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4일 목요일

국물이 흘리면 난리 나지만 라이더 피가 흐르면

 이런 현실을 상점, 배달업체, 고객, 누가 알아줄까?

“자, 어플을 켜고 슬슬 일을 시작해볼까” 단건 배달이 아니라 묶음배달 방식이다. 기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놓치기 일쑤이다. 

음식픽업을 다하고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고객이 배달시킨 적이 없다고 한다. 아! 그럼 왜 공동현관문을 열어줬지? 

다시 앱을 확인해보니 아뿔사! 이름이 비슷한 아파트로 착각했다. 아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음이 급해진다 뒤에 배달해야할 음식이 두 개나 있는데, 시간이 지연되기에 상점, 고객의 독촉걱정에 앞뒤 안 가리고 달린다.

다행히 15분 안에 도착했다. 두 번째 배달은 어김없이 상점에서 독촉전화가 온다. 또 불안한 마음으로 스로틀을 땡긴다. 20분 만에 배달완료!

마지막 세 번째는 음식이 식었을텐데 가까스로 29분 만에 도착해서 고객께 전달하니 늦게 왔다고혼나고 환불을 운운한다. 맨탈이 흔들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오토바이 세우고 담배 한개비 물어들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또 휴대폰을 쳐다본다. 

계속 터치하니 하나가 찍힌다. 커피 배달이다. 잘 고정하지 않으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전까지는 노하우가 없어서 쏟기 일쑤였고, 환불과 욕바가지에 배달을 계속 있을까? 라고 고민도 많았지만 쉬운 일이 어디 있겠노! 

배달지에 도착하니 다행히 멀쩡하다. 고객님께 잘 전달하고 배꼽인사까지 잊지 않고 한다.  

어, 근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얼른 우비를 꺼내 갈아입고, 방수 팩을 씌우고 세 개를 찍었다 우천할증 500원이 붙고 돈이 더되니 조심해서 타자고 마음먹고 픽업지로 달린다. 

첫 배달지가 주차장 바닥이 미끄럽기로 소문난 곳이다. 겁이 덜컥 났지만 조심이 들어서며 천천히 지나가는데 뒷바퀴가 미끄러지면서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졌다. 와장창창! 왼쪽 다리가 끼고 오른쪽 팔꿈치가 바닥에 부딪히며 통증이 온다. 

그 와중에 음식이 걱정되어 음식부터 확인했는데, 다행히 무사하다. 혼자서 오토바이를 일으킬 수 없어 지나가는 입주민께 도움 청해서 같이 세우니 서글프다. 

통증을 안고 남은 음식은 시간은 좀 늦었지만 무사히 배달 완료했다. 상처를 치료 후 또 배달에 나선다. 문득 작년 국정감사자리에서 라이더 유니온 위원장이 한 말이 생각났다.

“국물이 흘러버리면 고객도 난리가 나고, 배달대행업체에서도 난리가 나는데, 라이더의 피가 흐르면 난리가 안 일어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유령인가?

두 번째 고객은 참 따뜻한 분이었다. 비오는 날 고생이 많다면 음료와 과자를 주며 안전 운전하라고 한다. 세상은 이래서 돌아가는구나! 우리의 노동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위안이 된다.

이상진(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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