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드라인]
“세계의 반은 이미 아마겟돈으로 진입했다”
― 핵전쟁 위기는 폭발의 임계점에 근접
편집국
러우 전쟁은 언제든지 핵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미 ABC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100만 명 사망, 수십만 명이 불구’가 되었다고 전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러시아 군인도 30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보도다. (대다수 사상자 통계 수치는 축소지향임) 현재 우크라이나의 입대연력은 25~60세 사이의 모든 남성이다. 전장에서 빠르게 죽어 나가는(소모되는) 군인을 보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징병관들이 수도 키이우의 레스토랑, 쇼핑센터, 콘서트장 등을 급습해 젊은 남성들을 강제로 잡아가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영국 등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징집 연령을 25세에 18세로 낮추라고 압박한다. 우크라이나 젊은이의 목숨은 전혀 안중에 없다.
11월 19일, 러시아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핵미사일로 보복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핵무기 사용 개정 교리(독트린)에 서명했다. 새로운 독트린에 따르면, 비핵 국가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이를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여 핵무기 대응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전략적 또는 전술적 비행기의 대규모 출격이나 크루즈 미사일, 드론, 극초음속 무기가 러시아 영토로 향하는 경우, 이러한 위협 역시 핵무기 사용의 정당한 이유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중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를 향해 발사하려면 반드시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개정 핵 교리에 서명한 바로 이날(11.19),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6발이 러시아 본토 브랸스크주(州)를 공격했다. 다음날 영국산 스톰 새도우(Storm Shadow)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그 이후에도 에이태큼스 11발이 추가로 발사되었다. 임기 두 달도 남기지 않은 바이든 정부는 자신들이 제공한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승인하고 발사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핵 사용 개정안의 범위 안으로 뛰어든 위험한 도박인 셈이다. 러시아가 쉽게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지극히 위험한 모험이다.
이에 러시아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중거리 미사일(IRBM) '오레슈니크'(Орешник, 개암나무)한 발을 우크라이나 유즈마쉬 무기공장을 목표로 시험 발사했다. 핵탄두 6개를 장착할 수 있고 초속 2.5∼3㎞인 마하 10의 속도의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이다. 이번 공격 주요 목적은 러시아가 단 몇 분의 비행시간 안에 유럽의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는 속도와 위력을 보여준 셈이다. 당장 핵전쟁은 억제하고 있지만 일촉즉발의 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87년 12월 8일, 미국(레이건)과 쏘련(고르바초프)은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폐기 조약’(INF)을 체결했다. 중거리 미사일은 사거리 500km~5,500km로서 속도가 빠르고 사거리가 짧아, 조기경보기가 울리기 전에 핵무기로 상대방을 선제타격하는 무기 체계였다. 그러나 2019년 2월 1일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INF 이행 중단을 선언(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하여 6개월간 탈퇴 절차를 밟게 되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INF 이행 중단을 선언하면서 해당 조약은 2019년 8월 1일을 기해 소멸한 바 있다. 그 결과 중거리 핵미사일 개발이 다시 시작되었고, 러시아가 먼저 가공할 만한 속도와 위력을 가진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군수공장을 목표로 시험발사 한 것이다. 이 중거리 핵미사일은 20~30분내에 목표지점을 타격하기 때문에 상호 전쟁 억제를 위한 조정이 불가능하다.
핵전쟁 계획은 더욱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핵 위협을 자주 사용해 왔다. 러시아의 핵 독트린은 본래 핵무기를 억제 수단으로 정의했지만, 서방의 군사적 개입을 막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4년 8월 20일,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3월에 극비 핵 전략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핵 운용 지침(Nuclear Employment Guidance)’으로 알려진 이 전략은 미국의 핵 억제 전략을 중국의 급속한 핵무기 확장에 맞추어 재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중국, 러시아, 조선 등 여러 핵무장 국가가 동시에 핵 위협을 가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는 공영공존보다 끝없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치닫고 있다.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는 국가 간ㆍ블록 간 제국주의적 대립으로 인해 끝없는 군비경쟁과 전방위적 전쟁 시스템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미국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책이니 하는 것들은 탐욕을 본성으로 하는 자본주의 축적 위기가 그 발로이다. 다극화된 제국주의적 대립 양상은 한 번의 실수로도 치명적인 핵전쟁으로 발화할 수 있는 상태다. 오직 이윤을 목적으로 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혁하지 않고서는, 인류는 파멸의 위기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정치]
내란 국면 속의 노동자정치
홍승용 (현대사상연구소)
탄핵은 조만간 가결되고 내란범 윤석열 일당은 무력화되리라 예상된다. 국회 가결만 아니라 헌재 인용까지, 또 내란범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단결된 노동자민중의 압박은 불가피하다.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자민중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기간은 노동자정치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정치는 내란공범 국힘당 해산 투쟁 및 예상되는 차기 민주당 정권과의 차별화에 머물 수 없다. 짧은 시간 안에 우리사회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민중이 국가권력의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국가 곧 노동자국가 건설 투쟁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구체적 형태로는 통일된 노동자당을 통해 노동자민중이 자본독재의 대안세력으로 자리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힘당의 해산 내지 최소화로 민주당 권력은 당분간 비대해질 수 있다. 민주당은 미래의 적대세력인 노동자정치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할 것이다. 특히 매수를 통한 분열책을 총가동하고, 노동자정치세력을 민주당 외곽지원세력으로 삼고자 할 것이다. 노동자정치는 의회의 의석수를 몇개 늘이거나 정부기관에 들러리로 참가시키는 매수논리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다당제나 내각제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따위를 거대양당제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자본독재의 극복이 아니라 영구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정치세력은 노동자민중의 민주적 정치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본독재 극복의 구체적 전망을 세우고, 단결투쟁을 통해 노동자민중의 변혁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노동자정치는 그동안 분산된 부문운동들을 통해 구현되어온 진보적 가치들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후재앙, 성차별,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 등을 극복하는 일은 이윤추구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독재 하에서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자본축적이 아니라 공존과 공영을 추구하는 노동자정치만이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노동자정치는 각 부문별 진보운동들이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이들 운동과의 사안별 연대를 넘어선 유기적 결합을 추진해야 한다. 노동자정치는 자본독재가 착취를 위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어떠한 차별에도 반대한다. 평등은 노동자정치의 기본이념이다. 노동자정치가 구현하려는 사회는 한마디로 평등사회다.
평등의 원칙은 당건설과 당운영, 노동자국가 건설과정, 노동자국가 운영에서도 구현되어야 한다. 노동자정치가 추구하는 것은 형식적 민주주의를 통한 자본권력과 그 대리인들의 독재가 아니라, 이 자본독재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의 심부름꾼들이 사회의 주인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절대적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당과 국가의 일꾼들을 감독⋅비판하고 필요시 소환하며 그들의 특권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장치, 또 주요 의사결정에 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장치들을 최대한 개발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노동자국가는 소수 지배자들의 지배도구라는 악역을 떨쳐버릴 수 있다. 그 출발점은 민주적인 당운영이다.
비록 일차 내란에서 실패했지만 윤석열 일당은 끊임없이 전쟁을 유발하고자 했다. 사소한 국지전조차 이차 내란을 정당화할 것이다. 전쟁을 막는 것은 노동자정치의 주요 당면과제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일차적으로 전작권을 가진 미국의 개입에 좌우된다. 노동자정치는 한국이 겪고 있는 식민지 상황 극복을 위해 사활을 걸고 싸워야 한다. 전쟁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제국주의는 생산력 차원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관세⋅환율⋅통화전쟁 혹은 자의적 제재나 정권교체 공작 따위만 아니라 노골적인 군사개입도 자행해 왔고, 앞으로도 이를 반복할 것이다. 노동자정치는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맞서 전세계 노동자국가, 노동자정치세력, 평화반전운동세력과의 국제연대를 적극 추진한다.
아직 정국은 가변적이지만, 탄핵과 내란범 처벌 여론이 기선을 잡았다. 노동자민중의 적극적 투쟁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불붙었다. 노동자민중을 적으로, 짓밟아도 되는 개돼지로 취급해온 저들은 ‘중과부적’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노동자정치는 대중 속에 충분히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운동의 분열을 극복하지도 못했다. 내란 국면은 이런 난관을 돌파할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지속 가능한 효율적 착취와 불평등 체제를 재정비하는 자본독재의 또다른 분파들에게 고스란히 상납할 수는 없다. 노동자정치세력은 내란세력을 제압하는 과정에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제국주의적 자본독재가 초래해온 공멸위기 극복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자.
[뉴스해설]
제국주의 대한민국
이현숙
인도에 진출한 ㈜현대차가, 10월 22일 인도증권거래소에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상장” 했다. 전체 주식 중 17.5%를 매각해, 4조5000억원을 조달한다. 생산에서는 인도 시장 점유율 14.2%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 증시 탑승…4조5000억 자금 확보”
22일(현지 시각) 인도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인도법인(HMI)의 증시 상장을 알리는 의미로 종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차 장재훈 사장, 정 회장, 인도증권거래소 아쉬쉬 차우한 최고운영자(CEO), 얀 메츠거 씨티그룹 기업금융증권 아태지역 총괄 책임자. /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전날인 21일엔 나렌드리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인도에서 전기차 모델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 인도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 현대차 인도법인 기업공개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피델리티, 싱가포르 정부 등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며 ... (조재희, 이영관 기자, <조선일보>, 2024.10.23.)
등장인물들을 보자. 한국(산업자본가): 정의선, 장재훈. 인도: 증권거래소(금융자본). 모디 총리(총자본의 대표자). 세계의 금융자본: 씨티그룹‧블랙록‧피델리티(미국), 싱가포르 정부 등.
현대차가 인도 노동자를 착취한다. 그 잉여가치(이윤)의 일부는 세금의 형태로 인도의 총자본을 대표하는 모디에게 간다. 다음으로 배당금‧수수료의 형태로 인도증권거래소와 세계의 금융자본들에게로 간다. 이들은 모두, 인도 노동자들에 대한 공동착취자들이다.
씨티그릅 등 미국의 금융자본들은 제국주의 자본이다.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공동착취자로서 현대차도 역시 제국주의 자본이다. 그 독점자본의 도구인 국가, 즉 한국은 제국주의 국가가 된다(“제국주의 사회”가 아니다). 그러면 공동착취자인 인도 측은? 자국의 노동자를 착취하는 민족자본‧민족국가다. 여기서 제국주의의 본질을 정리하자. 제국주의란 타국의 노동자‧인민을 착취‧수탈하는 독점자본과 그 대표자로서의 국가를 말한다.
어떤 이는 반대할지도 모른다; 자본수출만을 근거로, 한국을 제국주의 국가라고 규정할 수 없다. 자본이 수출된 국가의 “자주권을 말살하고, 정치적으로 종속시키고, 심지어 레짐체인지를 하고 침략을 자행하는” 경우에만 제국주의 국가라고 불러야 한다.
경제적 토대와 정치적 상부구조를 보자.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토대는 자본-임노동 관계에 의한 생산‧착취구조다. 이것은 공통적이다. 정치적 상부구조, 즉 토대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은 다양하다. 사우디의 봉건적 왕정, 일본‧영국의 입헌군주제, 대통령제‧의회제, 파씨즘‧민주주의 등등. 그러나 경제적 토대‧착취구조가 같아, 모두 자본주의 사회라고 규정한다.
제국주의 국가가,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다른 국가를 “정치적으로 종속시키고, 군사적 침략을 자행”하는 이유‧목적은 무엇인가. 착취‧수탈로 부자가 되기 위해서이다. 정치‧군사적 행동은 횡재를 위한 수단이다. 현대차는, 한국 국가의 폭력 없이, 외교적 수단만으로, 즉 아주 적은 비용만을 들이고, 자본수출-인도 노동자 착취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극히 효율적인 제국주의이다. 제국주의를 정의하는, 레닌의 언급, “상품수출과는 구별되는 자본수출이 특별한 중요성을 가진다<제국주의론>”를 상기하자.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들에서, 나아가 금융에서도 전 세계에 자본을 수출한다. 이들 자본을 무력으로 보호해 줄 군사력도 세계적 수준이다. 아제국주의(subimperialism)가 아니다. 이른바 “강소국”, 즉 작지만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이다.
제국주의의 다른 이름인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다. 레닌 시대처럼 “한줌의 열강”이 세계를 분할하던 시대는 아니다. 제국주의체계는 아주 많은 나라들의 독점자본가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서 만들어진 세계체제가 되었다. 세계의 노동자‧인민 vs 세계의 독점자본가의 대립구도가 중요하다. 이를 개념적으로 살펴보자. 한국의 경우, 독점자본이 주도하는 정‧관‧재‧언론‧문화계 등에 있는 최소 5백-최대 5천 명이, 5천만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금융과두제라고도 불린다. 이 비율로 하면, 세계인구 80억명은 대략 8만-80만 명이 지배하고 있다. 그 지배 중심에는 독점자본가 집단(산업, 상업, 금융)이 있다. 이들은 국적으로 나뉘어져 있고, 자본의 크기에 따라 위계질서(주도력-종속)를 가진다. 하지만 80억 인류에 대한 공동의 착취‧수탈‧지배자이고, 배다른 형제들이다. 이들 형제 간의 불화는 때론 전쟁도 불사하지만, 계급 적대에 비해서는 사소한 것이다. 이들이 타국의 인민들을 착취‧수탈할 때, 제국주의자가 된다. 자국의 경우는 민족자본가가 된다. 본질은 동일하다. 피억압자의 총단결! 노동자 국제주의로 단결된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세계인민의 통일전선이 절실하다.
[노동자 논평]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로 행복하십니까?
이건수
12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느닷없이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내세우며 비상계엄을 선포해서 국민의 일상을 흔들고 국가적 혼란을 자초했으니,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이 일단 기뻐할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묻고자 한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탄핵이 결정되고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다면 행복해질까? 2016년 이맘때 박근혜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고, 91일 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를 파면시키고 난 후 당신의 삶은 나아졌나? 우리가 지키고자 한 그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했나?
이제 주말이 지나면 우리는 일상의 삶터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은 주말이면 헌법재판소 앞에 가서 탄핵을 인용해달라며 최장 180일까지 촛불집회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다시 일상의 삶터에 돌아오면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서 불합리와 불공정과 부조리한 현실에 맞닥뜨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비판과 토론, 투쟁과 촛불이 아니라 침묵으로써 무기력하게 견딜 뿐이다.(윤석열의 국무회의도, 군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주말이면 다시 광장에 나가서 민주주의를 외칠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의 탄핵이 결정되면 어떻게 될까? 이제 세상은 대통령 선거운동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은 촛불을 들었다는 사실도 잊을 것이고, 윤석열의 비상계엄 소동은 대통령을 새로 뽑는 것으로 마무리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헌법 제1조 제1항에 적혀 있지만, 우리는 탄핵촛불과 선거 때만 잠시 이것을 확인할 뿐 일상의 삶과는 무관한 일로 알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한 87년 이후의 민주화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라 절차적 민주주의를 성취한 것에 불과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라는 두 기득권 집단끼리의 정권교체가 가능하게 된 제도적 성취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가짜 민주주의다. 대한민국은 소수 특권계급이 지배하는 과두제 가짜 민주주의 체제가 되었으며, 민주화는 기득권을 대변하는 특권정당 간의 정권교체에 불과했다.
권교체는 가짜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정권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 때만 의미가 있다. 정권만 교체할 것이 아니라 기득권 정치체제가 바뀌어야 땀흘려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으로 변할 수 있다.
광장에서 우리는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주권자로서의 국민은 선거에서 우리를 대리할 사람을 잘 뽑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광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외쳤는지 잊지 말자. 이제 일상의 삶 속에서 주인이 되자.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서 불합리와 불공정과 부조리를 극복하고 진정으로 민주화된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그랬을 때 우리는 윤석열의 탄핵을 출발점으로 삼아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여정으로 나설 수 있다.
[논평]
2024년 전국노동자대회 유감
- 전태일 열사 정신과 민주노총 건설의 뜻을 알기나 하나?
허영구
오늘은 전태일 열사 54주기이다. 지난 11월 9일 민주노총은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주 슬로건은 ‘윤석열정권 퇴진’이었다. 그러나 전국노동자대회는 사상 유례없이 오후 4시에 열려 경찰의 일방적 통제 속에서 서둘러 끝내고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인 더불어민주당 촛불집회에 자리를 깔아주는 것으로 끝났다. 전태일정신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설령 그렇더라도 정권퇴진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라면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열사정신을 망각하고, 투쟁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1987년 7ㆍ8ㆍ9 노동자 대투쟁으로 민주노조가 건설되었고 1988년부터 노조연대체인 지역ㆍ업종별 조직이 건설됐다. 1988년 10월 6일 전국노동법개정투쟁본부(전국투본)가 결성됐고, 전국투본 주최로 11월 12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전태일열사정신계승 노동악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노동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대회가 끝난 후 혈서로 쓴 “노동해방” 현수막을 들고 여의도까지 행진했다. 1989년, 1990년에는 당국의 불허와 경찰의 봉쇄 속 대학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지난 37년간 매년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지만, 올해 같은 전국노동자대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태일열사 기일은 11월 13일, 민주노총 창립일은 11월 11일(농어민의 날과 같음)이다. 전국노동자대회는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기일 이전 일요일에 열렸다. 11월 13일이 일요일인 경우는 전태일열사 기일과 전국노동자대회가 겹쳤다. 그래서 전야제를 마친 후 민주노총 지도부와 전날 지역에서 올라와 전야제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아침 일찍 마석모란공원 전태일열사 묘역을 참배했다. 전국노동자대회는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대회로 시작되었지만 1995년 민주노총 건설 이후에는 창립기념일을 겸해 열렸다. 민주노총 창립행사를 신자유주의 보수정치세력과 함께 한 셈이다.
민주노총은 전태일열사 정신을 계승하여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이루고 노동해방을 쟁취하는 계급적 단결체이다. 비록 의회주의를 통한 노동자정치 실험이었지만 2000년 1월 30일에 창당해 2011년 12월 5일 해산한 민주노동당은 그 이후 여러 정당과 정치세력으로 분화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조짐을 보이더니 올 2024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에 편승해 의회에 진출하는 노동정치의 파탄을 보여주었다. 현 민주노총 집행부는 소속 조합원이 정치방침을 어기고 위성정당을 통해 배지를 달았는데도 징계조차 하지 않았다. 급기야 이번 전국노동자대회는 윤석열정권 퇴진(민주당은 ‘탄핵’)을 빌미로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장소, 같은 마음, 같은 무대”에서 행사를 치렀다.
전태일열사 정신 계승이라면 ‘노동해방’이나 ‘체제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본의 노동착취와 수탈을 폭로하고 투쟁을 결의하는 장이어야 했다. 그런데 노동자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민영화, FTA, 국책은행•기간산업•공기업 해외투기자본에 매각, 비정규직악법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왔으며,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권의 재벌부자감세조치를 방조해 왔고, 바로 직전에는 국민의힘과 야합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과 실질적으로 공동집회를 개최한 셈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권력(대통령)놀음 하는 윤석열 정권 ‘퇴진’과 ‘탄핵’을 말하기 전에 그 단어가 자신들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2024.11.13.수, 전태일열사 54주기에)
[교육]
대학서열체제 해소! 대학무상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교육체제 변혁! 인간해방 세상을 향한 2024 교육혁명행진에 부쳐
조창익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목엔 늘 아름다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여기 함께 해주신 남녀노소 교육주체들, 그리고 노동자 시민 여러분 모두가 아름다우십니다. 자본의 탐욕으로 지구촌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기후 위기 속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한복판, 가을 내음 가득한 이곳 덕수궁 돌담길 동행에 감사드리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특별하게 유모차에 타신 어린님들, 학생님들께 고맙다는 말씀드립니다. 더불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 자신 이제 노년에 들어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세상 만들어본다고 몸부림쳐왔던 수십 년 세월이었지만 이렇게 일그러진 모양의 암울한 사회에서 미래와 희망을 노래한다는 것이 마치 이성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되어버린 현실에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나왔습니다. 이대로 후세들에게 우울증, 폭력, 자살률 최악의 교육 현실을 남겨드릴 수 없기에 나왔습니다. 절망적인 교육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로 참담한 사회를 유산으로 남겨드리지 않기 위하여 손에 손잡고 이 땅의 교육해방,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향한 행진을 하기 위하여 나왔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은 그저 저절로 다가서질 아니하고 격렬한 투쟁과 희생과 인고의 행진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그것이 역사의 발전 법칙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은 어린 학생 여러분들께서도 교육과 역사의 변화를 촉진하는 실천가이자 투사이십니다. 주체적인 인간만이 세상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가장 평화로운 방식으로 가장 격정적인 투쟁을 전개하려 합니다.
오늘 우리의 행진은 한국교육의 고질적 병폐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방책으로 대학서열철폐와 대학균형발전, 교육재정 확충과 대학무상화, 입시폐지와 대학 평준화, 절대평가 도입과 입시경쟁 해소, 대입자격고사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중단 등등 많은 것을 요구하는 발걸음입니다. 이러한 요구들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교육을 정상화하는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배움과 가르침의 교육적 내재율이 환희로 살아 숨쉬는 교실을 향한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기필코 참다운 교육으로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에 가 닿을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난 자리에서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자기실현의 환희를 맛볼 수 있는 교육복지의 나라로 걸어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행진은 교육을 처참한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경쟁 이데올로기, 능력 이데올로기, 공정 이데올로기 등 이른바 야만의 트라이앵글을 벗어나기 위한 각성의 행진입니다. 초등의대반으로 몰리는 어린아이들의 행렬을 해방시켜야 합니다. 치솟는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을 해소시켜야 합니다. 점증하는 교육소외로 고통받는 교사들에게 시민권과 자긍심과 권위를 보장해야 합니다. 정치적 금치산자인 교사들의 노동기본권,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진하는 행진입니다. 유초중고대, 학교사회의 모든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행진입니다. 정년비정년트랙, 정규비정규로 나누어 분열을 강요당하는 대학 사회 교육 주체들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행진입니다. 대학이 자본에 예속되지 아니하고 연구와 학문 생태계를 복원하고 시대정신의 산실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원하는 행진입니다.
교육의 미래상은 어떠해야 합니까? 교육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야 합니다.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누구든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상으로 배울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교육의 완전한 국가책임제의 나라여야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으로부터도 배우고,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 모두가 변증법적 성장과 성숙으로 풍성해지는 교육 주체들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여야 합니다. 마치 환자가 있을 때 국가가 책임을 지고 무상으로 병을 치료해 주고 건강을 회복시켜서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료의 완전한 국가책임제를 실현해야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가능한 사회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윤보다 인간을 앞세우는 노동자 민중이 주체가 되어서 권력을 쟁취하고 반드시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행진은 교육혁명에 머물지 아니하고 전 사회적 혁명을 통한 교육혁명을 꿈꾸며 걸어갈 것입니다. 사회 변혁과 더불어 우리가 바라는 근본적 교육혁명의 시기도 가까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우리의 행진은 일촉즉발의 남북 간 전쟁을 막고, 자주와 평화와 통일로 가는 행진이며, 포탄 세례로 교실에서 병원에서 거리에서 죽어가는 수천수만의 팔레스타인 남녀노소의 희생을 중단시키라는 행진이기도 합니다.
그 누구도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서로에게서 배우는 교육의 이름으로 삶의 축복과 환희 속에서 삶을 찬미하고 공동체로서의 삶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서 시작하는 오늘 우리의 위대한 행진입니다. 노동자 민중을 고통으로 밀어 넣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고 그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향한 거룩한 변혁적 행진의 시작이 바로 오늘 여기 덕수궁 돌담길임을 기억합시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2024.10.19. 덕수궁 돌담길에서
[노동]
3.3 제보센터로 통하는 6개의 문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지난 9월 5일, 3.3 노동자와 각계 대표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3.3 제보센터를 개막한 지 두 달이 되었다. 그 사이 3.3 과세정보를 연결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102조의 2 신설)이 국회를 통과해 법률 공포가 이루어졌다. 1년 뒤로 시행을 미루었으니, 제보센터가 수행할 과제는 오히려 막중해졌다.
‘가짜 3.3’은 4대보험 대신 3.3%(세율)를 떼는 위장고용 수법이다. 3.3 제보센터는 특정 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위장하는 실태에 대해 제보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축적된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라 대규모로 제보된 업종은 시급하게 전수조사를 시행할 분야로 발표한다. 상습적으로 악용하는 기업은 근로감독에 착수할 대상으로 정부에 요구한다. 이외에 제보자들의 참여로 이루어낸 각종 정보를 활용하여 노동자성과 노동권 회복을 위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할 것이다.
각자 지위와 상황에 맞춰 참여할 수 있도록 3.3 제보센터에는 6개의 문이 설치되었다. 제보에 참여하는 6개의 경로이자 제보센터가 취합하는 정보의 6대 분야이다.
첫 번째 ‘문’에는 “사내에 3.3 계약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있어요”를 입석처럼 내걸었다. 제보센터의 화두가 무엇인지 일러준다. 자기 직장에서 3.3으로 일하는 직원이 있는지부터 살펴보자는 취지다. 차별지대 노동자와 함께하는 사회적 연대는 내 옆의 ‘유령’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다음 ‘문’에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3.3으로 들어와요”라는 식으로 근무 현장의 용어를 사용했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대다수 중·대규모 업체들은 합법적인 용역·도급에서 불법 파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명칭의 간접고용을 활용한다. 빌딩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처럼 간접고용 대부분은 3.3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자를 노동자 아니게 만드는 걸 내부에서 고발하는 것이야말로 노동자 연대의 새로운 시작이다.
세 번째로 내건 “평소에 3.3을 사용하는 00업체를 알아요”는 일반적인 제보 방식을 요약했다. 직장외에도 수많은 사회적 관계에서 3.3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종교나 사회단체에서 만나는 사람들, 친구나 가족을 포함한 지인 중에 대략 절반은 3.3이라고 생각해보자. 소중한 관계일수록 일차적인 연대의 대상이지 않겠는가.
넷째 ‘문’에 제시한 “00업체가 3.3% 공제한다는 채용공고를 냈어요”는 제보센터의 특별한 사용법을 안내한다. 알바몬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3.3 채용공고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쿠팡 캠프에 실시한 전수조사로 4만 건의 가짜 3.3이 적발된 후에도 대형 물류센터의 3.3 채용은 멈추지 않는다. 거의 모든 산업에 횡행하는 걸 반영하듯 3.3 채용공고도 분야 가리지 않고 게시된다. 대놓고 위장고용 모집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자. 시간 지나면 사라지는 정보이니 체계적인 취합 과정이 필요하다. 시민 참여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별로 꾸준하게 정보를 기록해 저장하는 활동을 지역사회 연대운동으로 제안한다. 자기 지역에서 어떤 업종과 기업이 3.3을 사용하는지 수시로 분석하며 공동대응을 모색하자.
이어서 “3.3 고용을 유도하는 컨설팅 광고를 발견했어요”로 나아간다. 사업주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카페에 가면, 새 직원에게 근로기준법을 선택할지, 3.3으로 처리할지 문답하는 글을 쉽게 발견한다. 나중에 법적으로 고발하지 않게 생겼으면 3.3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조언이 대세다. 사업주들의 이런 3.3 선택에는 전문적인 노무컨설팅이 밀접하게 개입된다. 비용 절감되고, 노동법도 비켜 가고, 간편한 3.3으로 노무관리를 유도한다. 다수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폭력의 판매를 중단시키자.
마지막 ‘문’에서 드디어 “제가 3.3으로 4대보험 없이 일합니다”가 등장한다. 3.3 노동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보하는 공간이다. 당사자가 원하면 상담과 법률구제비를 지원한다. 더 많은 이들이 권리찾기에 나서 승리할 수 있도록 현재의 공동법률구제 시스템을 더욱 튼튼하게 확장해 나갈 것이다.
bit.ly/삼쩜삼제보센터
제보센터를 찾아가는 인터넷 주소다. 리모델링 중이어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소중한 정보를 원활하게 기입하도록 지속적으로 개편한다. 직접 이용한 후에 사이트 개선 아이디어도 전해주면 금상첨화다.
6개의 문 앞은 아직 붐비지 않는다. 3.3 당사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이 개통되면 문전으로 연결되는 길도 수월해질 것이다. 세상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함께 찾아 나가려는 이들과 어떻게 통할 수 있을까? 독자들에게 먼저 권유해 본다. 제보센터에 들어가 스스로 제보자가 되어주시라. 다음에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제보센터로 통하는 길을 친절히 안내하자. 더 많은 우리가 노동자의 이름으로, 모두의 권리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국제]
확전인가 종전인가
홍승용(현대사상연구소)
1. 가짜뉴스
현정권은 러우전쟁 참전에 정권의 명운을 맡기려는 듯하다. 최고의 정보력을 갖춘 미국조차 명확히 확인해주지 않은 우크라이나발 토막정보를 근거로, 우리와 직접 관계없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진작부터 참전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살상무기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순간, 종말 단계로 기울던 러우전이 다시 어디까지 확산될지 예측불허다. 이미 최고의 전쟁 위험지역으로 떠올라 있는 한반도에 참화의 불이 옮겨붙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행히도 이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여론은 절대적이다.
북의 파병은 언론을 통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뉴스의 출처나 전황과 관련한 여러 가지 설득력 있는 자료를 근거로 파병 자체를 가짜뉴스라고 보는 입장도 강력하다. 파병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부대의 규모 혹은 역할, 한국의 안보에 끼칠 위험성, 정부의 대응 속도와 방식 등에 대해서는 연일 엇갈리는 주장들이 난무한다. 가짜뉴스는 전쟁의 상수 아닌가. 하지만 가짜뉴스는 적을 향해서만 아니라 국내 여론조작을 위해서도 생산된다. 참전을 부추기는 국내 가짜뉴스 생산은 전쟁범죄나 다름없다.
2. 손익계산
가짜뉴스들로 상황판단이 어려울 때에는, 그것들이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지 따지는 것이 우선일 듯하다. 북이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으로 얻을 것이 많다는 점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러시아도 북의 도움을 물리칠 이유는 없다. 양국은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있다. 전쟁중이니까. 이에 비해 궁지에 몰린 젤렌스키가 나토군을 끌어들이기 위해 북러의 협력관계를 부풀려서 가짜뉴스를 생산할 동기는 훨씬 더 명백하며, 그만큼 우크라이나 발 뉴스들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
설혹 북의 파병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고 파병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젤렌스키는 윤석렬에게 무엇을 주고 무슨 약속을 받았기에, 동맹국도 아닌 한국에 무기를 요청한단 말인가? 그로써 한국이 얻을 것은 무엇인가? 러시아와의 적대관계와 전쟁의 위험 말고는 별로 없다. 윤석열은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정권의 위기를 덮을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정권과 개인의 작은 이익을 국익이라고 우길 수도 있다. 허나 그에 따른 국민적 피해는 계산을 초월한다.
3. 대리전쟁
턱도 없는 국익계산서를 국민들 앞에 내밀 수 있는 뻔뻔함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약자를 멸시하는 뇌구조나, 무속적 국정농단, 혹은 매국적 친일친미 이데올로기나, 한몫 챙기려는 욕심 따위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한국병력을 전쟁터에 보내는 전작권은 엄연히 미국에 있다. 젤렌스키 정권이 미제국주의를 대신해 우크라이나를 전쟁터로 만든 것처럼, 윤정권이 한반도에 재앙을 불러오면서 3차대전을 폭발시킨다면, 그 최종 결정은 미국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 윤정권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는 결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제국주의 세력의 전쟁요구에 앞장서 맹종하는 정권에 책임을 묻는 것은 국민의 의무다. 반민족 반민주 독재정권이 임기를 채우도록 방관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수치다. 윤정권은 노골적 친재벌 반노동 정책으로 민생을 허물고, 무분별한 반중 반러 노선과 대북 적대정책으로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왔다. 무자비한 노동탄압, 국가권력을 이용한 가족비리, 심지어 전대미문의 국정농단까지 묵과하더라도, 제국주의의 앞잡이가 되어 나라를 대리전의 불구덩이로 몰아넣는 것까지 용납해선 결코 안 될 것이다.
4. 전쟁종식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전쟁이 늘어지거나 본격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고, 트럼프의 장담처럼 단기간에 끝날 수도 있다. 누구든 실제로 전쟁을 조속히 끝낸다면 무슨 평화상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러우전쟁과 중동전쟁이 끝난다고 인류가 공존과 공영의 시대를 맞이할까? 그럴 리가 없다. 양쪽 전선이 안정되면 미국은 주적인 중국에 화력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세력의 경제전쟁은 한창 진행 중이지만, 직접적 군사 충돌은 대만과 한반도에서 인류문명을 끝장낼 핵지옥의 문을 열어젖힐 수도 있다.
정권교체는 당장의 확전을 피하고 남북의 평화체제를 조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자본독재 하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다. 한동안 요술처럼 통해온 달러패권 혹은 통화제국주의의 수명은 근본적으로 생산력에 의존한다. 자본의 최강무기는 가성비 좋은 상품 아닌가. 그런데 생산력은 불균등하게 발전한다. 새로운 생산력 강자의 부상으로 시장과 영향력이 흔들릴 때 해결책은 힘의 행사이며 그 최종판은 핵전쟁이다.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의 극복 없이 평화도 없다. 대안사회 건설에 매진하자.(2024. 11. 4)
[국제]
삼성전자 인도공장 노동자들의 파업과 인도 노동계급의 단결
박인규
타밀나두(Tamil Nadu) 에 있는 삼성전자 인도 스리페룸부드르(Sriperumbudur) 공장 노동자들이 2024년 10월 16일, 37일 간의 파업에서 승리하였다. 최대의 쟁점이었던 노조에 대한 인정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 보고 법원에서 인정하면 노동조합을 인정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파업은 인도 자본가들에게 강력한 계급적 경고를 준 사건으로, 노동자 계급의 조직화와 연대가 자본가의 억압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그래서, 이번 투쟁은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였다.
노동 계급에 대한 억압 수단인 삼성의 무노조 경영 전략
삼성전자 인도 공장은 1,800명의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들 중 1,000명이 파업에 참여하였다. 삼성 자본은 ‘삼성 인도 노동조합(Samsung India Workers’ Union; SIWU)’을 불법집단으로 규정하고 파업을 불법화하였다. 이런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통제하는 무노조 경영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자본가가 노동자 계급을 개별화하고 조직적인 목소리를 억압함으로써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전략으로, 인도에서도 비슷하게 시행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이러한 계급 억압에 대한 집단적 저항의 중요한 사례로, 노동자들이 연대를 통해 자본가의 지배를 무력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삼성은 사내 어용노조인 ‘근로자 위원회(Workmen’s committee)’를 내세워 노동자들을 회유하였다. 타밀나두 정부는 이것을 근거로 10월 7일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풀고 복귀할 것을 명령하고, 노조 지도자들을 체포하는 등 경찰을 통해 노동자 계급을 공격하였다. 이런 사실은 타밀나두 정부가 초국적 자본가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폭력 기구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일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인도공장 노동자들은 ‘삼성 인도 노동조합(SIWU)’의 인정을 요구하며 비타협적 투쟁을 하였다. 타밀나두 정부의 집권당(Dravida Munnetra Kazhagam; DMK)이 공권력을 동원하여 파업을 진압하려 하자 JK Tyres, Apollo Tyres, Hyundai, Yamaha, BMW 노동조합이 타밀나두 정부의 삼성 노동자 파업 진압에 반대하는 연대 투쟁을 조직하였다.
노동자 계급의 연대 투쟁이 조직화 되면서 타밀나두 정부는 삼성전자 인도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더 이상 할 수 없었고 삼성 자본 역시 노동자들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성 자본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몰아 여론을 바꾸려 하였다. 인도의 Trade Union Act, 1926에 따르면 조합 설립 신청 후 45일 안에 조합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삼성전자 인도 공장 노동자들은 7월 27일에 조합 설립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도 삼성 자본은 90일이 지났음에도 조합 인정을 거부하였다. 또한 Industrial Disputes Act, 1947에 따르면 파업 시작 14일 전에 사업주에게 파업을 예고하면 합법성이 인정된다. 삼성 인도 노동조합은 파업 시작 3주 전인 8월 19일에 파업을 예고하였다. 그런데도 삼성 자본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투자 자본의 탈출을 내세워 타밀나두 정부를 압박하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삼성 자본의 노조파괴 공작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삼성의 악명 높은 ‘무노조’ 경영은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권리를 보장하는 인도 헙법 제19조 1항 C와도 정면으로 충돌하는데 이것은 인도 노동 계급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삼성전자 인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국의 노동 계급을 고무시켜 주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맞서 2024년 7월에 어렵게 만들어진 전국삼성전자노조(Nation Samsung Electronisc Union; NSEU)가 인도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면서 투쟁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것은 초국적 기업인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와 같은 한국의 삼성 노동자들과 인도의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는 초국적 자본의 공격에 맞서 노동자 계급의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노동자 계급에 대한 삼성의 공격과 노동 계급의 단결
37일 동안의 긴 투쟁을 통해서 인도의 노동자들은 삼성 자본과 국가 기관의 결탁을 보았다. 그들이 노동자 계급의 권리를 억누르기 위해 얼마나 깊이 결속되어 있는지를 깨닫고 있다. 삼정 자본은 노동력의 초과 착취를 위해 높은 생산성과 과도한 노동 강도를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본가의 입맛에 맞는 ‘근로자 위원회’를 통해 노동자들을 회유하였다. 삼성 자본은 생산성이라 가면을 쓰고 노동력을 착취하려고 하지만 노동자들은 자본가 계급의 착취에 맞서 투쟁으로 단련되었다. 삼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인도의 다른 산업 부문 노동자들의 계급적 각성을 불러일으키면서 노동 계급의 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동 계급의 계급성 고양과 각성은 노동계급 전체의 단결 투쟁을 조직하는 힘으로 된다. 주변의 여러 노동 단체들이 이번 파업에 연대 의사를 밝히고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노동 계급의 조직화를 한층 고양시키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이 개별적 요구에 머물지 않고, 계급 전체의 권리를 위한 조직적인 저항을 구축하려는 계급적 자각을 일깨우는 계기로 된다.
계급적 관점에서, 삼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강력한 국가의 폭력 수단과 자본이 결탁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조직적 연대와 단결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력히 입증하고 있다.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 하기 위해 자본과 국가 기구의 결탁은 점점 더 공고화되면서 폭력적인 성격을 뛸 수 밖에 없다. 그런 구조적 폭력과 착취에 맞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받으려면 노동자 계급이 스스로 각성하고 조직되고 연대하여 싸우는 것 이외에는 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삼성전자 인도 공장 노동자들이 입증하고 있다.
[국제]
트럼프는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전원배
격변의 세월이다.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난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다. 압승 자체가 사건이 아니라 미국 주류 언론과 이를 받아쓰기한 국내의 많은 언론들의 오보가 사건이라면 사건이겠다.
놀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을 허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인 지뢰 제공도 승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겨울 시작 무렵 악천후로 진흙탕이 돼 군사작전이 어려워지는 ‘라스푸티차’ 시기를 앞두고, 전황이 불리해진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결정이지만, 민간인 피해 등을 불러올 수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전쟁을 신속히 끝내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 이전, 우크라이나전을 지원할 최후의 방법의 하나로 대인지뢰 카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이후 줄곧 대인지뢰 필요성을 밝혀왔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워싱턴포스트에 “러시아는 어쨌든 대인지뢰를 사용한다며 잠재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의 정책 변경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겨레신문 김미나기자 2024-11-20)
우크라이나는 최대 사거리 300km의 에이태큼스(ATACMS- Army Tactical Missile System) 6발을 러시아 본토 브리얀스크로 발사했다. 더 나아가 바이든 정부는 대인지뢰 사용을 승인했다. 푸틴은 이에 대해서 전술핵 사용을 포함한 무제한 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끔찍한 3차세계대전이 현실화하는 것인가?
트럼프의 선거공약(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은 현실성이 있는가?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자신이 집권하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일부 사람들은 트럼프의 공약이 지켜지길 희망해 온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금 전쟁종결 가능성은 있는가 탐색하는 시점에서 바이든(미국 딮스테트 전략그룹)은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을 허가하고 대인 지뢰 제공도 승인했다. 즉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트럼프가 2025년 1월 20일 취임하기 전에 최대한 전쟁을 확대하여 휴전 자체를 어렵게 하기 위한 바이든과 전쟁지지 그룹의 마지막 승부수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전쟁을 멈추려 하는가? 트럼프가 전쟁을 멈추려는 의도는 우리같이 반전평화를 위한 것임이 아님은 모두 잘 알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자신의 정치적 목표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멈추고 이 군자금을 미국민을 위해서 쓰겠다는 것이다. 백악관 밖에서 큰소리치던 트럼프는 1기 집권시기(2016-2020)에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으며 손발이 다 잘린 상태로 자기 참모들과 이전투구하다 비참하게 몰락 했었다. 거의 내란수괴로 몰려 벼랑 끝에서 겨우 재개하였다. 그만큼 백안관에 입성하는 순간 딮스테이트라 불리는 미국 전략그룹에 포섭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1기에 당해서 2기는 다를 것이라고? 이는 미국 전략그룹도 마찬가지이다. 전략그룹은 트럼프 집권하기 전 2개월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귀신같이 알고 있음을 이번에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만큼 그들은 전쟁지속, 확전에 미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며, 그만큼 그들은 사활적인 것이다. 이 공세 앞에서 평생 자신의 출세와 탐욕, 거짓말로 일관해 온 트럼프가 끝까지 저항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일 것이다.
트럼프, 푸틴에 더 적은 관심을, 자본주의 체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푸틴, 시진핑이, 국내에서는 윤석열, 이재명 등을 마치 국제정세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듯이 묘사하지만, 과연 그런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선출되는 자는 권력이 없고 권력이 있는 자는 선출되지 않는다”<세계화 시대의 권력과 대항권력>(울리히 벡, 홍찬숙 옮김 길 펴냄)는 격언이 있다. 80억에 달하는 지구촌은 이제 구석구석 철저히 자본의 논리가 현실화되었다. 1848년 공산주의선언을 마르크스가 저술할 때의 자본주의가 아니며, 100여 년 전 로자 룩셈부르크와 레닌이 혁명이냐 야만이냐를 외치던 자본주의도 아니다. 1820년대 영국에서 완성된 형태를 띠며 물결이 퍼져나가듯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세계로 번져나갔으며 이제는 전 지구를 자본주의 이윤논리로 도배하였다.
2008년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는 분명히 세계적 공황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21세기 자본주의는 1929년 대공황과 같은 파국적 공황을 변주할 기술이 충만하다. 자본가들은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헬리콥터 밴(밴 버냉키 당시 미국 연준의장)은 달러를 프린트해서 헬기로 살포했고, 이는 세계적 공황을 지연, 변주시켰다. 추가해서 사상 최고의 재앙인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비 여력이 고갈되자 다시 한번 달러를 대규모로 살포했다. 이러한 지연전술은 먹히는 듯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20일, 미국을 등에 업은 나토가 허수아비 우크라이나를 앞장세워 동진을 거듭하자 푸틴이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세계화는 종식되었고 공급망 불안 등 세계자본주의는 크게 출렁거렸다. 격화되는 위기 속에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전격 기습작전(이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창살 없는 지옥으로 만들어 놓은 미국, 이스라엘의 야만적 봉쇄에 맞선 정당한 공격이었다)으로 촉발된 중동정세의 불안정은 회복세이 있던 세계경제를 급속히 공황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에 더해 가속도가 붙은 AI, 자동화의 생산에의 급격한 투입은 재앙일 뿐이다. 자본주의하에서 AI, 자동화는 급격한 실업,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소비력 고갈로 이어질 뿐이다. 한쪽에는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 다른 한편으로는 급격히 소비력 고갈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노동자 민중들. 임박한 파국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1차세계대전의 종결은 몇몇 정치지도자들의 결단에 의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장기화한 전쟁 속에서 노동자들은 군수산업 현장에서 전쟁터에서 파업과 전쟁 거부 투쟁을, 목숨을 걸고 행하였으며 마침내 약한 고리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볼셰비키 정부가 전쟁을 종결시키면서 야만의 전쟁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고발]
윤석열 검찰의 주가조작 범죄자 김건희 불기소
- 투기자본감시센터, 권오수 김건희 등 부패카르텔 사기 횡령 탈세 고발
허영구(투기자본 감시센터)
파산지경 도이치모터스에 투자한 김건희와 최은순
10월 15일 투기자본감시센터(투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윤석열, 김건희, 최은순, 권오수 등 17명을 서울중앙지검에 1차로 고발했다. 도이치모터스는 2006년 당시 마이너스(-) 31억 원의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였다. 주가 1만 원인 주식 10만 주를 증자해도 역시 –10억원의 파산상태였다. 그런데 주당 5만원짜리 10만주를 발행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상장에 실패하면 원금 20%의 사채이자로 반환하는 조건으로 상장을 진행했다.
도이치모터스 권오수는 2007년 12월 28일, 김명신(김건희) 2억원, 최은순 3억원, 백정기 가족 17.5억원, 양경수 10억원 등으로부터 총 5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는 전년도 55억원에 달하는 손실과 145억원의 자사주 매각 손실, 2008년 금융위기로 주가가 1,825원까지 폭락해 보유시가 157억원, 회사 시가총액도 356억 원으로 급감했다.
권오수의 도이치모터스 우회 사기상장 효과 양도차익 463억원
2008년 10월 8일, 권오수는 대주주 보유 주식중 일부를 시가의 7.5배 즉, 650%의 프리미엄을 주고 다르엔코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러나 다르엔코는 그 해 3분기 매출이 2.6억원에 불과하여 회사를 유지할 수 없는 회사였다. 다르엔코 대표 손창현은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 대가로 도이치모터스를 우회 상장시켜주었다.
합병주식을 더 받게 합병비율 조작(142:1→8:1 비율로 감자)을 묵인하여 권오수에게 316억원, 도이치모타스 전체 주주들에게 463억원의 양도차익을 안겨주었다. 반면 손창현 등 대주주는 불법행위에 공모한 대가로 127억원의 프리미엄, 나머지 주식 추가 회수 10억원, 대주주들이 자본잠식한 컨텐츠랩에 대하여 85억원을 회수하는 등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
국세청은 부당이득에 대한 몰수와 양도차익에 대해 추징해야
10월 17일 투감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의자 김건희에 대해 무혐의로 불기소를 발표한 날 관련자들을 탈세혐의로 국세청에 고발했다. 도이치모터스가 2009년 자기주식 매각선실로 발생한 이월결손금 159억원 중 132억원은 다르엔코 관련 손실이다. 도이치모터스는 이월결손금으로 2010년부터 3년간 총 31억원을 탈세했다. 이에 가산세 40%인 12억원, 지연가산세 39억원과 5배 벌금 155억원 등 238억원을 추징해야 한다.
권오수 가족의 매입원가는 주당 564원인데 합병 주가가 7,650원이므로 차익은 7,086원으로 총양도차익은 316억원이다. 여기에 주민세 22%인 70억원, 가족인 권혁민 10억워, 부인 4억원 등 84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권오수는 최대주주로서 범죄총액은 598억원이고, 그 일가의 차익은 313억 원이다. 검찰은 김건희가 13.9억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했지만 기존주식에 주가조작이익, 신주인수권 차익 등을 포함해 32억원, 최은순은 16억원의 주가조작 차익을 얻었다. 따라서 국세청은 주가조작 차익을 부당수익으로 몰수하거나 양도세를 추징해야 한다.
김건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윤석열 검사가 배경
검찰은 김건희를 불기소처분하면서 ‘김건희 명의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시세조종 주문이 확인’됐지만 ‘권오수를 믿고 수익을 기대하며 권씨의 소개에 따라 제3자에게 계좌 관리를 맡기거나 요청에 따라 관련 거래에 임했을 뿐’, ‘주범들과 공모하거나 범행을 인식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 거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권력의 하수인이자 썩어빠진 검찰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을 하고 있다. 투감은 고발장에서 “권오수, 김건희, 최은순이 돈이 어두워 무리하게 비용을 사용하고, 합병비율을 조작하여 도이치모터스 상장부터 주가조작을 시작하였는데, 그 범죄 수사검사가 김건희의 남편, 최은순의 장모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감은 “대한민국은 대통령을 비롯한 부패재벌과 범죄조직 김앤장은 물론 국무총리, 대법관, 장관,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상층부 모두가 하나의 부패 범죄 카르텔이고 그 핵심이 대통령”이라며 “즉각 탄핵하고 바러 수사에 착수해 재산을 몰수하고 무기징역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혁명가]
천겅(陳賡), 두 번이나 장제스의 목숨을 구하다
이철의
천겅은 인민해방군이 자랑하는 상승장군이다. 난창기의, 장정, 항일전쟁, 국공내전에 참전하여 활약하였으며 한국전쟁에도 참전하였다. 천겅은 지략과 용맹함이 뛰어나고, 모략과 지하공작에도 능하여 마오쩌둥이 필요한데 쓸 수 있는 특급 조커와 같은 인물이었다.
천겅은 황푸군관학교 1기생으로 재학 중 황푸 3걸로 꼽혔다. 천겅을 눈여겨 본 장제스는 그를 경호중대장으로 임명하여 신변에 두었다. 장제스가 군벌 천중밍과 싸울 때 사면포위를 당한 일이 있었다. 형세가 절망적이어서 장제스는 권총을 빼어 자살하려고 하였다. 그때 천겅이 장제스를 부축하고 등에 업으며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벗어났다.
광저우 상단의 반란 때 천겅은 또 한번 장제스를 구출하였다. 상단 두목이 칼을 빼어 장제스를 치려는 찰나 천겅이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제압하였던 것이다. 장제스는 천겅을 더욱 총애하게 되었다. “공산당에 입당하지 마라 젊었을 때는 앞뒤 안 가리고 행동하는데 나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천겅은 출세가 보장되는 장제스를 마다하였다. 오히려 난창기의를 일으키고 누구보다 투철한 투사가 되어 국민당군을 괴롭혔다.
천겅(1903-1961) 후난성 샹샹현 출생. 무장집안 출신으로 조부가 후난군 장군이었다. 무산계급 혁명가, 군사가, 중국 인민해방군 대장, 국가와 중국인민해방군의 우수한 영도자, 신중국 국방과학기술, 교육사업의 기초를 닦은 사람(중국 공산당 홈페이지) 천겅은 1922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였다. 황푸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26년 소련에 유학하여 군사기술을 배웠다.
1927년 난창기의에 참가하였고 다음해부터 상하이에서 중공 중앙 특과에서 복무하였다. 특과는 비밀공작을 하는 임무로 정보수집, 요인 경호, 체포된 당원의 구출등 특수임무를 수행하였다. 1931년에는 홍군 4방면군 사단장으로 있다가 부상을 당해 상하이의 병원에 입원하였다. 병원에서 국민당에 체포되어 죽을 위험에 처했으나 쑹칭링(쑨원의 부인)등의 구명활동에 힘입어 위기를 넘겼다. 쑹칭링은 장제스에게 “그가 두 번이나 당신을 살렸지 않느냐? 그러니 죽이지 마라.”고 적극 권하였다. 장제스는 천겅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후중난, 두위밍등 동기들을 보내 설득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상하이를 탈출한 그는 장시성의 중앙소비에트로 갔다. 장정 때 천겅은 간부연대 연대장을 맡아 당 중앙의 요인들을 경호하였다. 그 후 그는 남정북전을 하며 일본군, 국민당군과 싸웠으며 어디에서도 패하지 않는 상승장군이 되었다. 그는 1950년 쓰촨성 시창(西昌)에서 마지막 남은 후종난군을 격파하여 대륙을 통일하는데 마침표를 찍었다. 뿐만 아니라 윈난성에 남아 재기를 도모하던 국군 잔병을 완전히 소탕하였고 일부는 베트남으로 탈출하였다.
천겅은 1950년 베트남을 방문하여 프랑스와 투쟁중인 베트남군을 지지응원하였으며, 1951년에는 중국 인민지원군 부사령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였다. 사령원이던 펑더화이가 신병으로 귀국하자 사령원 직무대리를 맡아 중국군을 지휘하였다. 1952년 7월 해방군 군사과학공정학원 원장에 취임하여 중국군 현대화를 도모했으며, 해방군 부총참모장, 국방부 부부장등으로 재직하였다. 1955년 대장계급을 받았으며 1961년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연애편지를 벽에 붙인 천겅의 부인
천겅은 성격이 활달하고 직선적인데다 유머가 풍부하였다. 1926년, 공산당 5차 전국 대표대회 때 천겅은 참석한 왕건잉(王根英)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그는 왕의 바로 옆자리에 앉더니 펜을 꺼내어 구애하는 편지를 썼다. “왕건잉 동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금 당신에게 정중하게 구혼하니 나에게 시집오기 바랍니다.” 천겅은 옆에 있는 동지를 시켜 왕건잉에게 주었다. 왕건잉은 느닷없는 구애 방식에 화가 나 편지를 벽에 붙여 놓았다. 천겅은 다시 편지를 썼는데 왕은 마찬가지로 벽에 붙여 두었다. 천겅이 세 번째 편지를 썼지만, 이번에는 읽지도 않고 벽에 붙였다.
휴회 시간에 참석자들은 모두 벽 위의 편지를 읽게 되었다. 회의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하였고 얼마 되지 않아 부부가 되었다. 왕건잉은 1906년 상하이에서 출생하였다. 집안이 가난했던 그는 9살의 나이에 방직공장의 아동 노동자가 되었다. 1923년 왕건잉은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이 개설한 노동자야학에 들어 혁명적인 교육을 받았다. 다음해 공산주의 청년단에 가입한 그는 1925년 반제애국운동에 참여하였으며 투쟁 중 공산당에 가입하였다. 왕건잉은 상하이에서 세차례의 무장기의에 참가했으며 1927년에는 공산당 제 5차 대회에 상하이 대표로 참가하였다.
천겅과 혼인한 그는 중공 중앙 특과에서 천겅을 보좌했다. 1931년 천겅이 당의 명령으로 어이완(鄂豫皖: 후베이 후난 안후이 경계에 설립한 소비에트) 소비에트로 떠났을 때 왕은 상하이에 남았다. 그는 상하이 비밀공작 중 국민당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는 등 수난을 겪었다. 국공합작이 성립되고 저우언라이 등 중공 중앙이 그를 구출 해냈다. 옌안으로 간 왕건잉은 당의 명령을 받고 전선으로 갔다. 팔로군 129사단 정치부 재정간부학교 정치지도원으로 활동하던중 일본군의 기습때 전사하였다. 그때 그는 무사히 일본군의 포위망을 벗어났으나 빼놓고 온 문건을 가지러 갔다가 적과 조우했다고 한다. 1939년 전사했을 때 왕건잉의 나이는 33세였다. 천겅과의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었다.
5년 뒤 천겅은 팔로군 문선대원이던 푸야(傅涯)와 재혼하였다. 푸야의 기억에 따르면 천겅은 구혼할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첫째, 나는 당신의 혁명사업에 대한 신념을 존중할 것이며 진보하려는 노력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나는 당신이 내 주변에서 비서로 일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천겅대장’이라는 연속극에 보면 푸야는 천겅에게 한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 반드시 발을 닦아야 한다.” 위의 세가지는 기록에 있는 사실이고 아래는 재미로 덧붙였을 것이다. 신중국 성립 후 푸야는 베이징시에서 일했다. 그녀는 왕건잉이 낳은 아들을 자신의 아이들과 똑같이 키웠다. 왕건잉의 일기를 출판하기도 하였으며 홀로 남은 왕의 모친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냈다고 한다.
[문화]
99%인 ‘우리’라는 집단의 실체와 정체
박현욱(노동예술단 선언)
(20호에서 이어짐)
99%인 ‘우리’라는 집단의 실체와 정체에 대해 문화적으로 답해보자고 했다. 해서 좀 철지나긴 했지만 옛 드라마 얘기 좀 해보련다.
2009년도에 방영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을 기억하시는지? 신라를 배경으로 미실과 선덕여왕 사이에 벌어지는 권력 다툼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다. 왕족은 아니었으나 실질적 권력을 가졌던 미실이 권력싸움에서 패한 후, 결국 왕이 된 선덕을 찾아가 이런 말을 한다. “세상을 종으로 나누면 고구려인, 백제인, 신라인, 신라인 중에서도 선덕을 따르는 자, 미실을 따르는 자, 등 여러 집단으로 나눌 수 있지만, 횡으로 나누면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딱 두 개로 분류된다. 당신과 나는 (서로 적대적으로 싸우는 것 같지만) 지배하는 자로서 같은 편이다.”
내겐 꽤나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미실이 말하는 ‘세상을 횡으로 가르는 선’, 그것을 우리는 ‘계급’이라고 한다. 노동자 동지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노동조합 교육을 할 때 ‘계급’ 혹은 ‘계급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진짜 신라시대 사람 보는 듯 한 눈길을 종종 느꼈던 터라, 드라마를 통해서일지라도 1천5백 년 전 지배계급의 일원이 지금 사람들에게 진실을 실토하는 듯한 그 장면이 사이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조합원들 계급의식이라곤 1도 없어요.”라며 그런 인식(계급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내용을 부탁하는 동지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교육 내용이 좋긴 한데... 그 ‘계급’ 얘기는 좀...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언제 적 계급 얘기요? 하하” “10년 넘게 노조 활동하며 여러 교육을 받아 왔지만 ‘계급’얘기는 처음 듣네요”라는 식의 반응을 더 많이 겪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미실이 말했듯 계급이란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의미한다. 바야흐로 ‘국민주권’시대에 같은 국민 안에서 지배와 피지배라니? 조선시대처럼 강상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노동자는 자본가와 법률적으로 대등한 관계라고 나오는데 ‘계급’ 타령하고 있는 꼴이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져 보일 일이다. 뭐 지금도 예로 든다는 것이 무려 1천5백 년 전을 배경으로 하는 15년 전 드라마이니 말이다.
그래서 나름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장면을 현대물로 재구성 해봤다. 대통령이 되진 못했지만 실권을 장악한 누군가가 그를 탄핵하고 권력을 잡으려는 또 다른 권력자와 나누는 대화로 가정해 보자. “세상을 종으로 나누면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 충청도 사람, 강원도 사람 등등 또 그 중에서 소위 1찍(민주당 지지자), 2찍(국민의 힘 지지자) 등등 이렇게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지만,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지배하는 자와 지배 당하는 자 딱 두 개로 나뉩니다. 어차피 우리는 권력을 나눠 갖고 지배하는 자들로서 같은 편입니다.”
음... 이 정도면 똑같은 서사구조로 지금 현 시점을 다룬 현대물 장편 시나리오를 쓴다 해도 시청률 꽤나 나올 듯 하지 않으신지?
문화적으로 답해 보는 99%인 우리의 집단으로서의 정체성. 그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피지배계급으로서의 계급성이다. 법률과 제도 그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부정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는 계급지배 사회이고 노동자는 그 사회의 피지배계급이라는 동일성을 가진 집단이다. 따라서 다른 문화와 변별 되는 노동자 문화의 성격 역시 그 첫 번째가 ‘계급성’이다.
그럼에도 ‘계급’을 말하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일이다. 희한하게도 사회적으로는 대체로 부정되는(당사자들에게서 조차) 계급 담론이 문화의 영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기생충이라는 한국 영화가 국제적인 상을 휩쓸며 전 세계를 달굴 때,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이 영화가 전면에 내세운 ‘계급 문제’에 주목했는데. 그에 대해 ‘언제 적 계급 얘기냐?’거나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하는 이를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물론 문화예술 영역과 현실 영역을 별개로 생각하는 형이상학적 인식이 이유이긴 하겠으나, 그보다 의식적인 긍정, 부정 여부와 관계없이 ‘계급’이 실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본질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 나온 김에 기생충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앞서 말한 미실의 대사와 기생충 속 자본가(극 중 박사장)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개념이 바로 ‘선’이다. 미실이 세상을 횡으로 나누는 선의 위와 아래를 말하듯 기생충 속 자본가 역시 습관적으로 그가 고용한 이들(노동자)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한다. 이 둘이 말하는 ‘선’은 본질적으로 같다. 다만 과거에는 보였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는(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차이가 있을 뿐. 흔히 ‘유리 천장’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를 사는 노동자에게 계급의 선은 그저 공간적 분리와 진입 불가능성을 의미하는 ‘유리 천장’과는 다르다. 생산수단을 박탈당한 채 노동력을 판매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이들이 노동자이다. 따라서 생산수단을 독점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 역시 독점하게 된다. 트럼프의 저 유명한 유행어 ‘You’re fired(너 해고야)’가 말해주듯 자본가계급은 한손으로는 노동자의 목줄을 쥐고, 한 손으로는 그러한 힘을 물리적, 제도적, 이데올로기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국가를 쥐게 된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찌 자신의 목구멍을 장악한 이들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자신의 목구멍보다 더 무서운 아이들, 가족들의 목구멍도 모두 포도청이니 말이다.
맑스가 말했듯 인류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였고 지금도 그렇다. 미실이 정말로 두려워했던 이들은 선덕여왕이 아니라 그들의 지배대상이었던 백성들이었고, 기생충 속 박사장이 ‘선을 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두려움의 표현이다. 언제나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이 계급으로 각성하고 단결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자본가계급 역시 마찬가지이다. 해서 저들은 노동자들이 계급으로 각성하지 못하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해서 노동자 문화는 그러한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 노동자가 계급으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확인하는 중요한 기제이다. 마치 보이진 않지만 땅 밑에서 들끓고 있는 용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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