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9일 수요일

미 국채 폭락이 원인, 과잉 달러 흡수할 위기 필요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까?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총자산 2090억 달러)이자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돈줄로 불리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발생 약 2일 만인 3월 10일 파산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 기업의 약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성명을 통해 퍼스트시티즌스가 SVB의 모든 대출과 예금, 지점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소은행인 퍼스트시티즌스가 미국 은행 자산 순위 16위인 실리콘밸리은행을 인수하는 것으로 이번 뱅크런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하다.

앞서 SVB 파산 여파로 무너졌던 시그니처 은행도 예금과 일부 대출 자산은 뉴욕 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자회사 플래그스타은행에 매각됐다.


위기설에 휩싸였던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역시 경쟁사인 UBS와 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다. UBS는 CS를 30억스위스프랑(약 32억 달러,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SVB 파산과 CS 위기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SVB는 지역 은행의 파산으로 은행파산이 빈번히 일어나는 미국에서는 흔한 일일 수 있다. 반면에 CS는 스위스의 2위 은행으로 글로벌 투자은행이다. 

세계 금융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하지만 SVB 파산의 의미가 세계 금융 시스템에 장기적으로 더 위험하다. SVB은 CS와 달리 투자를 잘못해서 파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SVB은 증가하는 예금의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많은 예금으로 들어온 자금을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채에 투자했다. 그런데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자 미국채 가격이 폭락했고 이에 따라 자산 손실을 입은 것이다. 물론 미국채는 만기까지 가져간다면 손실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 기업이 어려워지자 이들이 예금한 자금을 인출하게 되고 SVB가 보유하고 있던 미국채를 팔아야 했다. 이는 미실현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되어 예금자들이 불안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 뱅크런이 일어났고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에 주목되는 점은 미국채 가격의 하락에 따른 은행 파산이라는 점이다. 은행 파산은 투자자산의 가격하락에 따른 손실에 기인한다. 보통은 위험자산에 투자하여 투자자산이 위험에 노출되어 은행이 감당할 수 없을 때 은행은 파산한다. 

그러데 이번 SVB 파산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미국채의 가격하락에 따른 파산이다. 미국의 달러패권의 기초가 되는 미국채의 가격폭락에 따른 은행파산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SVB와 같은 위험에 노출된 미국의 중소은행이 약 180개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대형은행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형은행은 최악의 사태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며 준비했고, 이번 사태로 중소은행 예금이 대형은행으로 이동하면서 자금사정이 더 풍부해진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채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결국 미 연준은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할 수 없을 것이다. 금리 인상으로 미국채의 가력하락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이는 다시 달러 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져 달러패권에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딜레마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 어디선가 위기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위기가 폭발하면 전 세계적으로 달러 수요를 증폭시키고 이런 달러 수요 증가는 미국의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달러가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은행 파산이 위험한 이유이다.            

신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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