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9일 수요일

누가 한달에 600만원 번다고 사기 쳤노?

 우리생활 속에서 가장 가까이 흔히 만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플랫폼사업의 성장으로 급증하고 있는 택배와 배달노동자들이다. 2020년 기준 국내플랫폼 노동자 규모는 약 7.6%(179만명, 고용노동부)이다. 

난 1년 6개월 차 배달라이더로 일하고 있다. 러이더의 삶을 쉽게 이해하려면 먼저 배달시장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전체시장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기요와 같은 20%의 대기업플랫폼과 생각대로, 바로고 ,만나플러스, 딜리버리, OK콜 등등과 같은 80%의 일반대행업체로 나뉜다. 

이처럼 대기업군이 아직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핵심적인 이유는 대기업군이 공격적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라이더가 대형플랫폼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배달대행업은 허가가 아닌 신고제도여서 누구나 영업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불공정, 불법이 있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이 교란되고 기준이 없으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라이더에게 전가되고 있다. 

나는 일반대행소속이다. 하루일과는 아침, 점심, 저녁, 야간으로 나뉘고, 근무형태는 정직과 프리로 구분한다. 정직은 주6일이 기준이고 만근하면 일정한 보상을 받는다.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다. 프리는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다만 라이더가 건당 수수료를 100원 정도 더 낸다. 


가장 바쁜 시간은 주로 점심과 저녁타임이다. 평균 근무시간은 12시간이고, 요즘같이 콜이 없을 때는 더 긴 시간을 일한다. 

오늘도 앱을 또 쳐다 본다. 운 좋게 세 개가 배차되었다. 목적지와 음식점 위치를 파악하고 머릿속지도를 그린다. 네비에이션을 보 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네비를 보면 콜을 잡을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리는 배달오토바이를 보면 왼손이 항상 휴대폰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 보고 고수인지 하수인지 알 수 있다. 

더 많은 콜을 잡기위해 사실상 한 손으로 운전하는 셈이다. 근데 너무 위험한 행위이다. 

실제로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원인이 다. 화물노동자가 과속과 과로를 피하기 위해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듯이, 라이더도 같은 이유로 안전배달료 도입이 시급하다. 

요즘 비수기여서 최저시급 벌기도 쉽지 않고, 더 장시간을 일해야 10만원 남짓. 누가 한달에 600만원~1000만원 번다고 사기 쳤노? 

저녁 피크타임까지 콜 수행하고 나니 몸이 만신창이 됐다. 다행히 오늘도 무사함에 감사하다. 

10시에 일과를 마무리하고 동료들과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간단히 국밥에 소주한잔을 한다. 오늘하루 스펙타클한 일상을 공유하며 울고 웃고 분노하고 개선해야될 점을 고민하고 하는 이시간이 제일 즐겁다!  

이상진(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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