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3일 월요일

3선 룰라, 과거 집권에서 교훈을 배웠을까?

 브라질의 노동자당 정부는 누구를 이롭게 했던가?


지난 1월 8일 브라질리아에서 전 대통령 보우소나루 지지 극우파가 벌인 불법 점거는 2021년 초 트럼프 지지파의 미국 의사당 점거사태의 재판이었다. 

정작 보우소나루는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미국 플로리다로 도망쳤지만, 대선결과 수용을 거부한 채 수도의 군부대 앞에서 농성텐트를 차리고 공공연하게 군부 쿠데타를 촉구하던 세력이 정부청사와 의사당, 대법원을 점거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우파들의 세력확장으로 룰라 좌파 정부의 미래가 험난할 수밖에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브라질 모델, 룰라 모델을 언급하면서 장밋빛 집권의 꿈을 퍼뜨리던 자칭 사회주의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상파울루 빈민촌 출신의 금속 노동자가 브라질의 대통령에 세 번이나 당선된 것은 개인으로서는 엄청난 성공신화이다. 

그러나 그가 수많은 동지들과 함께 만들었던 노동자당(PT)과 노동조합(CUT)은 어떻게 됐는가?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투쟁과 노동자 투쟁을 이끌었던 그 세력은 제도정치의 덫에 갇혀 무기력해졌다.

수많은 활동가들이 정부 안팎의 각종 자리에 취업하면서 제도에 갇힌 당과 노동조합의 투쟁 역량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1980년 건설된 노동자당은 브라질 정치의 문법을 바꿔내고 민주주의를 전진시켰다. 

노동자당이 의회에서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복잡한 정치지형으로 인해 전국적 다수정당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다른 정당들과의 지리한 협상이 불가피했고, 이 과정에서 다른 정당들을 여권으로 포섭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제공하던 것이 부정부패 시비로 이어져 노동자당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룰라의 대표적인 치적은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와 포메 제로(Fome Zero) 등 극빈층 지원 프로그램이었다.

국제 원자재 호황에 따른 경제성장 덕분에 룰라의 지지기반인 빈곤층이 빈곤에서 어느 정도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신자유주의 기조를 명백히 한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와 달리, 룰라 정권은 신자유주의와 국제 자본에 유화적 태도를 취했고, 국내외 자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외 자본은 룰라의 집권기간 동안 최대 수혜자였다.  원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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