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5일 금요일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말살당하는 건설노동자

 일감실종, 마녀사냥에 흩어지는 현장, 단결투쟁으로 돌파해야

건설현장도 2022년 말부터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나 역시 현장에서 일감이 없어 수개월째 실업상태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권이 임기초반부터 지지율이 폭락하자 보수 표를 노리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더니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을 주 목표로 잡고 타격하고 있다. 그로 인해 건설 노동자들의 생계에 대한 불안과 미래에 대한 전망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평소 민주노조에 불만이 있던 노동자들은 조합이 일감을 가져오지 못하는 이유가 노조가 사측에 너무 강성이거나 임금을 너무 많이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노조를 비난한다. 사측은 정부의 뒷배를 믿고 교섭을 시도하는 노동조합 관계자들을 피해 다니고 있다. 

사측은 대신 어용노조와 한패가 돼 민주노조를 압박하고 노동자들을 노조에서 내몰고 있다. 정권의 탄압 이후 사측은 더욱  고강도의 노동을 요구하면서 수십 년 경력의 팀장과 반장들까지노조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하도급으로 내 몰고 있다. 

기능학교 출신처럼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거나 별다른 인맥이 없는 사람들이 노동현장에서 처우가 더 열악해지고 고용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 중 여성 노동자들은 특히 심각하다. 여성노동자는 작업 숙련도나 업무처리 능력과 상관없이 “여자니까 노동생산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사측의 편견으로 사실상 대놓고 차별당하고 있다. 

정권의 탄압과 건설현장의 불안은 현장 노동자들보다 박봉에 시달리는 상근자나 활동가들에게는 더욱 큰 재앙이다. 이들은 사측과 치열하게 투쟁해야 일감이 생기는 건설현장의 특성 때문에 평상시에도 경찰서와 법정에 자주 출두해왔다. 

그런데 윤 정권이 건설노조 수십 군데를 압수수색하고 수백 명의 조합 활동가들을 체포구속하거나 수사하면서 마녀사냥 식 처벌이 폭증하고 있다. 보수여론을 등에 업고 경찰과 검찰이 온갖 죄목으로 건설노동자들을 재판에 넘기고 있고 법원 역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우가 늘고 심지어 법정구속이 빈번해지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 건설현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불안을 넘어 공포로 흘러가고 있다. 공황이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는 있을 리 없다고 장담하던 부류조차 노동전반에 생존경쟁과 노동좌절이 심각하다고 인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조 및 정치세력에 필요한 것은 협상이 아니라 매우 강한 투쟁이다. 

노동자가 각자도생으로 분열하면 음식쓰레기를 두고 다투는 비둘기와 같은 비참함에 처한다.

노조가 평소대로 현장노동자들을 대충 통제하려고 하면서 어영부영한 태도로 집회를 한다면서 한가롭게 촛불이나 들고 다닐 때가 아니다.  노동자 전체가 힘을 합쳐 결사투쟁하지 않으면 각자도생의 이기심에 갇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두고 서로 먹겠다고 쪼아대며 더럽고 비굴하게 사는 도시 비둘기처럼 처참하고 비참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영훈(건설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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