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6일 월요일

공무원은 '머슴'이 아니라 '노동자'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

최근 일부 자치단체장이 공무원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공무원노조법상 조합원 가입 범위를 문제 삼으면서 조합원 탈퇴를 강요하고, 단체협약사항을 무력화하는 등 노동탄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은 공무원의 쟁의행위를 완전히 박탈하면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는 어떠한 처벌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단체협약을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

즉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심대하게 제약하고 있다.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권의 제약은 법률에 의한 것만이 아니다. 공무원은 세금으로 임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국민의 '머슴'이라며, 노동자성을 부정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정서는 공무원의 노동권을 제약하는 또 하나의 장벽이다.

공무원의 사용자는 국민이 아니라 정부다. 간혹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노동계급안에서도 확인된다. 공무원노조의 역사 속에 숨져간 열사들과 희생자들, 그들이 흘린 피는 “공무원도 노동자다”라는 외침의 결과였다. 

그러하기에 공무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세력, 그것이 국가권력이든, 시민단체이든, 정당세력이든, 노동계급 내에 그 무엇이든 맞서 싸워야 한다. 

그것이 노동자라는 이름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공무원은 자신이 노동자라는 인식보다 나라를 위해 봉사한다는 공직자의 자세를 먼저 강요받는다. 

노동자로서 해야 할 자기 권리 주장을 당당하게 하지 못하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름 앞에 자기 권리를 습관적으로 포기하거나 억울하지만 체념한다. 이러한 태도는 다른 노동자의 권리 주장 역시 인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공무원 노동자는 자기 권리 주장을 지금보다 훨씬 더 당당하게 말하고 더 단단하게 투쟁해야 한다.

물론 결여된 권리의 획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 환상은 말 그대로 환상일 뿐이다. 어떤 조건에서든 노동조합의 주체적 역량을 강화하고 투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법외노조를 벗어나 법내노조가 된다면 대정부 교섭을 통해 조합원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선전선동이 먹혀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법내노조를 주창했던 이들도 법내노조가 된 지금 오히려 공무원노조의 투쟁성이 약화되었음을 실토한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권리가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공무원의 정치자유가 획득되면 공무원노조의 현안문제를 교섭을 통해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진단과 선전은 근거 없는 것이다. 노동권과 정치적 권리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다른 산별의 노조들을 보더라도 결국 투쟁으로 돌파하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현재의 공무원노조는 몸집은 비대해졌으나 뼛속은 구멍이 숭숭하다. 슬쩍이라도 충격을 받으면 골절상을 입어 쉽게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골다공증 환자와도 같다. 

노동자라는 계급의식으로 무장하고 폭넓은 연대와 투쟁으로, 법률적·사회적 제약에 흔들리지 말고, 연가파업과 총파업으로 정권에 맞섰던 노조 초기의 정신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조창현 공무원노조 대구본부장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노동자교양예술] 선택적 친화력 – 1809년 괴테의 선택적 친화력 vs 2024년 진보당의 선택적 친화력

한아석 2024 년 총선에서 진보당 ( 그리고 민주노총의 전국회의 정파 ) 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에 들어갔다 .  진보당이 보수 양당들과는 선거 협력을 하지 않는다는 민주노총의 총선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향해 이전투구처럼 하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