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3일 월요일

박정희, 미국에 잘보이려 통일논의 간첩몰이

 민족일보 고 조용수 사장 무덤을 찾아

2023년 1월 1일, 새해 첫날 맑고 찬 바람이 이마를 서늘하게 한다. 눈은 뽀드득 뽀드득 자욱을 남긴다. 나그네는 남한산성을 찾았다. 

산성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 길. 1961년 12월 박정희에게 사형당한 민족일보 조용수사장 무덤을 둘러봤다.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검복리. 남한산성에서 내려오다 오른편 ‘한양삼십리 누리길’ 팻말 옆 다리 건너 작은 길. 들머리 성밖 생태학교를 지나 갈림길엔 '무명이 고개'라는 안내판이 있을 뿐, 한번 와본 사람도 쉬이 찾지 못했다. 

돌아 나와 길가 군고구마 장수에게 물어도 모른다한다. 무명이 갈림길로 다시 와서 찾아보았다. 오른편 오르막길 끝에는 농막만 조용할 뿐 무덤은 보이지 않고 물어볼 사람도 없어 돌아 나오는데 왼편 나뭇가지에 조그만 나무 안내판이 걸려있다. 다시 뒤 돌아 올라가니 동지 박진목선생 무덤과 민족정기 돌탑이 있고 그 뒤에 조용수사장이 고즈넉이 누워 있었다. 

그가 사형당할 무렵에는 얼마나 외진 산골이었까. 

그나마 터가 좋고 봉분도 돌테를 둘렀다. 경남 진주가 고향인 그의 무덤이 왜 남한산성 산속에 있을까. 나중에 마을 토박이에게 물어 보니 조카가 하남에 살고 있다한다.

박정희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민중들 겁주고 미국에 잘 보이려고 그를 간첩도 아닌, 고작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는 죄목으로 사법살인하였다.  

쿠데타 군사법정에 의해 서른 한 살에 사형당해

1961년 그가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올가미줄에 걸렸을 때 겨우 서른 한 살. 그뒤 박정희가 죽기까지 18년 동안 간첩으로몰려죽은 이의 가족들 삶은 어떠했을까. 박정희가 더 교활한 점은 3·15부정선거와 4·19학살 종범 최인규·곽영주·이정재·임화수 따위와 같은 날 그를 죽였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박정희는 안으로는 좌우파의 범죄를 균형잡는 정의로운 심판자 행세를 하고, 밖으로 미국에 반공서약 인신공양을 했다. 박정희는 조용수사장을 죽이는 날짜까지 이용해 그 죽음의 가치를 더럽혔다. 

그러나 불의가 영원할 수는 없으니, 2008년 ‘민족일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는 재심 끝에 무죄선고를 받아 냈다.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일본 유학을 하고 총련이 아니라 민단에서 활동하고 남도 북도 아닌 중립 입장에서 민족통일을 이루고자 했던 조용수. 그가 비명에 간 지 육십년 넘게 지난 지금도 재벌독재와 분단모순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투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늘도 앞서서 싸우다 다치고 아파하는 투사들이여! 

그대들이 힘들 때 한번쯤 사형대에 선 서른 한 살 청년의 심정을 보라! 견뎌낼 힘이 생기지 않겠나. 

막걸리 한 통 챙겨들고 그의 무덤을 한 번 더 찾으리.

                             류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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