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요일

[詩] 깔따구

  

조창익

모내기 끝난

논둑길을 걷는다

깔따구가 길을 막아선다

눈코입 할 것 없이

옷소매 바지 속 가리지

아니하고

온몸을 에워싸며

떼로 덤벼든다

팔을 휘젓고

눈을 감고 코를 막고

귀를 막아도 종횡무진

사방팔방에서 공격하는

깔따구 떼

참으로

괴로운 싸움 상대다

 

다 해도 눈은 감지 마라

잠시

코는 막고 귀는 막아도

눈을 감으면

갈 길을 잃는다

얼굴을 수건으로

뒤집어쓰고

눈을 똑바로 뜨고

몸을 곧추 세워

내 길을 가야한다

그래야 논둑길에서

넘어지지 않는다

 

채널을 돌리지 마라

그 놈이 그 놈이라며

깔따구같은 정치집단들의

환멸과 배신의 정치 앞에

자본독재

기울어진 운동장

거듭되는 농단 앞에서

그 놈들

보기 싫다고

야구로 축구로 골프로

스포츠로

트롯트로 채널을 돌리지 마라

 

똑바로 응시해라

무시로 덮쳐오는 깔따구떼

내 삶을 흔들고

앞길을 막아서도

사시장철 샛푸르른 소나무

대나무 숲길 사이로

싱그런 바람 한 자락

몰고오는

오월의 언덕에 서면

깔따구떼 스멀스멀

달아난다

 

하ㅡ

맞다

노동자들이

바람이다

영육을 빨아먹는

깔따구 떼

노동계급의 입을 한데 모아

투쟁으로

훅 불어버리자

 

해방의 언덕에 서서

다시

내일을 노래하자

혁명을 환호하자

 

 *깔따구

ㅡ각다귀의 전라도 방언

ㅡ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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