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6일 월요일

핑크타이드 현주소

선거뿐만 아니라  민중투쟁을 통해 재집권 성공

2013년 차베스 사망 이후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중남미 좌파가 연이어 재집권에 실패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에 2010년대 후반 핑크타이드의 쇠퇴 또는 종말이 성급하게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멕시코 (오브라도르),  2019년 아르헨티나(페르난데스), 2020년 볼리비아(아르세) 등 연이은 승리에 이어 2021년 페루(카스티요), 온두라스(카스트로), 칠레(보리치), 2022년 콜롬비아(페트로), 브라질(룰라) 등 라틴아메리카 주요 국가에서 예외없이 좌파가 정권을 장악했다. 

나아가 주목할 부분은 좌파들의 집권이 단순히 선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민중투쟁에 힘 입었다는 점이다. 특히 2020년 볼리비아의 승리는 결정적이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연임 시도가 역풍을 맞아 군경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겼지만, 민중 투쟁의 결과로 사회주의운동(MAS)이 재집권했다.

이는 2002년 4월 반동 쿠데타 때 민중투쟁으로 차베스가 복귀했던 것과 비교할 정도의 역사적 사건이다. 페루에서는 무명의 극좌파 교사가 대통령에 선출되었고, 온두라스에서는 2009년 쿠데타로 축출된 셸라야 대통령의 부인이 대선에서 승리했다. 

칠레에서는 '피노체트 없는 피노체트 체제’를 청산할 새로운 좌파가 승리했다. 60년 내전을 겪은 콜롬비아에서는 게릴라 출신 정치인이 극우정치의 독점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브라질에서 탄핵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긴 노동자당과 룰라가 정권에 복귀함으로써,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국가에서 모두 좌파가 정권을 잡는 초유의 핑크타이드가 재현됐다. 

핑크타이드는 1990년 카스트로와 룰라가 출범시킨 상파을루 포럼(SPF)에 뿌리를 두지만, 선구적 흐름은 차베스의 볼리바르주의 혁명이었다. 핑크타이드는 아웃사이더 차베스로부터 시작됐지만 라틴아메리카 전역으로 확산됐고, 각국의 정치지형을 변화시켜 대륙적 현상이 됐다. 

핑크타이드는 차베스 사망 이후 급진성이 약화되는 위기가 있었음에도 미국과 우익의 전방 위적 공세를 뚫고 부활했다. 다만 좌파가 여전히 우파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반신자유주의와 ’21세기사회주의’의 기치 이외에는 급진적 대안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물가폭동에서 보듯이 코로나 19의 여파, 미중대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난제 앞에 좌파정권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핑크타이드가 이러한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미국의 앞마당에서 자본주의 대안을 외치며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의 그늘에 갇혀 있는 우리로서는 매우 주목할 만한 역사적 흐름이다.  원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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