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일 일요일

[인터뷰] “연대하면서 계급의식이 가랑비처럼 몸에 스며”


 -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지회장에게 듣는다.


질문 김형균 (노동자신문 발행인)

답변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소수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의지가 있어도 장기간 투쟁을 지속하기는 매우 어렵다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아사히글라스 동지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 5월 29일 노조를 결성했다그러나 아사히그라스 자본은 22명의 조합원을 즉시(6월 30해고했다그 후 9년간 한결같이 거리에서 투쟁을 이어왔다올해 7월 11일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이로써 22명의 동지가 복직하게 되었다관련 보도로는복직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기나긴 투쟁 과정복직 후 현장 상황이후 전망과 계획 등을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 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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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으로서 외국인 투자 기업에 맞서 9년 만에 투쟁을 통해 복직했는데만감이 교차할 것 같은데요소회를 한 말씀

행복합니다많은 분이 함께 만든 승리입니다. 9년간 생계비를 위해 후원해 주신 분들아사히 김을 명절 때마다 사주신 분들아사히 투쟁에 늘 연대해 주신 분들 덕분입니다고맙습니다.

 

2015년 노조결성 당시 노동조건집단해고 배경그 이후 9년간의 투쟁을 지속할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참혹합니다아사히는 점심시간 20일하다 잘못하면 징벌조끼를 입혔습니다수시로 권고사직인권침해 등으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습니다어렵게 노조를 만들었지만 도리어 178명이 해고되었습니다그것도 노조 만든 지 한 달 만에억울했습니다우리는 22명의 소수지만 단결력을 중요하게 여기고단결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그리고 연대활동을 일상적으로 진행하면서 다른 투쟁을 깊이 있게 경험한 것이 우리 투쟁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사히지회는 연대활동투쟁사업장 연대는 물론여러 차례 일본 원정 투쟁소성리 싸드 투쟁 등을 해왔습니다이는이른바 품앗이 연대를 넘어서는 것 같은데그 내적 힘이 궁금합니다.

아사히 동지들은 연대하면서 계급의식이 가랑비처럼 몸에 스며들었습니다계급의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내 문제만 집착하지 않고전국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투쟁과 정세적으로 중요한 투쟁을 내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우리 동지들은 끈질기게 연대하면서 연대가 무엇인지 토론하고또 어떤 연대를 할 것인지 자체적으로 회의를 많이 했습니다요즘 너나없이 노동조합은 회의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말합니다하지만 우리는 토론도 없고고민도 없는 형식적인 회의뻔한 회의가 아니라 우리가 실천적으로 필요한 회의를 9년간 진행했습니다매주 평가 회의도 9년간 회의록을 작성하며 빼놓지 않고 진행했습니다.

 

복직 후회사 측의 노조에 대한 태도는 어떤가요출근 시기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 같은데… 노조활동 인정 등의 요구에 대해서 사측의 태도는 어떤가요?

아사히는 대법원판결이 나자마자 출근명령을 내렸습니다출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 처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어이가 없는 일입니다우리는 회사가 출근하라는 날짜 2주를 넘겨서 출근했습니다. 8월 1출근해서 회사와 마찰이 계속 벌어졌습니다회사는 3주간 교육 일정을 잡았는데첫날부터 교육은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우리는 불법을 자행했으면 사과부터 하라고 했고회사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고 했습니다아사히는 핸드폰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어플을 내려받아서 회사 내에서 카메라 사용을 금지하는 공장입니다하지만 우리는 어플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이것으로 이틀간 논쟁을 벌였습니다. 3일째가 되면서 회사가 더 이상 어플을 설치하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출근했지만 현장에서 투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출근 3일째식당에서 선전물을 돌렸고많은 분이 받았습니다.

 

복직하자마자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에 맞닥뜨린 것 같은데아사히그라스 상황은 어떤가요?

회사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생산라인 일부를 가동 중단하면서 회사는 구조조정을 발표했습니다이제 막 어용노조와 교섭을 시작했습니다우리는 구조조정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는 선전물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복수노조인데다수 노조의 구조조정에 대한 활동이나 태도는 어떤가요소수 노조로서 대응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지금 집중하는 활동은 무엇인가?

소수 노조의 한계가 분명합니다그러나 우리는 소수지만 아사히 자본과 맞서 싸워서 승리한 노조입니다현장에 노동자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당당하게 구조조정 저지와 노조 가입 선전물을 배포하고 있습니다지금 당장 집중하는 사업은 조직화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말씀

긴 시간 아사히 투쟁에 함께해 주신 동지들 고맙습니다투쟁 2막도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겠습니다늘 연대하는 조직으로 아사히글라스지회 동지들과 함께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노동조합이 되겠습니다고맙습니다.


[논평] 대한민국은 과연 국민이 주인인 나라인가?

  - 헌법은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건수

지난 7월 17일은 제76주년 제헌절이었다제헌절의 의미를 따지기 이전에 사람들이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왜 제헌절은 5대 국경일의 하나이면서 공휴일이 아닐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그 이유는 주5일제(주 4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자휴일 수가 너무 많다면서 반발한 기업들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이처럼 노동자에게 제헌절은 휴식권도 보장 안 되는 날로 먼저 다가온다.

노동자 서민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76년 전 제헌헌법 당시에는 노동자 이익균점권을 두었으며사회정의와 국민경제를 위해 개인의 경제상 자유를 제한 등 이른바 가진 자들의 '갑질'을 제한하고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익이 골고루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가치를 헌법으로 보장했다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노동자는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최악의 산재사망에 시달리고중소상공인은 재벌과 부동산투기꾼들의 온갖 '갑질'에 시달리며청년들은 비정규직을 전전하다가 이제는 인간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혼인조차 포기하는그야말로 '헬조선'이 되었다제헌헌법 이후 76년 동안 빈익빈 부익부기득권 정치는 더욱 심화된 것이다.

현행 헌법은 역사상 최악의 유신헌법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87년 직선제 개헌으로 시작된 현행 헌법체제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성취한 것에 불과하며국민의힘과 민주당이라는 두 기득권 집단끼리의 정권교체가 가능하게 된 것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국민은 제쳐놓고 소수 기득권자가 권력을 서로 돌아가며 차지하는 정치체제에 불과하다. 87년 이후 민주당의 주도로 민주화가 된 이후 대한민국은 소수 특권계급이 지배하는 과두제 가짜 민주주의 체제가 되었다정권교체는 가짜 민주주의다.

87년 이후 민주당의 주도로 민주화가 되었다는데이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에게는 실질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분신했는데민주화가 되었지만바뀐 게 없다작년에 건설노조의 양회동 열사가 정당한 노조활동을 했는데도 공갈범으로 몰리자이에 항의하며 분신했다민주화가 되었다는 세상에서 노동자는 기본적인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분신과 같은 극단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노동자에 대한 손배소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도입했고비정규직법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도입했다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가짜 민주주의이다노동자만 이런 처지에 내몰린 것이 아니다농민영세자영업자학생여성 등 다수를 차지하는 계급 계층이 똑같은 처지다.

헌법 제1조 제1항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밝히고 있고, 2항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대한민국 헌법 제정 제76주년을 맞이하여헌법 제1조의 뜻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87년 이후 정말 국민이 주인이 되었나백성 주인 이 나라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인가?


[노동자논평]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국가기관들

  계급전쟁의 양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건수

79회 광복절 기념행사가 두 쪽이 났다정부와 독립운동단체가 따로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이다문제의 발단은 윤석열 대통령이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면서 촉발되었다김형석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하는 등 퇴행적인 역사관을 가진 인물로서 독립기념과 관장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처럼 국가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임명 행위를 일삼고 있다여성가족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사람을 여가부 장관으로 앉히고고용노동부에 반노동적 시각을 갖고 돌출행동을 하면서 노동계 기피대상으로 지목된 김문수를 장관으로 임명하고방송통신위원회에는 방송장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이진숙을 위원장에 앉히는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최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낙태죄사형제 등 주요 인권 쟁점에서 소수자 인권 보호에 역행하는 행보가 적지 않았던 인물인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인권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석열의 임명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국가기관 스스로도 자신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환경부는 4대강 사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묻어난다고 평가받는 '4대강 14개 댐건설사업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거짓 논리로 강행하고 있고기후위기라고 쓰고 돈벌이라고 읽는 산림청은 30년 된 나무를 늙은 나무로 매도하며 전국을 민둥산으로 만드는 벌목행위에 앞장서고 있다감사원은 용산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 의혹에 대한 감사기간을 오는 11월 10일까지로 연장하겠다고 한다. 2022년 12월 감사 착수 결정 이래 7번째 연장이며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처럼 국가기관이 총체적으로 자기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있는 이면에는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다는 점그리고 이들 기득권자를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윤석열 정부를 방어하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이것은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방송3쌍특검법채상병특검법이태원참사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등 2년 3개월 재임 중 21번이나 남발된 법안 거부권의 목록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전 정권에서는 최소한 87년 헌법체제의 형식적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 기득권을 보호했다면윤석열 정권은 헌법이 보장한 자신들의 권한 행사에만 집중하며그 어떤 명분이나 논리도 외면하고 있다형식적 민주주의마저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본격적인 계급전쟁의 시대가 왔다윤석열 정권의 계급적 본성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대부분 사람은 알량한 쥐꼬리만 한 기득권을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자기보다 힘센 자들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이제 희망은 노동운동과 민중운동 진영에 있다미 제국주의 일극체제의 세계질서가 무너지고 다극화시대가 다가오면서 세계질서가 요동치고 있다주변 열강의 세력판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노동운동세력에게는 시련이자 기회이기도 한 정세다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국가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국가노동자국가의 비전을 선명히 하고 우리의 역량과 준비태세를 점검해야 할 때다.


[정치] 양질전환과 헤게모니

  

홍승용 (현대사상연구소)

 

1. 파국의 가시화

미국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대한 예고는 자본독재의 첨병들인 주식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벌써부터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미국발 경제위기의 본질은 미국 중심 다국적 금융자본의 글로벌 수탈체제가 갈수록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제 그 종말의 출발점에 와 있다는 것자본독재의 종주국에서부터 체제 붕괴의 대문이 활짝 열렸다는 것 아닌가어떤 미봉책들로도 해소될 수 없는 이 근본문제는 이미 1세기 전 레닌이 명확히 개념화한 바 있다즉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능가하는 독점자본주의 단계자본주의의 부후하는 최종단계즉 제국주의가 그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누려온 달러패권에는 군사력이나 이데올로기만 아니라 고도의 생산력도 필요했다그러나 생산력발전은 불균등하다점점 더 많은 생산력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독일대만한국 등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이는 달러패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서 전쟁의 불씨로 작용한다생산력의 불균등발전에 따른 경제영토 재분할은 국제법 따위가 아니라 힘관계에 의해결국 제국주의전쟁을 통해 결정된다제국주의전쟁은 이미 인류사회의 일상으로 자리잡았다제국주의적 착취와 수탈체제가 종식되지 않는 한전쟁의 참화가 어디까지 번질지는 예측불허다.

연일 일본을 강타하고 있는 지진이나 쓰나미 등은 물론 인간적 요인을 벗어난 자연재해다그러나 이로부터 파생되리라 충분히 예상되는 재난즉 제2, 3의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확실히 인재다즉 자본증식을 절대원리로 삼아온 자본독재체제의 필연적 산물이다온난화에 앞서 핵재난으로 폭발할 환경재앙경제위기로 인한 절대빈곤의 전지구적 양산일상화된 제국주의전쟁의 참화는 인류문명을 당장이라도 끝장낼 수 있는 재앙의 삼위일체다제국주의적 자본독재에 맞서 대안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자본독재의 노예이길 거부하는 노동자민중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 양질전환

대안사회 건설은 객관적 필요성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극복을 위한 방법과 대안의 구체적 전망을 공유하는 조직적 주체세력이 일정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하면위기는 혁명이 아니라 야만의 밑거름이 되기 쉽다최근 영국의 반이민 폭력시위가 그 단적인 예다노동자계급의 분열외국인 혐오성적지역적세대간 갈등운동의 파편화각자도생 문화 등등을 유도조장하는 것은 자본독재세력이 교육문화사업소비구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무기다뿌리깊은 반공이데올로기특히 현실사회주의체제 붕괴 이후 확산된 반노동자중심주의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의 이데올로기 지형을 허물고 대안사회 건설의 주체적 조건을 만드는 과정은 바로 자본독재에 맞선 해방전쟁의 한가운데에 들어서는 것이다주체적 조건 형성의 요체는 대안전망의 생산과 대중적 공유다대안사상이론정책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지식노동자들이나 활동가들이 극소수에 머물고또 그 성과들을 노동자민중 다수와 공유하지 못한다면고전적인 표현으로 이론이 대중을 장악하지 못한다면그리하여 지금처럼 자본독재의 지배이데올로기가 노동자민중을 압도한다면어떤 위기가 밀려와도 대안사회 건설은 첫발을 떼기도 어려울 것이다.

물론 노동자민중 모두가 대안사상으로 무장해야 대안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위기와 혁명적 변화는 예상을 뛰어넘어 교육과정을 압축하고 주체적 조건의 질적 도약을 야기하기도 한다그러나 이러한 질적 도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그 이전에 어느 정도의 양적 팽창즉 적극적 주체들의 조직화와 조직의 일정한 확장을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다대안의 구체화와 함께이를 조직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절대적으로 시급한 당면과제다.

 

3. 헤게모니

대안세력의 양적 팽창은 수정주의나 개량주의의 온상을 만든다고 우려할 수 있다이러한 우려 때문에 조직의 확장에 소극적이거나대규모 조직들의 기존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피한다면소수의 폐쇄적 스터디그룹을 넘어 역사의 흐름을 바꿀 만한 세력을 형성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그렇다고 세력확장 자체가 운동의 목표일 수도 없다이 난제를 헤쳐나가는 데에는 헤게모니 개념이 유효하다대안사상이론정책으로 무장한 적극적 주체들이 아직 소수일지라도다수가 그들에게 자발적으로 동의한다면 변질 없는 조직확장도 가능한 것이다.

다수의 자발적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대안사상이론정책이 현실성과 호소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호소력 있는 대안이론 생산을 위한 체계적 연구와 치열한 논쟁 및 검증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필요 있다또 검증된 성과들을 광범하게 공유하기 위한 조직적 교육체계를 제도 차원에서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이때 민주노총이나 노동자당이 적극적인 역할을 떠맡도록 추동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과제다무엇보다 대안의 대중화에 적극 나서는 주체들이 헌신적 활동을 통해 대중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헤게모니 형성의 결정적 요인일 것이다.

자본독재와의 가시적 대결만 아니라대안세력의 확장과정에서 헤게모니를 확보하는 일부터가 해방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다밀려오는 위기를 호기로 전환하기 위한 시간싸움에 전력을 다하자재앙은 그냥 기다리는 이들의 몫이다전력을 다하는 이들의 몫은 승패를 넘어선 삶의 의미다.


[뉴스해설] 베네수엘라. 차베스주의의 ‘전락’과 그 교훈


 


진상은(陳祥殷)

7월 28일에 치른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베네수엘라 연합사회당으로 대표되는 신흥 집권 부르주아 분파와 미제(美帝)를 등에 업은 전통적 부르주아 분파 사이의 대립이 격화되면서그리고 특히 수많은 노동자ㆍ인민대중이 선거 결과를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면서베네수엘라의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이 상황이 어떻게 귀결될지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거니와지금 우리의 주요 관심사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현 사태의 성격과 역사적 배경인데극우 언론은 물론 사실상 부르주아 언론 일반이 현 사태를 기화로역사적 진실을 은폐하면서사태의 원인은 사회주의라고 왜곡ㆍ비방하고 있기 때문이다지지자들이 미치광이(El Loco)’라고 부른다는 아르헨티나의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는역시 미치광이답게, “베네수엘라인들은 공산 독재를 끝내기 위해 투표했다고까지 지껄여댔다고 한다.(조선일보, 2024. 7. 30. 참조.)

주지하다시피현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은 특히 2016년 이후 격화되어 온 심각한 경제위기와 그에 수반한 노동자ㆍ인민대중의 극악한 빈곤과 고통인데저들 부르주아 언론의 일반적 주장인즉슨이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은사실상 석유산업 일변도의 심히 불균형한 산업구조와 더불어우고 차베스 정권이 정착시킨 사회주의 때문이라는 것이다특히 저들은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가진 5대 산유국으로서 남아메리카 최부국이었는데차베스 정권 이래의 사회주의적 정책 때문에 오늘날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일단 저들의 주장대로 남아메리카 최부국이었다고 치자그런데 누가 그렇게 부자였는가저들은 GNP, 즉 국민총생산이 어떻고 하면서마치 국민’ 일반이 그러했다는 듯이 능청을 떤다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다그러나 실제로는차베스가 집권하던 1998년 당시 석유 대국 베네수엘라의 실상은인구의 80% 이상이 빈곤층이었고인구의 5%가 경작지의 75%를 소유하고 있었으며학교와 병원이 붕괴되어 학생들의 퇴학률이 70%, 문맹률이 7%에 달했으며인구의 60%에서 70%가 기본적인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태였다.(채만수,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혁명 ― 그 배경과 경과성격그리고 전망”, 정세와 노동15, 2006년 78월 합본호 참조이하 자료들도 동일.) 게다가,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28년 동안에 베네수엘라의 1인당 소득은 35%나 떨어져서 그 지역에서 최악의 감소를 기록했고 세계적으로도 최악의 하나여서, “베네수엘라에서 자본주의에 의해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10만 명 정도이고나머지 대다수는 자본주의로 인해 임금노예나 채무노예로 전락했다고 생각한다는 증언도 있다차베스가 반미제(反美帝)와 ‘21세기 사회주의의 기치 하에 집권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극빈과 노예상태즉 미제국주의와 그 앞잡이ㆍ동맹자인 현지 부르주아지가 베네수엘라 노동자ㆍ인민대중에게 강제해온 극빈과 노예상태였다.

그건 그렇고차베스가 내걸었던 저 이른바 ‘21세기 사회주의는 정말 사회주의인가차베스 생전특히 2000년대 중반에는 많은 사회주의자들조차 그 사회주의적 성격을 단호하게 부인하거나명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아니오히려 많은 사회주의자들조차 ‘21세기 사회주의에 고개를 끄덕였다. 1976년에 국유화되었다가 다시 주로 미국 자본의 지배 하에 있던 석유자원[PDVSA]의 재국유화를 비롯하여 차베스 정권은 철강 등 주요 기간산업 국유화한데다때마침 상승하던 국제 유가 덕분에 생긴 거대한 자금을 무상교육ㆍ무상의료ㆍ무상주택 등 빈민들을 위한 여러 사업(missions)에 지출하여 인민대중의 빈곤ㆍ노예상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일응 사실과 실천으로 ‘21세기 사회주의를 입증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이제는 명확해진 것처럼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베네수엘라가 가진 최대의 자원인 석유를 이용하여 인민대중을 빈곤과 노예상태로부터 구제하겠다는 선의에도 불구하고사회주의가 아니었다적어도 맑스-레닌주의적 사회주의즉 과학적 사회주의는 아니었다그가 내세운 볼리바르 혁명은 과학적 사상과 규율로 무장된 노동자계급의 전위그 혁명적 정당에 의해서 조직되고 지도된 혁명이 아니었고석유 자원과 철강산업 등 일부 기간산업을 국유화했을 뿐무엇보다도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의 폐지계급의 폐지를 위한 어떤 계획조차 없었다더구나 인구의 다수가 종사하고 있던 농업은유휴지(遊休地일부가 농민들에게 분배되었을 뿐기본적으로는 대토지소유에 기초한 반()봉건적 생산양식이 그대로 온존되었다.

차베스와 그 정권의 볼리바르 혁명’ 혹은 ‘21세기 사회주의의 이러한 성격과 한계는자신들의 정권에 대한 거듭된 불법적 도전에도 불구하고미제의 앞잡이이자 동맹자인 기존의 부르주아ㆍ지주 세력을 사실상 고스란히 존치시키는 것그리하여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온존ㆍ발전시킨다는 것을 의미했고다른 한편에서는 집권 베네수엘라 연합사회당(PSUV)’을 중심으로 새로운 부르주아 분파가 형성ㆍ발전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한때 널리 칭송받기도 했던차베스와 그 정권의 ‘21세기 사회주의가 가능했던 것은 전적으로 우연적인 조건들에 의한 것이었다그 우연적 조건들이란우선 심히 유감스럽게도 과학적 사회주의에 대한 그의 무지에도 불구한미제를 배제하고 석유 수입(收入)을 이용하여 인민대중의 상태를 개선하겠다는 차베스의 강한 선의와그리고 특히 그 선의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 고유가였다그러나 그 우연적인 조건들이 사라지자특히 유가가 크게 떨어지고이 저유가가 장기화되자게다가 미제의 경제 봉쇄ㆍ제재가 장기화되고 심화되면서 석유 생산시설의 갱신ㆍ개선도그나마 저유가로의 수출도 심히 어려워지면서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전개되고 있고, ‘21세기 사회주의도 급전직하로 전락하였다그리하여 집권 베네수엘라 연합사회당은 그나마의 ‘21세기 사회주의를 옹호하는즉 그나마 노동자ㆍ인민의 경제적ㆍ사회적ㆍ정치적 권리와 이익을 옹호하는 정당ㆍ정치세력이 아니라경제위기를 핑계로 그들의 제반 권리와 이익을 짓밟는 세력으로 전락했다그 대표적인 표현이 특히 최근에 들어 빈번해지고 있는베네수엘라 공산당(PCV)에 대한 탄압이다.

차베스 시대 이래의 베네수엘라에서의 상황과 그 전개로부터의 교훈은우선 저 유명한 격언즉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것이다그리고 그 선의’ 대신에즉 그 주관적 선의가 초래할 객관적 결과에 대한 무지 대신에 모름지기 과학으로즉 맑스-레닌주의의 과학적 사상으로 무장해야 하고그에 기초하여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과거에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나 볼리바르 혁명을 찬양했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기존의 부르주아 국가를 그대로 존치시킨 채 단지 그 권력만을 장악하고그것을 지렛대로 사회주의로 이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그것은 맑스주의 국가관을따라서 맑스-레닌주의를 부정하는 소부르주아적 망상일 뿐이다.



[문화] 99%인 ‘우리’라는 집단의 실체와 정체

  박현욱 ( 노동예술단 선언 ) (20 호에서 이어짐 ) 99% 인  ‘ 우리 ’ 라는 집단의 실체와 정체에 대해 문화적으로 답해보자고 했다 .  해서 좀 철지나긴 했지만 옛 드라마 얘기 좀 해보련다 . 2009 년도에 방영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