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8일 일요일

페이스북, 아프리카에서 저임금 하청과 해고 남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IT 기업들이 이른바 ‘혁신’을 표방하며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한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노동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만큼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듯하다. 최근 몇 달간 아프리카의 케냐 법원에 페이스북(Facebook)의 모기업인 메타(Meta)를 상대로 한 3건의 소송이 제기된 게 그를 대변한다. 

작년 12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콘텐츠 가운데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극단적 혹은 선정적인 내용들을 거르는 업무를 대행하는 사마(Sama)라는 미국 기업에 소속돼 케냐 나이로비에서 일하던 에티오피아 출신 직원 두 명이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이 온라인상에서 폭력적인 내용을 걸러내고 이용자 정보를 보호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기울이지 않아 원고 가운데 한 명의 아버지가 내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페이스북에 신분과 주소가 노출돼 살해됐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다섯 달 뒤, 이번엔 다니엘 모타웅(Daniel Motaung)이라는 전직 노동자가 온라인상의 유해한 게시물을 거르는 작업을 하는 콘텐츠 모더레이터들의 노조를 결성하려다가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메타와 사마를 케냐 법원에 고소했다. 

그는 두 회사가 “강제 노동, 착취, 인신매매, 불공정 노무, 노조 파괴뿐만 아니라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에게 정신과 심리 건강을 위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사마에서 노조를 결성하려다 불법적으로 해고된 183명의 노동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이유로 두 회사는 또다시 피소됐다. 

이렇게 잇따른 소송들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먼저 메타로부터 콘텐츠 순화 작업을 아웃소싱 받은 사마는 이미 Chat GPT를 개발한 OpenAI의 하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애초 계약한 12.5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시간당 1.32달러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하청이 취소된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메타는 저비용 고효율을 이유로 사마에게 하청을 맡겼고, 처우 개선을 위해 노조 결성을 시도하던 노동자들을 해고로 탄압한 것이다. 다음으로 메타는 2020년과 2022년에 미국에서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에 노출된 콘텐츠 모더레이터 노동자들에게 법원의 권고로 각각 한화 680억 원과 1,11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260여 명 인원으로 아프리카 전역을 담당하는 케냐 나이로비의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보상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인력 부족과 노동자 차별은 아프리카에서 서비스 이용자들이 그만큼 유해한 콘텐츠에 그대로 노출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과연 이것이 그들 기업이 표방하는 혁신의 실체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인 것이다.

                                  최재훈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노동자교양예술] 선택적 친화력 – 1809년 괴테의 선택적 친화력 vs 2024년 진보당의 선택적 친화력

한아석 2024 년 총선에서 진보당 ( 그리고 민주노총의 전국회의 정파 ) 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에 들어갔다 .  진보당이 보수 양당들과는 선거 협력을 하지 않는다는 민주노총의 총선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향해 이전투구처럼 하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