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월요일

노동자신문 제16호 (2024.4.9.)★★★

 


 

진보당은 민주당의 2중대, 민주노총은 진보당의 2중대인가!

 

편집국

318일 자, 민플러스에 “4.10 총선, 윤석열 심판 노동자 국회진출 투쟁에 사력을 다하자라는 윤장혁 전 금속노조위원장 호소문이 실렸다.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민주당과 연대·연합하는 진보당 지지 철회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글로 보인다. 이 글에서 독점자본의 한쪽 날개인 민주당과 연합하는 근거와 논리를 볼 수 있다. 

윤석열 정권 탄생하고,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한국사회는 재벌 천국에 노동 지옥 세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와 청년들의 한숨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노동탄압으로 양회동 열사, 방영환 열사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살인 정권입니다. 화물연대 건설노조에 이어 회계공시, 규약시정명령, 단협시정명령, 타임오프 시정명령 등으로 금속노조와 모든 민주노조에 탄압의 칼끝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온갖 패악질을 열거하고 있다. 맞다. 그러나 열거한 노동자 인민의 고통은 윤석열 정권 시기의 문제만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민영화, 금융화, 개방화, 노동 유연화 등)을 전면화했다. 지금의 불안전ㆍ불완전 고용(비정규직)은 모두 이 시기를 거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손해배상·가압류를 비롯한 악법이 활용되었고 국가의 폭력기구는 어김없이 작동했다. 두 정권의 10년 통치 기간 중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구속되었다. 집권당이자 다수당이었던 문재인 정권 시기는 어떤가? 노조법 2, 3조 개정조차 하지 않다가 야당이 되어서야 정치쇼 하는 민주당 아닌가? 국힘당과 민주당은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처럼 내외 독점자본의 양 날개이다.

반윤이라는 프레임은 일면의 진실을 담고 있을 뿐이다. 일면의 진실을 전면화할 때 언제나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오직 이윤을 위해 생산-유통하는 자본주의, 과잉생산에 따른 만성적인 경제위기, 국제적 독점자본 간의 경쟁으로 인한 줄 세우기와 전쟁 위기 등 이 모든 경제적 토대 위에 보수양당이 경쟁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정세인식은 이제 상식이다.

총선에서 흔들고 있는 깃발, “정권 심판”, “야권연대는 소부르주아 구호이자 깃발이다. 그런데 진보당은 마치 윤석열 심판하면, 즉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누르고 다수당이 되고, 이른바 진보정당후보 몇 명이 국회에 입성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논리로 노동대중을 기만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스스로 비판한 의회주의ㆍ대리주의 정치를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광장정치ㆍ노동자 직접정치를 제안했다. 그 결과가 고작 진보당 2중대인가!

총선 국면이 막바지를 행해 가고 있다. 진보당 운동원들이 민주당-진보당지지를 호소하는 피켓이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민주당과 거래하고 협력해서 당장 몇 석의 국회의원을 만들 수 있겠으나 결국 그것은 체제에 녹아들고 일부가 되는 정치. 국회에서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다고 한들 독점자본의 양당 체제의 부속물로 존재할 뿐이다. 이래서야 노동자 인민의 각성과 단결을 기대할 수 없다. 도리어 노동자계급을 소부르주아 정치의식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의회주의ㆍ대리주의ㆍ출세주의가 판치던 지난 정치세력화경험을 들추어 내지 않더라도.

지난 318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업계획을 둘러싼 수정안이 제출되었다. 수정동의안 대부분은 윤석열 자본독재의 공세에 맞서 제대로 투쟁을 조직하자는 것이 골자다. 회계공시 거부나 5~6월 총파업을 조직하여 윤석열 퇴진 투쟁 조직하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권에 맞선 민주노총 지도부의 결의와 결기를 찾아볼 수 없다. 지도부의 의지가 실리지 않은 채 진행한 표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진보당에 대해 민주노총 지지 철회를 요구하는 수정동의안이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지난해 9월 민주노총 정치-총선방침을 진보당이 정면으로 위배했으니 당연한 제기다. 그런데, 민주노총 핵심 지도부는 진보당의 소부르주아적 정치방침을 방어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계급의 대중적 투쟁 기관이다. 진보당이 소부르주아 정당의 길을 가는 것이야 비판할 수 있어도 어쩔 수는 없다. 민주노총은 단결의 구심이자 투쟁기관에 걸맞은 정치적 태도를 사수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은 회계공시, 규약시정명령, 단협시정명령, 타임오프 시정명령 등으로 금속노조와 모든 민주노조에 탄압을 계속 해 왔고 또 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정세에서 민주노총은 지난 시기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반성적 평가를 기반으로 광장정치, 직접정치를 구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도모하자라고 했다. 노동자계급의 대중조직답게, “사회변혁을 목표로” “직접정치, 광장정치”, 자본의 공세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면서 계급적 각성과 단결을 확대하는 정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은 국힘당은 물론 민주당과 일선을 긋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발전의 자양분이 되게 해야 할 것이다.



 

[경제]

건설사 4월 위기설은 진짜 위기의 시작?

 

신재길

건설사 4월 위기설이란 부동산 침체,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은행의 고금리로 인해 건설사가 빠르면 총선이 끝나고 4, 늦어도 가을쯤에는 대규모 부도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4월 위기설이 나온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고 있고, 2년 전부터 급격히 오른 기준금리로 인한 대출금리 상승,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가 4월 이후 많이 몰려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총선 때문에 건설사의 줄도산을 막고 있지만, 총선이 끝나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건설사 부도의 시발점은 2022PF발 레고랜드 부도설이었고, 그 후 2023년 지방 건설사 도산이 있었고, 2024년 시공 순위 10위권의 1군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다. 건설사 부도는 건설부문이 한국 경제에서 16% 정도로 그 자체로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거기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 또한 연쇄 위기를 일으키기에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올해 부도가 난 전문건설사는 총 5곳이다. 이들은 광주, 경북, 경남, 울산, 제주 같은 지방 소재 건설사들이다. 올해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79, 전문건설사는 606곳이다. 최근, 국내 도급순위 105위의 중견 건설사 '새천년종합건설'229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리고 선원건설, 송학건설, 세움건설, 중원건설 등 건설사 7곳이 법정관리 신청 후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절차개시 신청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모든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에게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의 금지를 명하는 것인데, 포괄적 금지명령에 반하여 이루어진 회생채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은 무효이다. 즉 채권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4월 위기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월 위기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부분의 사업이 레버리지(차입), 부채로 이루어져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어서 이를 어떻게 관리하냐가 금융 문제"라면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2022년 말부터 위험을 분산하는 노력을 해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사업성이 부실한 건설사를 정리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태영건설처럼 유동성 위기를 겪을 건설사는 “10위권 내에는 없는 걸로 보면 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위기설을 일축할 상황이 아니다. 종합건설 시공 능력 최상위 그룹인 1~50위권 건설사 상당수도 부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26일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종합건설 시공 능력 순위 1~50위권 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건설사가 14, 유동부채 비율이 70% 이상인 건설사는 28곳이었다. 태영건설의 부채비율과 유동부채비율이 각각 257.9%, 68.7%였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들도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다. 유동부채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이다. 유동부채비율은 자기자본에 대한 유동부채 비율로 100% 이상의 유동부채비율을 보유한 기업은 부채상환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종합건설 시공 능력 최상위 그룹인 1~50위권 건설사에서 위험신호로 여겨지는 유동부채비율 70% 이상 건설사가 28곳으로 50%를 넘고 있다. 시공 능력 순위가 10위 안에 드는 종합건설사 가운데도 자기자본 대비 유동부채의 비율이 70% 이상인 건설사가 7곳이나 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70% 이상 80% 미만’ 3, ‘80% 이상 90% 미만’ 2, ‘90% 이상’ 2곳이다. 20239월 말 기준으로 시공 능력 순위 50위 종합건설사 가운데 유동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건설사는 5곳이다. 당국에서는 위험을 분산해서 안심할 수 있다고 하지만 PF대출의 30%70조원 정도가 위험하다고 하는데 이를 정부지원 등으로 위험을 차단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위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태영건설 다음은 신세계건설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470%에서 지난해 말 953%까지 치솟았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에 따라 자금 확충이 이뤄져 올해 1월 말 기준으로는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600%대로 높다. 설상가상 영업부진에 따른 손실은 갈수록 눈덩이다. 지난해 연말로 가면서 손실규모가 커지면서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878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직전년의 121억원에서 1년 새 1,757억원이나 폭증한 것이다. 신세계건설이 갈수록 미분양 리스크에 더욱 많이 노출되고 있다. 이는 대구 지역을 비롯한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 물량의 장기 적체현상 때문이다. 롯데건설도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신세계건설이나 롯데건설은 든든한 모기업이 있기에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은 암담한 상태이다.

건설사 위기는 저축은행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저축은행 상위 5개사(SBIOKㆍ웰컴ㆍ페퍼ㆍ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동산 PF 연체율은 평균 6.92%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2.4%) 대비 4.52%포인트 증가한 수준으로 1년 새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PF 위험노출액이 높은 데다 최근 시중은행과의 예금 예치 경쟁에서도 밀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가 지속될수록 재무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부도가 4월 총선 이후 본격화하기 시작하면 저축은행도 동시다발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뉴스해설]

총선을 계기로: 새삼 확인해야 할 전략적 과제

 

진상은(陳祥殷)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르주아ㆍ소부르주아 정치권과 언론의 사실상 온갖 관심은 410일 제22대 총선거에 집중되다시피 해왔고, 노동운동 진영도 저쪽만큼은 아니지만 결코 적잖은 관심을 거기에 쏟아왔다. 그리고 특히 그 총선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논쟁을 벌이며, 가히 백가쟁명의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총선에서 행사하는 선거권은, 발달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그것답게 일정 년령 이상의 성인이라는 누구에게나 아무런 차별이 없는 보통선거권이다. 그런데 이 보통선거권이 노동자ㆍ인민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맑스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보통선거권은, 지배계급의 어떤 구성원이 의회에서 인민을 대표하고 짓밟을 것일까를 3년이나 6년마다 한번 결정하는”(“프랑스 내전”, MEW, Bd. 17, S. 340.; 안효상 역, “프랑스에서의 내전”, 칼 맑스ㆍ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4, pp. 65-66.) 것이라고. 그리고 좀 더 자세하게는 보통선거권은 지금까지는 신성한 국가권력에 의회의 승인을 부여하기 위해서 악용되었거나, 혹은 수년에 한번 의회제적 계급지배를 승인하기 (그 꼭두각시들(Werkzeuge)을 선출하기) 위해서만 인민에 의해서 사용되어온, 지배계급의 수중(手中)의 장난감으로서 악용되어 왔다”(“‘프랑스 내전을 위한 제1 초고”, MEW, Bd. 17, S. 544.; 안효상 역, “‘프랑스에서의 내전의 첫 번째 초고”, ... 저작선집, 4, p. 19.)!

레닌 또한 맑스를 이어서 지배계급의 어떤 구성원이 의회에서 인민을 억압하고 짓밟을 것인가를 수년마다 한번 결정하는 것 이것이 의회주의적 입헌군주제뿐 아니라 가장 민주적인 모든 공화제 국가들에서의 부르주아 의회제도의 실제의 본질”(Lenin Werke, Bd. 25, S. 435,)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서유럽과 미국에서, 의회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전위에게는 가장 끔찍한 것으로 돼버렸다”(좌익 공산주의소아병, Lenin Collected Works, Vol. 31, p. 63.)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근거 없는, 혹은 적어도 지나친 악담일까?

우리의 경우를 보자. 저들 모두가 국민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는 듯이 떠들어온 바로 그대로 더없이 풍족하고 행복한 노동자ㆍ인민의 삶을! 여ㆍ야가 몇 번인가 바뀌고, 소위 여소야대니 야소여대니 하고 국회의 구성도 바뀌어 왔지만, 그 바뀜에 따라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는지를! 또 대표적으로는, 한도 끝도 없이 사상ㆍ이론ㆍ언론ㆍ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저 천하의 자유민주주의적인 국가보안법을! 그리고 여ㆍ야가 서로를 심판해야 할대상이라며 입에 담기도 민망한 소리들을 내질러대는 저들의 외침, 즉 자기표현ㆍ자기규정들을!

아무튼 이렇게 끔찍한 것이 바로 가장 민주적인 모든 공화제 국가들에서의 부르주아 의회제도의 실제의 본질인데,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은 그러한 의회, 그것을 구성하는 총선을 나 몰라라 외면해야 하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레닌에 의하면, “맑스는, 특히 결코 어떤 혁명적 상황도 현존하지 않은 시기에, 무정부주의자들이 부르주아 의회주의라는 돼지우리조차 이용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과 가차 없이 관계를 끊는 것을 이해했다.”(국가와 혁명, Lenin Werke, Bd. 25, S. 435. 강조는 인용자.) 그리고 레닌 자신도, 국가와 혁명이나 좌익 공산주의소아병등에서, 러시아 혁명 과정에서의 경험을 예시하면서, 혁명적 노동자 당의 부르주아 의회 참여, 그 선거 참여의 중요성을 재삼재사 강력히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거ㆍ의회 참여를 거부ㆍ회피하는 네덜란드와 독일의 좌익지도자들을 엄중하게 비판하고 있다. (물론 그는 어떤 조건ㆍ상황 하에서도 선거 보이코트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예의 좌익 공산주의소아병(p. 62-63.)에서, 볼쉐비끼의 1905년의 보이콧은 옳았음에 비해서 1906년의 그것은 옳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1905년의 경우, “의회 바깥의 혁명적 대중행동(특히 스트라이크)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던 상황 속에서, 즉 프롤레타리아트와 소작농민들의 단 한 부분조차 어떤 방식으로든 반동적 정부를 지지할 수 없었을 때에, 그리고 혁명적 프롤레타리아트가 파업투쟁과 농민운동을 통해 후진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획득하고 있을 때에, 우리는 반동적인 정부가 반동적인 의회를 소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쓰고 있다. 일정한 혁명적 정세 속에서는, 그리고 그러한 정세 속에서만 보이콧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 무엇을 위해서 참여해야 하는지, 맑스와 엥엘스에게서 들어보면,

모든 곳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후보자들과 나란히 노동자 후보자들을 내세우지 않으면 안 되고, 그 후보자들은 가능한 한 동맹원들로 구성되지 않으면 안 되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그들의 당선을 꾀할 것. 당선될 가망이 전혀 없는 곳에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독자성을 유지하고, 자신의 역량을 계량하고, 자신의 혁명적 입장과 당의 관점을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후보자들을 내세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경우 그들은, 예컨대, 그렇게 하면 민주당을 분열시켜 반동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주게 된다는 식의, 민주주의자들의 허튼소리들에 농락당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한 모든 공문구들은 결국 프롤레타리아트를 기만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그러한 독자적인 행동을 통해서 프롤레타리아 당이 성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전진은, 몇몇 반동분자의 대의기관 출현이 초래할지 모를 불이익보다 무한히 더 중요합니다.”(“18503월 동맹에의 중앙위원회의 호소”, 채만수 역, 공산당 선언, 부록, p. 123. 강조는 인용자.)

우리 사회에서의 총선이나 각급의 의회 선거에서도 당연히 이 호소 내용 그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가? “모든 곳에서 내세우지는 못했고, 민주연합따위로 독자성을 다소 훼손하긴 했지만디미트로프까지 내세우며 저 소위 민주연합참여를 합리화하려는 혁명가들이 안 계신 것은 아니지만 , “나름 최대한 노력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부족과 오류를 최대한 바로잡아야 한다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빗나간 현실인식이다! 왜냐?

현재 대한미국의 프롤레타리아트는 위 호소 내용을 실천에 옮길 혁명적 정치적 조직, 말 그대로의,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전위 정당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에서 인용한 맑스와 엥엘스, 레닌의 지침들은 모두 노동자계급의 그러한 혁명적 조직ㆍ정당들에게 하는 발언들이다.) 오늘날 이 사회의 소위 진보정당들의 우왕좌왕, ‘민주연합등등은,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정치조직ㆍ정당이 범하고 있는 오류가 아니라, 소부르주아 정치조직들, 그 사상적 영향권 내에 있는 일부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소부르주아적 정치행태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점, 즉 우리는 아직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정치조직, 혁명적 정당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 그리하여 무엇보다도 바로 그 혁명적 정당을 획득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현 단계의 최대의 전략적 과제라는 점이다. 이 전략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달성될 수 없다!




[노동자 논평]

무개념,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윤석열식 외교 안보 정책


이건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총선을 주도하는 가운데, 나라 바깥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무개념, 무대책이 반복되고 있다.

우선 남북관계는 한국전쟁 이후 역사상 최악이라고 할 만하다. 북은 지난 43화성포-16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91129일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하며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데 이어서, 이번에는 각이한 사거리를 가진 모든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남북 간의 군사력 격차는 극복하기 힘든 현실이 되었고, 미국의 핵우산 공약도 그야말로 말잔치로 끝나게 되었다.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 역시 위험스러운 방향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대북제재 이행 여부를 조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전문가패널이 오는 430일로 활동이 종료된다. 지난 328(현지시간) 전문가패널의 임무 연장 여부를 묻는 안보리 표결에서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권했다.

러시아가 반대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추락하는 일극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일방적으로 추종하면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는 등 러시아를 적대한 후과다. 중국과의 관계악화는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등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줄을 서면서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한 결과이다.

일본과의 관계도 꼬여가고만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322종군위안부표현이 삭제되고,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도 강요받았다는 표현을 지운 총 18종의 사회과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켰다.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표현한 교과서는 4년 전 17종 가운데 14종에서 이번엔 18종 가운데 16종으로 늘었다. 지난해 3월 제3자 변제라는 굴욕적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내놓은 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이 선제적으로 양보하면 일본이 나머지 물잔 절반을 채워줄 거라고 장담했다. 극심한 환경피해를 초래할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도 사실상 묵인했다. 하지만 일본은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과거사 문제에선 번번이 한국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325일 김여정 조선 노동당 부부장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논의를 공개하는 등 북일관계가 급속이 변화할 조짐을 보인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바이든의 일방주의적 외교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던 윤석열 정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 뻔하다.

·중 대결이 심화되고, 군사적 충돌마저 우려되는 세계정세에서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윤석열 정부의 존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야당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총선 유세현장에서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말하며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는 소재로만 삼을 뿐 단 한 번도 국정과제로 다루어 본 적이 없다. 없느니만 못한 보수정당들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에 외교와 안보는 없다.




[정치]

윤리 선생님과 거리의 혁명가들

 

박찬웅

이번 총선의 열기는 다른 선거에 비해 유난히 뜨겁다. 온건한 정당들도 투표는 종이로 만든 탄환이라고 말하며 자기 당에 투표하라고 한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을 상기시켜 준다. 4년마다 치러지는 의회 선거는 행정부, 사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담당하는 삼분의 일에 불과한 권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무도한 현 정권이 스스로 허문 민주주의로 인해서 급진적인 민중들은 의회가 행정부 권력을 무너뜨리라는 무기가 되라고 말한다.

이러한 급진적 정서는 지켜야 할 정당과 무너뜨려야 할 정당 간의 충돌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여느 때 선거와 다름없이 조롱과 추문, 작은 스캔들이 넘쳐났지만, 이 작은 부스러기들은 현 정권에 대한 혐오와 증오, 적개심에 의해 불태워졌다. 남은 것은 가장 뜨거운 심판, 재임 2년 만에 이승만, 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뒤를 이을 명단에 현 대통령이 이름을 올릴 것인가이다.

자칭 급진주의자들은 사회적 공약도 없는 범죄자들이 민중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다시 기만할 것이라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들의 말대로 민주적 당파들은 충분히 급진적이지 못하며 도덕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이것은 사태의 표면을 핥아 대며 과일의 맛을 보았노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길을 걷던 중년의 여성은 한 방송국과의 길거리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국회에서 칼춤을 추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중년 남성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개혁적이고 급진적인 요구가 다수당인 민주당과의 연대 속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을 것에 대한 걱정을 토로한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은 그것이 비록 은유적일지라도 현 사태의 급진적 해결을 위한 폭력을 선동하고 있고 중도주의적 다수당의 반개혁적 태도와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해서 정치적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오늘날 장삼이사들은 도덕적 윤리를 가르치는 교실에 가두기에는 너무나 똑똑하다.




[정치]

자본독재 내부의 권력투쟁과 총선

 

홍승용 (현대사상연구소)

1. 선거가 만드는 희망

자본독재 하에서 총선이나 대선을 통해 이루어지는 권력 이동은 노동자민중과 자본권력 사이의 지배관계에 본질적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또한 제국주의적 자본독재로 인한 범인류적 파국의 위협을 극복하는 일과도 거리가 멀다. 그래도 선거는 착취와 억압을 조금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일시적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기도 한다. 이 희망은 대개 실망으로 뒤집혀 왔다. 하지만 절망과 공포 혹은 정치적 무관심으로 아예 변화의 가능성이 틀어막히거나 온 사회가 얼어붙는 것보다는, 정권심판의 고함소리로 거리 한 모퉁이에서라도 시끌벅적한 쪽이 더 낫지 않겠는가.

우리에게 희망의 요체는 권력투쟁의 와중에 지배체제의 균열들이 가시화되고, 노동자정치운동이 뿌리내리는 데에 유익한 토양이 조성되는 데에 있다. 민주당과 국힘당은 자본권력의 주요 분파라는 점에서 동질적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배의 효율성 및 지속가능성을 놓고 방법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검찰과 언론 카르텔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자본에 복무하느냐, 민주공정성장 등을 내걸고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제국주의의 길을 열어가느냐가 그 차이다. 이 차이는 노동자정치운동에도 무의미하지 않다. 양자의 권력투쟁은 치열할수록, 그래서 그 본색과 한계가 명확해질수록 더 좋다.

 

2. 억강부약이라는 정치철학

권력투쟁은 국힘당과 민주당 사이에서만 아니라 같은 당 내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한동훈과 윤석열 사이의 기싸움은 오랜 서열관계를 볼 때 아직 큰 의미 없어 보인다. 문재인과 이재명 사이의 권력투쟁은 그보다 훨씬 흥미롭다. 문재인은 촛불의 혜택을 누릴 대로 누리고도 개혁에 대한 범국민적 요구를 묵살하여 검찰독재 정권 탄생에 기여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재명의 집권을 막기 위해 음으로 양으로 최선을 다한 것처럼 여겨진다. 윤석열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퇴임하는 문재인의 표정은 즐겁기 그지없었다. 국민은 불행한데 문재인은 너무 행복한 것 같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이재명은 당원들의 지지로 민주당 대표 자리를 차지했지만, 민주당의 주인 행세하는 친문 의원들에게 지난 2년 가까이 세입자 혹은 굴러들어온 돌 취급을 받아왔다. 그의 원내 지위는 목숨을 건 단식에 이은 체포동의안 가결로 드러났다. 그는 400회 가까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악조건과 친문세력의 끝없는 공세를 자신의 실력과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 덕분에 버텨냈고, 공천권을 통해 실질적으로 당권을 장악해 가고 있다. 그를 죽이려 드는 언론과 정치권의 광범한 적대적 분위기는 억강부약이라는 그의 정치철학을 떠나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당 내외 기득권세력이 참아주기 어려운 공공의 적이다.


3. 조국당과 민주당의 한계

조국은 진보언론만 아니라 보수언론의 압도적 조명발로 순식간에 검찰개혁의 선봉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도 휘하의 검찰을 통제하지 못했다. 윤석열의 문제점을 뻔히 알고도 검찰총장 임명을 막지 않았고, 특수부의 권한을 키워주었다. 속았다는 말로 넘어갈 수 없는 정치적 무능 혹은 사욕의 증거다. 그 스스로 김건희보다 정치력이 모자랐다고 인정했다. 그는 민주당 내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기득권세력 혹은 분권을 표방하는 내각제 추진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겠지만, 노동자민중의 삶과 노동자정치운동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이재명 중심의 민주당은 국힘당만 아니라 조국당과도 권력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노동자민중을 상대로 억강부약과 대동세상의 깃발을 흔들어대며 환호를 살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4대강국을 간판으로 내걸고 자본독재권력의 제국주의적 본능에도 호소할 수밖에 없다. 그의 경제학에 re100과 경제영토의 확장은 있지만, 저개발국들의 저임금노동, 특별잉여가치의 일시성, 불균등발전에 따른 제국주의전쟁의 필연성 개념은 없다. 그는 자본독재 하의 과학기술발전에 따른 무인화자동화가 초래할 대량실업의 고통을 기본소득으로 싸매며 자본독재를 연명하는 데에 앞장설 것이다.


4. 노동자민중의 지상명령

노동자정치운동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표방하는 억강부약을 말 그대로 실현하도록 촉구할 필요 있다. 또 그것이 자본독재의 경제논리와 충돌하며 절충과 양보와 후퇴를 거쳐 무늬만 남게 되는 과정을 가속화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그 한계점을 명확히 예측할 수 있는 한, 독자세력화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자본독재 내부의 투쟁으로 해소될 수 없는 근본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대안의 구체화, 그리고 이의 대중화는 운동 성장의 필수조건이다. 이를 위해 노력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는 선거에서의 당락이나 의석수 혹은 정파적 유불리 문제를 넘어서는 노동자민중의 지상명령이다.



[노동]

가짜 3.3 최악의 기업, 쿠팡 캠프 전수조사를 넘어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고용노동부는 지난
325, “쿠팡의 물류센터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산재·고용보험 미신고 등 위법사항 적발 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공지하였다. 국세 소득자료를 활용하여 미가입 근로자들을 발굴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견해를 설명자료로 덧붙였다. 쿠팡 캠프의 4대보험 미가입과 가짜 3.3 문제를 처음 제기한 지 2년 만이다.

2022328, 권리찾기유니온은 비정규직이제그만전북공동행동과 협력하여 쿠팡의 전주캠프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하였다.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대다수를 4대보험 없이 가짜 3.3으로 고용하고, 근로기준법과 각종 법령을 위반해 온 실상이 기자회견으로 공개되었다. 당사자 제보로 시작해 집단적 대응으로 이어지고, 관계기관을 통해 4대보험 가입 전환과 법적조치가 이행되었다.

20239월에는 제주지역 캠프에서 산재보험 포기각서를 강요해 온 사실이 알려졌다. ‘사회보험 미가입 책임각서라는 제목이 붙은 문서에는 추후 실업급여와 산재급여를 청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적시되었다. 비난 여론이 드세지자, 현장점검이 이루어지고, 1,500명 이상의 고용·산재보험 미신고가 적발되었다. 근로자명부, 임금명세서 등 노동자성 입증 관련 서류를 누락시키며 임금과 휴일 등 기본적 권리를 삭제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가짜 3.3이 전국적으로 횡행한다는 의심은 계속 확대된다. 최근에 공개된 김포와 인천지역 캠프의 고용·산재보험 미신고 적발 건수는 3,698명에 달한다.

올해 313, ‘3회 가짜 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쿠팡은 가짜 3.3 최악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지속적인 적발에도 불법적 노무관리를 포기하지 않는 쿠팡의 가짜 3.3 실태를 선정 취지로 발표하고, 쿠팡 캠프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와 전면적 근로감독을 요구하였다. 뒤늦게나마 행정조치가 진행 중이지만, 블랙리스트 파동에서 보이듯이 쿠팡의 대응 태도는 적반하장이다.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를 열겠다며 곳곳에 물류센터를 신축한다는 보도자료에서 지방의 고용위기와 연결하는 홍보능력을 과시한다. 직원 6만 명 중 청년 비중이 2만 명 이상이라며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층이 다시 지방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내세운다.

쿠팡이 먼저 답해야 할 것은 위장고용과 불법 노무관리에 대한 방침이다. 지방에서 일하는 청년이라는 이유로 4대보험이 삭제된 채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것을 감수하라는 것인가? “중구1캠프의 상하차, 일산3캠프의 카트수리 업무”. 취업정보 사이트에 오늘 자로 게시된 쿠팡 캠프의 3.3 채용공고다. 행정조치 정도는 감수하더라도 가짜 3.3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인가? 위탁업체나 인력공급사가 책임지면 된다는 것인가?

쿠팡캠프 전수조사에 주목하며 사회적으로 시급한 과제를 다시 제기한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3.3 연구조사와 4대보험 미가입 실태조사를 통해 가짜 3.3이 만연하는 6대 산업분야를 발표한 바 있다. 쿠팡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물류산업도 그중 하나다. “올리브영(양지센터), CJ대한통운(김포A센터), 스타벅스(덕평센터), 이마트24(포천센터)”. 유명 회사의 채용공고만 꼽아도 지면이 넘친다. 의류 등 단일품목 물류센터와 지역 유통업체의 노동조건은 더욱 취약하다.

쿠팡과 물류산업 사측은 왜 이렇게 대규모로 가짜 3.3을 사용할 수 있는가? 법원 판례에 등장하는 것처럼 무엇보다 사업주의 우월한 지위다. 각서를 거부하는 이는 안 쓰면 되고, 맘대로 쓰다가 걸리적거리면 버리면 된다. 저임금에 잦은 퇴직,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자리를 감수하게 하는 것. 가짜 3.3에 순응하지 못하는, 결과적으로 다시 사용하지 않을 이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 블랙리스트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과태료 정도를 넘어 사측이 항복할 수준의 사회적 압박과 실질적 타격이 없다면 저들의 가짜 3.3 체제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올해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가짜 3.3 800만 시대를 극복하는 새로운 사회연대운동의 실행과제를 논의한다. 산업별 전략 중 특히 물류산업은 좌고우면 미룰 상황이 아니다. 쿠팡으로 시작한 전수조사를 물류산업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검수, 상하차, 집품, 피킹, 지게차, 포장, 분류, 입고, 진열”. 물류산업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이자 사측에 고용되는 이름이다. 이들이 노동자의 이름으로 자신의 권리를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전국적인 연대운동을 시작하자. 공동법률구제와 실태조사로 힘을 모으며 지역사회 공동실천에서 전국적인 전략사업으로 확장해 나가자. 모든 산업으로 퍼지는 가짜 3.3. 압도적 다수가 처절하게 내몰린 현장에서 진짜 노동자들의 당당한 투쟁으로 함께 답하자.



 

[노동정세 일지]

금속노조, 3.20투쟁선보식 경찰폭력 규탄 外



편집국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와 시민사회단체, 노동자-시민 1만인 선언 발표

3/27.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1년 취약계층 일자리 질 개선을 목적으로 직접 운영하는 소속기관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2024년이 된 지금도 정규직은 단 한 명도 전환되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5년 이상의 숙련된 상담사를 공개경쟁채용하겠다는 불합리한 고집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 고객센터지부와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3일간 12,533명이 1만인 선언운동에 동참했고, 22대 총선에서 차별과 일자리 질을 개선할 비정규직 정책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속노조, 3.20 투쟁선포식 경찰폭력, 3.22 규탄


3/22. 금속노조는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3.20 금속노조 투쟁선포식 경찰폭력과 집회 방해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용와대 호위무사에 불과한 경찰은 320일 자신이 허가한 행진조차 막았다라며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거침없이 폭행하고, 열네 명을 목 졸라 잡아갔다. 갈비뼈 다섯 개가 부러진 조합원도 있다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윤석열 정권은 물리적ㆍ법적ㆍ제도적 전방위적 국가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의사 인력 증원, 이렇게는 안된다


3/21. 의료연대본부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 문제를 지적, 윤석열의 의사 인력 증원의 허구성 폭로. “병원은 의사가 빠진 자리를 간호사로 메꾸고, 간호사와 환자를 모두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며 환자의 피해는 물론 전공의가 하던 일을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간호사에게 업무전가, “정부는 이런 피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지율 이득에만 혈안”, 의료공급이 필요한 곳은 공공영역(5%)이고, 필수 진료과와 지역인데, 정부 정책에는 이러한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허구성을 폭로했다.

 

대구시민행진’, 실종된 공공의료, 진짜 의료개혁 원한다

3/23(), 대구의 시민들이 모여 <의정 대립 속에 위기의 시민생명! 실종된 공공의료를 되찾는 대구시민행진> 개최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학병원 중심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주치의 제도와 같은 1차 의료 개혁을 통한 의료공공성 강화, 지역의 공공병원 설립, 공공의사 양성, 지역의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부양지부, 말레베어 공장폐쇄 철회 촉구 대규모 선전전 열려


3/26. 오전 8시 금속노조 부양지부가 장안공단 말레베어공조 한국공장에서 공장폐쇄 철회 촉구 대규모 선전전을 개최했다. 이날 교섭을 위해 한국공장을 방문하는 독일 본사 임원을 상대로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말레베어분회 임주희 분회장은 오늘 첫 번째 교섭이 있다. 꼭 말레베어 한국 공장폐쇄를 철회시킬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교섭대표단이 교섭장으로 올라가면서 선전전을 마무리했다. 민주노총부산본부와 금속노조 부양지부는 43일 투쟁사업장과 함께하는 총선요구 실천의 날 등 말레베어 공장폐쇄 철회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울산지역 화물노동자 총파업 돌입 선포

3/19. 공공운수노조,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지역 화물노동자가 한국알콜 집단해고-노조말살 철회를 요구하며 21일부로 총파업 돌입 선포했다. 한국알콜지회는 전향적인 교섭 약속에 고공농성 마무리했으나, 회사는 도리어 전 조합원에 대한 배차정지(해고)를 예고하여 노조파괴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에 화물연대본부 321일부로 울산지역 무기한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공약한 기호 0번 노동자

3/26.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지난 26일부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4일제 도입 등 총선 요구안을 기호 0번 노동자후보의 선거운동 형식으로 선전전을 시작했다. 선거 시기에 걸맞은 선거운동식 선전전 방식이 주목할 만하다.

 


[노동]

철도 42교대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이재식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전체 궤도 사업장의 근무 형태는 상당수가 42교대 근무 형태이다. 42교대 근무 형태 승인은 교통공단에서 승인하고 있다. 철도 현장은 2018년 노사협의를 걸쳐 단계적으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장은 안정된 인력으로 시행하는 곳, 혹은 약간은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인력을 쪼개더라도 업무가 가능한 곳이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42교대가 가능하지 않은 곳은 기존의 32교대로 운영하고 있다.

시행 사업장은 상당수의 노동자가 42교대 근무 형태를 만족하고 있고, 인력이 부족하여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소속은 42교대를 원하고 있다. 42교대는 철도 현장의 94%가 넘게 시범 운영되고 있다. 올해 철도노조 사업 목표도 더 이상 시범적 시행이 아닌 전면적이고 온전한 42교대 시행이다.

그동안 철도 현장의 근무 형태는 철도가 처음 개통된 후 100여 년이 넘는 동안 이어진 24시간 맞교대인 철비(철야비번 형태)ㆍ철철비, 불규칙하고 장시간 노동을 하는 운전, 열차 승무 노동자의 교번 근무 형태 등 다양한 근무 체계가 있다. 이러한 장시간 근무 체계 개선을 위한 투쟁 속에서,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철도청에서 철도 공사로 전환된 2005년부터 근로기준법 강제 적용을 받으면서 32교대 체계로 전환했다. 그러나 부족한 인력이 충원되지 않은 상항에서 시작된 32교대는 현장의 인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그 부족한 인력에 대해서 정부(국토부)는 늘 현장인력 구조조정을 해 왔다. 현장 인력 5,115명을 감원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다.

철도노조는 투쟁을 통해 42교대를 시범 운영하게 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에서는 2022 공공기 혁신계획(2022.12)과 철도 공사 재무위험 기관 지정,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유지 등으로 강도 높은 공공부문 개혁 요구하며, 철도뿐 아니라 전 공기업에 지속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 공사는 만성 적자와 차입 부채 악순환 구조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 강구.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운송 수익 극대화를 위한 운임 현실화(운임인상)를 비롯하여 기능축소, 조직·인력 효율화, 인력 재배치 등을 추진 (1,566명 인력감축)

오히려 노동조건의 후퇴를 강요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요구하는 공공기관 혁신 계획은 결국 정부의 적정(안전)인력 충원 책임을 회피하고 공공성을 후퇴시키고 있다. 공공성 포기하고 정부의 책임을 철도 현장 철도노동자들에게 전가 시키는 것이다.

총선이다. 총선 어느 뉴스에도 노동에 관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 더구나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내용은 없다. 궤도 사업장은 영업시간뿐 아니라 그 이후 야간에 본격적인 노동이 시작되는 특성이 있다. 최소한의 인력이 아니라 안전한 인력이 필요하다. 42교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철도 및 궤도 노동자들의 안정된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윤석열 정권의 재정의 논리가 아닌 노동자들의 건강권 및 공공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과학칼럼]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정부의 R&D 투자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


우리는 앞서 과학의 기원과 대상
, 과학지식의 생산 메커니즘 등 과학 그 자체를 살펴보았다. 이제는 자본주의 국가가, 독점자본이 필요로 하는, 그리고 사회의 일반적 필요에 따라 과학기술을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정부 R&D 투자를 수행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적어도 대공황 극복 과정에서 케인즈의 혁신을 통해 확립된 자본주의 국가의 필수적 경제 기능을 이해하면서 정부 R&D 투자에 임해야 한다. 축적체제와 조절양식이라는 제도적 기반에서 자본, 노동, 기술, 가치의 집적체로서의 생산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국가가 해야 할 일이고, 과학기술은 후기 산업사회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노동력 재생산의 핵심 요소다. 따라서 국가는 공공복리와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고 공공정책과 국가전략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지식을 확보하기 위해 과학기술 활동을 수행하거나 지원해야 한다 (임무지향 패러다임). 또한 외부성이 강할 때, 거래비용이 지나치게 높을 때, 정보의 입수가 불가능하거나 왜곡되어 시장신호가 불명확할 때 등 기업 연구기관이 투자하기 어렵거나 시장기능이 실패하는 영역에서 정부 R&D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실패 패러다임).

그러므로 정부는 R&D 투자를 통해 에너지항공우주교통해양안전방재공공보건환경의료농수산업식량 등의 분야가 포함된 1)국가전략과 공공정책 목표에 기반한 목적 지향적 중장기 연구와 2)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문제해결 지향적 유형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과학 지식 생산을 지원촉진하기 위해 3)기초과학연구와 4)산업사회와 기초과학을 연결하는 매개학문 연구를 지원하고, 5)과학기술인력의 공급과 유지, 6)과학 지식의 유지관리확산공공적 이용가능성신뢰성을 보장해 주는 과학기술 인프라 구축과 같은 공적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중 기술패권 전략경쟁과 같은 전 세계적인 전환의 시기에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한국사회 보수집단과 과학기술계 상층부를 포함해서 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정책에서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고, 자신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노동계급과 좌파는 과학기술정책이 사회주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있나? 초국적 독점자본과 제국주의 국가가 심혈을 기울이는 과학기술들에 대해서 우리는 그냥 저네들에게 맡겨놓고만 있으면 되는 것일까? 좌파라고 자신을 일컫는 이들은, 자신들이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보았을까?





[국제]

정복과 전쟁, 기아, 죽음

 

비자이 프라샤드 (번역: 김의진)

다가오는 기아에 직면하여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들이기 위해 임시 항구를 짓겠다는 바이든의 약속은 단지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미국의 공모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34일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유엔 총회에 가자(팔레스타인)의 상황에 대한 놀라운 보고를 내놓았다. 라자리니는 ‘150일 만에 이스라엘군이 3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했으며, 그 중 거의 절반은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계속해서 받고 있으며, 전쟁의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 성서의 요한계시록에 묘사된 네 기사정복, 전쟁, 기아, 죽음는 현재 가자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질주하고 있다.

라자리니는 기아는 어디에나 있다라며, ‘인위적인 기아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이미 맥골드릭 유엔 팔레스타인 구호 담당 조정관은 기아가 재앙적인 수준까지 도달했다, ‘아동들이 기아로 죽고 있다고 말했다. 3월 첫째 주 말엽에는 최소 20명 이상의 아동이 기아로 숨졌다. 그중에는 라자리니가 유엔에서 연설했던 같은 날에 라파(가자지구 남부)에서 아사한 베이트 하눈(가자지구 북부)의 야잔 알-카파르나(10)도 있었다. 야잔의 쇠약해진 몸은 이미 훼손된 우리 세계의 양심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만들어 낸 폐허와 함께 헛소문들이 연달아 돌고 있다. 야잔이 숨졌던 알-아우다 병원의 의사인 모하메드 살하는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많은 임산부가 사산한 태아를 낳거나, 마취제 없이 재왕절개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휴전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가자에, 특히 기아로 큰 피해를 당한 북부에 원조를 제공해 주겠다는 그 어떤 실질적인 약속도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없다. (228일에 칼 스카우 유엔 세계식량계획 사무차장은 안보위원회에서 ‘[가자 북부에] 아사가 발생할 실질적인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그러한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50만 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당 구호트럭 155여 대평균 500대보다 현저하게 낮은가 가자로 진입하고 있으며, 그 중이 일부만이 가자 북부로 향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무자비했다. 229(현지시간)에 구호트럭이 알-나불시 로터리(가자지구 북부 가자시의 남서부 끝)에 도착했고, 절망에 빠진 민간인들이 그 주위로 쇄도했을 때, 이스라엘군은 폭격을 자행했고, 최소 118명의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했다. 이는 현재 밀가루 대학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식량의 공중투하는 단지 수량에서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일부 물품들이 지중해로 떨어지고 최소 5명 이상의 사망을 부른 가슴 아픈 결과를 낳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7일 국정연설에서 느닷없이 바다를 통한 구호물자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가자지구 남부에 임시 항구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이 생략했던 이러한 결정의 맥락은 분명하다. 이스라엘은 육로국경을 통한 최소한의 원조물자의 통과조차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한 작년 1010일에는 가자 항구를 파괴했고, 2006년에 다하니야의 가자공항을 초토화시켰다. 이러한 결정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결정은 또한 미국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공모가 바이든의 재선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려고 현재 진행 중인 경선에서 무공천투표하자는 미국 민주당원들의 캠페인이 한창일 때 나왔다.

바이든의 연설에는 허점이 있다. 구호물자가 임시 항구에 도착할 때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가자에서 대규모 분배를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관들은 UNRWA대다수 서방 국가들에 의해 현재 자금지원이 중단된와 하마스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정부서방 국가들이 파괴하기로 작정한이다. (바이든이 미국의 그 어떤 구호물자도 지상에 공급할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UNRWA, 하마스도 지상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호물자는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UNRWA1949년에 유엔 결의안 제302(IV)가 통과된 직후부터 활동했으며, 그 이래로 팔레스타인 난민들(UNRWA가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숫자는 75만 명이었으며, 오늘날에는 590만명으로 늘어났다.)에 대한 원조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존재해 왔다. UNRWA의 요구는 명확하다. UNRWA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복리를 보장해야 하지만, 고향 밖에 영원히 정착시키기 위해 활동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UN 결의안 제194호가 이스라엘 국가에 의해 SKS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고향으로 돌아올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UNRWA의 주된 사업은 교육 분야에 있지만(전체 임원 3만 명 중에서 3분의 2UNRWA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구호품의 배포를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서방은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각별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미국 국무부가 1949년에 명시했듯 사회불안과 절망이라는 조건들이 공산주의의 이식에 있어 가장 비옥한 토양을 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UNRWA의 창설을 승인했다. 이것이 바로 서방이 UNRWA에 기금을 주는 이유이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UNRWA 직원들이 107일 공격과 연루되어 있다는 근거 없는 비난에 기초하여 2024년 초에 UNRWA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했다. 이스라엘군이 물고문과 구타와 같은 방식으로 UNRWA 직원들을 고문했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지만, 그러한 허위 자백들에 근거하여 자금지원을 끊었던 대부분의 나라들(최근에 자금지원을 재개한 캐나다와 스웨덴은 제외)은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브라질을 필두로 한 남반구의 몇몇 나라들은 지원량의 비중을 늘렸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UNRWA를 관장했던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는 최근에 만일 UNRWA가 사업을 펼칠 수 없거나 자금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계획은 UNRWA의 완전한 지원 없이 불가능하다. 그 외에 다른 모든 옵션은 모두 기만일 뿐이다.


§ 비자이 프라샤드는 인도의 역사학자, 편집자, 저널리스트로 글로브트로터의 기고자이며 수석기자이다. 레프트워드의 편집자이자 트리콘티넨탈 사회연구소의 소장으로 중국인민대학교 충양금융연구원의 객원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으며, 20권 이상의 저서들을 집필했다.

원제: Conquest, War, Famine and Death

원문: https://mltoday.com/conquest-war-famine-and-death/

 

[사회]

자본주의 의료대란의 해결방안:

가치중심이 아니라 사용가치 중심의 보건의료를 만들자!

 

손미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정부가 쏘아 올린 의사 수 2,000명 증원계획안에 의해 의료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사 수 2,000명 증원계획안410 선거용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 상황에서 의사들은 윤석열정부를 향해 정면 투쟁을 해나가고 있다.

의사들이 이 투쟁에서 정당성을 가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내걸었던 윤석열정부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비민주적인 태도와 행동에 대해 거센 저항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의사집단이 간과한 것은 무엇인가? 투쟁의 기백은 좋으나, 그 방향과 목표가 잘못되었다. 개업 의사들이 의사 수 2,000명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로 자신들의 소득이나 임금수준이 저하되는 것을 든다면, 이는 윤석열 정부와의 투쟁에서 이겨도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지는 것이다. 또한 전공의들이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고강도의 노동강도, 장시간 노동, 저임금으로 시달린다고 호소하면서도 현재 그들이 처한 노동환경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아니라 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저하는 것이라면 이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건 의료의 의미가 무엇이고, “의료 상품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 상품화의 의미는 의료의 사용가치가 가치로 나타나면서, 의료의 사용가치, 즉 의료의 유용성이 상품의 가치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의 보건 의료 노동은 인류에게 매우 유용한 서비스, , 사용가치이지만 이것의 생산에 지출된 노동이 이 서비스의 가치로 나타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의 보건 의료 노동이 가치 중심의 서비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유용노동의 중요성을 버리고 가치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의사들의 노동은 인류의 건강을 돌보는 의미에서 볼 때, 보편적인 노동의 측면에서 볼 때, 참으로 고귀한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사들의 질적 유용노동이 무시되고, 양적 추상적 노동이 강조되면서 의사의 노동이 화폐로 환산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고귀한 질적 유용노동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노동의 사용가치 즉 유용노동을 무시하고, 가치, 즉 추상노동이 가치화된 화폐로만 환산하기 때문에, 의사들의 노동이 화폐로만 취급되어 버리고, 의사들은 화폐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불행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의사들이 화폐의 노예가 되어버린다면 의사들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드러난 의료상품화의 희생양이다. 또한 의사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인류를 살릴 수 있는 위대한 노동인 것을 모른 채 자신들을 스스로 자본화된 인간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 자본주의 사회의 이윤추구 중심의 의료상품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본주의 사회를 지양하고 가치중심, 화폐 중심의 사회가 아닌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질적 노동을 무시하고, 양적 노동만을 화폐로 환원하는 이 자본주의 모순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의사들도 자신들의 노동이 화폐로만 환산됨에 따라 잃어버린 질적 노동을 되찾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 질적 노동이 의사들의 주머니에 화폐로 들어가는 사회가 아니라 의사들이 사람을 살리는 유용한 노동을 통해서 사회의 대다수 대중에게 존경받고 신뢰받는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회의 대다수 대중과 논의해야 한다.

대다수 대중에 속하는 우리도 그동안 이 문제를 가진 놈들의 전쟁이야하면서 강 건너 불 보듯 쳐다본 측면이 있지 않나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보건의료는 사회적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할 필수 재화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재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 대다수 대중이 나서야 한다.

공공의료의 확대”, “지역의료의 확대등은 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의료 확대라는 말에는 어떠한 계급관계나 계급의 힘 관계 등을 지적하는 내용도 없다는 데에 있다. 의료의 사유화를 계급관계를 통해서 드러내고,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사유화 폐지를 해나갈 때만이 공공의료 확대이슈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보건의료부문에서 생산자들의 사회적 관계가 중심인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 보건의료부문에서 사회의 물신성을 없애고 총노동에 대한 생산자들의 사회적 관계가 중심인 사회를 위한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 의료의 생산과정에서 의료의 상품화, 사적소유, 이윤추구를 지양하고 사회적 의료, 공동체적 의료를 지향해야 한다. 의료를 생산하는 보건의료인력이나 지역사회주민들이 공동체적인 협동활동으로 의료서비스를 생산해야 한다.

둘째, 사회가 의료를 부담하는 보건의료 정책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동의 생산수단으로 일하며 다양한 개인들의 노동력을 하나의 사회적 노동력으로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칼 맑스, 자본론)을 고려해 볼 때,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의 총생산물은 사회적 생산물이 되어야 하고, 사회구성원들의 질병이라는 위험에 대해서 사회가 보건의료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가치중심을 지양하고, 사용가치 중심으로 가야 한다. 가치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지양해서 의료서비스가 화폐와 교환되는 의료의 상품화를 지양하고, 의료의 사용가치(유용성)을 증대시켜서 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문화]

 사람이 안 보이는 영화, “건국 전쟁

 

심미숙

 역사를 가장 역사답게가르치는 역사 강사 황현필은 단군 이래 적이 아닌 자국민을, 우리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많이 죽인 사람이 리승만이고 그 자국민도 거의 대부분 민간인이었다고 재차삼차 일갈하며, 영화 건국 전쟁의 끝없는 거짓, 왜곡, 변명, 날조, 숨김을 수많은 사료를 들어 열혈 명쾌하고 꼼꼼하게 파헤친다.

한 네티즌은 이 영화와 관련한 어느 논쟁의 댓글에서, “생각이 있는 국민들은 참 힘들다. 건국 전쟁과 같은 리승만 사태를 바라보는 역사가들은 지금 기자회견을 해줘야 한다. 행동해줘야 한다. 그것이 저들에게 역사가들과 생각있는 국민들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그 영화에는 사람이 안 보인다!”. ‘그 영화에 사람이 안 보인다고? 거기 사람 많이 나오는데? 이상한 사람들 많이 나오는데...?’ 라고 생각하며, 나는 영화 건국 전쟁에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그 말을 내내 붙잡고 있었다.

자본론을 비롯한 맑스ㆍ엥엘스의 저작을, 국가와 혁명을 비롯한 레닌의 저작을 읽다보면 크게 감동하며 깨닫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장 고통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절절한 관심과 사랑. 또 하나는, 그 고통의 원인에 대한 집요하고 집요하고 집요한 탐구.

영화, “건국 전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도 등장하는데, 그리고 이상한 말들도 많이도 하는데, 그 중 압권은 피해자에 집중하는 것, “희생자 중심으로 문제를 보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금방 알아듣지 못하고 한참 생각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가해자에 집중하고 가해자 중심으로 문제를 보라는 말이었다! 학살당하고 고통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살하고 고통을 주는 사람에 집중하라는 말! 가해자에 대한, 학살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득한!, 섬뜩한 말이었다!

그러니까, “아무 죄도 없이 손가락 총에 의해 경찰서로 끌려가서, 뒷산에서, 개울에서, 구렁텅이에서, 언덕배기에서 집단학살 당한 사람들은 당연히 그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정식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된 억울한 부모형제들의 한을 풀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유족들도 보이지 않는다. 가해자들이 건국 전쟁을 벌이며 학살한 사람이 백만 명 가량이었다.(경향신문기사, 2006. 6. 22.) 한 사람, 두 사람, 열 사람, 백 사람도 아니고, 천 사람, 만 사람도 아니고, 십만 사람도 아니고, 이십만, 삼십만,,, 구십만, 백만 사람이었다. 그들 중 단 한 사람도 그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 영화에는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이다.

나는 그 백만의 희생자 중 몇 사람을 KTV(국민방송)에서 만났는데, 그 중 한 사람이 고 노상도씨이다. 그는 해방 후 마산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건국준비위원회 활동을 했고, 벽보를 11군데 붙였다는 이유로 19484월에 미군정 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그 벽보의 내용은 “1. 정권을 인민에게 넘겨라, 2. 농지를 순수 농민에게 돌려줘라, 3. 남녀평등권 실시하라, 4. 친일 세력들 색출 엄벌하라였다. 징역을 살고 19499월 출소 후 보도연맹에 가입이 되었으며, 한국전쟁 발발 직후 19507월 초, 마을 이장을 통해 보도연맹원들은 면사무소로 일을 하러 오라는 통보를 받고 삽과 쌀소쿠리를 들고 집을 나섰다가, 그 길로 형무소에 수감, 814일 사형을 언도 받고 전차상륙함(LST)에 실려 구산면(마산) 앞바다로 끌려가 총살, 수장되었다. 그의 아들 노치수씨는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일을 했다.

나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미군정과 대한미국이 저지른 학살에 대해서, 그 대한미국의 건국 대통령 리승만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피해자희생자의 관점이 아니라, 가해자학살자의 관점, 권력자국가의 관점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사람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사람같지 않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았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었을, 그 백만의 사람을 상상해보았다. 자주적인 인민의 국가 건설, 토지개혁, 남녀평등, 일제청산이라는, 고 노치수씨의 네 가지 열망은 당시 대다수 인민들의 열망이었고, 그 열망 때문에 학살당했고, 그 열망은 아직도 우리 노동자 인민이 달성하지 못한 과제, 따라서 최대한 앞당겨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묻혀있던 학살의 진실이 19876월 항쟁 이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1996거창 특별법을 시작으로 2000‘4·3 특별법’, 20055통합 과거사법제정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위)의 출범과 2010년까지의 활동, 그리고 2020년 진실위의 재출범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백만 학살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고, 학살자들의 무리는 밝혀진 진실의 조각마저 되묻으려고 한다.

지난 2021, 여순항쟁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작년 2023년 말에는 여순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작성기획단이 구성되었는데, 이 기획단에 뉴라이트를 포함한 극우 인사 9(전체 15명 중 당연직 5명과 유족대표 1명을 제외한 위촉직)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그 기획단의 지난 222일 회의에서는 “14연대의 봉기는 반란이었다. 여순사건 진상규명은 반란군과 이에 찬동하는 민간인들이 합동해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기에 진상보고서는 반란이라는 원칙 속에서 작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여순사건 유족 진상보고기획단에 극우 인사···재구성해야””, 무등일보, 2024. 02. 28.)

영화 건국 전쟁을 만든 자들이 바로 그러한 극우 인사들이다. “건국 전쟁 2”도 만든다고 한다. 학살된 반란군과 이에 찬동하는 민간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 참혹한 학살의 진실을 덮으려는 그자들은 과연 사람일까? 좀처럼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 엄청난 대량 학살자 대한미국의 건국 대통령 리승만을 가리켜, “일반 보통 사람들, 평민 계층들, 이름 없는 민초들의 수도 없는 죽음의 자리에 함께 했던 그야말로 민중의 벗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 지도자였다고 추앙찬미하는 저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래저래 그 영화에는 정말 사람이 안 보인다. 그리고 현실에는, 사람들과 사람이 아닌 자들, 사람답지 않은 사람들과의 냉혹한 투쟁이 있다.

이렇게 인간같지 않은 인간들이 득세하고 활개를 치며, 더욱 냉철하고 엄혹한 투쟁을 노동자 인민에게 강제하는 정세의 직접적 계기는 극우 윤석열 정권의 탄생이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복궁 동편인 송현광장에 리승만기념관 건립을, 홍준표 대구시장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과 박정희 광장으로의 개명을, 윤석열 정부는 주미 한국대사관 앞 리승만 동상 설립을, 추진검토지원하겠다고 밝힘.), 그 근본적 배경에는 독점자본의 전반적이고 만성적인 과잉생산 위기의 격화와 노동자 인민들의 실업과 빈곤의 심화가 있다. 이에 더욱 거세게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노동자 인민의 저항과 투쟁을 억누르고, 위기의 자본주의체제를 연명하기 위한 독점자본의 방책이 파쇼 독재정권과 극우세력의 재탄생과 육성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정확히 말하자면, 글로 씌어져 전해온 모든 역사. (공산당 선언))” 원시 공동체 사회의 해체와 더불어 사회가 서로 적대적인 계급들로 불가피하게 분열하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지배하는 계급과 지배당하는 계급, 즉 착취억압하는 가해자들과 착취억압 당하는 피해자들 사이의 불가피한 투쟁, 계급투쟁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도 인간이 만드는 역사는 진보하고, 멈추고, 때로 후퇴하지만 다시 전진해 왔다. 피지배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속한 지배계급에 맞서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마침내 계급 자체를 폐지할 때까지 전진할 것이다. 자본의 만성적 과잉생산과 노동자 인민의 가난과 실업, 전쟁과 학살의 공존이 필연인 착취와 억압의 사회 자본주의의 폐지로 나아갈 것이다. 뉴라이트와 극우를 포함하는 모든 사회악을 영원히 잠재우고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문화]

나는 사장님이 아니로소이다

 

박현욱 (노동예술단 선언)

어제도 들었다. “사장님, 이 제품 한번 써보세요마음속 깊은 곳에서 저 사장 아닌데요. 초면에 왜 그런 험한 말씀을 하시죠?”라는 말이 올라와 목구멍을 간지럽히지만, 그저 웃으며 대답하고 지나간다. “괜찮습니다. 많이 파세요.” 악의 없이 한 말임에도 듣는 나는 황당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내가 사장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 그런 말을 하냐? 무턱대고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쓰라는 건 회사 방침이냐?’ 등등. 따지는 것은 그저 애쓰는 그 노동자의 마음과 노동을 더욱 고되게 할 뿐일 테니.

암튼 마음의 소리를 꾹 누르고 거짓말을 해야 하는 내 정신건강 문제도 있으니, 여기서라도 얘기 좀 해보자. 언제부턴가 처음 보는 상대에게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문화가 꽤나 자리했다. 대체로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기분을 좋게 하려는 목적, 혹은 존중하려는 의도로 쓰는 듯하다. 사장으로 보일 리 없는 나조차 자주 듣는 걸 보면 사회적으로 꽤 통용되고 있다는 건데, 그렇다는 건 대체로 사람들은 사장님이라는 호칭에 기분이 좋아지거나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는 의미이다. 딱히 그렇진 않다고 해도 들어서 기분 나쁠 말은 아니라는, 말하자면 평타는 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으니까 자리 잡은 호칭 문화일 거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소위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노고를 폄훼할 생각은 없을뿐더러 사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개개인에 대한 인간적 악감정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럼에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쁠 뿐 아니라 뭔지 모를 답답함이 치밀어 오르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이 단어가 갖는 의미 때문이다. 아마 사장님이라는 호칭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떠올린 분은 거의 없을 거다. 보편적으로는 자본가 혹은 그 하사관(부사관)계급을 부르는 명칭이 사장님이고, 그 반대편에는 노동자라는 명칭이 있다. 요컨대 다른 이의 노동력을 착취해 생활하는 자본가, 혹은 그 무리의 일원으로 불리는 것은 존중받는 혹은 기분 좋은 일이고, (순전히 형식논리학적으로 따지자면) ‘노동자로 불리는 것은 반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 나쁜 일이라는 의미가 된다.

언젠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인권 감수성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가 학부모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던 활동가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항의의 요지는 내 자식이 노동자가 되라고 고사 지내는 거냐? 학교에서 왜 그따위 교육을 하느냐?”는 거였다. 황당하다고 여기실 분도 계시겠으나 사장님이라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호칭 문화 하나만 놓고 봐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싶다.

따지고 보면 이 현상의 뿌리는 꽤 깊다. 어릴 적 내 할머니는 밥을 먹고 빵빵해 진 내 배를 볼 때마다 아이고~ 우리 욱이 박사장님 되시겠네하며 세상 환한 웃음을 짓곤 하셨다. 물론 사장이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지만, 평생의 노동으로 뼈마디가 내려앉아 밥 먹는 모습보다 약 먹는 모습이 기억 속에 더 많이 남아 있는 할머니가, 그 말을 할 때만큼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기에 일부러 배를 더 빵빵하게 부풀려 할머니에게 내밀곤 했었다.

앞서 말했듯 이러한 현상이 그저 기분 나쁜 것을 넘어 가슴 한가운데가 꽉 막힌 듯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 따라가 본 할머니의 일터는 작은 건물(지금 보면 작은 마을 회관이나 옛날 동사무소 같은)을 만들던 공사장이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으며 건물을 만들던 할머니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 “이거 우리 할매가 만들었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의기양양한 나와는 반대로 할머니는 지금껏 본 적 없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친구들한테는 말하지 마라라고 하시는 거다. 왜 그러면 안 되냐고 묻자, 할머니는 한참을 망설이다 대답하셨고 그땐 그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창피하다 아이가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끝내 사랑하는 손자가 자신의 노동을 창피하게 여길 거라는 오해를 풀지 못하고 눈 감으신 할머니가 생각나 밑도 끝도 없는 답답함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대체로 나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노동자들이기에 그들의 모습에 할머니가 자꾸 겹쳐 보이는 까닭이다.

아무튼 이 글은 문화칼럼이고 문화라는 단어의 은 한자로 글월 문이다. , 말 그대로 말글살이가 문화의 근본이고 가장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는 거다. 일제가 행한 문화통치의 핵심 또한 우리 말과 글을 없애려는 이른바 언어 말살 정책이지 않았는가? 따라서 노동자의 문화를 올바로 세워내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언어를 올곧게 세워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현장에서 동지라는 호칭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신영복 선생의 말을 빌자면 관계의 최고 형태는 입장의 동일함이며 우리는 그것을 동지라고 부른다. 노동자계급다운 호칭을 사용하는 작은 실천이 곧 문화적 실천의 시작이다. 그리고 나도 연습 좀 해야겠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하하하. 그런데 저. 사장님이라는 호칭은 제게 안 써주시면 안 될까요?”




◆ 안내 말씀

《노동자신문》 은 독자 여러분의 후원(구독)으로 제작·배포하고 있습니다.  구독을 요청 하시면 종이 신문을 발송해 드립니다. 신문을 받아 보시고 싶은 분은 꼭 주소와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구독은 기본 1년에 5만원입니다. 월 5천원, 1만원 자동이체를 해 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노동자의 관점으로 세상읽기, 더욱 매진하겠습다. 감사합니다. 
(발행인 김형균 올림)

연락 : 010-6605-1646 
계좌 : 우리은행 1002-741-712669 김형균


◆ 종이신문    (원본 크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문화] 나는 사장님이 아니로소이다

  박현욱   ( 노동예술단 선언 ) 어제도 들었다 . “ 사장님 ,  이 제품 한번 써보세요 ”  마음속 깊은 곳에서  “ 저 사장 아닌데요 .  초면에 왜 그런 험한 말씀을 하시죠 ?” 라는 말이 올라와 목구멍을 간지럽히지만 ,  그저 웃으며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