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3일 월요일

알자르 타카르센을 아시나요?

 세대간 대립을 조장해 이익을 챙기는 지배계급


‘신세대 그들이 몰려온다.’ 

‘X세대 그들을 주목하라!’ 

90년대 초반, 내 연배 세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듣던 말이다. 이런 식의 사회적 환대(?)혹은 비상한 관심에 정작 당사자인 나는, 뭐 그리 다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엄청난 별종 취급하며 유난 떨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 어리둥절 했었다. ‘왜들 이렇게 호들갑이지?’ 마치 안드로메다 어디쯤에서 고향 잃고 우주를 떠돌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종족 취급 받는 기분이랄까. 

하도 그러는 통에 심지어는 ‘뭐가 됐던 기존 세대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나?’하는 강박이 생길 지경이었다. 꽤 긴 시간이 흐른 요즘 그때의 기분이 소환된 느낌이다. 다만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었을 뿐.

알자르 타카르센이란 사람을 아시는지? 모른다면 MZ세대와 소통할 자격이 없으시단다. 지금 휴대폰 검색창을 여시는 분들처럼 나 역시 황급히 이 사람을 검색하다가 심한 현타가 와서 당최 MZ세대의 실체가 뭔지 궁금해졌다. ‘

디지털 환경에 익숙, 집단보다 개인, 수직보다 수평적 문화, 공정에 민감함’ 등등... MZ 세대의 특징이랍시고 정리된 내용들. ‘응? 다 내 얘긴데, 뭐가 다르다는 거지?.’ 

이토록 강력한 기시감이 드는 건, 그 때 우리가 별종 취급받으며 듣던 말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테다. 따지고 보면 우리 할머니 세대도 ‘신여성’운운하며 겪었을 일일텐데. 초등학교 5학년이 1학년인 동생을 보며 ‘요즘 애들 이해가 안가’라고 말할 만큼 세대 차이라는 인식의 실존성을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때마다 이런 단절, 갈등이 조장(?)되는 호들갑의 본질에 대해선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즘 일터나 노동조합에서 많이 듣는 말이 바로 세대 간의 문제이다. 

마치 지키느냐 빼앗느냐의 싸움을 하는 지구인과 외계인인양 서로를 다른 종족 취급하며 칼을 겨누고 있거나 그래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 듯하다. MZ세대가 자신들을 가장 불운한

세대로 여긴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는데 이건 IMF 때 사회에 진출했던 소위 X세대들도 똑같이 했던 말이다. 

결국 호들갑이란 세대와 상관없이 우리를 비참하게 하는 자들이 자신들에게 향할 분노의 칼을 우리 내부, 그것도 부모 자식 간에 겨누게 하여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지배계급의 조장이다. 관건은 세대가 아니라 계급이다.                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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