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8일 일요일

내 가슴에 묻은 현차 비정규 류기혁 열사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5년 초가을 9월 5일 현대차노조 이상욱 집행부는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징계해고의 사유는 무단결근이며, 이 과정에서 업체의 부당성이나 왕따 등의 내용은 없었음.”, “해고 후 비정규직노조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는 등의 2-3주 잠깐 실무를 봄(복직투쟁은 없음).”, “성격이 집요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따른 방향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위 입장문은 9월 4일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옥상에서 목매어 자결한 류기혁 동지에 대한 현대차 정규직 집행부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류기혁의 죽음은 노동운동과는 무관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않고 다른 방향으로 보는’사람의 신병비관 자살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좌파 집행부라 불리는 자들에 의해서 나왔다는게 도저히 믿기지 않을 뿐이다. 사측이나 경찰의 입장문이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망발이다.

류기혁 동지는 2004년 2월 월차도 못쓰게 하는 회사의 횡포에 맞서 노조에 가입하였고 노조에 대한 애정을 갖고 꾸준히 노조 활동에 참가해왔다. 

당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사무실은 양정동 울산노동자신문 사무실이었다. 나 또한 그 사무실에서 근무하였기에 류기혁 동지와 여러차례 이야기도 하고 술도마신 기억이 있다.

영덕 출신의 청년이었고 고향의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책임감 있는 동지였다.

순박한 시골 청년이었던 류기혁 열사가 자본의 핵심공간인 울산 현대자동차공장에서 노동조합을알게되고 노동조합을 공동체로 받아들이며 열심히 조합활동을 했지만 자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노동조합 가입만으로 탄압을 받아야 했고 끊임없는 심리적 압박을 겪어야 했다.


노조탈퇴 압력에 시달리고 병가신청등 정당한 권리가 무시되자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다가 무단결근이라는 사유로 해고되었고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다.

류기혁동지의 죽음이 현대차노조에 의해 신병비관 자살로 규정되고 열사 인정도 거부됐다. 

결국 류기혁 열사는 노동운동 내의 첨예한 문제로 떠올랐다.

9월 6일 울산시청에서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민주노총 울산본부, 울산인권연대 등 25개 울산시민사회단체는기자회견을 통해 “명백한 사회적 타살인 이러한 죽음 앞에 우리는 더이상 무감각 할 수 없으며 더이상 바라볼 수만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들 단체들은 △현대차는 고 류기혁 열사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며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 역시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기혁 동지가 생을 달리한지 18년이 지났지만 윤석열 정권의 무단적 탄압에 온몸으로 항거하는 노동자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살아 남은자의 책무를 다하지 못함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전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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