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8일 월요일

[뉴스해설] 어? “미치광이”가 대통령이 되었네―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 격화의 소산이다


진상은(陳祥殷)

 미치광이가 대통령이 되었다― 저 멀리 아르헨티나의 이야기다지난 11월 19일의 결선투표에서 페론주의의 마싸(Sergio Massa)를 12% 정도의 득표 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달 10일에 취임하는극우 신자유주의 선동정치가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의 별명이 미치광이(El Loco)”라서 하는 말이다풍만한 머리칼(가발?)이 언제나 헝클어져 있어본인은 사자(獅子)’를 자처하고그의 지지자들은 미치광이라고 애칭한다지만정부지출을 잘라버리겠다며 벌목용 체인톱을 휘두르고 다니는 등 선거운동 중에 그가 보여준 기괴한 행태들은 그가 간데없는 미치광이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표만 된다면 되는 말 안 되는 말 가리지 않고 마구 떠들어대는 것도 물론 미치광이 증세다.

주지하는 바이지만아르헨티나는 지금예컨대인플레이션률이 140%를 넘고인민의 40% 가량이 극빈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경제ㆍ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다바로 이 심각한 위기야말로 저 미치광이가 대통령에 당선된 배경인데그 때문에 그의 핵심 공약은 돈을 마구 찍어내는 중앙은행을 폐쇄자국의 통화 페소(peso)를 폐기하고 미국의 달러를 자국의 법정통화로 사용할 것이며이런저런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등의 조치들을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여 인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맨 먼저 천명한 것은국유 에너지 기업의 사유화 등팔 수 있는 모든 국ㆍ공유 기업들을 모두 시장에즉 재벌들과 제국주의 다국적 기업들에 판매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우선저 극우 밀레이 정부는 자신들의 공약’ 혹은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까국ㆍ공유 기업의 사유화야노동자ㆍ인민의 저항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실현하지 못할 결정적인 장애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핵심적 조치’(?)일 중앙은행의 폐쇄-페소화 폐기-달러화(등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여러 부르주아 언론조차 밀레이는 자신의 그러한 정책들을 뒷받침해 줄 의회의 기반도 없고법원이 그러한 조치를 인가해 줄 것인가도 불분명하며통화의 달러화를 위해 필요한 달러 자체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고그리고 인민대중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더구나 정부지출의 대폭 삭감’ 문제에 이르면노동자ㆍ인민대중의 저항은 더욱 거세게 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 삭감의 주요 내용인즉슨 실은 페론주의 정부가 그간 실시해 온 여러 형태의 사민주의적ㆍ포퓰리즘적 생활보조금의 삭감ㆍ폐지여서이는 인민의 생활을 곧바로 옥죄고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부르주아 정파 간의 어떤 야합대중 기만ㆍ억압을 통해서는 밀레이 정부가 자신들이 공약한 정책들을 모두 실현한다고 가정해 보자그렇게 되면 과연 아르헨티나 노동자ㆍ인민대중의 생활이 안정되고 풍요로워질 것인가결단코 그럴 수 없다근본적으로 잘못된 진단에 의한 근본적으로 잘못된 처방이기 때문이다밀레이의 처방들은 분명아르헨티나의 현 위기는 소위 좌익’ 포퓰리즘이라는 페론주의즉 그 페론주의적 정책들이 초래했다는 진단에 근거해 있다부르주아 언론들도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과연 진실인가?

아니다저들의 그러한 진단은문제의 근본ㆍ본질을 보지 못하는그리고 보려고 하지 않는 저들의 계급적 한계계급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진단이며원인과 결과를 정반대로 파악한 진단이다위기가 페론주의의 산물이 아니라페론주의가 아르헨티나의 저 심각한 경제적ㆍ사회적 위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위기 그 자체는 직접적으로는 미제국주의의 지배즉 미제에의 종속으로 인한 것이고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특히 현대 자본주의에 고유한 전반적 위기의 격화로 인한 것이다페론주의가 아르헨티나의 현 위기그 심각한 위기에 책임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페론주의는그 위기 자체의 원인은 아니지만그 위기를 심화ㆍ증폭시켜온 주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페론주의는 왜 위기를 심화ㆍ증폭시키는 것일까

이른바 좌익’ 포퓰리스트들 즉 민중주의자들인 페론주의자들 역시 (독점)자본가 계급의 이데올로기에 강하게 지배당하고 있어서저들 극우 밀레이 무리들과 마찬가지로 위기의 원인을 자본주의 그 자체즉 자본주의적 생산의 운동법칙 속에서 파악하지 못하고또한 거기에서 파악하려 하지 않은 채소부르주아적 선의(!)로만 그 위기를 해결하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미제의 뒷마당이라는 그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다소 일찍 닥치기는 했지만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위기는 조만간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닥칠 수밖에 없는자본주의 그것의 운동법칙의 관철인데도그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무지와 환상에 기초한 자신들의 소망과 의지가 자본주의의 운동법칙을 제어ㆍ수정할 수 있다는 듯이 덤벼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좌ㆍ우익 포퓰리즘은 모두 자본주의의 격화된 전반적 위기의 자식들이다오늘날 라틴 아메리카에서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도그리고 트럼프 무리의 득세마냥 미국 등에서도 좌ㆍ우익 포퓰리즘이 권력을 장악하고 극성을 부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모두 자본주의적 생산ㆍ사회 체제의 전면적 위기가 다시금 급격히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아르헨티나에서는 미치광이가 집권했지만그 기괴한 행태를 별도로 하면극우 파씨스트의 집권은 결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노동자ㆍ인민이 현시대 위기의 근본 원인과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는 한그리하여 그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 그 자체를 극복하지 않는 한어느 나라에서나 어떤 미치광이 극우 정권어떤 파씨스트 정권이 등장하여 노동자ㆍ인민을 전쟁의 재단에 바치고끝내는 인류의 공멸을 초래할지 모를 일이다실제로 우리가 처해 있는 심상치 않은 국내ㆍ외 정세에서 많은 사람이막연히든 조금은 진하게든그러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 아닌가?

그러면 우리 사회의 노동자ㆍ인민 운동은특히 선진노동자들은 이러한 불길한 정세 전개에 정확히 대응하고 있는가누구도,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어쩌면 많은 사람이 국가보안법을 위시한이 나라의 파쑈적 억압에서 그 정확하지 못한 대응의 원인을 찾을 것이다그러면서 이른바 진보정치진보정당진보연합’ 등에서부터 그 정확한 대응을 찾고 싶을 것이다예컨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연합정당이니, ‘정책연합당이니등등을 운운하는 것처럼.

그런데이 사회에서는 사실은 그럴 전망조차 없지만설령 그러한 소위 진보적’ 정치가 가장 좌익적으로 실현되어 그들이 집권하고 이 사회를 경영한다고 해서 과연 이 사회의 노동자ㆍ인민이 겪고 있는 광범한 빈곤과 고통연간 2천 수백 명에 달하는 산재 사망연간 1만 수천 명에 이르는 자살의 문제 ― 그러한 빈곤ㆍ산재ㆍ자살 천국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다름 아니라, ‘핑크 타이드의 저 남미 국가들예컨대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룰라 정권 등 브라질 노동당의 치적그리고 붸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 등이 그 답을 줄 것이다. “결코 아니다라고!

자신들의 선의의 주관과 상관없이 독점자본과 제국주의에 봉사하는 몰과학적인 소부르주아 정치로서의 소위 진보정치오늘날 저 남미 국가들이 여실히 보여주는 것처럼 위기를 심화시키는 길이지그것을 해결하는 길이 결코 아니다노동자계급은선진노동자들은, ‘진보정치라는 망상을 버리고문제의 근원 그것과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근원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바늘허리 매어 못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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