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노동자신문 제21호(2024.10.15) ★★★


[헤드라인]

편집국


의사들은 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나?

시장주의적 접근으로는 필수의료ㆍ지역의료 공백 해결못해

 

윤석열 정부는 총선을 앞둔 지난 21, 의대정원 2,000명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의대정원 확대로 부족한 의사 확충(2025년부터 5년간 1만명 확충) 재정지원과 보상체계 개편을 통해 지방의료 강화 특례법과 책임보험 도입을 통해 의료사고 소송부담 완화, 10조원의 예산으로 필수의료 보상을 강화하고 성형이나 미용에서의 혼합진료 금지 등이다.

의협을 비롯한 의사 단체들이 집단반발하는 가운데, 1만 명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단순히 의대정원 확대만으로는 비인기과와 지방의료의 의사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간의 대치로 인해 응급실부터 시작해서 중증환자 치료체계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 간의 대립은 고스란히 국민(환자)의 피해로 귀결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 사태를 거치며 의사 부족 문제는 이제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하는 의제다. 그래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는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 답을 했고, 부정적 답변은 16%뿐이었다(한국갤럽, 2.13~15일 전국 성인남녀 12명 대상 실시). 압도적으로 의사 수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OECD 평균 1,000명당 활동의사 수 3.5 명인 데 비해 한국은 2.3(1017OECD 보건 통계)이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윤석열 정부만 추진한 게 아니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국회와 시민단체 토론회를 통해 의대 증원 공론화에 나섰다. 당국과 시민단체, 의료 취약지역 지자체 등은 증원에 공감했다. 그러나 결국 정부는 의료계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증원은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 커지는 필수의료 공백에 정부는 2018년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의료계가 강하게 제동을 걸자 공공의대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좌절되었다. 2020(코로나19 대유행), 정부가 공공의대 신설,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총 4,000(이 중 3,000명은 지역의사로 육성)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역시 의협, 전공의, 개업의까지 반대하고 나서면서 실행되지 못했다.

필수의료란 외과,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다. 의사들이 기피하는 진료과는 흉부외과, 감염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이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의사환경이 낙후되어 역시 의사 수가 부족하다. ‘치료가능 사망률은 지역이 훨씬 높다. 중증환차 치료에 집중해야 할 대형병원 5’를 비롯한 대학병원에는 경증환자가 대략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증 환자를 중점적으로 치료해야 할 3차 의료기관이 환자를 저인망처럼 끌고 가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의료 서비스는 이른바 ‘3분 진료하는 한편, 중증환자 수술 일정은 한없이 밀리기 일쑤다. 의사들의 인센티브제도는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를 부추긴다.

집단 사직을 한 전공의는 의사지만 수련 중인 피 교육생이다. 이들은 주 100시간 근무를 하고 있고, 야간과 주말 진료는 이들 전공의가 담당하고 있다.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당직 전문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수가로는 전문의를 고용할 수 없다는 게 병원 당국의 말이다. 의료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전공의의 처우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그 핵심은 의료인력 충원인데, 국가재정 투입 없이는 해결이 요원하다.

필수의료 기피현상의 원인은 업무량에 비해 돈이 안 되기 때문이고, 수술 중 의료사고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기 쉽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시장성이 없다는 것, 의사 부족으로 업무는 많고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의대정원 확대에 의사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단순히 의대정원 확대만으로는 필수의료ㆍ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이유는 장차 개업할 때 의사들끼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의료)시장을 중심으로 돈, 이윤이 유일한 동인인 자본주의 사회에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의료 문제 해결은 시장주의적 접근과 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당장 한국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도 건강보험 재정만으로 안된다. 의료인력 충원ㆍ배치를 비롯한 제도개선이 핵심인데, 건강보험 예산 내에서의 제로섬 게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으로 의료인력을 선발·교육·배치 해야 한다. 야간과 주말 당직을 전공의만이 아니라 전문의를 배치하여 응급·중증 환자에 대한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병이 난 후에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 예방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하여 전 국민 주치의 제도를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 국가재정으로 공공의료, 무상의료, 예방의료를 실현해야 한다.

시장주의ㆍ상업주의가 판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온전한 공공의료 실현을 누가 강제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은 노동자의 노동으로 창출된 사회적 부는 전체 사회구성원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지출되는 사회, 그것은 자본독재 권력이 결코 해 낼 수 없다!


 
 

[경제]

한국경제의 위기와 대안

 

신재길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제조업의 위기이다. 한국 제조업의 문제는 중화학공업 최종재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으며 비수렴 함정에 빠졌다는 점이다. 비수렴 함정(non-convergence trap)이란 선진국 진입의 잠재력을 가진 후진국 경제가 구조조정 실패 등의 요인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낮은 기술 수준에 정체되어 저기술, 저혁신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비수렴 함정에 빠진 한국경제는 점차 수출 경쟁력을 잃어가고 제조업의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한계기업들이 더 늘어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취약한 중견 기업들 위주로 도산하는 기업 집단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한국 제조업 성공 방식 자체의 위기이다. 한국경제의 발전은 수출을 중심으로 한 모방형 성장을 특징으로 한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 모방형 성장 방식은 1990년대까지 한국경제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 왔고, 그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은 가격경쟁력 위주의 범용재 생산과 공정혁신에 특화하게 되었다. 97년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에도 한국경제는 중국 특수와 IT산업 특수로 인해 2010년대까지 높은 성장을 하였고 결국 한국은 선진국으로 평가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가 두드려지고 있다. 국제독점자본 분업체계 가치사슬에서 미국이 산업의 미래를 설계ㆍ선도한다면, 일본ㆍ독일ㆍ북유럽 국가들은 자국 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중간재 및 고부가가치 특수재를 생산하는 쪽으로 산업구조를 변화시켰고, 범용재 사업은 축소하거나 국외 이전하여 이윤율 하락에 대응했다. 하지만 한국의 제조업은 장치산업 중심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중간재나 특수재 산업으로의 구조변화에 실패하고 있다.

2000년대에 한국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중국의 부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IT 혁명이다.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와 최종재를 계속 수출하며 중국 성장에 의한 특수를 누렸다. 또한 IT산업, 휴대폰, 컴퓨터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전자산업 중심으로 수출 수요가 증가하게 되어 호황기를 보낼 수 있었다. 자동차 산업도 현대자동차의 하청기업 단가 후려치기에 기초한 가격경쟁력 우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독점자본 체제의 위기에 직면하여 국제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 수혜를 보던, 한국의 수출을 중심으로 한 모방형 성장 체계의 문제점이 전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 성장률은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았는데, 2010년대 들어오면서 제조업 성장률과 경제성장률이 비슷해진 것이다. , 그동안 경제를 견인해 온 제조업이 힘을 잃은 것이다.

2010년대 초반에 이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조선, 스마트폰 등 주력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2019년부터는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높다. 2019년 기준 제조업이 GDP25.2%를 차지한다. 일본이나 독일의 제조업이 자국 GDP20% 정도이고, 미국과 영국의 경우 각각 11%9% 정도이다. 한국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까지 계속 커지다가 그 이후 다시 줄어들어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성장의 중심에 제조업이 있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독점자본 체제가 흔들리자, 그 여파는 한국에 미치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 접어들자,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급속히 감소하여 OECD 평균보다도 떨어지게 되었다. 한국의 수출 중심 성장에 제조업이 있었는데, 수출 증가율이 감소하는 것은 제조업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는 제조업 가동률의 저하에서도 알 수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가동률은 80%가 넘었는데 2010년 이후에는 7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한국경제의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IT산업을 중심으로 AI를 발전시키고 소재산업과 전장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혁신을 주장하기도 한다. AI는 막대한 데이터를 전제로 한다, 데이터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 있어야 확보할 수 있다. 한국에는 그런 기업이 빈약하다. 그리고 고부가가치의 중간재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육성은 한국 재벌의 하청에 재하청의 수직계열화된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하나뿐이다. 주요 재벌기업과 은행을 국유화하여 한국의 자원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하도급식 산업구조를 개편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이 붕괴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 이에 국제독점자본의 저항이 있을 것이다. 무역 거래에서 달러는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에너지와 식량 봉쇄로 수입이 차단될 것이다. 이러한 제재는 러시아나 북, 이란 등에서 쉽게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들 제재받는 나라들과 연대하고, 브릭스의 일부 국가들과도 연대하면 제재를 극복할 활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해설]

돼지와 기생충의 왕국에서 인간의 왕국으로!

 

이현숙

의사증원문제를 둘러싼 잡음, 이른바 의정갈등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의사의대생 게시판에 국민을 돼지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충격을 줄 만한 내용인가?

자본가는 [노동자의:인용자] 노동력의 하루 가치를 지불한다. 그리하여 그 노동력의 사용은, 다른 모든 상품들, 예컨대, 자본가가 하루 동안 임차한 말의 사용과 마찬가지로, 그날 하루 동안 자본가 계급에게 속한다....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노동과정은 단지 자신이 구매한 하나의 상품인 노동력의 소비일 뿐[이다]. ”, (칼 맑스, <자본론> 1권 중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임금노동자는 하루 하루 자신의 노동력상품을 팔아, 임금을 받아서 먹고 산다. 자본가는 노동력상품을 구매했으니, 그 노동력상품은 다른 여타 물질적 상품과 동일하게 자본가의 것이다. 그런데 노동력상품은 노동자와 분리될 수는 없으니, 결국 노동자 자체가 여타 물질적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결국 자본가의 입장에서, 노동자는 하루 동안 임차한 말과 같다. 이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원리이고, 결국 자본주의 사회의 원리이다.

돼지 발언에도 원조가 있다. 지난 2016년 나모씨라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했다. 그가 교육부 고위관료라는 것이 흥미롭다. “교육부”, 즉 노동력상품 생산부는 자본가에게 양질의 착취재료(노새처럼 강인하고 온순해야 한다), 가장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야 저임금-고이윤이 가능하다. 당시 정부 인사혁신처는 나모씨에 대해 파면결정을 내렸다. 아마도 천기누설-이적표현이 그 죄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파면결정은 법원에서 취소되어, 복직(2018)되었다. 총자본의 이성인 자본의 법정으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배계급에게 민중은 개돼지는 상식이다.

민중의 삶을 보자.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지난 825일 사망한 사람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그가 배달 일을 시작한 때는 2016년이었다. 개인 사업에 실패해 머물 곳이 없어 찜질방에서 몰래 빨래를 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고인은 배달 일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7, 주말도 없이 아침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하루 최소 100건의 배달을 했다. 일일 평균 250km가량을 달렸다. 서울에서 강릉 거리다.

하루 수면 시간은 5시간 남짓. “잠은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배달을 했다. 인천 일대 지리를 완전히 암기했고 인근 가게 1000곳의 주소를 알고 있다고 주변에 자랑했다. ‘배달 콜을 잡으려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던 왼손은 한여름 뙤약볕에 검게 타버렸다. 끼니는 오토바이 안장 위에서 에너지바, 단백질 음료 등으로 때웠다.

이런 고된 삶에 고인의 몸 여기저기가 고장났다. 생전 뇌종양·백내장·우울증을 앓았다. 뇌압(腦壓) 상승을 방지하는 약물 등 하루 30알 넘는 약을 먹었다. 백내장 증세를 숨기려 렌즈를 착용하기도 했다. (김도연 기자, <조선일보>, 2024.8.29. "잠은 부자들을 위한 것"하루 17시간 달렸던 배달 맨의 죽음, '매출액 전국 1' 라이더 전윤배씨 영결식)

<조선일보>는 친절하게도 같은 날 (829) 기사에 고귀하신 분들의 삶도 보여준다.

최근 증권가에선 부자 중의 부자로 불리는 패밀리오피스 고객을 잡기 위한 열기가 뜨겁다. 패밀리오피스란, 부자 고객 자산 관리를 하는 PB(프라이빗 뱅커) 개념이 확장된 것으로 거액의 금융 자산을 가진 고객들에게 법무·세금·승계까지 종합 자산 관리를 하는 것이다. ... 2020년 가장 먼저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증권의 가입 기준은 1000억원 이상에 달하지만, 최근 대상이 100가구를 넘었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도 모회사인 금융지주와 연계해 패밀리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패밀리오피스 사업이 커지는 것은 젊은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는 2023456000명으로 전년보다 7.5%(32000) 늘었다. ... NH투자증권이 30억원 이상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주식이 44%로 가장 많았다.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은 약 20%, , 현물 등은 1%도 되지 않았다. (이혜윤기자, <조선일보> 2024.8.29. “부자 중의 부자를 모신다패밀리오피스를 아시나요”)

일찍이 엥겔스는 이러한 귀하신 분들”, 즉 놀고 먹는 기생충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준비해 두었다. [생산이 거대한 규모로 성장함에 따라] “자본가의 모든 사회적 기능[관리감독: 인용자]들은 이제 봉급을 받는 직원들에 의해 수행된다. 자본가는 이제 수입을 챙기는 것, 이자표를 끊는 것, 다양한 자본가들이 서로 자본을 뺏는 증권거래소에서 투기를 하는 것외에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 (엥겔스, <유토피아에서 과학으로 사회주의의 발전> 중에서)

돼지와 기생충의 왕국-필연의 왕국에서, “인간의 왕국-자유의 왕국으로의 도약은 언제쯤일까!


[정치]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오세중

지난 97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 아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2만 여명의 대규모 집회가 진행되었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환경운동연합 등 611개 단체가 참여하였다. 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가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발생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를 누가, 어떻게 변혁할 것인가?’이다.

기후 위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관련 투쟁이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노동운동이 중심이 아니라 기후위기운동, 여성운동 등이 새로운 변혁운동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운동도 유행이 있는 듯하다. 한때 환경운동이 유행했던 것처럼.

노동운동이 곧 변혁운동은 아니다. ‘노동운동=변혁운동이라는 생각은 두 가지 편향을 발생시킨다. 먼저 노동자들이 경제적 투쟁(또는 그와 관련된 법제도 개정 투쟁)을 열심히 하면 변혁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 반대 편향으로 노동운동을 구시대적 변혁운동이라고 비판하면서 여성운동이나 기후위기운동 등이 새로운 변혁운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은 운동의 주체로서 여성또는 시민의 조직화를 주장한다. 파업은 노동자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비판하며, 여성들도 가사노동에 대한 총파업을 통해 사회를 멈출 수 있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시민들의 파업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성운동, 기후위기운동 등 다양한 투쟁이 성장, 발전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함께 연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러한 투쟁이 변혁운동의 한 부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급은 노동자계급이다. ‘노동운동이 변혁운동의 중심이라는 주장은 노동자계급이 변혁운동의 중심이라는 주장을 왜곡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오직 노동자계급만이 진정으로 혁명적 계급이다. 왜냐하면 다른 계급들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몰락하고 사라져가며, 그들의 투쟁은 때로는 혁명적이지만, 때로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민들의 생존권 투쟁은 혁명적일 수 있지만, 농민의 확대는 역사를 되돌리는 것이다. 대기업의 독점에 반대하는 시장 상인들의 생존권 투쟁에 함께 연대할 수 있지만, 자본주의 초기의 자유시장 경쟁 체제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농민, 자영업자 등은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더욱 몰락하며 노동자계급으로 흡수된다.

노동자계급이 혁명적 계급인 이유는 자본주의의 시작과 함께 탄생한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발전 과정 속에서 그들의 지위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받는 계급이기 때문이다. 공장 자동화, 인공지능의 발전 속에서 생산을 위한 노동시간은 단축되고 사회 전체의 부는 증가하지만, 노동자들은 오히려 고용불안과 실업, 빈부 격차의 심화 등으로 고통받는다. 그리고 이제는 자본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가 환경오염, 기후위기로 고통받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의 결과물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의 이윤 확대, 자본의 축적으로 귀결된다. 생산력의 발전이 노동자들의 풍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들의 삶과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원인은 노동의 결과물이 노동자의 것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소수 자본가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생산이 아닌, 소수 자본가의 이윤 축적을 위한 생산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국가와 정치, 정부 시스템은 오직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각성하도록 해야 한다. 자본을 가진 자가 주인이며 자본의 이윤만을 위한 생산이 아닌, 노동자가 생산을 통제하고 생산물을 소유하며, 노동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1차적인 관심은 당면한 경제적 문제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도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착취당하는 여성의 문제, 기후위기 등의 문제에 대해 알리면서 이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들이 자본주의 체제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각성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가 탄생시킨 노동자계급이 바로 그 체제를 변혁할 주체이며,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잡고 세상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여성에 대한 착취, 기후위기 문제뿐만 아니라, 장애인 문제, 소수자에 대한 인권 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문제, 기후문제, 여성문제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는 변혁의 주체인 노동자계급을 어떻게 조직하고 강화할 것인가?’이다.

 

[논평]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20%가 말해주는 것

- 투쟁으로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변화는 없다.

 

이건수

추석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인 20%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윤석열을 굳건하게 지지하던 70대 이상의 지지율도 급락하는 등 보수층의 지지선이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김건희 리스크, 채상병 특검법,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의 장기화, 추석 장바구니 체감 물가가 여론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지지율 20%면 심리적 탄핵 마지노선이라는 평가가 있으며, 10% 언저리의 지지율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이런 대통령을 두고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다고 하지만, 그전 선거의 103석에서 오히려 5석을 더 얻어서 108석이나 확보했다. 개헌저지선은 물론 탄핵저지선도 확보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투쟁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차기 지지도는 40%대 초반으로 국민의힘 어떤 후보에 대해서도 정권 말기까지 안정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대로 2년 반 만 더 있으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하고,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 통에 죽어 나가는 것은 민중들뿐이다. 정치경험이 없는 대통령, 어쩌다 대통령이 된 윤석열이 무능을 넘어서 안보위기, 민생위기, 경제위기, 외교위기까지 불러들이면서 지금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그 어느 때보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러나, 정세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를 지나 10%를 기록한다 한들 윤석열이 정권의 위협을 느낄 만한 정치상황도 아니며, 윤석열이 국민을 무서워할 만한 대중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퇴진 투쟁, 그래, 필요하다. 문제는 죽 쑤어서 민주당 줄 게 너무나도 뻔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집행부와 진보당은 민주당에 투쟁의 성과를 갖다 바치는 민주연합의 길로 가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세상이 달라질까? 87년 이후 민주당의 주도로 민주화가 된 이후,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었지만, 세상은 바뀐 것이 없다. 민주화는 기득권을 대변하는 특권정당 간의 정권교체 또는 세력교체에 불과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는 투쟁을 해야 할 때다. 독점자본가와 특권정치가 결탁하여 근로인민대중 위에 군림하는 가짜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라, 대다수 근로인민대중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나라, 근로인민대중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노동자국가가 필요하다.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노동자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 노동자 민중이 나서야 할 때다.


 

 

[논평]

패착,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낙관

 

주훈 (민주연합노조)

당면 세계 정세의 핵심은 전쟁이다.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윤석열 파쇼검찰독재를 몰아내기 위한 수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도 전쟁 정세로부터 나온다. 중동, 우크라이나, 대만과 한반도에서 전쟁과 그 위기는 지역은 달라도 하나의 전선으로 귀착된다. 바로 반제전쟁이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패착(敗着). 바둑 용어다. 놓지 말아야 할 곳에 돌을 놓아 패하게 되는 수를 뜻한다. 최악의 수를 의미한다. 하나로 연결된 반제전쟁 전선에서 이스라엘이 패착 수를 놓았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무선호출기(삐삐) 테러와 더불어 지도자 나스랄라를 폭격하여 사망케 했다. 또한 계속 공격 전술을 취하는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접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이란을 일어서게 했으며, 러시아와 중국을 자극했고, 중동 전역, 그리고 세계 진보적 양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게 했다.

이스라엘의 계속 공격 입장과 더불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타격 거점을 논의한다고 한다. 미국이 얼마나 세밀하게 개입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 방안은 사라졌다. 이스라엘은 형용모순인 수세에 빠진 공격 전술로 미국을 공개(직접개입)의 늪으로 끌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 이스라엘은 전쟁을 이어갈 수 있는 정치, 경제, 군사적 역량이 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패착은 미국과 더불어 나토유럽 사이의 분열을 가속할 것이다.

현재 미국의 국무장관 블링컨은 북ㆍ중ㆍ러ㆍ이란을 국제 질서를 바꾸려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동맹의 단결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제국주의 우두머리 미국의 관점이 어떠한지 바로 보여주는 말이다. 기간 국제질서의 꼭짓점이 미국이란 것. 그리고 동맹 시스템을 통해 현재의 일극 제국주의 국제질서를 구축했다는 점, 그리고 그 질서가 심각하게 무너져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필자는 이것이 세계 반제전선의 형국이라 본다.

중동, 우크라이나, 대만과 한반도의 전쟁과 위기, 그 과정과 결과를 통해 국제 질서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제국주의 일극 지배질서는 기필코 무너지고 새로운 국제 질서가 수립될 것이다.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을 <쑥대밭><망조>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회 곳곳이 쑥대밭이 되어가고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 예속적 자본주의 정치권력과 자본이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깜도 되지 않는 윤석열 정권이 가속화했을 뿐이다. 쑥대밭과 망조가 든 한국사회도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필자는 국제질서의 변화가 더 빠르게 우리 피부에 와 닿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새로운 질서는 결정적으로 추동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위한 우리의 투쟁과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은 상수다. 낙관을 가지고 단결하고 투쟁하자.

하나의 반제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 새로운 세계질서는 구축될 것이라는 점, 그 한 복판에 있으면서 쑥대밭으로 변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질서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변화 할 것이다.

 




[노동]

노동자계급-영세자영업자 동맹 투쟁으로 생존권을 지키자!

 

김용화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을 말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서 일거리를 구하고 그 일거리를 통해 고객에게 상품을 제공한다. 그리고 배달앱, 즉 플랫폼으로부터 건당으로 수당을 받고 있다. 한국의 법률은 그들을 특정 기업에 속해 있지 않은 개별사업자로 규정해 놓고 있어서 디지털 특수고용직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지난 8월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 노동자 규모가 883천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3%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들 플랫폼 노동자들의 28%가 계약 없이 일한다는 서울경제 보도도 있고,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추산 지난해 노무제공자 사고사망자 83... 전년대비 20명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OECD 국가 중에, 한국은 근로자 10만 명당 8명이라고 수치를 내고 있고,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2005년 이전에는 1위였고, 이후에는 그나마 3위의 실정이라는 뉴스컷 보도도 있다. 각종 언론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온라인 기반 노동자들의 산재 사고율은 갈수록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여러 보도도 있다.

그리고 국민일보에 의하면 배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64,000억 원에 이르렀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배달앱을 이용한 사람은 2,000만 명 안팎에 이르고 있다 한다. 월간 2,000만 명 이상의 손님을 꽉 잡고 있는 배달앱으로부터 자영업자들이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신규 서비스를 포함해 모든 서비스 이용 여부는 전적으로 개별 자영업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강조하지만, 이 계약 관계에서 우위는 전적으로 배달플랫폼이 차지하고 있고, 겉보기엔 옵션이지만 실제로는 사실상 필수인 선택지만이 놓여 있으므로 자영업자들 처지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하게 되는 서비스인 것이다. 그리하여 영세업자들은 몰락의 위기에 내몰리고, 배달노동자들, 즉 플랫폼 노동자들은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서민들은 외식 물가 급등에 허덕이는 바로 그때 시장 점유율 65%배달의민족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음식배달 업계 1배달의민족은 지난해 7천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2년 연속 대규모 흑자를 냈고,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민인수 이후 4천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한다.

지난 621일과 715일 배달노동자와 배달상점주들은, 배민·쿠팡 등 거대 플랫폼이 자신들과 같은 들을 과도하게 착취하고 있다며 배달플랫폼 갑질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배민은 89일부터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현실이 되었다. 이에 반하여 지난 830일에 서비스연맹 소속 배달플랫폼노조(이하 노조)배달의민족의 일방적 배달료 삭감에 맞서 830일부터 B마트 배달거부 운동을 장기화, 전면화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렇듯 디지털 플랫폼을 지배하는 대자본이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할 뿐 아니라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들의 소득도 수탈하는 새로운 구조가 생성된 것이다. 이는 곧 지배 자본가계급이 IT기술 산업을 통째로 사유하고 있으면서, 스마트폰() 등을 통해 피지배계급 일반에 대한 지배 자본가계급의 관리ㆍ착취ㆍ수탈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이 형태를 선취한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등등 몇몇 업체들은 이미 초유의 이익들을 챙겨 독점기업으로까지 성장했다. ‘플랫폼 노동역시 자본의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에 복무하는 이 시대의 또 하나의 자본주의적인 노동형태인 것이다.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저항이 극대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불똥을 피하듯 이런저런 지원 정책을 내놓기에 급급하다. 소상공인 전기요금 인하, 배달요금 지원 등을 위해 25조 원이라는 돈(세금)을 풀고, 고맙게도 대출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희망 고문과 같은 방책들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한 계급은 착취ㆍ억압하고 다른 계급들은 착취ㆍ억압당하는 계급 사회에선 결코 성립될 수 없는 상생을 떠들어 대고 있다. 또한 언론이나 평론가, (경제학) 교수 등등, 자본의 각종 나팔수님들은, 의도적인지 선의(무지)’에서인지 딱히 알 수 없으나, 문제의 근본은 자본주의 자체인 것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약자를 위한답시고 연구 논문, 정책적 대안 등등 여러 말씀을 쏟아 내지만, 결국엔 정부와 독점기업을 옹호하며, 그저 들의 부르짖음으로만 치부하는 듯하다.

독점기업과 정부에게 비정하다고 아무리 소리쳐보았자 소용이 없는 것은, 맑스가 자본론어딘가에 썼듯이 자본가란 인격화된 자본일 뿐이고, 노동자는 인격화된 노동시간일 뿐인 것이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는 비정함이 정상인 사회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원시공산제가 붕괴된 이후 시대적 성격에 따라 그 종류와 정도의 차이는 다르지만, (사회주의 사회를 제외하면) 피지배계급은 단 한 번도 비정하지 않은, 즉 착취와 억압이 존재하지 않은 세월을 살아 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행여나 저들에게 비정함을 좀 거두시고 온정을 베풀어 달라고 호소한들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비정함은 저들이 거두는 것이 아니다! 영세자영업자ㆍ노동자계급이 동맹을 통한 강고한 투쟁으로 중지시켜야 하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독점체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력 착취와 영세자영업자들의 소득 수탈이라는 이중적인 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 배달앱 독점체 간의 이윤 확보를 위한 경쟁이 격해질수록 노동자계급을 쥐어짜는 시스템은 그들의 보호자 정부와 합작해서 더 교묘히 변화ㆍ발달할 것이고, 노동자들의 삶은 그만큼 더욱 간난(艱難)해질 것이다.

형식만의 개인사업자! 돈 많이 벌어서 건물주도 되고, 부동산 부자도 되고, 이자도 받는 부자가 되는 부르주아지를 꿈꾸지만, 그 대다수는 말 그대로의 무산자인 완전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전락ㆍ복귀할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ㆍ몸부림쳐 봐도 그럴 것이다. 이 사회는 자본주의 체제이고, 이른바 플랫폼 경제는 그 최신의 착취ㆍ수탈 기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영세자영업자 혹은 반()프롤레타리아의 완전한 무산자, 프롤레타리아로의 전락. 이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적 법칙의 필연적 귀결이다. 즉 자본주의 체제가 존재하는 한, 최후의 역사적 계급 사회가 폐지되지 않는 한, 임금노동자든, 영세자영업자든, 기타 근로인민이든, 피지배계급 인민의 삶은 착취와 억압의 세월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자본의 쇠사슬을 끊고 노동이 삶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노동 그 자체가 제1의 삶의 욕구가 되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의 건설만이 이 법칙을 저지하게 되는 것이다.

플랫폼 경제에서의 배달라이더ㆍ배달상점주관계를 보자면, 물론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라는 전제는 달라짐이 없겠지만, 몰락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몸부림이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 반대라는 일그러진 형태로 나타났다면, 플랫폼 영세자영업자들이 노동자들과 함께 플랫폼 갑질 규탄대회에 나서고 있는 지금 현재는, 수수료 인하 요구가 더 중점이 된 듯하다. 그리고 배달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적용은 고사하고 건당 수수료 책정에만 매달리는 형세인 듯하다. 그러나 지금은 플랫폼 배달노동자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이 독점기업을 향해 함께 투쟁 결의를 모았다는 것을 중요한 정세 변화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더 나아가 배달라이더ㆍ배달상점주결의 투쟁의 강화ㆍ발전을 위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선진노동자들은 지금 당장 이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촉진해야 한다. 그 동력을, 플랫폼 노동자 전체로, 나아가 노동자계급 전체와 몰락의 위기로 몰리는 영세자영업자 전체로 모아, 생존권을 사수하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를 혁파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자!

 


 

 [노동]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인정하고 이수기업 정리해고 철회하라!

― 09.30 현대차수출선적부 이수기업 노동자 전원해고

 

김형준(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비대위 위원장)

현대자동차는 97~98년 정리해고 이후 수많은 공정에 사측의 이익을 위해 불법파견,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여 사측의 이익을 위해 착취와 차별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과 착취, 억압에 맞서 2003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원·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며, 현대자동차가 원청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불법파견 투쟁을 전개해 왔다.

2010년 대법원 승소 판결 이후 현대자동차 내 수많은 공정이 불법파견임이 인정되고 그 공정들이 다시 정규직 공정으로 전환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의 범죄를 인정하기는커녕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특별채용이라는 미명아래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ㆍ축소하였다.

현대자동차 내 수술선적사업부는 대략 8개 업체, 대부분 하청노동자로 운영되었다. 당연히 쓸 수 있는 휴가는 눈치 보며 써야 했고, 12시간 맞교대에 현대자동차 지부가 파업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해야 했다. 그렇게 현대자동차 내 수출선적사업부는 성역이었다. 그런 수출선적사업부에도 방청공정을 시작으로 불법파견임이 인정되고 수출선적사업부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합가입과 투쟁으로 현대자동차가 불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차별·억압하여 착취하였음을 알렸다.

수출선적사업부는 몇 년 전부터 정규직 공정으로 전환되었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특별채용 또는 강제 전환·배치 되었고, 그 공정에는 촉탁직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이제 수출선적사업부에는 이수기업 노동자들만 남았다. 수출선적사업부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 내 사내하청 폐업으로 고용승계 및 타 업체의 전적을 통해 수출선적사업부에서 수년간 노동을 해왔다.

20245월과 7월 대법원 일부 승소 후, 현대자동차는 이수기업을 930일 자로 폐업하고 고용승계 없이 이수노동자 38명을 전원 해고하였다. 하루아침에 38명의 노동자는 생계를 잃고 해고자가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업체사장의 일신상의 이유로 폐업일뿐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과거 불법파견 이슈에 따라 특별채용 기회를 줬음에도 응하지 않은 당사자들의 문제라며 불법파견이라는 범죄를 은폐, 축소하며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수기업의 폐업과 정리해고 사태는 현대자동차 내 모든 (1, 2)사내하청 업체로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 이에 이수기업 노동자 16명은 현대자동차 지부 노동조합 사무실을 거점으로 정리해고 철폐와 고용승계 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처 공장에 들어오지 못한 이수기업 노동자들이 각 출입문에서 1인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사측은 이수기업 정리해고 철회하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경과>

20244월 초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사측이 이수기업을 폐업 시 폐업 후 1차협력업체인 2공장 현인기업과 통합시켜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고용승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측에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간담회 시 전달함

20244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 무진기업 노동자들 불법파견 대법원 패소(2020년 무진기업 폐업 후 이수기업으로 전적 및 고용 승계된 인원들)

20245월 중순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로 사측이 임금교섭 시기 시끄러운 일 만들지 않기 위해 이수기업 계약을 3개월 연장하여 930일까지 하겠다고 전달

2024530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 이수기업 불법파견 대법원 승소

2024725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 이수기업 불법파견 대법원 승소로 파기환송(2심 패소)

2024814 : 이수기업 당사자, 현대자동차지부를 통해 현대차 사측이 9.30 이수기업 폐업 이후 현인기업과 업체통합 하지 않고 전원 해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달받음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사회연대실에서 본관 방문하여 해고는 안 된다고 입장 전달했으나 해고하겠다는 사측입장 완강. 현대자동차지부 사무국장이 오후 본관 방문했으나 사측 입장변화 없음

2024.10~현대자동차지부를 거점으로 선전전, 각 공장 출입문 선전전 진행 중


<기자회견문>

현대자동차는 이수기업 정리해고 철회하고 총고용을 보장하라!

현대자동차는 1999년부터 사내하청 제도를 도입하여 오랜 기간 불법파견이라는 범죄를 수단으로 수많은 비정규직을 착취하고 차별해 왔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라 겪는 차별과 억압을 걷어내고자 2003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건설했고 원·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며 현대자동차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과 처우를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처우를 현대자동차 원청이 책임져 왔습니다.

현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사내하청의 폐업과 이에 따른 고용승계 및 타 업체로의 전적을 통해 수십년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 수출선적부의 사내하청 업체인 이수기업과의 도급계약을 930일 자로 종료하고 이수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노동자 전원을 고용승계 없이 정리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업체사장의 일신상의 이유로 업체폐업을 하는 것일 뿐, 자신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과거 불법파견 이슈에 따라 특별채용 기회를 줬음에도 응하지 않았던 당사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며 정리해고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수기업의 폐업과 정리해고는 현대자동차 전반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이수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처우 저하 없는 온전한 고용승계가 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하나, 일회용품처럼 아무 때나 쓰다 버려도 되는 노동자는 없다.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노동자의 고용을 책임져라!

하나,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간접고용-특수고용'을 이용한 비정규직 노동착취 당장 중단하라!

하나,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제도화는 노조법 2,3조개정안 거부하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202492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정세일지]

 "전국동시다발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 개최"


9/4. ‘한국지엠 불법파견 특별교섭ㆍ4대요구 쟁취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725일 대법원의 한국지엠 불법파견 인정에도 묵묵부답인 한국지엠 자본에 항의. 대법원은 지난 725일 한국지엠 창원·부평·군산공장 1·2차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128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노동자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 법원은 한국지엠의 엔진·차체·도장·조립·품질관리·생산·KD 등 모든 공정에서의 불법파견을 인정.


 






9/5. 명동 세종호텔 앞, 해고자들의 투쟁승리 1,000일 문화제 개최

참석자들은 세종호텔 해고자들의 원직복직과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며 결의를 다짐.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김란희 조합원의 사회로 진행.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호텔 측이 신규 직원을 채용해 기존 노동자들을 교체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알림. 김란희 조합원은 현장 노동자들이 호텔 안팎에서 여전히 투쟁 중임에도 세종호텔은 반성 없이 더 기세등등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짐.

 

9/7. 성주 소성리, 17차 범국민평화행동 열어

민주노총을 비롯해 소성리 주민과 지킴이, 전국민중행동, 김천시민대책위, 원불교 등 시민사회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진밭교 일대에서 제17차 소성리 범국민평화행동을 열고 불법사드 철거하라”, “한미일 MD구축 반대”,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등을 주장. 사드가 두 번째로 성주 소성리에 반입된 201797일로부터 꼭 7년이 된 날. 당시 사드 발사대 4기가 사드 기지에 배치돼 1개 포대를 갖춤.

 

9/9. 거제 옥포사거리, 금속노조-조선노연 결의대회 열어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이 거제 옥포사거리에서 ‘2024년 임단투 승리! 노조무력화 분쇄! 조선업특별법 제정! 금속노조-조선노연 결의대회진행. 조선노연 파업 지침에 따라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케이조선지회, 성동조선지회는 4시간 파업투쟁을 전개. 최근 조선업은 호황기로 들어서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자본은 물량팀이라 불리는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무분별하게 늘려가며 착취 구조를 강화. 거제 한화오션의 경우 지속적인 노조 무력화 시도와 탄압, 22년 조선하청 파업투쟁 당시의 손배소 유지 및 블랙리스트 문제 등 한화자본의 적대적 노무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

 

9/11. 한국전력의 65개 섬 발전 노동자 4차 상경투쟁

지난 815일 한국전력의 65개 섬 발전 노동자 184명 집단 대량해고. 용산대통령집무실 앞, 4차 상경투쟁. 작년 6월 법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으로 인한 직접고용 이행 촉구 및 해고 철회 외침. 최대봉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장은 "한국전력공사 직원도 없는 전국 65개 섬에서 발전소를 운영하며 70만 섬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해왔다. 열악한 숙식 환경에 서로를 의지하며 주민에 대한 의무와 봉사라는 정신으로 살아왔다"라며 국민들과 대통령실에 관심과 책임을 촉구.

 

9/23. 민주노총부산본부, 2025 부산시 생활임금위원회 집중 선전전

민주노총부산본부가 부산시청 후문에서 2025 부산시 생활임금위원회 집중 선전전을 개최. 3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집중 선전전은 같은 날 10시에 진행되는 부산시 생활임금위원회를 압박하기 위해 개최. 참가자들은 ‘2025년 부산시 생활임금 13,600원 쟁취하자부산시 공공기관 하청노동자에게도 생활임금 적용하라는 요구사항을 구호로 외침. 생활임금위원회 회의결과, 2025년 부산시 생활임금은 5%가 인상된 시급 11,918, 209시간 근로 기준 2,490,862원으로 결정. 인상률로 따지면 20185.1% 이후 최고 인상률.

 

9/24.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배달의민족 사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배달의 민족'은 건당 3천 원이었던 배달료를 구간배달 도입을 통해 2천 원 대로 줄이는 등 일방적으로 약관 변경을 해옴. 배달료 인상을 위해 7월부터 임금 교섭을 시작했지만 5차례 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배달료 인상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만 고수.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미비한 틈을 악용하여 배달료를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마음대로 착취하는 사측을 규탄. 배달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라고 촉구.

 

9/26.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고용승계 쟁취 투쟁승리 문화제 열어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고용승계 쟁취 투쟁승리 문화제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주관으로 평택 니토옵티칼 공장 앞에서 진행. 문화제가 열린 이날은 구미공장화재 724일차, 해고 603일차, 구미 고공농성 263일차, 평택 농성 131일차. 금속노조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투쟁승리를 위한 지부별 순환농성을 결의했고 순환농성 첫날인 문화제 당일, 금속노조 경기지부와 한국지엠지부가 함께 문화제에 참석.

 

9/28. 전국동시다발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 개최

퇴진 광장을 열자! 9.28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가 전국동시다발로 열린 가운데 수도권 5,000(숭례문 앞)을 비롯한 전국 5만여명의 노동자 민중이 윤석열 퇴진을 외침. 결의한 내용은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위해 여기 모인 우리는 결의한다. 하나. 108일 시작되는 윤석열 정권 퇴진 국민투표를 광범위하게 진행한다. 노동자는 현장에서, 농민들은 들녘에서, 빈민들은 노점에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퇴진의 국민적 요구를 모아낼 것이다. 하나. 이러한 국민의 뜻과 힘을 모아 119, 1120, 127일로 이어지는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하나. 박근혜 퇴진광장을 열어내었던 노동자 민중, 우리가 앞장서서 퇴진광장을 열어낼 것이다.”

  

 

[국제]

반미전선 중심이 아니라
혁명적 관점에서 현 정세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

 

전원배

20222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국제정세가 하루하루 격변하고 있다. 202310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격변의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국제정세 전문가들도 변화의 속도와 강도에 놀라고 있을 정도이다. 며칠만 기사를 안 보면 깜깜이가 될 정도라고 넋두리할 정도이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가라앉는 제국 미국과 떠오르는 강국 중국이 있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주변부에 있다고 하기에는 그 비중이 너무 크다. 미국을 상대하기에 중국은 에너지 자급에 치명적 약점이 있고 러시아는 인구와 제조업 능력에서 미국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에 미국 외교의 우두머리였던 헨리 키신저는 통탄하면서 숨을 거두었다. 그의 통탄은 백악관의 잘못된 외교정책 때문에 반드시 갈라쳐야 할 러시아와 중국이 한배를 타게 한 것에 대한 것이었다.

이들 세 나라는 규모가 대륙급이다. 영토는 물론이고 인구 또한 많다. 세 나라의 충돌로 전 지구적 격변이 휘몰아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한민국이 속한 한반도는 이 격변에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즉 한··, ··러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국제정세의 복잡한 흐름을 잘 파악하고 주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그동안 피땀 흘려 쌓아 올린 성과들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미국 주도 일본 우선의 미·· 동맹의 하위파트너가 된 지 오래다. 윤석열 정권의 지속적인 친일 행보에는 미국의 전략적 포석이 있다는 말이다. 한일 동반자관계는 분명히 미국 주도 동북아 체제 형성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한 동맹을 구축하여 떠오르는 중국을 봉쇄하고 러시아 포위망을 촘촘하게 짜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북(조선) 봉쇄 또한 지속하려는 것이다. 국회 절대다수를 장악한 민주당의 행보는 어떤가? 국회에서 동북아 반전 평화를 위한 정책적 행보를 할 힘이 충분하건만 이재명 차기 대통령 만들기 이외에는 관심 밖이다. 절체절명의 전쟁 발발 위기는 아무 상관이 없는 자들이다.

97년 이후 교대로 두 집단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데 두 집단은 많은 사소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지배에 대한 노예적 굴종과 자본지배, 노동 개무시라는 두 측면에서는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즉 전쟁의 소용돌이로 우리를 몰아넣는 미국의 침략 정책에 국힘이나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저항할 가능성은 1도 없는 것이다.

 

혁명이냐? 야만이냐?

110년 전인 19146, 사라예보에서의 두발의 총성이 1차 세계대전을 불러왔다. 세르비아 민족주의 지하조직인 흑수단 소속의 가브리엘 프린치프가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총탄으로 살해하면서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지만, 그것은 하나의 계기일 뿐이었다. 직접적으로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심의 삼국협상 세력과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이탈리아 중심의 삼국동맹이 제국주의 정책을 둘러싸고 충돌을 거듭하다 전쟁으로 갔지만 이 또한 피상적 이유이다.

진짜 전쟁의 원인은 고도로 발달한 독점자본주의가 불러온 경제파탄과 계급충돌 해결(저항하는 노동자 민중을 학살하고 무력화)하기 위해서 전쟁이란 수단을 사용한 것이었다. 족쇄가 풀린 자본주의가 악마의 맷돌처럼 노동자 민중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과잉된 상품과 노동력으로 자본주의 작동이 한계에 봉착하자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치장한 야만적 전쟁으로 몰아가서 자본주의 작동의 원활함을 회복한 것이다. 당시 세계 사회주의자들의 연대체인 제2인터내셔널의 지도적 당이었던 독일 사회민주당은 어떠한 행보를 하였던가? 독일 자본가들의 우두머리 카이저의 제국주의 침략의 동반자가 되지 않았는가?

이러한 혼란기일수록 사태를 파악하는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현재 정세의 특징을 미국 일극 패권에서 다극으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물론 미국 일극 패권에 맞서 다극화로의 전환은 일보전진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정세의 급진전 앞에서는 애매모호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1917년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래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이탈한 세력들은 미 제국주의 주도의 봉쇄와 간섭전쟁 아래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고 말았다. 혁명 주체의 오류도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고립된 혁명과 제국주의 봉쇄에 의한 굴절이었다.

물극필반이라 했던가? 자본주의 최고절정기인 지금이야말로 세계적 규모의 혁명을 도모해야 할 때이다. 1950년대 이후 세계의 대다수 사회주의자는 혁명 포기 대가로 개량을 취하려 했다. 현실성, 대중성이란 이름으로. 그러나 혁명 포기의 대가는 개량이 아니었다. 신자유주의라는 정글 자본주의였다. 그나마 서유럽의 사민주의 복지국가들도 정글 자본주의로 편입되었다. 1995년 민주노총의 건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으로 시작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험은 참담한 실패로 귀결되었다, 제대로 된 반성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무기력만큼 이 운동의 실패를 웅변하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은 우리가 쌓아 놓은 성과를 모두 휩쓸어 갈 수도 있지만, 거대한 연을 하늘 높이 띄울 수도 있는 것이다. 세계적 규모의 경제위기, 국지전의 발발과 확산, 노동조합, 의회주의적 정치운동의 위기 속에서 오히려 혁명적 비상의 계기를 잡아 보자. 경제위기가 노동운동의 위기로 온 데에는 대중들의 책임도 있지만 노동조합-의회주의 운동에 매몰된 운동 방식도 뒤돌아 보고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개량적 양 날개를 접고 혁명적 양 날개를 활짝 펴서 세계적 소용돌이에 대응하자.



 

[기획]

의사파업과 사회의료의 전망

 

손미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1. ‘의사파업’: 의사들의 노동자화와 소외의 증대

정부의 의사인력 2,000명 증원이라는 정책에 맞선 의사들의 파업이 심화되고 있다. 싸움은 정부와 의사 집단으로 보이지만, 그 본질은 자본과 의사 집단에 있다. ‘의사파업은 자본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맞서는 의사들이 자기중심적이고 환자나 전체 인구집단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으나, 의료 자본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는 측면도 있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시대에 의료 자본들은 의사들을 자본에 편입시켜 왔고, 이제 의료 자본에 의해 의사들의 자본에 재편되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에서 의료는 약 10% 미만의 공공의료 체계를 제외하고는 민영화된 체계인데, 자본은 이제 이 민영화된 체계에서 아직 남아있는 덜 자본화된 부분들, 즉 의사들의 개업 행위를 의료 자본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거대 대형 병원들이 들어서면 거기에서 의료노동자로 종사할 의사들이 필요한 것이고, 자본은 이를 파악하고 있으며 의사 인력을 대거 증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소규모 생산수단으로 개업한 의사들은 결국 노동자화를 겪어왔다. 거대 의료자본 속에 편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거대 의료자본 체계하에서 의사들은 의료행위에서 자율권과 전문성을 빼앗기고, 의료기업인 거대 병원들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의료에 도입되면 의사들의 기술은 점차 무력화될 것이고, 인공지능 중심의 의료로 발전되면 의사들의 대기업에 고용되는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의사들은 임노동 체계에 편입되고 노동자화될 것이다.

현재에도 소위 수련을 빌미로 거대 의료자본·병원들에 고용된 젊은 의사들인 인턴, 레지던트들은 초인간적인 노동시간 증대, 야간노동, 고도의 노동강도, 노동력 유지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으로 점점 소외되고 있으며, 그들의 일과 환자로부터 분리되고 있다. 의사들은, 특히 거대 의료자본·병원의 의사들은 스스로 노동에의 자율권과 조절권을 갖지 못하고 의료 자본 경영진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어서 의료서비스 생산물과 생산과정에서 소외되고 있고, 동료 의사들과의 경쟁구도 속에서 소외되며, 결국 유적 존재로부터 소외됨으로써 그들 자신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다.

 

2. 의료체계 붕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사회 불평등과 건강 불평등

한국의 대다수 인구는 이번 의사파업으로 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붕괴될 것인가? 한국에선 그나마 미미하게 존재하던 공공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다. 정부와 의료자본은 의료재원의 부족을 구실로 사회보험제도보다는 민간보험제도를 적극 추진할 것이고, 비보험 민간의료비의 증대, 의료비의 차별화 및 증대 등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려고 할 것이다. 벌써 정부 대책 발표에서 의료의 민영화, 불평등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러한 사회불평등의 증대와 건강불평등의 증대는 사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노동자·민중들은 더 이상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질 높은 민영화된 병원을 찾아가지 못할 것이고, 의료의 불평등, 사회의 불평등은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4. 노동자·민중 공동체를 통한 의료체계의 개혁

대다수 의사도 파업하면서 원래의 회귀’, ‘원상 복귀는 어렵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체계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재 자본주의 의료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것은 공동체에 의한 공동소유의 보건의료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독재 국가 중심의 의료, 민간 의료체계에서 벗어나려면 그 주체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노동자·민중 공동체의 의료체계가 되어야 한다.

노동자·민중 공동체를 위해서는 노동자·민중들과 의사들이 공동 협력해야 한다. 우선 노동자·민중들이 나서야 한다. 민중들은 스스로의 건강에 책임을 지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의료체계개혁에 나서야 한다. 바로 보건의료가 민영화되면 안 되는 이유가 인간의 건강이 인류 전체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보건의료 문제의 해결도 인류 전체, 또는 당장 그 문제에 처해 있는 집단 전체가 해결해야 한다.

의사들은 의료체계 개혁을 원한다면 우선 자신들이 살기 위해 인구집단의 돌봄을 놓아버리면 안 된다. 계속해서 인구집단의 건강을 돌보면서, 전체 민중들과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요구만을 내세우면서 고립적으로 계속 정부와 의료자본에 대항해서 투쟁한다면 그들은 급속히 노동자화가 되어버리고 의료 자본에 흡수되고 말 것이다. 의료자본이 소자본들을 집적과 집중시키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날 것이다. 자본은 이미 그 방법을 알고 있고, 여러 다른 산업에 적용했던 자본주의 생산방식을 의료에 적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사들은 노동자·민중들과 결합해야 한다. 이것만이 자신들의 의료자본으로부터 노동착취를 당하지 않고 인간의 질병을 치유한다는 아름다운 뜻을 가진 의사가 되는 길이다. 의료자본은 절대 의사들을 노동력상품인 의료인력 상품으로 보기 때문에 의사들은 의료자본에 포섭되어서는 인류를 위한 진료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국의 의사들이 인류의 건강을 위한 더 큰 의료를 지향한다면 대다수 노동자·민중들과 손잡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5. 결론: 노동자·민중들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의사파업의 문제는 이제 일부 의사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전체 민중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자본화된 의료를 사회화된 의료, 사회의료, 민중의료로 만들어 나가기위해 민중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그 해결책을 공유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자본주의체계에서 자본주의 국가중심의 의료, 민간의료 체계에서 벗어나기위해서는 그 주체가 노동자·민중 공동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 가능한 단위에서, 각 지역에서, 노동자·민중 공동체를 만들고, 노동자·민중들의 논의를 증대시키는 일을 시작하자!


 

[중국혁명가]

공산당 섬북 근거지 개척자 류즈단(刘志丹)

 

이철의

중국은 본래 개인숭배를 엄격하게 억제했던 전통이 있다. 19491, 대륙의 내전에서 승리가 분명해질 무렵 공산당은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런 결의를 하였다. “생일 잔치를 하지 않고, 선물을 주지 않으며, 술은 조금만 권하고, 박수는 적게 치고, 사람 이름으로 지명을 만들지 않고, 중국 동지를 마르크스 레닌과 같은 반열에 두지 않는다.” 이 규정에서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류즈단의 이름을 딴 즈단현이다. 본래 바오안(保安县)으로 류즈단의 출생지였는데 1936년에 전사한 그를 기려 이름을 바꾼 것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유일한 지명을 갖게 되었을까?

1934년 공산당은 국민당의 초공작전을 견디지 못해 각지에 건설한 해방구를 탈출하였다. 장시성의 루이진에 있던 중앙소비에트도 25천리의 대장정을 시작하였다. 10만명의 인원이 8천명으로 감소한 고난의 대행군이었다. 장시, 후난, 윈난, 구이저우, 쓰촨을 거친 장정 도중 마오쩌둥은 소련 유학파로부터 지도력을 넘겨받았다. 4방면군 지도자 장궈타오와 장정 노선을 놓고 충돌하던 마오와 중앙 지도부는 북상항일을 주장하며 쓰촨성에서 섬서, 간쑤 지방으로 이동하였다. 쓰촨성을 벗어난 마오쩌둥은 우연히 입수한 신문을 보다가 섬서성에 비교적 건실한 해방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바로 류즈단, 가오강 등이 건설한 산간(陕甘) 소비에트로 섬서성과 간쑤성에 걸쳐있는 해방구였다. 비로소 확실한 목적지를 확인한 마오쩌둥은 장정 대오를 이끌고 섬북에 자리잡았다.

류즈단. 충성스러운 공산주의 전사, 중국 공농홍군 고위 지휘관, 걸출한 무산계급 혁명가, 군사가, 서북 홍군과 서북 혁명근거지의 주요 창건자중 한사람. 1996년 중국 인민해방군 36명 군사가에 포함, 2009년 신중국에 공헌한 100명 인물에 포함(중국 공산당 홈페이지에서 인용) 류즈단은 1903년 섬서성 바오안현에서 출생하였다. 1922년 류린(榆林) 중학(한국의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며 학생회 주석으로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1924년 중국 사회주의 청년단에 가입하였고 다음해 공산당에 가입하였다. 당의 지시로 황푸군관학교에 입학한 그는 국민혁명군 4로군 정치처장 등을 맡으며 북양군벌과 전투했다. 1927년 국공합작이 파탄하고 그는 후베이, 안후이, 섬서성 등에서 군사봉기를 기도하였다. 1928년 류즈단은 동지들과 함께 마침내 웨이화(渭华) 기의(중국은 봉기를 기의로 표기한다.)를 일으켜 서북 공농혁명군사위원회 주석을 맡았다.


1931년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그는 서북 반제동맹군을 조직하여 부총지휘 및 참모장을 맡았는데 나중에 중국 공농홍군 섬감유격지대로 발전하였다. 1932년 중국 공농홍군 26군이 성립되었을 때 류즈단은 지휘자가 되었다. 1935년 류즈단이 지휘하던 26군과 25군이 합병하여 중국 공농홍군 15군단으로 확대되어 그는 부군단장과 참모장을 맡았다.

섬북이 공산당의 최종 정착지가 되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류즈단과 그의 동지들은 국민당군의 세차례에 걸친 포위토벌에 맞서 싸웠다. 중과부적의 불리한 조건에서 류즈단은 공기무비, 출기불의(적이 허술한 곳을 치고 예상하지 않은 곳을 공격하는 전술)의 전법으로 아홉 번 싸워 모두 승리하였다. 그러나 당시는 공산당 중앙 노선도 격변을 거듭하는 시기여서 마오쩌둥도 장정 도중에 보구, 리더 등으로부터 지도력을 빼앗았다. 리리싼, 왕밍 등의 좌경 기회주의 노선은 전국 각지에 영향을 미쳐 많은 이들이 혼란 속에서 이른바 숙반(숙청의 다른 말)을 겪어야 하였다. 이때 류즈단도 좌경 기회주의의 모자를 썼다. 계속되는 군사행동 속에서 의견 차이와 주도권 다툼이 그런 일을 만들었을 것이다. 1935년 부대를 합병한 뒤, 류즈단은 기회주의자로 모함을 받아 체포되어 생명을 위협받게 되었다. 그때 마침 마오쩌둥과 중앙 지도부가 섬북에 도착하여 그를 구해냈다. 석방된 류즈단은 서북 혁명군사위원회 부주임과 북로군 총지휘, 홍군 25군 사령을 맡았다. 1936년 그는 당의 명령을 받고 산시성으로 동정에 나서 싸우다 전사하였다. 그의 나이 겨우 33세였다. 마오쩌둥은 나중에 비문을 쓰기를 군중의 영수, 민족의 영웅이라고 하였다. 저우언라이는 비문에서 “5천년 역사에 영웅이 많지만 인민의 영웅은 류즈단을 꼽는다고 하였다.

시중쉰(习仲勋)은 지금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의 부친이다. 그는 류즈단 휘하에서 활동했는데 나이 차는 열 살 아래였다. 그는 19세 때 처음 류즈단을 만났다. 그는 1998년 류즈탄 탄생 95주년에 이렇게 썼다. “즈단 동지는 나보다 열 살 위이다. 그는 좋은 선생이자 영도자였고, 좋은 형이자 친구였다.” 시중쉰은 13세에 공산주의 청년단에 가입했으며 15세에 공산당원이 되었다. 그는 류즈단과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혁명과 전투에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내가 만났을 때 그는 보통의 전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소박했으며 다가가기 쉬웠고 항상 전사들과 함께 하였다. 동지들은 그를 류형으로 불렀다.”

중국은 땅도 넓고 인물도 많다. 각지에서 활동한 혁명가들이 스스로 근거지를 개척하며 당의 노선을 관철해 냈다. 신사군을 이끌던 천이도 당과 몇 년동안 연계가 끊어져 있었지만 연결되었을 때 금방 당의 통일전선 노선을 관철해 냈다. 이처럼 통일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문화]

임을 위한 행진곡*

 

우지용 (소리꾼)

*928, 김제 집강소에서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주관으로 노래로 듣는 한국현대사공연이 있었습니다. 이 글은 강사 우지용(소리꾼)동지의 강의 원고 일부입니다. 긴 원고를 보내왔으나 한정된 지면 관계상 한 꼭지만 싣습니다. - 편집자 주

   

1980년대는 군부독재 타도, 민주화운동, 교육민주화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절이었다. 시위나 집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불렸던 노래. 백기완 선생의 묏 비나리 (198012)를 소설가 황석영이 다듬어서 가사를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45.18 기념식 때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들과 함께 망월동 묘지를 참배했을 때 군악대가 이 곡을 연주해서 화제가 되었던 일도 있었다. 군악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 노래는 나중에 대만과 홍콩, 캄보디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아시아의 민주화 운동가나 민권운동가들 사이에서도 불려져 아시아 민중가요로 정착되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82년에 제작된 넋풀이 - 빛의 결혼식에 수록되면서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빛의 결혼식>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80527일 계엄군이 쏜 총탄에 맞아서 목숨을 잃은 윤상원(당시 30세 시민학생투쟁위원회 대변인)과 노동현장에서 죽어간 박기순(당시 21)의 영혼결혼식을 담은 노래굿이다. 이 노래는 빛의 결혼식에서 윤상원과 박기순 두 남녀의 영혼이 부르는 노래로 작곡되었는데, 두 열사가 지금 우리가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라고 부르는 마지막 구절이 더할 수 없는 비장감을 준다.

 

광주항쟁의 빛, 윤상원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진군해 오는 계엄군처럼 망설임 없이, 가난한 예술의 도시 광주를 뒤덮어 오고 있었다. 연민의 시간이었다. 서른 살의 청년 하나가 한 무리 고등학생들과 여대생들 앞에 서서 말하고 있었다.
이제 여러분은 집에 돌아가십시오. 가서 여러분이 겪은 일을 사람들에게 전하십시오. 여러분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우리들의 항쟁을 잊지 말고 후세에도 이어가기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입니다. 계엄군이 밀려오기 전에 어서들 도청에서 떠나기 바랍니다.”

1980523~24일 상황을 알리는 한국 주재 외신 기자 서신
<르몽드> 기자가 물었다.
협상의 여지는 없습니까?”
일부 수습위원들이 군과 협상 중입니다만 성과는 전혀 없습니다. 계엄군은 무조건 무기 반납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협박만 일삼는 그들과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볼티모어 선> 기자가 물었다.
우리 같은 외부인의 눈으로 볼 때, 계엄군은 시내로 진격해서 광주를 탈환할 수 있는 압도적인 화력을 갖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대학생 투사들의 무장은 계엄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데, 저항하다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아니면 항복할 겁니까?”

윤상원은 그 인상 깊은 눈으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띤 채 짧게 답했다. “우리는 최후까지 싸울 것입니다.”

죽음은 밤의 어둠이 걷히기 전에 이들을 덮쳤다. 1980527일 새벽이었다. 도청 건물 2층 민원실에 남아있던 윤상원은 복부에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들불야학의 꽃 박기순

전남 보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박기순은 노동자, 농민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따뜻한 마음의 처녀였다. 전남대 국사교육과 3학년 재학 중이던 이해 봄부터 광천공단 노동자들을 위한 야학 준비에 앞장서고 있었다. 광천동 천주교회의 교리실을 빌리고 들불야학이라는 이름도 그녀가 지었다.

늦게까지 야학에서 노동자들을 가르치고 방에 들어가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방문 틈으로 스며든 연탄가스에 중독된 것이다. 박기순의 죽음은 광주지역 민주화 운동권에 큰 슬픔을 안겨주었다. 장례식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가수 김민기가 선창하는 <상록수>를 따라 부르며, 비바람 불고 눈보라 쳐도 저 들판의 소나무처럼 푸르렀던 그녀의 삶을 애도했다.


빛의 결혼식

윤상원이 사망한 지
2년이 되어가던 1982220. 군사독재의 폭압처럼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 광주항쟁으로 사망한 이들이 묻힌 망월동 공동묘지에서는 특이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박기순과 윤상원의 영혼결혼식이었다.

양가의 가족 친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눈물로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영혼의 결혼식은 노래극 <빛의 결혼식>으로 절정을 이뤘다. 특히 맨 뒷부분에 나온 <임을 위한 행진곡>은 비장하면서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으로 참석자들의 기억에 남았다.

패배할 줄을 알면서도 끝까지 싸웠던 광주항쟁의 주인공들을 기리는 노래극 <빛의 결혼식>은 언론도 출판도 통제된 1981년 봄, 문화행사를 통해 광주항쟁의 진상을 알리자는 뜻으로 뭉친 광주지역 문화인들에 의해 창작되었다.

마지막을 장식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윤상원과 박기순으로 상징되는 주인공 남녀가 영혼결혼식이 끝나고 자신들의 죽음 때문에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산 자들을 격려하고 투쟁을 독려하는 내용으로 살아남은 이들에게 남기는 유언과도 같은 노래였다.

경찰의 감시를 피해 황석영의 집 밀폐된 골방에서 이동식 카세트 녹음기를 이용해 조악하게 녹음된 노래극은 이날 영혼결혼식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이후 녹음테이프에 복사되거나 악보만으로, 혹은 구전으로 전국으로 번져 나가 민주화 운동권에서 제2의 애국가처럼 불리게 된다.

오랫동안 재야에서 불리던 묏비나리1990년 시집 젊은 날에 실림으로써 정식 출판물로 수록되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1991노래를 찾는 사람들’ 3집 음반에 공식적으로 실리면서 불법딱지도 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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