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8일 일요일

민주주의와 노동자정치




제10호 [정치] 

민주주의와 노동자정치

 

홍승용(현대사상연구소 소장)


1. 민주주의의 위기? : 노동자민중에 대한 파쇼독재의 적대적 행태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다. 밀려오는 경제위기와 환경재앙, 그리고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전쟁위험 앞에서, 노동자민중은 선진국의 풍요를 누리기보다 최소한의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무능과 무책임에 무자비와 후안무치까지 갖춘 파쇼독재 앞에서, 누구라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떠올릴 수 있다. 파쇼독재 타도는 민주시민 혹은 노동자민중의 절박한 당면과제다.

그러면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한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국가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민주국가를 말 그대로 민중이 국가권력의 주인인 국가라고 이해하는 한, 전혀 그렇지 못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민주당 정권 하에서도 극심한 양극화와 서열구조를 통한 효율적 착취체제는 꾸준히 강화되었다. 또한 한국 사회의 압도적 다수를 구성하는 노동자민중은 입법사법행정 등 주요 국가권력에서 완전히 배제되어왔다.

따라서 한국은 형식적 민주주의 하의 실질적 자본독재를 벗어난 적이 없음을 냉정히 인정해야 한 걸음 전진할 수 있다. 실질적 민주국가는 노동자민중이 국가권력의 주인인 국가, 즉 노동자국가를 통해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자본독재 너머의 민주국가인 노동자국가 건설은 노동자민중의 생존권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제국주의적 자본독재로 인한 파국과 공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공존과 공영을 위한 인류사적 해방전쟁에서 결정적 전환점을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2. 독자적 노동자 정치세력화 : 현실사회주의의 역사적 패배 이후 진보정치운동은 변혁전망을 포기함으로써, 자본독재 하에서 지분을 넓히기 위한 정치공학의 늪에 빠지곤 했다. 그 결과 자본독재의 주요 분파인 민주당과의 차별화도 어려워졌다. 최근 민주노총이 노동자 집권사회변혁을 목표로 정치세력화 추진을 결정한 것은 중대 변화를 의미한다. 집권 전략과 사회변혁의 내용은 향후 구체화되어야겠지만, 친자본 보수양당과 선을 긋고 체제전환의 깃발을 올린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결정을 특정 정파나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이 결정이 민주노총의 단결을 저해하리라고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그것은 노동자민중의 절실한 위기의식과 요구의 산물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에 포함된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 머물 수는 없으며,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효율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에 관심을 모을 필요가 있다. 문제는 노동자 집권체제전환의 전략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전략은 총선방침이나 진보연합 등의 문제를 배제하지 않지만 이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노동자 집권사회변혁이라는 목표설정 및 친자본 보수양당과의 차별화부터가 전략의 기본요소다. 전략의 최대 과제는 그 목표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절대적 지지와 참여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진보정치세력의 단결을 발판으로, 자본독재의 근본문제들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대안정책 및 대안사상을 조직적-체계적으로 생산하고 널리 공유해가는 지속적 과정이 필요하다.

 

3. 보수 양당과의 관계 : 노동자민중의 절대적 지지 없이는, ‘노동자 집권사회변혁자체가 불가능하며 설혹 일시적 부분적 성과를 거두더라도 자본독재의 반격을 감당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노동자민중의 지지 확대를 의회주의에 가두어 놓아서는 안 된다. 반대로 의회주의적 성과 역시 노동자민중의 지지와 참여를 확대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보수 양당의 공통점을 지적하는 것만 아니라 차이들을 명확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극우 파쇼 분파가 자본독재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현시점에서, 양자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파쇼독재 타도를 위해 불가피하다. 그러나 파쇼독재 타도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들과 공조하더라도,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의 근본문제들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대안정책사상을 그들과 공유하는 데에 각별히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때 자본독재의 주요 분파로서 민주당이 안고 있는 한계를 명확히 밝히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제 노동자민중의 압도적 존재와 노동자정치의 빈약한 비중 사이의 모순을 주요모순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이 진보정당들과의 연대연합을 강조하는 것도, 노동자진보정치세력의 단결을 불씨 삼아 이 모순을 풀려는 현실적 고심의 산물일 것이다. 운동의 통일과 단결은 노동자민중의 지상명령이다. 물론 의회주의적 편향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자 집권체제전환이라는 목표설정과 독자세력화야말로 현단계 주요모순 해결의 출발조건임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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