 보이지 않는다. 유연함이라는 말로 둘러 표현했지만, 결국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대중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뉘앙스의 말로 대답을 마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와 민중문화 전반에 관해 이야기해야겠으나, 지면이 허락지 않으니 한 가지만 말하고자 한다. 노동자도 이 사회의 대중이다. 하기에 대중문화는 노동자들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달리 말하면 민주노총이 뭘 하지 않아도 이미 집회를 끝내고 갈 뒤풀이 노래방에서, 귀갓길 라디오에서, 집에 도착하면 TV에서, 숱하게 접하고 알아서 잘 향유한다. 그러니 민주노총이 뭘 할지를 고민하시길. 문화를 잃은 계급은 지배당할 수밖에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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