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4일 일요일

[국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인 전체를 살해하거나 내쫓으려는 인종 청소이자 제노사이드

 

최재훈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격적인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살인적인 가자 침공이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가자 지구의 전체 230만 명 주민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은 이제 런던의 히드로 공항 넓이에 해당하는 좁은 땅에 내몰려 기본적인 생필품도 없이 하루하루 삶과 죽음을 오가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중도좌파 일간지 하레츠가 팔레스타인 보건부 통계를 인용해 매일 보도하는 가자 지구 사망자 수는 이미 21,800명을 넘어섰다그리고 스위스에 본부를 둔 유럽-지중해 인권 모니터라는 단체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사망자 가운데 92퍼센트는 여성과 아이들을 대거 포함한 민간인이라고 한다즉 이스라엘 정부가 공격 목표라 공언해 온 하마스와 여타 무장 조직원들의 희생은 현재까지 전체 사망자의 8퍼센트에 불과한 것이다.

거기에다 또 다른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인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도 현재까지 300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한 것까지 고려하면이스라엘이 현재 자행하는 행위는 단순히 하마스만을 상대로 한 전쟁이 아니라 사실상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살해하거나 내쫓으려는 인종청소이자 제노사이드(특정 인종민족종교 등의 집단을 고의로 말살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익히 알다시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한 이래로 대규모 공습과 지상군 투입을 감행한 것만 해도 2008~9, 2012, 2014, 2021년 이렇게 네 차례에 달한다그러나 지금껏 이렇게까지 집단 학살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었다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혹자는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건국 이래 역사상 가장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으니그에 상응하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러한 시각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태도일 뿐 훨씬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즉 이스라엘 정치의 현 이념 구도와 정치·경제적인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먼저 이념 구도의 변화를 들여다보면과거 2014년 유대가정당 소속 이스라엘 국회의원이던 아예렛 샤케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팔레스타인인 전체가 적 전투원이다여기에는 꽃과 키스를 보내며 순교자들을 지옥으로 보내는 그들의 어머니들도 포함된다뱀 새끼를 키워내는 그들도 그 집과 함께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해당 게시물은 수천 명이 공유했고, ‘좋아요를 눌렀다뒤이어 이스라엘 국회 부의장인 모셰 파이글린은 가자 주민들은 모두 멀지 않은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로 옮겨가면 된다이스라엘의 인도주의적 수고는 거기까지가 한계일 것이라는 발언으로 국제사회에 파장을 낳았다그리고 3년 뒤인 2017이스라엘의 극우 유대민족주의 정치인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남은 영토를 모두 차지하고그 안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인에게 예속된 삶을 택하거나 인근 국가로 각자 알아서 떠나던지아니면 모두 살해당하는 쪽을 택하라는 이른바 결정적인 계획(Decisive Plan)'을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이스라엘 사회와 정치 모두에서 주변부에 속하던 이런 관점을 지닌 이들은 2022년 11월 총선을 계기로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에서도 주류의 위치에 우뚝 올라섰다특히 현 재무장관인 스모트리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더불어 네타냐후 총리보다 더 강력한 권력의 실세라는 평가 속에 가자 학살을 주도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치·경제적인 구조로 넘어가이스라엘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농업과 공업 국가였다자본가들은 농장과 공장에서 많은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했고그 자리를 팔레스타인 서안과 가자의 노동자들로 채워야 했다그러나 1990년을 기점으로 이스라엘 경제가 글로벌 자본주의 시장에 급속도로 편입되면서 크게 두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하나는 농공업 중심의 경제가 컴퓨터와 정보통신 등 최첨단 기술 산업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특히 2001년 9.11 사건을 기점으로 대테러 군사 장비와 보안정보 사찰 산업이 세계적으로 규모를 키워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해당 분야에 있어 가장 뛰어난 기술을 구축한 나라로 손꼽히게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1990년대 초반 소련이 해체되면서 연방 소속이던 공화국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 이민을 받아들인 것이다거기에다 2000년대 접어들어서는 중국태국네팔 등지에서 30만 명이 넘는 저임금 노동력을 불러들여 농장과 공장에 투입했다이번에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 가운데 태국과 중국 노동자들이 여럿 포함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이 두 가지 변화는 과거 값싸고 단순한 노동력을 제공하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제 이스라엘에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잉여 인구가 됐음을 의미했다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학살과 인종청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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