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4일 목요일

불법파견 투쟁 18년 만에 정규직으로 복직했으나

 2002년 10월 27일 대법 승소, 해고 이후 18년 만에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에서 정규직으로 원직 복직하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현장 첫발을 내디뎠다. 현장으로 들어오는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오는 조립차량에 부착된 명판 하단에 “내 손으로 최고의 차”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원직 복직한 업무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공정이다. 인원 10명 중 나만 정규직이고 기존에 일하던 비정규직은 직접 고용한 촉탁직으로 채워져 있다. 현대자본은 불법파견 판결 이후 하청업체를 없애고 고용형태를 촉탁직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노동부의 불법파견 공정 및 법원의 잇따른 승소 이후, 촉탁 노동자의 수가 상당이 늘어났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해왔던 나로서는 그들의 지극히 불안정한 처지를 보며 참으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분노가 교차한다. 

촉탁직 노동자들은 기피 공정에서 3개월씩 연장하여 최대 1년 10개월에 한해서 일할 수 있다. 자본은 파견법을 비켜나가기 위한 꼼수로 근속 2년을 채우기 전에 잘라버리는 것이다. 

더구나 재입사는 평생 불가능하다. 현대차 자본이 내세운 “내 손으로 최고의 차”는 2년도 되기 전에 ‘완전히’ 버려지는 촉탁 노동자의 현실과는 극명한 모순이다. 이런 현실은 부끄러운 비정규직 정규직화 운동의 자화상이다.

2001년경부터 각각의 논의와 준비를 거쳐 2003년 비정규직투쟁위원회 결성했다. 그해 7월 비정규직 노조를 출범시켰고, 현대차 자본은 극악한 탄압을 자행했다. 새내기와 다름없는 비정규직 노조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차 자본과의 명운을 건 싸움 과정이었다. 

하나의 파도를 넘으면 또 다른 거대한 파도가 수없이 밀려오는 공포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분신 자결, 구속·수배, 해고, 손배 등 이루 말할 수 없었던 탄압에 맞선 투쟁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촉탁직 노동자의 현실 앞에 투쟁 승리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에서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성과급 차별과 특별채용으로 재입사한 9천 명의 노동자들의 차별 문제가 여전하다.

임단협 등과 불법파견 투쟁이 지속되고 있고 불법파견 투쟁으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현장에는 촉탁직을 비롯한 불안정 노동자가 넘쳐나고, 윤석열 정부는 노골적으로 노동자 죽이기에 나서는 상황, 현장에는 여전히 탈의실 휴게실조차도 정규직만이 쓰는 현실에서 무엇을 위한 노동조합이고 운동인지 근본적인 고민과 자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안기호(전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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