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4일 일요일

노동자신문 제13호 (21024.1.16) ★★★


[헤드라인]

국제독점자본의 분열과 미국 헤게모니의 파탄 

편집국

1980년대를 지나 90년대 이후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개별국가의 재정 통화 정책이 국제독점자본에 종속되는 국제독점자본주의 시대가 확립되었다. 이런 국제독점자본주의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2007년 금융공황 이후이다. 이는 1914년 이후 독점자본주의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이행기의 시발점과 비교된다. 2007년 이후 미·중의 무역전쟁을 거쳐 러-우 전쟁에 이르며 세계경제는 탈세계화(블록화)를 경과하고 있다. 탈세계화는 세계적 분업체계의 재조정 과정이다. 이 과정은 전쟁, 공황과 같은 급격한 변화를 동반한다. 세계경제는 이미 대공황에 진입한 것이다. 대공황이란 기존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극복할 수 없는 공황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일반적 순환공황과 다르다. 부채를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 변화해야 이번 공황은 끝날 것이다. 지금 부채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어가는 자본주의 이행기라 할 수 있다.

이행기에는 세력 간의 갈등이 고조되기 마련이다. 그 일차적 갈등은 유럽과 미국이다. 유럽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연합이다. 경제적으로 유로화를 만들어 미국의 달러에 대응하는 기축통화를 구축했다. 그러나 정치·군사적으로 미국에 종속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기구가 나토이다. 나토는 유럽안보를 위한 조직인데 미국이 중심이 되어있었다. 유럽은 나토와 별도의 유럽연합군 창설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미국은 미국에 종속적 유럽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소위 안보위협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다. 이는 러-우 전쟁으로 실현되었다. -우 전쟁으로 유럽 부흥의 꿈은 깨져버렸다. 2023년 미국이 3%대의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독일의 성장률이 -0.3%라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세계질서 재편에서 가장 큰 실책은 중국봉쇄 정책의 파탄이다. -우 전쟁도 중국봉쇄 정책의 1단계였다. 러시아가 중국 배후에 강하게 버티고 있는 한 중국에 대한 봉쇄는 바람 빠진 풍선에 불과하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봉쇄에 직접 반격하기보다는 서진 정책을 통해 피해 가고자 하였다. 중국의 서진은 종국에 아프리카 나아가 라틴아메리카까지 이어진다. 서진의 길목에 중앙아시아가 있다. 중앙아시아의 스탄 국가들은 대부분 구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이고 지금도 러시아의 영향이 미치는 지역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약화는 이들 나라들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의미하고 이는 곧 중국을 봉쇄하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러-우 전쟁에서 서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심지어 인도는 러시아의 석유를 대량 수입하여 이를 다시 유럽에 팔기까지 하였다. 이로써 러시아 재정의 중심인 원유와 가스 수출을 막아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마비시켜 전쟁에서 러시아를 패배시키거나 최소한 러시아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예상은 반대로 러시아를 강화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이는 중국의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러시아에 대한 대부분의 제재는 중국을 통해 와해된 것이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연방 총리는 20231월부터 9월 말까지 러시아 GDP(국내총생산)가 전년 대비 3%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도 러시아의 경우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2.2%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제재를 가한 유럽이 더 어려워진 상황은 아이러니하기조차 하다. 전쟁 중인 러시아는 2024년 군사비를 2023년보다 20% 늘어난 예산을 책정했다. 그런데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0.9%에 그칠 전망이다. 이렇듯 미국의 러시아 약화와 중국 봉쇄 정책은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으로 파탄 났다.

문제는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만이 아니다. 소위 글로벌 사우스라고 하는 제3세계 국가들 대부분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의 세계 헤게모니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말과 같다. 미국의 헤게모니 약화는 팔레스인-이스라엘 전쟁으로도 표출되었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군사력으로 절대강자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팔-이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번은 이전의 중동전쟁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절대강자라는 무패의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고전하고 있는 점이다. 네타냐후는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전쟁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으나 미국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미 러-우 전쟁에서 미국 군사력의 허상을 본 중동의 반이스라엘 국가들이 미국의 엄포에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은 전쟁 비용을, 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채를 쌓아 경제를 지탱해 온 미국경제는 그 한계에 봉착했고, 이는 미국의 군사력의 약화를 노정 시켰으며, 이는 다시 부채를 통해 군사비를 조달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뜨렸다.

 


[경제] 

부동산 경제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다

 

신재길

20231228, 국내 도급 순위 16위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조정과 그 결과를 뜻한다. 개인으로 치면 개인회생과 비슷한 절차라고 여기면 된다. , 기업의 부채가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고, 기업의 상환능력과 노력 등을 판단해서 기업의 부채 만기를 연장하거나 일정 부분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가장 많은 대출을 보유한 은행이 주로 맡음)KDB산업은행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유한 회사채와 담보대출 등 직접 차입금은 13,000억 원 규모이다. 하지만 이 외에 규모가 작은 시행사가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에 대해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보증을 선 규모는 91천억 원대로 확인되었다. 이 외에도 PF 보증 채무 등을 합치면 21조가 넘는 수준이라 한다. 이는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7,400억의 2,800%가 넘는 규모이다.

태영건설의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물론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까지 건설업계 전반이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다가 겨우 계열사 차입 등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당장 2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밖에도 2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한화건설·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등이 위험하다고 한다.

건설업계의 이 같은 위기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1월 기준 1465채이다. 올 초 7,546채 대비 38.7%나 증가했다. 건설사들은 주택을 지을 때 토지의 매입과 사업 초기자금 등을 금융권에서 마련한 뒤, 착공과 분양에 들어가면서 PF대출로 전환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분양이 쌓이면 이 대출을 갚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한 토지 매입과 초기자금을 위해 브릿지론(금융권의 강화된 PF 대출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초기자금으로, 짧은 기간 동안 시행사가 땅을 사고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빌려주는 투자 상품)을 이용하고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가 급증했다. 이 경우 브릿지론의 이자만 내며 버티는 건설사의 수도 늘어났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으로 인해 202311월 기준 497곳의 종합건설사가 폐업했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67%나 증가한 숫자이다.

정부는 운용 중인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의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채안펀드란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해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20조 원으로 운용 중인 규모를 10조 원 증액해서 30조 원까지 늘리려고 계획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건에 정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할 듯하다. 태영건설에서 막지 못하면 건설사뿐 아니라 금융권까지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국내 건설사 10곳 중 4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이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발 공황 시기에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에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유입되어 가격에 거품이 생겼다. 이후 세계적인 긴축으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자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침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오히려 부동산 부양책을 썼다. 이런 결과 세계적으로 가계부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만은 오히려 부채가 증가했다. 높아진 금리로 인해 부채의 부실화가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이제 금융당국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올해 더 어려워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경제가 어려워 지면 물가는 하락하게 된다. 그런데 물가를 상승시키는 국제유가는 기대만큼 하락하지 않고 있다. -우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팔-이 전쟁이 확대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쉽게 하락하지 못할 상황이다. 고금리가 지속될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50년 만기 주담대나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정부의 각종 정책 대출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아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높아진 부채와 연체율, 물가 상승에 따른 가처분소득(실소득) 감소 등이 나타나며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2024년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문제가 되는 부동산발 경제 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뉴스해설]

주택(토지)문제, “착취사회의 폐지가 그 해결책이다

 

이현숙

정부는 조만간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재건축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2023. 12. 22.). 정부는 서울시의 재건축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한다. 건설업자, 은행(건설사·주택구입자에게 대출), 노후주택 소유자, 주택투기꾼들이 돈잔치를 벌일 투기판을 열어주겠다 한다. “김포시의 서울편입처럼 총선 승부수이다.

대도시, 특히 수도권 서민들의 주택문제(높은 주거비, 끔찍한 주거환경)는 항상 심각하다. 집값 폭등도, 하락도 모두 문제이다. 금리인상·경기악화로 하락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역시 그림의 떡이다. 서민 대부분의 내집은 사실은 은행집이다.

주택가격은 무엇이고, 어떻게 변동하는가? 집값은 토지가격+건물가격[건축비용(건축자재비+인건비)+이윤]이다. 대도시의 경우 건물가격은 미미하다. 토지가격이 주택가격을 결정한다. 토지가격은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주요(일차적) 요소 : 토지 임대료(지대) 평균이자율. 부차적(2차적) 요소: 경기변동 인플레이션. 자동차의 경우 가치(생산에 투여된 노동량이 결정)가 존재하고, 시장가격이 그 상하로 진동한다. 토지의 경우 임대료 평균이자율에 의해서 가격이 먼저 결정된다. 그리고 그 가격의 상하로 다시 가격을 변동시키는 요소가 경기변동 인플레이션이다.

토지 임대료: 토지를 소유함으로써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말한다. 그 소득은 토지를 이용하는 자본의 이윤 일부, 즉 초과이윤이다. 건설업자가 1천평의 토지를 빌려서, 1억을 들여 집을 짓고, 건물만 12천만 원에 팔았다고 하자, 이윤은 2천만원이다. 사회적 평균이윤이 1천만원(10%)일 경우, 나머지 1천만원은 토지 임대료가 된다. 이때 그 임대료가 일년 동안 발생했고, 평균이자율이 5%라면, 토지가격은 2억이 된다(후술). 토지를 포함한 집값은 32천만원이 된다. 그러면, (건물)이 왜 13(지대 2)만원에 팔리지 않는가. 즉 무엇이 지대를 결정하는가? 첫째. 위치가 결정적이다. 서울과 전남의 토지, 서울의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심하다. 같은 지역이라도, 교통시설, 생산시설(대기업), 문화·편의시설(대형마트, 도서관, 학교)이 건설되면, 즉 자본이 토지에 투하되면 위치가 좋아진다. 둘째로, 대도시의 경우 (구매자의 구매욕과 지불능력이 결정하는) 독점가격이 지배적이다. 자본주의의 발달은 대도시로 인구를 집중시킨다. 소수에게 부를 집중시켜, 특히 대도시의 토지와 주택은 자본가와 전통적 지주에게 독점된다. 몰려든 노동빈민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부자는 탐욕을 위해서 더 많은 집을, 빈자는 생존을 위해서 요구한다. 토지(주택)은 일반 상품처럼 대량생산할 수 없다. 수요에 비해, 언제나 공급이 부족하다. “부르는 게 값이다. 이것이 결정적이다. 정부의 어떠한 대책도 소용이 없다. 공급을 늘리면, 부유층이 매집한다. 세금을 올리면, 임대료를 올려 수요자에게 전가한다. 셋째, 자본주의 발달에 따라 자본집약적으로 토지를 이용한다. 자본이 풍부해지고, 건축기술이 발달한다. 단층 주택에 비해서, 20층짜리 아파트를 지으면, 같은 토지에서 최소한 10배 이상의 토지임대료가 발생할 것이다.

평균 이자율: 최근에는 연 5%정도라고 생각된다. 만약 어떤 토지 임대료가 일년에 일천만원이라고 하자. 토지의 가격은 일천만원/0.05=2억원이 된다. 토지 소유자는 땅을 팔고, 2억원을 예금하고, 이자로 연간 일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수입이 같아지고, 결국 그 토지와 2억원은 같은 것으로 평가된다. 금리상승은 토지가격을 하락시킨다. 그래서 최근 지속된 금리인상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경기변동: 대략 10년을 주기로, 공황-침체-중위의 호황-번망기로 경기가 변동한다. 번망기에 과잉자본의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토지 투기로 집값이 상승한다. 공황기에는 금리상승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침체기에는 집값 역시 침체한다.

인플레이션: 국가독점자본주의 하에서, 통화증발로 만성적 인플레이션 존재한다. 이는 토지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투기적 수요를 촉진한다. 위기에 처한 산업자본을 구제하기 위해서, 국가는 통화증발로 이자율을 낮춘다. 이는 토지가격을 상승시키고, 살포된 지폐는 투기를 더욱 촉진한다.

도시 서민들의 주택문제의 근원(최악의 가성비”)은 무엇인가. 토지(주택)가격의 본질은 착취된 노동(초과이윤)/평균이자율이다. 토지가격의 존재란 착취의 존재를, 주택(토지)가격의 상승이란 착취 증대를 표현한다. 착취사회의 폐지, 사적소유의 철폐! 이것이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다. 토지와 생산수단을 국유화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대도시의 끔찍한 주거환경 또한 개선할 수 있다.




[노동자논평]

안개 속을 항해하는 대한민국

- 2024, 진보정치와 민중운동이 더욱 분투하는 한 해가 되자.

 

이건수

무역수지가 2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대중국 무역수지는 92년 대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바뀌었다. 모두 단시간에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중 패권 경쟁이라는 국제환경 속에서 발생한 무역수지 적자문제는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가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웅변하고 있다.

북에서는 1226~3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89차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가 아니라 별개의 두 국가, 그것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선언했다. 한반도에서 이제 남북한은 통일을 통해 하나의 국가를 건설하지 않고 별개의 국가로, 그것도 적대적인 전쟁위기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커다란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중 패권 경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 진로가 매우 불투명하고, 심지어는 전쟁의 위험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역량이 중요한 때다. 그러나 대한민국호는 안개 속을 나침반도 없이 항해하고 있다. 국가전략과 진로를 결정해야 할 정치권은 김건희와 이재명의 쌍특검,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전투구에 빠져서 국가적 명운이 걸린 과제에 대해서 나 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은 대한민국호를 책임질 자격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그저 정권놀음으로 밤낮을 지새우면서 국민적 피로감을 높이고 있을 뿐이다.

윤석열 정권의 덮어놓고 미국을 추종하는 대외정책은 상황을 악화시킨 원인이자 앞으로도 더욱 화근덩어리가 될 문제 중의 문제다. -우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과 서방의 위선과 제국주의적 행태가 전 세계적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은 소위 규칙 기반 세계질서를 외치며 집단서방의 마름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그 결과는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가 11929로 대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양당이 잘하는 것은 오로지 새로운 정치세력의 싹을 죽이는 일이다. 거대 양당은 지금 진보정당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출을 봉쇄할 목적으로 선거법을 과거로 돌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도의 도입이 그것이다. 무능하고 뻔뻔한 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일에만 유능한 것이다. 오늘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외세의 침략에는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새로운 시대의 씨앗이었던 동학혁명을 짓밟으며 체제 유지에만 유능했고, 권력다툼에만 골몰했던 조선의 사대부들과 다를 바 없다.

2024, 대한민국이 안개 속을 항해하고 있다. 정치권은 권력투쟁에 빠져 조타수 역할을 내팽개친 지 오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노동자 민중운동과 진보정치가 더욱 분투하는 한 해가 되자.

 


[주장]

더불어민주당은 자본가의 이익에 철저히 복무하는 보수정당이다

 

이열

 택시업의 위기는 택시노동자의 임금이 아니라 택시 공급과잉과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다.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지친 노동자들이 특히 코로나 시기에 배달업 등으로 빠져나가 택시 대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 지역은 현행법에 따라 2021년부터 완전월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행정관청의 지도·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이 택시사업자들은 사납금의 명칭만 기준금으로 바꾸는 등 변형된 사납금제로 노동자들을 착취해 왔다.


자기 몸을 불태우며, ‘최저임금을 지켜라! 완전 월급제를 실시하라!’는 방영환 열사의 외침 때문에 해성운수 정승오 대표이사가 구속되었고, 서울시는 전액관리제 위반 택시사업장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와중에 살인기업을 감싸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강서구청장의 몰염치도 기가 막히지만, 택시 자본가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안번호 2126160)이라는 개악법 발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소정근로시간을 40시간 이상으로 계산해 임금을 지급하면 운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을 위태롭게 하고, 완전월급제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택시노동자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택시사업자도, 노동자도 득이 되지 않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2023.02.23.)는 택시최저임금에 합헌 결정을 내리며 택시 기사들에게 고정급으로 지급해야 할 임금이 늘면 택시회사 처지에선 경영상 부담이 늘 수 있긴 하겠지만, 경영난의 주된 원인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오히려 택시의 공급 과잉, 열악한 근로조건에 따른 택시 기사들의 이탈, 적정한 요금 및 서비스체계의 미비 등 구조적 문제가 수요 감소와 맞물려 종합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악안은 철저히 택시자본가의 손을 들어주는 그것뿐만 아니라 방영환 열사의 염원마저도 꺾어버리고, 서울시의 택시사업장 전수조사를 막아버리는 메시지를 관계 관청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신문발행 1년, 평가와 전망

"특정 정파 신문이 아닌 선진노동자들의 대표하는 신문으로 자리매김"


편집국

            어떤 성격의 노동자 정치 선전을 위한 신문인가?

국내외 독점자본의 착취, 기생적 금융자본의 수탈, 노동을 배제하는 과학기술의 자본화, 지구적 차원의 군사·정치·경제적 지배와 대결, 기후 위기 등 오늘날 산적한 과제는 자본주의 개선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전면적인 전환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자본권력을 노동권력으로 대체하려는 정치투쟁과 함께 전체 노동자의 정치의식을 고무하는 변혁적 노동자 정치신문이 필요합니다. (2022.9. 신문발행 묻고 답하기)

20228월부터 두 달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11월에 준비 1’, 12월에 준비 2를 발행했다. 이어서 20231월에 노동자신문창간호 발행하고 매월 초에 어김없이 발행·배포해 왔다. 노동자신문은 자본주의 폭로를 기본으로 개량주의, 의회주의 등에 대한 비판, 국제적·국내적 경제 상황, 국제 소식과 해설, 노동 현장 기사들, 각 부문 의제와 교양 기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문발행이 가능했던 것은 십시일반 후원해 주는 독자와 원고료 한 푼 받지 않고 글을 써주는 필진 덕이다. 지면을 빌어 동지적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노동자신문 발행 1주년을 맞아 약간의 평가와 전망을 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한다.

맑스는 지배계급의 사상은 어느 시대나 지배적인 사상이라고 했다. 물질적 생산수단을 소유한 지배계급은 정신적 생산수단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의 절대다수가 노동자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물질적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계급에게 고용되어 품(노동력)을 팔고, 동시에 그들의 정신적 생산수단(각종 언론, 공교육 등)”을 통해 쏟아내는 이데올로기 세례를 받으며 살아간다. 지배계급의 사상은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존재를 배반하는 사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형국이다. 노동자신문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가 판치는 세상에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 읽기 차원에서 신문을 발행하게 되었다.

노동자신문발행 1주년을 맞아 간단하게 돌아본다. 우선 성과적인 측면을 보면, 열악한 조건에서도 종이신문과 온라인으로 1년 이상 꾸준히 발행한 것이 성과이다. 덕분에 노동자신문이 노조 간부나 활동가들 사이에 많이 알려졌다. 무엇보다 특정 정파 신문이 아닌 선진노동자들의 대표하는 신문으로서의 성격과 위상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신문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내홍도 있었으나 잘 극복했다. 그것은 기사 내용의 편향성과 관련한 문제다. 일부 필진이 민주노총 정치방침을 둘러싼 쟁점을 다루면서 해당 필진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입장을 여러 차례 기사화했다. 그 특정 입장이 마치 노동자신문의 공식 입장인 양 독자에게 전달되었다. 독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편집진 내부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차여차해서 편집국장이 사임하고 정치면 담당 필진이 하차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이후, 현실운동에서 대립하는 쟁점을 다룰 때는 지상논쟁 형식으로 대비되는 기사를 나란히 실어 독자가 판단하게 할 것이다.

이후 극복해야 할 점도 지적되었었다. 종이신문은 지면이 한정되어 있다. 원고지 기준으로 12(한 면) 이상을 싣기가 어렵다. 노조간부나 활동가들이 원하는 깊이 있는 정세 보고, 분석과 해설을 담은 글을 생산하고 독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신문이 월간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필요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과제다. 이를 위해 편집회의 외에 분야(정치, 경제, 국제, 노동 등)별 담당자를 두고, 1회 내부 발제와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내용생산이 원활하게 되면 신문 외에 정세보고를 위한 웹진을 별도로 발행할 수도 있다. 당장은 신문의 1면 기사나 특집기사 등에 반영할 예정이다.

신문이 만들어져 배송될 때까지 많은 품이 들어간다. 그런 만큼 현장에서 줄 쳐가며 비판적으로 읽는 독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각 현장에 노동자신문을 전달할 뿐 아니라 읽고 평가하는 조직자로서 담당자가 필요하다. 노동해방 세상, 풍요롭고 평등한 노동자 국가 건설의 전망을 움켜쥔 현장 활동가 동지들이 역할 해 주길 바란다. 노동자신문이 지배계급이 유포하는 거짓 정보와 기만적인 논리를 깨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면 크나큰 보람이다. 이는 각급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부·활동가들이 함께 할 때 가능할 것이다. 끝으로, 신문을 발행하는데 재정이 언제나 부담이다. 재정은 인쇄비와 발송비에만 소요된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


 


[노동]

2024년 노동자, 민중의 삶과 짧은 단상

 

주훈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 사고가 터지는 현실이다.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모든 방면에서 그렇다. 발생하는 사건, 사고는 총선 정국을 겨냥한다. 4월에 있을 총선정국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자본과 정치권력, 그리고 사법체계와 언론은 서로 경쟁, 협업하면서 국민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두거나 몰아가고 있다. 혐오와 증오를 불러일으키면서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한국사회에 살아가는 노동자, 민중은 하루하루가 참으로 고통스럽다. 삶의 물적 토대가 되는 경제는 물가와 금리만 높고 모든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 정권은 고용통계를 제시하며 실업률 제로, 완전고용에 다가서고 있다며 언론을 통해 자화자찬 나팔을 불어 대고 있다. 그러나 그 민낯은 한국 자본주의의 극단적 양극화 속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동자, 민중의 삶이 반영되었을 뿐이다.

고용지표를 상승시킨 이들은 퇴직한 고령자와 40대 전후반 여성들이다. 대부분 간접고용, 시간제,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로 흡수되는 현실이다. 최저임금 또는 그 미만을 받는 노동자가 절반에 육박한다는 통계는 고용률을 증가시킨 이들의 임금수준, 그리고 완전고용으로 달려간다는 한국사회 노동자들의 전반적 삶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어떻게 해서라도 노동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계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삶에서 희망과 행복은 사라지고, 절망과 불행을 짊어진 고된 노동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절망과 불행 속에서 악착같이 때론 소극적으로 더 나은 노예가 되기 위한 경쟁이 삶을 지배할 것이다. 한국사회의 자살률, 이혼율, 출산율, 행복지수는 이런 현실과 미래를 진단하고 전망한다.

이대로 살고 싶지 않고, 이대로 살 순 없다. 대다수 노동자, 민중의 마음일 것이다. 한가지는 분명하다. 자본주의를 그대로 두고선 노동자 민중의 삶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자본과 권력이 퍼뜨리는 것처럼 착한 자본주의’,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고쳐 쓸 수 있는 자본주의란 없다. 본질은 못됐다는 것, 비인간적이라는 것, 망가진 것을 은폐하고 포장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더 이상 타락하기도 어려운 자본 체제 유지를 전제로 제시하는 사상·이론은 아무리 화려하고 그럴싸해도 자본과 정치권력에 복무하거나 복무 될 뿐이다. 우리의 상상력은 자본주의를 철저히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대중들의 무기로 만들어 내는 것을 전략과 전술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 실천의 경험과 축적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를 열 수 있는 단결과 투쟁의 열쇠, 자본과 권력의 두려움을 여는 단결과 투쟁 열쇠는 만들어질 것이다.





[노동]

"단결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배미순 (금속노조 부산지부 아이리 지회장)

아이리는 60년이 된 부산 학장에 회사를 둔 향토기업입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노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노조가 없는 아이리는 참으로 참담했습니다. 수술해도 해고가 두려워 휴가를 받을 수 없어 오줌주머니를 차고 출근을 해야 했고, 화장실 눈치를 보며 참다 실수해서 수치스러움을 견뎌야 했습니다. 화장실 청소도 배식도 현장에 일하다 말고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부당하다고 말이라도 하면 아무 부서나 뺑뺑이 돌리며 자존심을 짓밟고 인간 이하 취급을 했습니다.

그러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민주노조 깃발을 아이리에 꽂았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선대 회장한테 초대지회장은 뺨까지 맞아가며 사수한 민주노조입니다. 2017년에는 복수노조가 생겨 집행부를 비롯해 조합원까지 똘똘 뭉쳐 복수노조를 박살 냈습니다. 그러나 3년 전 박회장 일가가 아이리를 인수하면서 피박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박 회장님은 노조가 정말 싫은가 봅니다. 오자마자 곳곳에 가족을 심어 노조파괴를 꿈꾸더니, 생산현장도 스파이를 심어 숙원사업을 이루고 싶었으나 이마저도 실패로 끝나니 단협을 건드리며 억지를 쓰고, 급기야 2021년 직장폐쇄 16일을 단행했습니다.

그때의 패배가 못내 아쉬웠는지 2023년 직장폐쇄 44일을 하고 일방적으로 직장폐쇄를 풀더니 현장으로 돌아가라 해서, 이제는 우리가 억울해 돌아갈 수 없어 전면파업 9일 하고서야 끝났습니다. 20231214일 오전 의견 일치를 봤습니다. 긴 싸움 모두 견딜 수 있었던 건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단결한 우리 모두의 성과라 생각합니다. 긴 싸움에 소소한 언쟁과 분란도 있었지만, 아이리 지회 조합원의 바람은 다 같이 현장으로 돌아갈 마음으로 투쟁하였나 봅니다.

또한 큰 힘이 되었던 건 연대입니다. 모든 노동자의 응원과 격려 지원 지지가 끝까지 싸울 수 있는 동력과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결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투쟁!



[노동정세 일지]

금속노조 옵티칼하이테크 지회 고공농성 돌입 

 

1. 공공운수노조, 방영환 열사투쟁

12/12 공공운수노조가 방영환열사 투쟁 승리 공공운수노조 2차 결의대회. 강서구청 사거리. 택시노동자 방영환열사의 분신 항거를 계기로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전액관리제 및 최저임금제 조사를 개시. 서울시는 1111일에 서울시 택시사업장 전액관리제 위반 전수조사 개시 및 동훈그룹 조사. 고용노동부는 127일에 해성운수 근로감독 결과 발표, 동훈그룹 최저임금위반(고발) 조사. 검찰은 해성운수 대표이사를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 처분하는 등 관계당국이 책임져야 할 조치들이 상당부분 이행되기 시작. 해성운수 대표이사는 1211일 구속. 해성운수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택시노동자 방영환 열사의 투쟁이 정당했음이 확인됨. 이에 노조는 동훈그룹(해성운수)이 책임져야 할 장례를 위한 선결조건(공식사과, 명예회복 차원의 근로계약 등 체결, 미지급임금 지급, 장의비 및 유족보상금 등)을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



 2. 국민건강보험고객센타지부,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파업투쟁

12/18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파업이 48일차.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18일부터 22일까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시작으로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까지 500리 행진을 진행. 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상담노동자의 고용안정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결의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을 출발하여 수원, 용인, 이천, 여주를 지나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까지 500리길을 행진한다고 밝힘.

 

3. 금속노조 거통고하청지회, 손배소 취하 기자회견

12/21 금속노조 거통고하청지회는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한화오션 470억 손해배상 소송 취하기자회견. 하청지회는 경남도 사회대통합위원회가 지난 6월 박완수 지사에게 ‘470억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도록 노력해 달라는 권고안을 전달했고 박 지사도 한화오션을 만나는 등 역할을 찾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이 같은 사회여론과 경남도의 노력에도 한화오션은 여전히 470억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있다고 밝힘. 하청지회는 지난 1127일부터 한화오션 사내에서 원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고 지금까지 1,500명이 넘는 한화오션 노동자들이 서명에 동참했다두 번째 재판 기일인 이날 오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한 한화오션의 470억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촉구하고 박 지사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강조.



 4. 서울시사회서원지부, 파업결의대회

12/22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가 서울시의회 앞에서 크리스마스 파업 결의대회 개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과 서사원지부는 22~23년까지 교섭을 해오고 있지만, 임금과 단체협약 등 어느 것에서조차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음. 촉탁계약직, 병가, 해고 등 노동조건들을 지켜내기 위해 22년과 23년 계속해서 파업. 서사원이 돌봄노동자의 임금, 처우,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한다면 서사원의 파업문제는 해결. 서사원지부의 최초 파업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입장이자 요구. 하지만 서사원은 어린이집 위수탁 해지를 추진하며 돌봄공공성을 스스로 포기하려고 하고 보육교사들이 서사원 노동자로서는 어린이집에서 일할 수 없게 하려고 함.

 

 6. 금속노조 대구지부, 조양·한울 표적 해고 철회 요구

 1/4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대구지부는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조양·한울은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한 집단 표적 해고를 철회하고 12명의 노동자를 복직시켜라고 요구. 금속노조는 지난해 11월 분회장에 대한 징계해고와 올해 조합원 11명에 대한 해고는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한 표적 해고이며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한 부당해고다고 주장. 그러면서 이에 노동조합은 20241호 사건으로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상태라며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민주노총 전 조합이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함.

 

7.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고공농성 돌입

1/8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이 18일 오전 0640분쯤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출하장 옥상에 올라 농성에 돌입. 일본 자본 닛토덴코는 구미시 승인을 받는 대로 공장을 철거한다고 지회에 통보한 상태. 지회는 농성에 들어가며 닛토덴코 자본은 고용승계 조치 없이 공장을 철거할 수 없다라고 선언. 지회는 악착같이 버텨서 노동조합을 얕본 닛토자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겠다면서, “닛토의 고용승계만이 고공농성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라고 경고. 지회는 전국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와 함께 공장을 지키는 바리케이드가 돼 달라라고 요청하면서, “지회는 지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동지들을 믿고 의연하게 공장 옥상에서 투쟁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힘.




[국제] 

이스라엘, 가자지구서 하마스의 저항에 고전




김의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개전 이래 가자지구 곳곳에서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12(현지시각) 매복작전을 통해 이스라엘군 10명을 사살했으며, 2007년과 2014, 2021년과 다르게 점령군의 침략무력에 막대한 손실을 지속해서 입히고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정부기관들과 언론매체들은 자국의 무장역량의 손실에 대해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예히노트 아하로노트는 지난 22(현지시각) 보도에서 2천명 이상의 사상자들이 속출했으며, 그중 46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타임스도 또한 자국 보건부의 통계를 인용하며 “107일 이래로 이스라엘군 10,580명이 헤즈볼라의 공격과 하마스와의 전쟁, 서안지구에서의 테러리스트 공격으로 인해 부상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6,1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2,005명이 불구자로 됐다고 시인하였다.

이 모든 지표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가열찬 저항이 가공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명실상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2달 이상 동안 하마스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가하지 못했으며, 팔레스타인의 저항세력들은 가자지구의 밀집된 건물들과 지하터널을 활용한 시가전을 통해 시오니스트 점령자들과 학살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건물 하나하나가 불파의 요새로서, 팔레스타인 해방전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스탈린그라드에서 히틀러 독일의 파시스트 군대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처럼, 그와 비슷한 상황이 오늘날 가자지구에서 전개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측의 사상자는 52,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에 오히려 역효과로 돌아오고 있다. 전차와 폭격기, 미사일을 앞세운다고 한들, 해방과 자유, 독립을 향한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오랜 염원을 짓밟을 수 없다. ‘하마스가 해체 직전에 있다는 주류 언론의 왜곡과 다르게,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생사(生死)가 오가는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가열찬 투쟁에 여전히 나서고 있다. 미국과 서방을 제외하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나라들은 그 어디에도 없다. 세계 각국의 민중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의 의사를 표명하며 뉴욕과 런던, 서울 등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1948년 이래 강제이주와 정착촌 및 분리장벽 건설을 자행했던 시오니스트 전쟁광들은 오늘날 팔레스타인 인민들의 항쟁과 세계적 여론의 강력한 지탄에 직면하고 있다. 군사력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강력한 후원군인 미국마저 약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남은 길은 오직 자멸밖에 없다.



 후티 반군’, 그들은 누구인가?

 

김의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관하여, 예멘이 최근 들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후티 반군이 홍해상에서 이스라엘로 군수물자를 운반하려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기도를 파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은 이에 번영 수호자 작전을 가동하며, ‘강력대응’, ‘최후경고를 운운하고 있다.

제국주의 나라들과 그 주구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누구인가? 서방과 한국에서 후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이란의 조종을 받는 시아파 무장 세력, 내지는 반미·반서방 성향의 테러 단체정도다. 그러나 내막은 사뭇 다르다.

후티의 정식 명칭은 안사르알라 전선이다. 안사르알라 전선은 후세인 알후티의 주도로 1990년대 말 예멘 북부에서 출범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인 살리피즘과 다르게 세속주의 세력과도 협력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후원하에서 예멘 민중들에 대한 폭압을 자행했던 정부 당국에 맞서 저항을 전개했다.

안사르알라 전선은 20149월 예멘의 수도 사나를 장악한 후 각지에서 민주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하여 토지 개혁을 시행했고,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독립을 핵심 강령으로 내걸고 있으며,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한 대외적 종속에 맞서 자립적 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과거 남예멘 시기 집권당의 후신인 예멘 사회당과도 긴밀한 협력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예멘의 민중들은 제국주의 국가들에 맞서 진보적, 민주적 권리들을 견결하게 사수하고 있다. 사유재산에 대한 옹호 등 일정한 계급적 제한성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이 지속해서 압박을 가하는 한, 안사르알라 전선은 계속하여 투쟁의 전선에 나설 것이다.



[국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인 전체를 살해하거나 내쫓으려는 인종 청소이자 제노사이드

 

최재훈

202310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격적인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살인적인 가자 침공이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가자 지구의 전체 230만 명 주민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은 이제 런던의 히드로 공항 넓이에 해당하는 좁은 땅에 내몰려 기본적인 생필품도 없이 하루하루 삶과 죽음을 오가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중도좌파 일간지 하레츠가 팔레스타인 보건부 통계를 인용해 매일 보도하는 가자 지구 사망자 수는 이미 21,800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스위스에 본부를 둔 유럽-지중해 인권 모니터라는 단체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사망자 가운데 92퍼센트는 여성과 아이들을 대거 포함한 민간인이라고 한다. 즉 이스라엘 정부가 공격 목표라 공언해 온 하마스와 여타 무장 조직원들의 희생은 현재까지 전체 사망자의 8퍼센트에 불과한 것이다.

거기에다 또 다른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인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도 현재까지 300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한 것까지 고려하면, 이스라엘이 현재 자행하는 행위는 단순히 하마스만을 상대로 한 전쟁이 아니라 사실상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살해하거나 내쫓으려는 인종청소이자 제노사이드(특정 인종, 민족, 종교 등의 집단을 고의로 말살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익히 알다시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한 이래로 대규모 공습과 지상군 투입을 감행한 것만 해도 2008~9, 2012, 2014, 2021년 이렇게 네 차례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껏 이렇게까지 집단 학살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혹자는 하마스의 107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건국 이래 역사상 가장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시각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태도일 뿐 훨씬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 즉 이스라엘 정치의 현 이념 구도와 정치·경제적인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먼저 이념 구도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과거 2014년 유대가정당 소속 이스라엘 국회의원이던 아예렛 샤케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팔레스타인인 전체가 적 전투원이다. 여기에는 꽃과 키스를 보내며 순교자들을 지옥으로 보내는 그들의 어머니들도 포함된다. 뱀 새끼를 키워내는 그들도 그 집과 함께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해당 게시물은 수천 명이 공유했고, ‘좋아요를 눌렀다. 뒤이어 이스라엘 국회 부의장인 모셰 파이글린은 가자 주민들은 모두 멀지 않은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로 옮겨가면 된다. 이스라엘의 인도주의적 수고는 거기까지가 한계일 것이라는 발언으로 국제사회에 파장을 낳았다. 그리고 3년 뒤인 2017, 이스라엘의 극우 유대민족주의 정치인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남은 영토를 모두 차지하고, 그 안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인에게 예속된 삶을 택하거나 인근 국가로 각자 알아서 떠나던지, 아니면 모두 살해당하는 쪽을 택하라는 이른바 결정적인 계획(Decisive Plan)'을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이스라엘 사회와 정치 모두에서 주변부에 속하던 이런 관점을 지닌 이들은 202211월 총선을 계기로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에서도 주류의 위치에 우뚝 올라섰다. 특히 현 재무장관인 스모트리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더불어 네타냐후 총리보다 더 강력한 권력의 실세라는 평가 속에 가자 학살을 주도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치·경제적인 구조로 넘어가, 이스라엘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농업과 공업 국가였다. 자본가들은 농장과 공장에서 많은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했고, 그 자리를 팔레스타인 서안과 가자의 노동자들로 채워야 했다. 그러나 1990년을 기점으로 이스라엘 경제가 글로벌 자본주의 시장에 급속도로 편입되면서 크게 두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하나는 농공업 중심의 경제가 컴퓨터와 정보, 통신 등 최첨단 기술 산업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특히 20019.11 사건을 기점으로 대테러 군사 장비와 보안, 정보 사찰 산업이 세계적으로 규모를 키워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해당 분야에 있어 가장 뛰어난 기술을 구축한 나라로 손꼽히게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1990년대 초반 소련이 해체되면서 연방 소속이던 공화국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 이민을 받아들인 것이다. 거기에다 2000년대 접어들어서는 중국, 태국, 네팔 등지에서 30만 명이 넘는 저임금 노동력을 불러들여 농장과 공장에 투입했다. 이번에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 가운데 태국과 중국 노동자들이 여럿 포함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 두 가지 변화는 과거 값싸고 단순한 노동력을 제공하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제 이스라엘에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잉여 인구가 됐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학살과 인종청소이다. 



[기획1]

고용불안, 그 주범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다

 

오세중

건설노조 일부 지부에서 건설현장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출입을 막거나 단속을 촉구하는 집회, 심지어 정부기관의 단속에 협조하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고용 불안이 심해지면서 이런 사례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사용자들에게 소속 조합원을 채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를 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를 관할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조합원들이 직접 공사 현장 출입구를 막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출입을 막기도 하였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대는 2016년부터 표면화되었다. 201611월 건설노조 전북본부는 출입국관리소에 공문을 보내 이주노동자 단속을 요청했고, 경찰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 전북본부 차원에서 간담회를 진행하여 건설노조에서 사과하고 재방 방지를 위한 대책이 논의 되었다. 민주노총에서도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이 발표했다.

그러나 20171월에는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에서 불법외국인 체류자 근절 및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을 진행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 출입을 저지하는 활동을 하였다. 20231월에는 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에서 조합원 1,000여 명이 참석하여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외국인 불법고용 퇴출 건설노동자결의대회를 진행했다. 6월에는 강원건설지부에서는 이주노동자 숙소를 단속하는 추노 활동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는 2022년부터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불법고용 이주노동자 단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20231227일에는 조합원 2,000여 명이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촉구하는 불법고용 이주노동자 단속촉구, 출입국관리사무소 규탄, 지역민 일자리 사수 건설노동자 총파업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러한 건설노조의 행동에 대해 영남권 이주 단위에서는 긴급회의를 소집하였다. 영남지역의 7개 이주노동·인권 단체가 해당 집회를 규탄하고, 민주노총과 건설노조에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10일 기준으로 1,000여 곳 이상의 단체와 개인이 동참했다고 한다.

건설업에서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주범은 다단계 하도급을 확산한 사용자들과 이를 용인한 정부이다. 정부도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단속하는 방식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이용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자료에 의하면, 건설 노동자 180만 명 중 이주노동자가 32만 명이 넘고, 그중 11만 명 이상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추정된다. 이미 이주노동자는 건설 노동자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록 일부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이주노동자 단속에 동조하더라도 결국 자본과 정권에 이용만 당할 뿐이다.

당장의 일자리를 위해 이주노동자 단속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이 있을 수 있다. 단순한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충돌은 노-노 갈등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즉 누구의 주장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보는지, 자본가계급에 맞선 전체 노동자의 투쟁을 조직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당장의 자기 일자리를 위해서 다른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은 자본가들의 분열 정책의 결과이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로 나누고, 원청-하청 노동자로 나누고, 남성-여성 노동자로 나누는 등 끊임없이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막기 위해 갈라치는 것이 바로 자본의 분할통제 정책이다. 그렇기에 건설노조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투쟁하지는 못할지언정 이주노동자를 탄압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은 노동자 권력과 자본주의 체제 전환을 위한 조직이 아닌, ‘자본과의 협상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전체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투쟁하는 민주노조라는 이름으로 노동조합의 집행부가 당장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조합원 다수의 요구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가 쉬운가? 당연히 그러한 집행부는 조합원 다수의 심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고용을 둘러싼 경쟁에만 노동운동을 한정하는 한 이러한 사태는 막을 수 없다. 문제는 생산수단을 독점적·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오직 이윤을 위해서만 생산하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소유관계·생산양식 자체가 근본 원인이다. 자본주의 체제 전환을 위한 노동운동을 더 고민하고 실천할 때이다. 그럴 때만이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는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아니라,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지가 될 수 있다.


 

[중국혁명가 열전]

"피를 흘리지 않으면 혁명을 이룰 수 없다.“

신해혁명의 여걸 치우진 (秋瑾

이철의

중국의 혁명가. 1875년 저장성 샤오싱(소흥)에서 태어났다. 호가 간후(湖鉴) 여협으로 간후는 저장성에 있는 유명한 호수이다. 여협이라고 붙인 호를 보면 그의 기개와 결기를 느낄 수 있다. 치우진은 여성해방 운동과 신해혁명에 크게 기여하였다. 샤오싱은 중국의 문호 루신과 저명한 혁명가 저우언라이가 태어난 곳이다. 치우진은 그들보다 한세대 위의 사람으로 32세의 나이로 혁명에 목숨을 바쳤다. 치우진은 신해혁명 때 저장성과 안후이성에서 봉기를 일으켰다. 그러나 기의중국에서는 의미 있는 폭동이나 봉기를 기의로 칭한다.는 실패하였고 그는 잡힌 지 일주일 만에 청군에게 목을 잘렸다. 죽으면서도 의연하고 당당했으며 담담한 태도로 유언을 남겨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고장에 이런 선열이 있다는 사실은 지역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치우진의 어릴 때 이름은 구이진(閨瑾)으로 규방의 아름다운 옥()”이라는 뜻이다. 그는 일본에 유학한 뒤 이름을 진()으로 바꾸고 호를 간후여협으로 지었다. 그의 아버지는 후난성 샹샹(湘鄕)의 소금 전매국을 책임지는 관리였다. 사대부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집에서 한학과 시사를 배웠다. 하지만 천성이 강인하고 의기가 강하여 15세 때부터 이종 오빠에게 기마술과 창칼 쓰는 법을 익혔다.

1896년 광서제 치하의 관리 왕팅쥔과 결혼하였다. 치우진은 남편을 따라 베이징에 살면서 일남 일녀를 낳았다. 당시는 청조말이어서 제국주의가 중국을 침탈하던 시기였다. 제국주의 8개국이 베이징을 침탈하는 등 중국을 유린하자 치우진은 남편의 반대를 뿌리치고 일본에 유학한다.

일본에서 그는 집회에 참석하여 여권신장과 구국혁명의 길을 연설하였다. 그는 '중국 여성신문'을 창간하여 여성들이 봉건시대의 족쇄를 벗고 자주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루쉰, 타오청장, 황싱등 혁명 인사들과 교류하는 한편 공애회(共愛會)를 조직하여 여성해방운동에 참가하였고 백화보(白話報)를 창간하며 반청운동에 뛰어들었다. 반청운동단체인 천지회에 참여하여 군사(軍師)칭호를 받기도 하였다. 쑨원이 주도하던 동맹회에 가입한 그는 반청나라 혁명 운동의 중요 인물이 되었다.

1907년 치우진은 모친상으로 귀국하였다. 그는 동지들과 샤오싱, 항저우 등에서 광복군을 결성하고 격문을 기초하는 등 봉기를 준비하였다. 청 왕조를 뒤엎은 신해혁명이 1911년이므로 그들의 혁명 시도는 4년 앞선 것이었다. 처음 하는 봉기는 준비 부족과 경험의 미비로 실패하기 쉽다. 그와 동지들은 청군을 항저우로 유인한 뒤 인근 도시 샤오싱에서 봉기를 일으켰다.

샤오싱에서 항저우 습격에 실패한 봉기군은 장시성과 안후이성으로 이동하여 다음 봉기를 준비했다. 그들은 190776일 봉기하려고 하다 사세가 여의치 않자 19일로 연기했다. 안후이성 안칭에서 봉기를 준비하던 동지들은 기밀누설로 실패하고 말았다. 소식을 들은 치우진에게 주위에서 샤오싱을 떠나 피하라고 권하였으나 그는 피를 흘리지 않으면 혁명에 성공할 수 없다.”며 감연히 거절하였다. 모인 이들이 흩어진 뒤에도 치우진은 거점이던 다통학당(大通學堂)에 남았다. 713일 청군이 학당을 포위하고 치우진을 체포하였다. 그는 청군의 문초에 일체 불응하며 가을 비바람이 사람을 시름하게 하는구나(秋風秋雨愁煞人)”라는 글을 남겼다.

일주일 뒤 치우진은 샤오싱에서 참형을 당했다. 그가 죽은 뒤 사람들은 루쉰, 저우언라이와 함께 샤오싱 3걸이라 일컬었다. 쑨원은 치우진을 "여협은 가장 훌륭한 동지"로 부르고 "그의 의로운 죽음은 늘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고 추앙하였다. 저우언라이도 "간후 여협은 '삼종지도'라는 여성의 봉건적 굴레를 앞장서 깨뜨린 여성해방운동의 선구자"라고 추모했다.

나는 영화를 보고 치우진을 처음 알았다. 그는 선량하고 성실한 남편의 호소를 늘 뿌리친다. 형장으로 죽으러 갈 때 남편은 두 아이를 데려와 살길을 찾으라고 눈물로 호소하였다. 그때 치우진이 남편과 아이를 대하는 모습은 중국인들의 역사적 영웅 문천상이나 악비의 모습과 닮아 있다. 남편에게는 "아이들을 잘 키워 주세요." 하고 부탁하는 한편 아이들에게는 "내가 가야할 길이다. 너희들은 어미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고 위로한다. 치우진은 선이 굵고 결기에 가득한 혁명가이다. 이런 대범함과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의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수만마디 말보다 삶과 의연한 행동을 통해 웅변한 그의 태도는 늘 나의 소심함과 쩨쩨함을 돌아보게 한다.




 [노동자교양예술]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의 첫걸음, 이스라엘을 '나치'라고 부르기 


한아석

이스라엘 나치들이 10월부터 80일간 가자에서 인종청소로 죽인 아동과 여성 숫자는 2년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죽은 아동과 여성 사망자 수보다 4배가 많다. 팔레스타인 사망자 2만 명의 70%가 어린이와 여성이다. 이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의한 인종청소이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하마스 섬멸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이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아이들을 정조준해서 사격하고 이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지금은 유대인 중 자신들의 나치 행위를 인정하는 이들이 없다. 군인으로 학살을 나가면 아이들을 정조준해 쏘거나, 시민이면 가자에 떨어지는 폭탄을 보면 맥주를 마시는 피크닉을 하는 나치 악마들이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로 만든 후 남녀 모두 징병제로 '건국' 이후 거의 전 국민이 80년간 인종청소에 참가하면서 이렇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죄 없이 죽어가고 있다. 지금 팔레스타인의 부모들은 아이의 팔다리에 이름을 새겨 넣고 있다. 아이가 죽을 때 아이를 찾기 위해서이다. 팔레스타인 시인이 쓴 시가 생각이 났다. 

가자의 고약한 아이들아. 너희들은 언제나 내 창문 밑에서 고함소리로 나를 괴롭혔지. 매일 아침 나를 정신 없게 만들었지. 내 발코니에서 꽃병을 깨고 하나밖에 없는 내 꽃을 훔쳐 갔지. 돌아와라. 원하는 만큼 고함치고 내 모든 꽃병을 깨뜨리고 모든 꽃을 다 훔쳐 가라. 돌아와라. 그저 돌아오기만 해다오. - 깔래도 주마, 가자에서 온 시인 - (에드워드 사이드, 팔레스타인론(2014)에서 재인용)

이스라엘 나치들은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난민이 되어서 가자 남부로 가든지 이집트로 가든지 어딘가로 가라고 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미 난민이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팔레스타인 2021년 인구가 492. 팔레스타인 난민 숫자는 600만 명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국가를 발명하면서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 이스라엘이 발명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로 쫓아낸 것을 이렇게 부른다)를 했다. 그때 난민 72만 명이 나온 후 계속 늘어나 도달한 숫자다. 팔레스타인 가자와 서안에 산다는 것은 난민으로 산다는 것이다. 1947년 이후의 변화된 지도를 보라.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당해서 난민으로 살고 있는 곳이 가자이고 서안이다.


이스라엘 집권 여당은 지난 10일 미 국무부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실상의 학살을 주문했다. 국방장관은 가자지구에 백린탄을 쏘며 자기들은 사람처럼 생긴 동물(human animals)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말을 독일 나치는 유대인들에게 했다. 나치는 유대인을 인간말종(untermensch, sub-human)이라 부르며 개, 돼지 취급을 했다. SNS에서는 이스라엘을 나치라 부르는 반시오니즘 운동의 이미지들이 돌고 있다. (작가들이 익명으로 작품을 올리는 이유는 반유대주의자로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스라엘 나치들이 인종청소를 하는 지금, 팔레스타인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서 주디스 버틀러 등을 읽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주디스 버틀러 등 유대계 지식인들은 유대인들에게는 '이웃과 공존한다는' 유대성이 있으니, 앞으로 평화롭게 지내면 될 거라고 한다. '나치에게 유대인들에게 평화롭게 지내라고 하면 나치가 들을 것이다.'라고 인종청소를 당하는 유대인에게 말해 주면, 어느 유대인이 믿겠는가? 지금 주디스 버틀러 등 유대계 지식인들 하는 말들이 다 이 맥락이다.

박노자가 하는 것처럼 스탈린이 유대인을 박해해서 유대인들이 이를 피해서 이스라엘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역사 왜곡에 속아서도 안 된다. 홀로코스트를 행한 나치를 패배시킨 스탈린 당시 소련은, 유대인을 이드(yid)라 업신여기는 말(negro, 깜디, 등과 같은 비속어)로 부르면 1년간 감옥에 보내었고, 스탈린은 유대인을 인종 차별하면 사형까지 시키겠다고 했다. (출처:Joseph Stalin. Works, Vol. 13, July 1930 January 1934, Moscow: Foreign Languages Publishing House, 1955, p. 30)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스탈린을 어떻게 평가하더라도 이스라엘 나치의 인종청소는 스탈린과 아무 상관 없다. 홀로코스트를 당하던 유대인들에게는 스탈린과 소련은 (이스라엘이 이스라엘 발명의 근거로 두는 구약의 이사야서에 나오는) 바벨론의 포로로 있던 이스라엘인들을 해방시킨 키루스 2세와 아케메네스 왕조이다.

이스라엘은 스탈린과 소련의 박해에 쫓겨 만들어진 나라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을 인종청소해서 식민지로 만든 뒤 '발명'된 국가이다. 박노자는 소련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스라엘에 점령당한 팔레스타인으로서는 결코 상상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같은 유대계 지식인들의 사회 일반의 반공 의식에 기대여 이스라엘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역사 왜곡에 속아 넘어가지 말고 이스라엘을 나치라고 부르자.

이스라엘에서 거의 온 국민이 인종청소에 참가하고 있지만 양심적인 극소수의 유대인은 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하조 메이어는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나치 범죄라고 불렀다. 이스라엘을 (이스라엘만큼 인종청소를 지독하게 했던) 나치라고 부르는 게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의 출발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가보라 마테는 "하마스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악의 욕을 해보아라. 1,000번쯤 더 하더라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탄압하고 살해하고 약탈한 것에는 여전히 미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이와는 다르게 하마스 때문에 10월 이스라엘의 인종청소가 있는 양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는다.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은 이스라엘을 이해해달라는 박노자와 주디스 버틀러의 목소리가 아니라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하조 메이어와 가보라 마테가 이스라엘을 나치 범죄자라고 고발하는 목소리이다.

인류는 이스라엘 나치의 인종청소를 어떻게 그만두게 할 것인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지배를 종식한 것은 백인 인종주의자들을 겨냥하고, 남아프리카의 경제에 타격을 주는 전 세계적인 연대와 투쟁이었다. 백인 인종주의자와 흑인들 간의 평화를 염원하는 말장난들이 아니었다. 예멘은 홍해를 봉쇄하여 이스라엘 자본의 이윤에 타격을 주어 이스라엘 나치가 인종청소를 그만두는 데 기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의 출발은 이스라엘을 나치라 부르는 데서 시작하고, 그 방법은 이스라엘 자본에 타격을 주는 경제 제재뿐이다. 한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BDS(Boycott(불매 등 불참)·Divestment(투자중단)·Sanctions(제재)가 진행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이스라엘의 무장을 돕고 있다. 2014~2022, 한국은 이스라엘에 약 4,390만 달러(570억 원)의 무기(탄약, 포탄 등)를 매년 수출해 왔다. 지금 한국에서는 이스라엘과의 무기 수출 중단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 종이신문 -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노동자교양예술] 선택적 친화력 – 1809년 괴테의 선택적 친화력 vs 2024년 진보당의 선택적 친화력

한아석 2024 년 총선에서 진보당 ( 그리고 민주노총의 전국회의 정파 ) 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에 들어갔다 .  진보당이 보수 양당들과는 선거 협력을 하지 않는다는 민주노총의 총선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향해 이전투구처럼 하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